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고씨의 인문학개론

9강, 분노(화) 편 - 1부

아이루다 2017. 2. 3. 07:39

 

빙고에요. 인사가 점점 짧아지고 있네요. 친해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예의가 없어지잖아요.

 

지난 강의부터 개별 감정에 대해서 하나씩 설명하고 있는 중이에요. 그리고 지난 시간엔 질투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었죠.

 

오늘은 분노, 다른 말로 화라는 감정에 대해서 이야기 할 것입니다.

 

몇 년 전 '분노의 윤리학' 이란 영화가 개봉을 했었죠. 저는 고양이이지만, 인간이 만든 영화나 책을 보기 때문에 그 영화를 본 적이 있어요.

 

거기에 배우 조진웅씨가 극 중에서 이런 대사를 해요. 꼭 이런 대사를 했다기 보다는 대충 그런 의미였죠.

 

"기쁨, 슬픔, 분노, 쾌락 중에서 가장 중요한 감정은 바로 분노이다. 왜냐하면 다른 감정들은 다 참을 수 있지만, 분노는 결코 참을 수 없기 때문이다."

 

대사를 그대로 살리지 못하니, 느낌이 잘 안 나네요. 더군다나 조진웅씨 특유의 재수없는 표정으로 말해야 느낌이 잘 전달될 텐데요!

 

아무튼 이 대사가 말하는 뜻은 그리 어렵지는 않아요. 그래요, 다른 감정들은 몰라도 분노는 인간이 결코 참을 수 없는 감정입니다. 그래서 누구나 어느 임계지점이 되면 폭발하죠. 사실 그런데 웃음도 그래요. 한번 터지면 또 그것만큼 참기 힘든 것도 드물죠. ^^

 

화를 내는 시점은 사람마다 무척 차이가 심합니다. 어떤 사람은 한 시간에 한 번씩 화를 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평생 화를 내지 않고 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누구나 화를 낸다는 사실은 변함은 없습니다. 단지 얼마나 외부로 표현하느냐 혹은 속으로 숨기느냐의 차이만 있죠.

 

혹시나 당신이 화를 거의 내지 않고 살고 있다면, 그것은 매우 운이 좋은 것입니다. 재수 좋게도 화를 내지 않고도 살 수 있는 환경에서 살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그러니 혹시 자신이 화를 잘 내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신다면, 심각한 착각입니다. 그것은 당신의 인격이라기보다는 당신이 타고난 운이 좋은 것이에요.

 

지금 당장은 화를 내지 않고 살더라도 어느 날 윗집에 새로 이사온 사람이 밤낮이고 시끄럽게 쿵쾅대면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서 '분노는 내 인생으로 변할 수 있어요.

 


아무튼 사람이라면 무조건 화를 내게 됩니다그리고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화를 냅니다. 그럼 한번 화를 내게 되는 대표적인 상황을 꼽아 볼까요?

 

첫 번째, 뭔가 기분이 나쁜데, 처한 상황이 불합리하거나 불공정하다고 느끼는 경우에 화가 납니다.

 

두 번째, 뭔가 중요한 일이 있는데, 그것을 망쳤거나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 화가 납니다.

 

세 번째, 다른 사람이 혹은 개나 고양이를 포함한 다른 존재가 자신을 무시할 때 화가 납니다.

 

네 번째, 그냥 깜짝 놀랬을 때입니다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너무도 놀래면 화가 납니다.

 

이 네 가지는 서로 겹치는 부분도 있고, 서로 전혀 다른 상황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잘 보세요. 뭔가 공통적인 것이 보이지 않나요?

 

혹시 그것이 보이시는 분 있으면 손들고 얘기를 해 보세요. 도대체 이 네 가지 경우에서 유일하게 겹쳐 보이는 것은 무엇일까요? 어렵지 않아요. 쉽게 생각하세요.

 

그것은 바로 '기분 나쁨' 입니다.

 

첫 번째 경우는 자신이 뭔가 불합리한 일을 당한 경우입니다. , 뭔가 자신의 권리를 침해당한 것이죠그러니 그것은 결국 손해를 본 것이 됩니다. 사실 실제적인 피해가 거의 없더라도 사람들에게 있어서 주어진 권리를 뺐기는 일은 무척 기분이 나쁩니다.

 

두 번째 경우는 명백히 손해를 본 것입니다. 특히나 중요한 일을 망치면 크게 손해를 보죠. 그러면 기분이 좋을 리가 없죠.

 

세 번째는 다른 사람들에게 무시를 당한 경우입니다. 무시를 당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죠? 당연히 기분이 무척 나쁘죠. 그리고 이 역시도 따져보면 손해를 본 것이기에 당연히 기분이 나빠지는 것입니다.

 

네 번째는 그냥 기분이 나빠집니다. 갑자기 아이가 보이지 않을 때 엄마가 느끼는 감정입니다. 갑자기 뒤에서 누가 놀래 켜서 느끼는 감정입니다너무 나빠져서 심각하게 화가 나는 것이죠.

 

, 기억을 더듬어 봅시다. 지난 7강에서 모든 감정은 두려움으로부터 출발한다고 설명 했어요. 그리고 지난 시간에 했었던 질투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그 안에서 숨겨진 두려움에 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렇다면 오늘 얘기하고 있는 분노, 즉 화는 두려움과 어떤 연관이 있을까요?

 

단순히 보면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분 나쁨' 이란 말이 가진 의미를 좀 더 면밀히 살펴보면 그것이 보입니다. 사람들은 어떨 때 기분이 나쁠까요?

 

손해를 봤을 때도 기분이 나쁘고, 피나 시체를 봤을 때도 기분이 나쁘죠. 어딘가 아프거나 귀찮은 일이 생겼어도 기분이 나쁩니다. 몸이 많이 피곤하거나 배가 많이 고플 때도 기분이 나쁘죠. 더럽거나 썩은 것을 봤을 때도 기분이 나쁩니다. 이렇게 많은 기분 나쁜 일들이 있는데, 그것이 과연 어떤 것들일까요?

 

살아가면서 지속적으로 손해를 보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간단해요. 제 명에 못 살아요. 피나 시체를 보면 연상되는 것이 바로 죽음이이에요. 그리고 당연히 아프면 죽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죠. 귀찮은 일은 대부분 해야 할 일들이에요. , 하기 싫지만 살아야 하니 해야 하는 일이에요. 안 하면 죽을 수도 있어요. 피곤하고 배가 고픈 것 역시도 죽음에 관련이 되요. 더럽고 썩은 것은 멀리해야 오래 살죠.

 

결국 아무튼 이 모든 것은 다 죽음과 관련이 됩니다.

 


정확히 말해서 사람들은 죽음에 가까워지는 상황에 놓일수록 그것을 기분이 나쁘다고 느낍니다. 그러니 귀신을 보면 기분이 나쁘죠. 그런데 죽음과 가까워진다고 느낄 때 과연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까요?

 

바로 '두려움' 이죠. , 사람들이 기분이 나쁘다는 것을 느낄 때 그것의 근원적 감정은 바로 두려움입니다. 그럼 이제 어느 정도 연결이 되시나요?

 

그래요. 사람들이 화를 낼 때, 그 안에는 반드시 두려움이 함께 존재합니다. 하지만 좀처럼 그것을 연결하기가 쉽지 않아요. 왜냐하면 두려움의 감정이 순식간에 다른 감정으로 변형되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즉, 두려움을 느끼는 순간, 그것에 대한 상황 판단이 이뤄진 후 바로 분노로 변합니다. 이 과정을 두려움이란 수동적인 감정에서 근거를 얻은 후, 분노라는 능동적 감정으로 바뀌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때 이 감정을 두려움 대신 기분이 나쁘다는 표현을 쓰는 것에는 흥미로운 이유가 있어요.

 

그것은 바로 두려움을 느꼈다는 말는 잘 용납이 되지 않는 감정이거든요. 왜냐고요? 그렇게 오랫동안 교육을 받아서 그래요.

 

세계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매우 잘못된 태도로 여겨집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이 두려움을 느낀 것을 매우 수치스럽게 여기죠. 이 세상에 겁쟁이란 말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어요. 반대로 용기와 대담함은 예로부터 존중 받아 왔습니다.

 

이것은 당연해요. 인류 역사에서 생존하려면 싸워서 이겨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결코 두려워하지 말고 용기 있게 싸워야 하거든요. 실제로 용기가 있든 없든 상관 없이요.

 

그래서 특히 남자들이 더욱 더 그래요그나마 여자들은 두려움을 있는 그대로 곧 잘 표현하는 편이죠. 그래서 같은 상황이라도 남자들은 기분이 나쁘다고 말하고, 여자들은 두렵다고 말합니다.

 

말이 좀 샜네요. 아무튼 이제 정리를 해 볼게요.

 

분노는 두려움, 즉 기분 나쁨으로 시작됩니다.

 

그리고 이때 그 기분 나쁨에 대한 정당성은 참으로 중요합니다. 만약 아무리 생각해도 없다면, 그 분노는 안으로 잦아들게 됩니다. , 표현을 못해요. 하지만 그것이 진짜로 있든 없든 상관없이 스스로 정당성이 있다고 느끼면 바로 분노로 연결이 됩니다

 

사실 이때 필요한 정당성은 반드시 다른 사람들의 지지를 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스스로 자기 합리화를 통해 납득이 되도 상관이 없습니다. 물론 보편적으로 지지를 받을 수 있다면 더 좋겠죠. 하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보편적 지지를 받지 못하는 분노는 결국 자기 손해로 이어집니다. 요즘 길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는 보복 운전 같은 경우가 바로 그런 예지요.

 

사람들은 생각보다 그 정당성을 쉽게 얻어 낼 수 있어요. 길을 가다가 죽은 쥐 시체를 보고 기분이 나쁠 때, 왜 다른 사람들은 저 쥐 시체를 치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어요. 자신은 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들은 왜 하지 않는가 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자신이 하지 못하는 것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고 믿고요.

 

이것은 제 삼자 입자에서 보면 웃기지만, 정도와 상황만 다를 뿐,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매일 하는 생각이에요. 하지만 스스로는 그 정당성에 대해서 꽤나 확신을 가지고 있죠. 그런데 그것을 따지고 들면 더 큰 화를 내요. 그러니 안 따져요. 그래서 싸움이 나는 것이에요. 거의 모든 싸움은 기분이 나빠진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서로 주장하는 정당성의 대결이 됩니다.

 

<인간에게 있어서 최고의 정당성은 바로 자신의 생명에서 나옵니다. 결코 객관적일 수 없죠. 그래서 국가간 전쟁이 그토록 격렬하고 잔인하며 심지어 살인 조차도 영웅적 행위로 합리화 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싸우면 자꾸 주변에 자기 이야기를 설명하려고 해요. 그래야 정당성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할 수 있으니까요. 물론 당연히 자기 유리한 대로 말하죠. 그래서 기분이 나쁜 일이 있으면 친구나 가족이 필요해요. 만나서 억울한 심정을 털어놔야 하거든요.

 

아무튼 두려움은 강도가 클수록 그리고 정당성이 강할수록 더욱 더 강한 분노로 이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누군가 크게 화를 냈다면, 그 사람이 그만큼 두려움을 크게 느꼈거나 혹은 확실한 정당성을 가지고 있다고 이해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이런 효과로 인해서 누군가 잘못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크게 화를 내면 주변 사람들은 혹시나 저 사람이 잘못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을 바꾸게 됩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을 이것을 잘 이용하죠.

 

방구 뀐 놈이 성내면, 주변 사람들은 그 사람은 방구를 끼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쉬는 시간, 2부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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