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고씨의 인문학개론

5강, 행복에 대한 이해 - 1부

아이루다 2017. 1. 27. 05:20

 

 

지난 네 차례 강의를 통해서 '나는 누구인가' 에 대한 나름대로 의미 있는 접근을 해 봤습니다. 뭐 전혀 공감 가지 않는 분들도 있겠고, 혹은 마음 한 구석에 약간이라도 미묘한 변화가 일어나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이 강의까지 여기까지 듣고 있다면 나름대로 관심이 생겼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어요!! 아시다시피 저는 고양이랍니다. 고양이는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동물이에요. 그러니 그렇다고 해주세요.

 

, 급 정색하고 그럼 오늘 이 시간엔 예고한 대로 행복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죠.

 

과연 행복은 뭘까요?

 

조금 뜬금없는 질문이지만, 잠시 동안 시간을 가지고 과연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도록 해요아마도 각자마다 머리 속에 떠오르는 것들이 있을 것입니다.

 

어떤 분은 멋진 곳으로의 여행을, 어떤 분은 연인과의 데이트를, 어떤 분은 맛난 음식을, 어떤 분은 꿀맛 같은 잠을, 어떤 분은 재미난 영화를, 어떤 분은 기분 좋은 운동을, 어떤 분은 멋진 사진을, 어떤 분은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을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것들은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이 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좀 엄밀히 말하면이것들은 행복이 무엇인가에 대한 답이 아니라 행복의 종류라고 할 수 있죠. , 어떻게 행복할 것인가에 대한 각자만의 답입니다.

 

저는 처음에 자신의 삶에 대해서 던져야 할 질문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가 아니라 '나는 누구인가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었습니다.

 

그리고 행복에 관해서도 마찬가지 입장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행복할 것인가를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과연 행복은 무엇인가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의 정체를 알아야 하듯, 행복의 정체를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지금과는 다른 접근을 해 볼 수 있어요. 지금까지 행복 하려고 참 많이 시도했지만, 참 많이 실패도 했잖아요이제는 뭔가 근본적인 원인을 바라 볼 시간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근본적 원인을 파악하지 않고 방법론만 찾아 다닙니다. 당장 '어떻게' 하면 행복할 것 인지만 찾습니다. 이해는 갑니다빨리 행복을 느끼고 싶어서 그렇죠. 그러다가 우연히 얻어 걸린 것들을 행복 하려면 해야 하는 것이라도 믿습니다.

 

그런 것들엔 여행, 결혼, 육아운동, 낚시, 사진, 영화, 드라마독서, 글쓰기, 공연 관람, 쇼핑, 음식, 등등이 있죠. 물론 이런 것들을 할 때 행복하긴 하죠.

 

하지만 자신이 그것들을 정말로 바라던 행복일까요아니면 딱히 다른 하고 싶은 일이 없어서 그럴까요?

 


당연하게 바라던 것 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생각보다 이것을 제대로 판단하기 무척 어렵습니다. 어떻게 보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 중 하나에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행복을 찾는 것 말이죠. 그럼에도 우리는 여유가 없습니다. 그것을 찾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아요.

 

그렇다면 이것을 어떻게 제대로 판단할 수 있을까요?

 

바로 가장 밑단부터 살펴봐야 해요. 어려운 일을 해내기 위해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죠. 그러니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행복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그것이 도대체 무엇인지를 알아야 뭔가 해결책을 찾을 수 있겠죠.

 

, 다시 묻습니다. 행복이란 뭘까요?

 

사실 행복의 정체를 알아내는 과정에는 크게 두 가지 방식의 접근이 이뤄져야 합니다. 그리고 이 두개의 접근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모두 각각 접근해서 알아봐야 하는 것이죠. 그래야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의 완성이 이뤄집니다.

 

첫 번째는 '사람은 왜 행복을 느끼게 되었을까' 에 대한 것입니다그리고 두 번째는 '도대체 행복은 어떻게 발생하는가' 에 대한 것입니다.

 

전자는 과학적인 입장의 접근이고, 후자는 심리적인 입장의 접근이죠.

 

오늘 강의는 먼저 좀 더 쉬운 심리적 접근인, 행복의 발생 과정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과학적인 접근은 다음 강연에서 하도록 할게요.

 

행복은 사실 좀 추상적인 개념이에요. 그래서 조금 더 구체적인 개념으로 바꿔서 생각해보는 것이 이해를 위한 도움이 될 것 같네요. 그러면 지금 본인이 생각하는 행복과 가장 비슷한 단어를 하나만 생각해보세요.

 

생각났으면 '' 드세요.

 

, 빨리 들어 보세요. , 여러 가지 답변들이 있겠지만, 저는 그것이 바로 '만족' 이라고 생각합니다. , 행복은 일종의 만족스러움이라고도 할 수 있죠. 만족스러움이라고 하면 행복보다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해가 되죠.

 

그렇다면 만족스러움은 어떻게 발생할까요?

 

가장 먼저 만족의 대상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만족의 대상으로 삼을까요? 바로 자신이 원하는 것입니다. 원하는 것을 다른 말로 쉽게 하면 바로 '욕망'이 되죠. , 다른 말로 소망, 희망, 야망도 있지만, 그것은 단지 정도의 차이일 뿐입니다.

 

이렇게 만족이 이뤄지는 과정을 보면 행복이 어떻게 발생하는지가 한 눈에 들어오게 되죠.

 

사람들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자신이 '원하는 것', 즉 욕망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나면 자신이 가진 자원들, 즉 시간, , 노력 등등을 써서 그것을 얻습니다. 그리고 원하는 것을 이루는 순간 행복을 경험하게 되요.

 

, 그럼 행복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조건이 뭘까요? 답은 아주 쉽죠.

 

그것은 바로 욕망입니다. 그러면 욕망이 도대체 무엇인지를 알게 되면 행복에 대해서 좀 더 잘 알 수 있게 되겠죠? 그것이 바로 모든 것의 시작이니까요.

 

저 같은 고양이에게 생선은 욕망이 될 수 있어요. 왜냐고요? 생선은 맛있으니까요. 냠냠저는 생선을 먹으면 행복해져요. 그런데 왜 고양이는 생선을 좋아할까요? 단지 맛있어서요? 아니죠. 배가 너무 부르면 생선을 먹고 싶은 생각이 없답니다.

 

그래요 배가 고파서 그래요. 배고프면 고통이 밀려와요. 그리고 먹으면 고통이 사라져요.

 

이것이 바로 욕망의 근원입니다.  고통이죠. 하지만 보통 그 고통은 '부족함' 이라고 해요. 고통은 너무 심각해 보이잖아요.

 

사람들은 항상 풍족함을 원하지만, 사실 행복할 수 있는 기회는 바로 부족함으로부터 와요. 음식이 가장 먹고 싶을 때는 배가 가장 고픈 상태에요. 이미 배터지게 먹고 난 후에는 음식을 보면 토가 나올지도 몰라요.

 

아이러니 하죠. 행복은 부족함으로부터 오는데, 사람들은 늘 풍족함을 원해요.

 

그렇다면 도대체 각자의 부족함은 어떻게 판단되는 것일까요?

 

고양이인 내가, 인간인 당신이 뭔가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은 과연 무엇을 근거로 하는 것일까요?

 

이 질문의 답이 참으로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최대한의 정답을 낼 때, 우리는 자신이 추구하는 행복의 거의 모든 문제점을 파악해 낼 수 있어요. 그래서 이 시점에서 최대한 날카로운 판단이 필요합니다.

 

정상적인 부족함은 자신이 느낀 욕망의 '필수성' 혹은 '필요성' 에 대한 객관적이고 합리적 판단을 근거로 합니다. 이 설명을 절대로 대충 넘겨서는 안됩니다만약 이것을 제대로 판단해 내지 못할 경우, 이미 어느 정도 만족스러움에도 불구하고 불필요하게 괜한 부족함을 느끼면서 살아갈 수도 있어요.

 

마치 죽을 때까지도 다 쓰지 못할 돈을 모으고 죽은 어느 구두쇠의 삶처럼 말이죠. 그래서 어떤 부족함이 정말로 자신에게 부족한 것인지에 대한 깊은 통찰력이 필요해요. 다각도로 살펴야 해요.

 

그렇다면 자신이 어떤 부족함을 느꼈을 때, 과연 그것이 정말로 부족한 것인가를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요?

 

정말로 어려운 일입니다만, 그것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지금까지 쭉 강조해 왔던 '나는 누구인가' 에 대한 자신만의 해답입니다.

 

이것은 당연합니다. 나를 알아야 내가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죠. 욕망의 주체가 바로 자신이기 때문에, 자신에 대해서 최대한 많이 알아야 자신이 느낀 욕망의 필요성에 대한 제대로 된 판단이 가능다는 뜻이에요. 욕망을 느낀 주체인 자신을 모르면, 그것이 자신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인지 아닌지를 제대로 파악하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만약 사람이 혼자 살 경우라면 이런 혼란스러움은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모든 욕망은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만족된 후 사라져요.

 

진짜 문제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기 때문에 발생해요. 왜냐하면 사람들은 남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면 똑같이 따라 하고 싶거든요. 그리고 설령 본인은 가만히 있으려고 해도 자꾸 주변에서 권해요. 해보라고 말이에요. 그것 하면 행복하다고 말이죠.

 

원리적으로 부족함의 원인은 본인으로부터 발생해야 하는데, 남들의 조언이나 혹은 우연히 얻어 들은 정보를 통해 발생하는 상황이 벌어지죠. 그러니 사실은 필요도 없는 욕망이 생겨날 여지는 충분합니다.

 

이것을 저는 '행복 욕망' 이라고 불러요. 말 그대로, 행복하고 싶은 욕망.

 

앞에서 행복이 욕망을 충족시키면서 발생한다고 했는데, 그 행복 자체가 욕망의 대상이 되어 버리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요?

 

행복하고 싶어서 행복하고자 하는 욕망을 채우려고 노력하는 것이 되요. 이것은 어린왕자에 나왔던 주정뱅이의 이야기와 비슷해요.

 

술을 마신다는 사실이 부끄러워서 매일 밤 그것을 잊고자 술을 마시는 주정뱅이의 변명 말이에요.

 

그냥 들으면 바보같아 보이죠? 아니에요. 사람들이 매일 하는 일이 바로 그것이에요. 너무도 행복하고 싶어서 행복 자체를 욕망화 시켜놨어요. 이것은 어떤 문제를 일으킬까요?

 

원래 욕망은 채워지면 행복을 느끼지만, 채워지지 못할 경우 아주 나쁜 존재가 찾아와요. 그것은 바로 '불행'이죠. 사실 욕망을 매우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 이유가 바로 불행 때문이에요.

 

그러면 행복을 욕망했지만 행복해지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불행해져요.

 

그저 행복하지 않은 것뿐이었는데, 그것이 불행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죠. 이것이 요즘 현대인들이 불행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저 행복하지 않은 것 뿐인데,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껴요. 행복하고 싶은 욕망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요. 요즘 세상이 그래요. 아주 잠깐의 틈조차도 그냥 보내려고 하지 않아요. 그것이 무엇이든 뭔가를 하고 있어야 불안하지 않아요.


[잠깐, 쉬는 시간입니다. 2부로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