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집착의 양면성

아이루다 2017. 1. 14. 07:18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봤던 일본 애니메이션이 한 편 있다. 사실 '봤다'라고 표현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도 완결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보고 있다' 라고 표현해야 옳을 것이다.

 

그 애니메이션의 제목은 '원피스' 이다. 해적왕이 되고자 하는 한 소년과 그의 동료들이 겪는 모험을 다룬 이야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사람마다 호불호가 있을 터이니 이 애니메이션이 재미있는지 여부는 차지하고, 여기에 나오는 주인공과 그의 동료들이 가진 특징을 한번 살펴보자.

 

선장인 루피는 해적왕이 되기 위해서 목숨까지 바칠 각오가 되어 있다. 그리고 그는 먹을 것, 마음에 드는 이를 동료로 삼는 것 그리고 새로운 모험에 끝없이 집착한다.

 

루피가 이끄는 밀집모자 해적단에 루피 다음으로 중요 전력이 되는 조로는 검을 주로 사용하는데, 검술로 벌이는 승부와 술에 끝없이 집착한다.

 

요리사 역할을 맡고 있는 샹디는 여자에 심하게 집착하는데, 아름다운 여성만 보면 자신의 목숨까지 내줄 태세이다. 그는 다수의 미녀를 보고 난 후 코피가 심하게 나서 죽을 위기를 겪기도 했다.

 

항해사이자 여성인 나미는 끝없이 돈에 집착한다. 원래 별명이 도둑 고양이였을 정도로 도둑질도 잘한다. 돈은 그녀를 움직이게 하는 거의 유일한 힘이다.

 

또 다른 여성인 로빈은 역사 연구에 집착한다. 그녀는 과거에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는데, 그 역시도 역사와 관련된 일이었다.

 

인간 열매를 먹고 인간이 된 순록 쵸파는 의술에 집착한다.

 

특별한 특징이 없는 우숍은 딱히 집착하는 것이 보이지 않는다. 기계인간인 프랑키도 비슷하다. 죽었다가 되살아난 부룩도 비슷한데 여자 팬티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까지 보면 메인 캐릭터일수록 그 집착의 대상과 집착의 강도가 훨씬 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집착이 전체적인 스토리를 완성시켜 나가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개연성을 만들어 준다. 즉, 그 집착이 도대체 왜 그런 집착이 생겼고 또 왜 그래야 하는지 논리적이지는 않아도 그들이 어딘가를 갈 때나 무엇을 할지 결정할 때 중대한 이유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것은 나름대로 재미도 있고 그들의 순수함을 느끼게 해주는 면도 있다. 돈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돈 자체를 원하는 모습이나 누군가를 도울 때 오직 먹을 것을 준다는 이유로 돕는 등의 행동을 보여주게 해주기 때문이다. 집착은 계산되지 않는 의도와 행동을 위한 아주 좋은 대체 역할을 한다.

 

이것은 비단 원피스뿐만이 아니다. 많은 극중에서 누군가의 집착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거나 혹은 도대체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중요한 수단으로 이용되어 왔다. 그리고 주인공의 순수성이나 혹은 악당이 왜 나쁜 짓을 하는지를 설명해주는 역할을 담당했다.

 

또 다른 관점에서 보면, 불교에서는 인간이 가진 가장 근원적 문제를 바로 집착으로 꼽는다. 불교는 집착으로 인해 욕망이 일어나고 그로 인해서 사람들은 끝없이 고통을 받는다고 설명한다. 그러니 삶을 변화시키고 그 근원적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서 반드시 모든 종류의 집착을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식으로 집착은 서로 다른 양면을 가지고 있다.

 

집착은 기본적으로 사람을 움직이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동기로 작동한다. 그래서 결국 뭔가 이루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게 만드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그래서 아주 대단한 수준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이들의 상당수는 매우 집착이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아이폰을 만든 이제는 세상에 없는 스티븐 잡스나 수 많은 명작 영화를 만들어 낸 제임스 카메룬 같은 감독들은 자신만의 특유한 집착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사실 그들의 집착은 일종의 편집증으로 설명되기도 한다.

 

인간 세상을 '성공' 이라는 기준으로 보았을 때, 가장 필요한 능력은 뛰어난 두뇌, 관계 능력, 미래 예측력, 남다른 상상력 등등을 꼽을 수 있지만, 그런 능력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집착이다. 다른 말로 열정이다.

 

결론적으로 보면, 무엇인가를 이뤄내는 사람은 결코 중간에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것을 좋은 말로 꿈을 향해 나가는 힘이나 열정 등으로 포장하지만, 사실 그것이 성공했기에 열정이라고 표현하는 것뿐이다. 만약 그것이 실패하면 집착이다.

 

인간이 성공을 위해서 사는 것이 옳으냐 그렇지 않느냐 여부는 일단 한쪽에 미뤄두고, 집착이 있어야만 결국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은 알 수 있다. 성공의 가장 중요한 열쇠는 바로 열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집착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할까?

 

집착은 성공만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다. 집착은 많은 행복도 가져다 준다. 얻기 쉬운 대상에 대한 집착이 바로 그런 것이다. 먹을 것에 대한 집착이 강해서 먹을 것만 먹으면 큰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아주 쉽게 행복을 얻을 수 있다.

 

영화에 집착하거나, 소설에 집착하거나, 여행에 집착하거나, 게임에 집착하거나, 요리에 집착하거나, 사진에 집착하거나, 운동에 집착하거나, 관계에 집착하는 것 모두 당사자를 행복하게 해주는 역할을 해줄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왜 집착을 그리도 경계할까? 왜 불교에서는 집착이 모든 문제의 시작점이라고 말할까?

 

이것은 집착에 대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상식에 대한 부분이다.

 

사실 집착이 가진 문제는 집착 자체가 아니다. 그리고 당사자의 문제도 아니다. 사실 개인적인 입장에서 보면 아무런 집착도 없는 사람보다 어떤 집착을 하나라도 가지고 있는 사람의 삶이 훨씬 더 풍요로울 수 있다. 더해서 행복할 가능성도 높다.

 

집착이 가진 가장 진짜 문제는 바로 그 집착으로 인해 벌어지는 주변 사람들의 피해이다. 즉, 자신이 그것을 너무도 좋아해서 그것만 하려고 하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 큰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나 가족의 경우엔 그것은 매우 심각해진다.

 

가족은 삶을 함께 살아가야 하는 관계이다. 그런데 거기에 속해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만 하려고 하면 당연히 다른 가족들에게 큰 피해를 끼치게 된다. 이것이 문제다.

 

조직에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퇴근 시간이 되어서 다들 퇴근 하려고 하는데, 자신의 집착으로 인해 사람들을 잡아두고 일을 시킨다. 자신은 그것이 너무도 중요하니까 그렇다. 밤이고 쉬는 날이고 일이 막히기만 하면 바로 연락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을 극도의 스트레스 하에 놓이게 만든다.

 

관계에 대한 집착은 더욱 더 직접적이다. 연인끼리 혹은 친구끼리도 한쪽에서 그 관계에 대해 너무 심한 집착을 보이게 되면 반대쪽 사람은 그 관계를 그만두고 싶어하게 된다. 행복하지 않고 피곤하니까 그렇다.

 

이런 식으로 집착은 당사자가 아닌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 큰 문제를 끼친다. 이것은 결국 집착 당사자의 삶을 파괴하는 역할로 되돌아 온다. 또한 더해서 그 집착의 대상을 쉽게 얻을 수 없는 경우 당사자의 삶을 매우 피곤하게 하고 심각한 경우 범죄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여기까지 이해를 했다면 이제 집착을 바라보고 더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한 어느 정도 답이 나온다.

 

기본적으로 집착은 행복한 삶을 위해서 좋은 역할을 한다. 루피에게 있어서 고기는 삶의 커다란 활력소가 된다. 그러니 너무 심한 집착이 아니라면 무엇이든 하나쯤은 자신만의 집착을 가지는 편이 좋을 것이다.

 

단지 반드시 조심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그 집착 대상을 온전히 혼자서 만족할 수 있느냐의 여부이다. 그것이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나 혹은 희생을 필요로 한다면 그때부터는 문제가 생겨난다.

 

여행에 집착을 하는 사람은 혼자 힘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이 번 돈으로, 자신이 세운 계획으로, 혼자만이라도 떠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자꾸 누군가와 함께 가자고 하거나 돈이 부족해서 빌리거나 하는 순간, 그 사람이 가진 집착은 나쁜 쪽으로 작동하게 된다.

 

그 집착의 종류가 무엇이든 간에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그리고 또 하나 주의가 필요하다. 그 집착이 생긴 원인에 대한 부분이다.

 

이것은 정말로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하는데, 특히나 사람에 대한 집착 부분에서 정말로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사람에 대한 집착은 사실 어린 시절에 겪은 좋지 않은 경험 등으로 인해서 생겨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즉, 사람에 대한 집착은 대부분 시작부터 왜곡되어 있어서, 정말로 그것이 집착인지 여부를 알 수 없다. 실제로는 거의 대부분 왜곡된 자기 방어 본능이나 혹은 사람들에 대한 신뢰가 지극히 낮아서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모든 종류의 집착도 마찬가지다. 어릴 때 몸이 약했던 기억으로 인해 어른이 된 후 운동에 집착하는 모습이다, 어린 시절에 못 먹고 자란 기억으로 인해 음식에 유난히 집착하는 모습도 같은 형태의 집착이다.

 

어떤 종류의 집착이 생겨난 원인을 스스로 분석함으로써 불필요한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긴 하다. 하지만 쉽지 않다. 그러니 집착을 잘 다루는 것이 더 현실적인 해결책이다. 물론 스스로 각성하고 깨어날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말이다.

 

혼자서라면 마음껏 운동을 하고, 혼자서라면 마음껏 먹어도 된다.

 

주의할 것은 이미 설명했듯이 다른 이들과 함께 할 때이다. 다른 이들과 함께 할때 보이는 집착은 그 집착이 가진 단점을 확실하게 드러내게 한다. 그리고 이때 집착은 매우 나쁘게 작용하면서 당사자를 불행하게 만든다.

 

불교에서 말하는 것처럼 모든 집착을 버릴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그것이 불가능하다. 그러니 가지고 있는 집착을 조금 현명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

 

집착은 잘 다루면 큰 행복을 가져다 준다. 하지만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큰 불행의 원인이 된다.

 

그리고 그것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점은 바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안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혼자 하면 열정이고, 주변에 강요하면 집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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