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고씨의 인문학개론

6강, 행복에 대한 세 가지 분류 - 1부

아이루다 2017. 1. 28. 19:23

 

오늘이 6강이네요. 강의가 점점 흥미로워지고 있죠? 저만 그런가요? ^^

 

지난 시간에 행복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그때 행복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 드렸어요. 하나는 심리적, 다른 하나는 과학적 방법이라고 했었죠? 당연히 기억 나시죠? 설마!!

 

지난 시간엔 심리적 접근을 통해 설명 드렸으니, 오늘은 과학적 접근을 통해 설명을 드릴게요.

 

저는 약속을 잘 지키는 고양이랍니다.

 

도대체 어떤 설명을 하려고 하길래 '과학적' 이란 말까지 쓰는지 궁금하실지도 모르겠네요. 사실 과학적인 말은 좀 잘못된 표현입니다. 딱히 쓸 말이 없어서 과학적이란 표현을 썼는데, 아무튼 분석적이나 학문적이란 의미랑 비슷합니다. 대충 알아들으세요.

 

행복에 대해서 과학적 접근을 하려면 일단 분류가 필요합니다. 원래 과학이 좀 그렇잖아요. 분류하고 분석해서 이해하는 과정을 밟죠.

 

, 그럼 행복은 어떻게 분류가 될까요? 행복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가 됩니다.

 

첫 번째는 감정적 경험입니다.

두 번째는 감성적 경험입니다.

세 번째는 판단적 경험입니다.

 

감정, 감성, 판단 이 세 가지가 나왔네요. 그럼 도대체 저는 무엇을 근거로 이렇게 분류를 했을까요?

 

그것은 바로 얼마나 본능적이냐 에서 얼마나 의식적이냐를 기준으로 나눈 것입니다. , 감정적 경험은 가장 본능적이고 판단적 경험은 가장 의식적입니다.

 

이 세 개의 분류를 통해 각각의 다른 종류의 행복이 발생하는데, 이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게 되면 자신이 경험하고 있는 행복에 대해서 좀 더 깊은 공감을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 각각의 행복이 자로 재듯 나눠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어느 정도는 공감이 되실 것이에요.

 

, 첫 번째부터 보시죠. 감정적 행복 경험 말입니다.

 


이 단계의 행복은 일단 오감을 통해 일어납니다. 흔히 시각, 촉각, 미각, 후각, 청각 이라고 하죠.

 

이 분류를 좀 더 세분화 하면 바로 감각 기관과 감정 판단으로 분리됩니다. , 감각적 행복과 감정적 행복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 둘은 너무 찰떡같이 붙어있어서 분리해서 설명하기란 불가능합니다

 

그래도 감각과 감정을 분리해서 보긴 해야 합니다. 감각은 센서이며 감정은 판독기입니다. 둘은 서로를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죠. 감지가 안 되는 것은 판독이 불가능하고, 판독이 안 되는 감지는 불필요하죠.

 

사람뿐만이 아니라 모든 생명체는 감각 기관을 통해 외부 정보를 받아들입니다. 눈과 코와 입과 귀와 피부를 통해서 받아들이죠. 이것들이 센서입니다. 그리고 판독은 바로 뇌에서 일어납니다.

 

생명체는 왜 이런 일을 할까요? 답이 어렵지 않아요. 그것은 바로 생존하기 위해서입니다. 살려면 외부 정보를 부지런히 감지하고 판독해야 해요. 그래야 위험 여부도 알고, 어떻게 먹을 것을 구할지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생존을 위한 조건들이에요.

 

감정은 기본적으로 생존 활동입니다. 사람들이 어두운 곳에서 두려움을 느끼고, 배가 고프면 고통스럽고, 잠을 못 자면 몸이 너무 힘이 들어요.

 

사람들에게는 매일 살아가야 하기에 자연스럽게 다양한 감정이 생겨납니다. 그리고 발생한 감정에 대해서 각자만의 대처를 합니다. 고통이 생기면 그것을 없애려고 하고, 두려움이 생기면 이유를 알고자 해요. 너무 피곤하면 쉬어야 한다고 느끼고, 멋지고 예쁜 이성을 보면 심장이 마구 뛰어요.

 

감정은 나쁜 것만 있는 것이 아니죠. 좋은 것도 많죠.

 

왜냐고요? 이걸 왜냐고 묻는 것도 웃기지만, 이유가 있어요. 바로 더욱 더 열심히 노력하게 만들기 위한 보상이죠. 인간은 나쁜 감정을 해결했을 때 반드시 그에 합당하는 좋은 감정을 보상 받아요.

 

고통을 없애면 편안함을, 두려움을 없애면 평화로움을, 잠을 푹 자면 상쾌한 기분을, 멋지고 예쁜 이성과 사귀게 되면 큰 기쁨을 느낄 수 있어요.

 

이것이 바로 인간의 무의식이 생존을 위해 하고 있는 최고의 전략입니다. 어떤 종류의 부족함을 느끼게 하고는 그것을 충족시키면 그에 합당한 만족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죠.

 

아주 다양하고 복잡하지만 원리는 단순해요. 생존을 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죠. 그리고 사람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서 행복을 맛봅니다.

 

이것은 생존의 과정이기 때문에 딱히 그 부족함을 스스로 만들 필요가 없어요. 매일 시간이 되면 자연스럽게 배가 고프고, 밤이 되면 졸려요. 멋지고 예쁜 이성을 보면 억제하고 싶어도 심장이 막 뛰어요.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만족시키냐 일뿐, 부족함은 늘 발생한답니다. 그래서 가장 얻기 쉬운 행복이고, 가장 반복적으로 경험해도 지루하지 않는 행복입니다. 어떻게 생존이 지루할 수 있나요?

 

물론 너무 안전한 곳에서 오래 지내게 되면 생존에 대한 감각이 아주 둔해져서 지루해 질 수 있어요. 삶이 권태로워지고 우울해지는 것이죠. 그러니 너무 안전한 곳에 오래 있지는 마세요.

 

그리고 참고적으로 인간이 오감을 통해 행복을 경험할 때 가장 중요한 감각은 바로 촉각이에요. 외부의 정보를 받아들이는데 있어서는 시각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긴 하지만, 행복에 가장 많이 관련된 감각이 바로 촉각이에요.

 

먹을 때는 후각, 미각, 촉각 세 가지가 주로 쓰입니다. 여기에서 촉각을 식감이라고 하죠. 그리고 식감은 꽤나 중요합니다.

 

자고 나면 몸이 상쾌해요. 온 몸에 피로가 풀리니까요. 이 역시 촉감입니다. 섹스를 할 때는 오르가슴을 느끼는 것도 결국 피부를 통해 일어나죠. 역시 촉감입니다. 따뜻한 물에 잠겨 있을 때도 그렇죠.

 

그래서 촉감이 꽤나 많이 중요합니다. 그러니 촉감이 민감한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가능성이 높아요. 가능하다면 몸을 최대한 민감하게 유지하세요. 깨끗하게 하고, 운동도 자주 하세요. 그것이 바로 행복의 지름길입니다.

 

이제 두 번째는 감성적 행복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게요.

 


흔히 사람들이 감정과 감성은 많이 헷갈리는데, 감정은 무의식적 작용이라면 감성은 의식과 무의식의 중간단계쯤 되요. 그리고 감성은 반드시 개인적 경험과 기억을 기반으로 해요. , 경험이나 기억이 부족하면 무엇인가를 감성적으로 느끼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감정은 외부의 정보를 받아들인 후 그것에 대한 적절한 생존 전략으로써 반응하는 것이지만, 감성은 외부로부터 유입된 정보를 이미 저장되어 있는 기억을 통해 재해석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간접 경험하죠.

 

예를 들어서 추운 겨울 바다에 가서 그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면 당장 촉감을 판단한 무의식은 난리를 치죠. 자신도 모르게 닭살이 돋고 몸이 떨려요. 그리고 무엇보다 기분이 나빠집니다. 인간의 무의식은 지금 당장 따뜻한 곳으로 가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경고를 보내요. 계속 그렇게 있으면 얼어 죽는다고요.

 

하지만 감성은 다르죠. 감성은 과거에 누군가와 왔던 겨울 바다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 냅니다. 그리고 그 기억을 회상함으로써 당시에 느꼈던 감정적 기억을 되살려내요. 그래서 잠시 동안은 그 추운 해변가에서 버티고 있을 수 있도록 합니다

 

하지만 결국 감정이 이기죠. 그래서 사람들은 따뜻한 차 한잔을 할 수 있는 카페를 찾게 되요. 그러면 또 거기에서도 감성이 생겨나요. 행복을 경험하는 모든 종류의 기억은 감성이 될 수 있는 대상이 됩니다.

 

감성의 행복은 과거에 느낀 행복했던 감정을 다시 끄집어 내는 것이에요. 마치 사진을 보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 과거를 끄집어 낼 수 있는 계기만 있다면 그것을 통해 사람들은 순식간에 시간 여행을 해요.

 

사람마다 얼마나 감성적인지 여부는 많이 다릅니다그것은 바로 사람들이 행복을 경험 할 때 대부분 무의식적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그 행복한 감정을 얼마나 잘 기억하는 여부에 따라 아주 많이 달라집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1년 전 오늘 무엇을 느끼고 행복했는지 기억을 못합니다. 하지만 살아오면서 겪었던 아주 큰 감정적 경험은 꽤나 잘 기억해요. , 강렬할 기억일수록 기억 속에 오래 남죠. 더해서 사람마다 그 감정을 기억하는 능력 자체도 크게 차이가 나요. 원래 기억은 정보 기억과 감정 기억으로 나뉠 수 있는데, 정보 기억이 뛰어난 사람을 IQ가 높다고 하고, 감정 기억이 뛰어난 사람을 EQ가 높죠.

 

EQ가 높은 사람은 다양한 감정의 기억을 많이 남기게 되므로 당연히 감성적인 삶을 살게 됩니다. 더해서 공감 능력도 발달해요. 공감 자체가 자신의 감정 경험을 기반으로 상대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니까 당연하죠.

 

보통 사람들에겐 행복은 그저 순간적이고 일시적인 무의식적 경험이에요.  그래서 거의 기억에 남지 않아요. 그러다 보니 감성적인 면이 발달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에요. 하지만 특별한 사람들은 참 다양하고 소소한 것까지도 모두 의식적으로 기억합니다. 그러니 감성이 풍부하죠.

 

그리고 당연하게도 아이들은 감정적이긴 하지만 결코 감성적이지는 못해요. 행복 경험을 위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이죠.

 

설령 성인이라고 해도 사람에 따라서 감성적으로 느끼는 영역 자체가 많이 다릅니다살아 오면서 어떤 경험을 쌓았고 어떤 것들을 기억하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죠.

 

모닥불을 보면 누군가는 맛난 삽겹살을 떠올리고, 누군가는 떠나간 연인이나 혹은 불이 주는 알 수 없는 감성에 빠져 들어요.

 

이것이 바로 각자의 감성이에요. 누군가는 삽겹살, 누군가는 헤어진 연인이죠. 그런데 사람들은 보통 삽겹살을 떠올리는 사람을 보면서 너무 메말랐다고 말하기도 해요. 정말로 그럴까요? 아니죠. 그냥 각자의 기억이에요. 만약 그 사람이 어린 시절에 아빠가 정성껏 구워주던 그 삽겹살의 맛이 생각났다고 하면 뭐라고 할래요?

 

어린 시절에 먹었던 음식, 오랫동안 살았던 집, 색이 바래진 사진, 정말로 행복했던 한때 들었던 노래, 노랗고 빨갛게 물든 단풍밤 하늘을 반짝이는 별, 탁탁 소리를 내는 모닥불 등이 사람들의 감성을 촉촉히 적셔주죠.

  

감성을 느끼는데 필요한 경험이나 기억이 반드시 직접적일 필요는 없습니다. 영화, 책, 드라마를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한 기억들도 감성의 대상이 될 수 있죠.

 

그리고 이런 감성은 어떤 경우엔 실제로 경험한 기억에 비해서 훨씬 더 강렬한 경우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영화나, 책, 드라마 등에서 연출된 내용은 사람들이 현실 속에서 경험할 수 있는 한계를 훌쩍 넘어 서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그 안에 나온 장면들에 대해 특별한 자신만의 환상을 가질 수 도 있습니다.

 

더해서 사람들의 무의식 속에는 아주 오래 전부터 새겨진 본능적인 감성이 있습니다. 마치 DNA에 새겨진 것처럼 존재하죠. 따뜻한 모닥불은, 그것에 관한 그 어떤 경험이나 기억이 없어도 그것을 보는 순간 자연스러운 감성이 생겨납니다.

 

[쉬는 시간, 2부로 넘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