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고씨의 인문학개론

6강, 행복에 대한 세 가지 분류 - 2부

아이루다 2017. 1. 28. 19:23




[1부에서 이어서 계속]

 

이제 세 번째 판단적 행복 경험을 설명 드릴게요.

 


판단적 행복 경험은 좀 어렵고 생소하니 흔한 말로 바꿀게요. 그것은 바로 '가치' 의 행복입니다.

 

기본적으로 가치는 행복한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각자의 가치는 행복하게 느끼게 해주는 중요한 열쇠가 됩니다. 왜냐고요? 그 가치를 통해서 자신의 삶을 판단하거든요. 잘 살았다, 못 살았다, 이 정도면 괜찮게 살았다 등등이요.


그래서 이 행복은 의식적 행위에 해당됩니다. 학교에서 배운 것들, 책을 통해 얻어진 지식들, 살아 오면서 경험했던 많은 것들을 기반으로 해서 머리 속에서 생각해서 행복을 발생시키거든요. 그래서 이것은 엄밀히 말하면 착각의 행복입니다.


가치의 행복은 시대에 따라, 문화에 따라, 민족에 따라, 교육받은 환경에 따라 다르게 모두 다르게 정의됩니다. 당연하죠. 가치라는 것이 계속 바뀌니까요. 조선시대엔 부모에게 효도를 하고 아이를 많이 낳는 것이 최고의 가치였다면, 지금은 많이 달라졌죠.

 

이 행복의 단점은 가치를 얻는 과정이 힘들다는 점이에요. 그런데 힘들지 않으면 가치가 생겨나지 않아요. , 가치는 반드시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해요. 돈도 필요하긴 하지만, 돈만으로 가치를 만드는 것은 일반적으로 쉽지는 않아요.

 

인간에게 있어서 일반적으로 가장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일까요? 바로 아이죠. 그런데 이 세상에서 아이만큼 많은 시간과 많은 정성과 많은 돈이 드는 대상이 있나요?

 

그 덕분에 육아의 가치란 정말로 어마 어마 합니다. 대신 많이 힘들죠.

 

그러면 이 행복의 장점은 무엇일까요가치는 꾸준한 행복감을 느끼게 해줘요. 부모는 잘 자란 아이 모습만 봐도 흐뭇하며 그냥 행복해집니다. 평생 모은 수집품을 보는 사람들도 그렇죠. 그 수집품이 뭔가 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평생 노력한 흔적이잖아요.

 

가치는 얻기는 힘들지만, 일다 얻고 나면 참 많은 것을 선물해줘요. 자신의 삶에 대한 자부심, 다른 사람들의 인정, 꾸준한 행복감, 스스로 느낄 수 있는 만족감 등등이요.

 

그리고 가치를 추구할 때 삶의 목적 의식을 가질 수 있고 방향성을 정할 수도 있게 해줘요. 또한 사람들은 과정의 힘듦을 참아 낼 수 있는 의지력을 가질 수 있어요. 이것은 밥을 먹는 것과는 다릅니다. 밥을 먹는 과정은 당장 행복을 느껴요. 하지만 가치는 오랜 시간을 참아내야 그 결과의 행복을 얻을 수 있어요.

 

그래서 사람들은 밥을 잘 먹는 것을 가치라고 부르지는 않죠. 차라리 단식을 더 가치 있는 것이라고 느껴요.

 

가치 행복은 참 좋아 보이죠. 하지만 가치 행복은 아주 심각한 문제 몇 가지를 안고 있어요. 그것 중 하나가 바로 자신이 가치를 느꼈기에, 자신이 느낀 가치를 추구하지 않는 사람들이 한심해 보이는 현상입니다. 혹은 자신과 반대되는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을 보면 알 수 없는 적개심을 느끼죠.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 아이 없이 우아하게 사는 부부를 보면서 느끼는 것이나, 아이 없이 사는 부부가 아이와 함께 행복한 삶을 사는 가족을 보면 느끼는 것이죠.

 

어떤 편에 서면 반드시 반대편이 생깁니다. 이것이 세상의 원리에요. 그러니 특정한 가치의 편에 서면 반드시 반대편 가치와 대립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 세상은 이토록 갈등이 심해요. 매일같이 각자 추구하는 가치가 더 낫다고 싸우죠.

 

어떤 연예인이 더 낫다고 싸우고어떤 인물이 더 훌륭하다고 싸우고, 어떤 삶이 더 낫다고 싸우고, 어떤 취미가 더 좋은 것이라고 싸워요. 그리고 싸우지는 않아도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가 얼마나 좋은 것인지 홍보하는데 많은 시간을 써요. 여행을 해라, 책을 읽어라, 운동을 해라, 캠핑을 해라, 등산을 해라 등등 넘치죠.

 

그러지 말아야 해요. 가치는 오직 상대적으로만 의미가 있어야 해요. 그것이 맞고요.

 

, 지금까지 세 가지 행복 경험에 대해서 알아봤어요.

 

이 중에서 감정적 행복 경험이 가장 즉시적이고 반복적이면서 최고의 행복을 얻을 수 있어요. 당연하죠. 행복이 발생하는 원리 그 자체니까요. 하지만 이 행복은 반드시 불행을 기반으로 합니다. , 고통을 느끼고,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얻는 행복입니다. 그러니 언제나 좋은 것만은 아니죠.

 

그리고 부족함이라는 전제 조건이 필요해요. 그래서 불필요할 정도로 부족함을 찾아 다니게 됩니다. 그런데 정말로 부족하면 비참하다고 느끼는 아이러니도 있죠. 돈이 있는데 안 쓰는 것과 돈이 없어서 못 쓰는 것은 천지차이죠.

 

감성적 행복은 과거의 행복했던 경험을 기반으로 합니다. 그래서 반드시 경험과 기억이 필요하지만, 문득 그것을 되살려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평생 동안 가죠. 특별한 장소, 음식노래활동 등등이 그래요. 그래서 반복적이고 강한 행복을 경험할 수는 없지만, 은은한 행복을 맛보게 해줘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불행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 않아서 좋아요.

 

판단적 행복은 스스로 판단하는 가치의 행복입니다. 비록 그것을 얻기까지 많은 희생을 필요로 하지만, 일단 얻으면 평생 그것을 통해 행복을 맛볼 수 있죠. 하지만 큰 단점이 있죠. 그것이 바로 가치의 충돌이며, 과도한 가치 부여로 인해서 스스로 고립되어 버리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말아요.

 

, 그러면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요? 이 세 가지 행복의 장점만을 따오면 되겠죠?

 

일단 가능하면 많은 감정적 행복 경험을 하세요. 물론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죠. 아무튼 해야 해요. 그리고 그것을 경험할 때 너무 무의식적으로 하지 마세요많이 기억할 수록 감성의 행복이 생겨납니다.

 


사진을 찍거나, 글을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그러면 좀 더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재주가 있다면 그림을 그리거나 노래를 만들어도 되요. 사실 예술가들이 하는 일이 이것입니다. 자신이 느낀 감성을 자신이 잘하는 분야에서 소화해 내는 것이죠.

 

그리고 대중은 그 작품들을 통해 그 감성을 공유해요. 그러니 그냥 경험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죠.

 

그리고 자신만의 가치 하나쯤을 추구하세요. 그리고 힘들지만 노력하세요. 대신 절대로 거기에 절대적 가치를 부여해서는 안됩니다. 그 가치는 오직 자신에게만 해당되는 것이에요.

 

가치의 행복은 그저 안정적인 행복을 얻기 위한 수단일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없어요. 이 점을 명심하세요. 당신이 전 인류적인 업적을 남겼더라도 그것은 그저 당신이 행복하기 위해서 한 일일 뿐이에요. 그러니 근본적으로는 배가 고파서 밥을 먹는 것과 하나도 다른 점이 없습니다. 그 점을 명심하세요. 이것을 잊으면 당신의 삶은 금세 함정에 빠지고 맙니다.


사람은 나이를 먹을 수록 감정적 행복을 누릴 기회가 줄어듭니다. 당연하죠. 센서에 해당되는 감각 기관 자체가 무뎌지고 그리고 삶에서 무엇인가를 새롭게 접할 수 있는 기회도 현저하게 줄어듭니다. 몸이 느려지고 둔해지기에 어딘가를 돌아다니는 것도 힘듭니다.


몸이 기분 좋게 느껴지는 시간보다 아픈 시간이 더 많아지기에 당연한 결과입니다.


그로 인해서 감정적 행복은 당연히 줄어들고, 감성적 행복도 줄어듭니다. 그래서 남는 것은 판단의 행복입니다. 사람들이 나이를 먹을수록 고집스러워지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입니다. 자신이 평생 추구하던 가치에 더욱 더 집착을 하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이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한 살이라도 젊은 시절에 지금까지 억급하지 않은 네 번째 행복을 추구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내려놓음의 행복입니다. 비움의 행복이라고도 하죠. 이 행복에 대한 이야기는 이 강의 끝부분에서 따로 언급을 할 것입니다. 그때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죠.

 

이제 행복에 대해서 거의 대부분을 알아봤습니다. 이제부터는 조금 더 자세하게 들어가보도록 하죠. 바로 감정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