빙고씨의 인문학개론

9강, 분노(화) 편 - 2부

아이루다 2017. 2. 3. 07:41


[1부에서 계속]


그리고 주의 깊게 봐야 할 부분이 하나 있어요. 그것은 바로 기분 나쁨이 분노로 변화는 순간인데, 정말로 눈 깜짝할 사이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이 화를 낼 때 그것이 두려움에 의한 것이란 점을 거의 인지하지 못하게 됩니다. , 일단 화가 나면 그것이 두려움에서 시작된 정당성 임을 자각하긴 불가능 합니다. 오직 자신이 화를 낼만한 근거가 있음만을 생각하죠.

 

그래서 한번 화가 나면 일정 시간이 흐르기 전까지 결코 줄어들지 않아요잘못하다간 점점 더 커져버리기만 하죠결국 화가 날 땐 잠시간 혼자 있는 것도 중요합니다. 물론 그 와중에도 스스로 감정을 계속 증폭시키는 사람들도 많지만요. 생각할수록 억울하거든요. 정당성이 점점 더 강하게 느껴져서 그래요

 

하지만 잘 생각해보세요.

 

차를 운전하다가 갑자기 앞에 다른 차가 끼어들면 가장 처음 드는 감정은 분명히 놀람과 두려움입니다. 심장이 덜컥하죠. 그리고는 1초도 지나지 않아서 입에서 욕이 나오고 인상이 찌푸려집니다. 이런 식으로 순식간에 변하죠.

 

어떤 장소에서 불합리하다고 생각되는 일을 당했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자신이 손해를 입었다는 판단이 되는 순간에는 아주 잠시 기분이 나빠집니다그리고 이것 역시도 순식간에 분노로 변합니다.

 

즉, 화를 낼 때 반드시 필요한 정당성은 결국 화가 난 후에 '그 화를 낼 수 밖에 없었다' 라고 판단하게 만드는 근거일 뿐입니다. , 화는 결코 정당해서 낸 것이 아니라 기분이 나빴기 때문에 낸 것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두려움을 느꼈기 때문에 난 것입니다.

 


이것을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착각하면 안됩니다. 그러니 빨간색 밑줄 쫙~

 

두려움으로 인해 기분이 나빠졌는데, 그 기분 나쁜 것을 어떤 식으로든 두려움이 아닌 것으로 만들고 싶으니 결국 정당성을 따지게 되고, 결국 그래서 합당하다고 느끼면 분노로 이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그 분노의 감정에 사로잡혀 물불을 가리지 못하는 모습을 용기 있는 것이라고 착각하는 상황으로 바뀝니다. 결국 표면적으로는 두려움이 사라졌죠.

 

이것이 분노의 진정한 실체에요. 처음부터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다면, 아니 그것이 두려움임을 인정했다면 그렇게 화가 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 화를 자주 낸다는 뜻은 두려움을 자주 느낀다는 뜻이에요. 말 그대로 겁이 많은 것이죠.

 


그래서 사람들은 뻗을 자리를 보고 화를 냅니다. 화가 최초의 감정이 아니라서 그래요. 화는 두려움에 대한 판단 결과로 인해 2차적으로 발생하는 감정이에요. 인간은 오직 두려움만을 참지 못합니다. 영화 속 조진웅씨의 말과는 다르게 화는 참을 수 있어요.

 

사납게 짖는 개는 사실 겁에 질려 있는 상태입니다. 공포심에 강하면 강할수록 더욱 더 극렬하게 반응하게 되어 있어요. 공격적으로 변하는 것이죠. 그러니 분노가 폭력으로 이어지게 되죠.

 

분노는 인간이 느끼는 감정들 중에서 가장 폭발적이면서 폭력적인 감정입니다. 그로 인해서 상대를 파괴하고 스스로도 파괴되는 경우도 많아요. 다른 감정들은 그저 감정으로 끝나지만, 화는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록 그것이 부정적이긴 하지만, 엄청난 에너지가 나오거든요. 그래서 조금만 잘못하면 사람을 죽이는 일도 서슴지 않게 됩니다.

 

아가사 크리스트 라는 작가 쓴 추리 소설 중에서, 그녀가 만들어 낸 인물 중에 포와르 라는 탐정이 있었어요셜록 홈즈만큼이나 유능하고 유명한 탐정이죠. 그런데 작가는 마지막 작품에서 포와르를 죽입니다. 그 작품이 바로 '커튼' 이란 작품이었는데, 이때 등장하는 살인자가 매우 특이합니다.

 

그는 재미로 사람을 충동질 시켜서 살인을 저지르도록 만다는 일종의 사이코 패스에요.

 

 사람은 누군가 몹시 화가 몹시 났을 때, 그 사람에게 다가가 그 화를 다독거리긴커녕 더욱 더 크게 부풀리는 일을 하는 것이죠. 교묘한 화법으로 화가 난 대상을 더욱 더 악랄하게 묘사하고, 화를 내고 있는 당사자의 정당성을 인정해주면서 그런 짓을 하죠.

 

그러면 화가 난 사람은 도저히 참지 못하고 홧김에 상대를 죽이고 맙니다. 어떤 면에서 진정한 완전 범죄이죠그래서 그 사람을 체포할 근거가 없어요. 분명히 죄가 있는데, 법적으로는 죄가 없습니다.

 

그래서 포와르는 그 사건의 범인을 자신의 마지막 사건으로 정합니다. 그리고 그 스스로 범인을 죽이고 말죠사실상 인간의 법률로는 처벌하지 못하니, 스스로 처벌하고 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 포와르도 역시 죽습니다. 아마 그도 어떤 죽을 병이 걸려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 합니다.

 

이런 일은 요즘 인간 사회에서도 자주 일어납니다. 혐오 범죄라고 하기도 하고, 순간적으로 분노를 참지 못하는 분노 조절 장애라고 하기도 합니다.

 

사회 전체적으로 분노 지수가 높아지면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 어떤 사회가 건강하지 못하면 이런 충동적인 범죄가 자주 발생하게 됩니다.

 

사회적 약자를 잘 배려해줘야 하는 이유이죠. 고양이들을 잘 돌봐줘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그렇다면 분노는 혹시 장점은 없을까요?

 

있습니다. 질투와 다르게 분노는 분명한 장점을 가지고 있어요. 그것은 바로 스트레스를 풀어 내는 것과 더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이 견뎌낼 수 있는 한계점을 알려준다는 의의가 있어요.

 


, 사람과 사람간의 간격은 어느 지점에서 화를 내느냐에 따라 결정이 됩니다. 그래서 오래 사귄 사이일수록 그것이 명확해져서 편해집니다. 그리고 거기까지 가기 위해서는 중간에 몇 번 싸운 일이 있어야겠죠. 꼭 대 놓고 싸울 필요는 없고, 서로 감정이 상하거나 기타 여러가지 기분 나쁜 경험을 하면 됩니다.

 

그러니 너무 화를 참으려고 하지만 마세요. 속으로 마음의 병이 듭니다.

 

그럼에도 화는 최대한 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감정을 드러낼 때마다 비정상적인 판단을 하기 쉽거든요. , 사람은 냉정할수록 좀 더 자신에게 유리한 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분노에 사로잡혀서 내린 결정은 매우 어리석을 수 있죠.

 

그리고 화를 내면 어떤 식으로든 결국 자기 손해로 되돌아옵니다. 그러다 보니 화는 결국 필요하면서도 참아야 하는 것이 되죠혹시 가능하다면 화를 전략적으로 내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물론 불가능하죠.

 

부정적일 뿐, 화는 강한 에너지이긴 합니다. 순간적이고 매우 충동적인 점이 문제이지, 그 에너지 자체가 매우 강렬하다는 점은 좋은 면이에요.

 

그러니 그 분노를 가능하다면 좋은 쪽으로 변환시키려고 노력해보세요. 뭔가 불합리한 경우를 겪어서 매우 화가 크게 났다면불합리함 그 자체를 뜯어 고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죠. 이것이 좋은 방법이에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장 눈 앞의 문제만 해결되면 만족하고 말죠. , 어쩔 수 없어요. 성격이니까요.

 

얼만큼 화를 잘 내느냐의 여부는 평소에 얼만큼 불행한가에 관련되어 있습니다. , 불행함이 심한 사람일수록 훨씬 화를 잘 냅니다. 마치 화를 낼 준비가 된 사람처럼이요.

 

하지만 이것은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 뿐이에요. 그 안쪽엔 불행함이 심할수록 더 많은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 숨겨져 있어요정확히 말하면 두렵기 때문에 불행한 것이죠.

 

어떤 사람들은 마치 금세라도 목숨 따위는 버릴 것처럼 굴기도 하지만, 사실 그것은 절망이죠. , 어쩔 수 없이 목숨조차 포기한 것이죠. 그리고 그 안에는 견디기 힘든 두려움이 존재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 두려움은 본인을 갉아 먹다 못해 파괴시켜 버리고 만 것이죠.

 

그러니 그런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 역시도 자신처럼 되길 바랍니다. 그래서 위협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자신을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이니 그것을 통해 그 순간만큼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과 다를 바 없다고 비웃으면서 좋아하죠. 하지만 결국 그 태도로 인해서 더욱 더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게 됩니다.

 

악순환이죠그래서 특히 어린 시절이 중요해요. 어린 시절엔 두려움이 훨씬 더 크거든요. 그래서 이때 두려움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면 아이의 정신은 완전히 파괴된 채 성인이 되고 말아요. 이런 사례를 가끔 보죠.

 

이것은 두려움에 너무 오래 노출되어 있거나 혹은 두려움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일어나는 비극입니다.

 

오늘 강의는 분노에 대한 것이지만, 이 강연의 진짜 목적은 바로 각자가 느끼는 감정 속에 숨겨진 진정한 본질, 즉 두려움에 대한 이해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두려움을 인정하고 이해할 때, 불필요한 분노로부터 조금이라도 자유로워질 수 있어요. 그리고 그래야만 삶이 더욱 더 불행한 쪽이 아닌, 조금이라도 행복한 쪽으로 굴러가게 되죠.


분노는 결국 더 큰 불행의 씨앗이 되고 맙니다. 두려우면 그냥 두렵고 마세요. 괜히 두렵지 않다는 듯 화를 내지 마세요. 그래봐야 결국 또 다른 두려움을 불러올 뿐입니다.


감정을 선순환 시키세요. 좋은 감정이 더 좋은 감정을 불러옵니다. 분노는 악순환이 될 뿐입니다.

  

당신도 행복하게 살아야 하잖아요. 권리가 없다고 해서 행복하게 살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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