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의리형 인간, 현재형 인간

아이루다 2016. 12. 9. 13:11

 

사람들의 성격은 워낙 다양하고 쉽게 파악할 수가 없다. 그래서 그것을 어떤 명시적이고 검증된 방법으로 구분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 가지 근본적인 궁금증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인간의 성격은 애초에 왜 그렇게 다양하게 구성되는 것일까에 대한 것이다.

 

사실 우리는 이것에 대해서 정확히 잘 모른다. 단지 자연은 다양성을 선호한다는 것과 다양할수록 멸종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통해서 성격 역시도 그런 관점에서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그래도 그것에 관해서 뭔가 근원적인 원인이 있지 않을까? 물론 여기에서 근원적 원인은 결코 의도적인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그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이루어지는 자연적인 선택이나 적응의 과정을 뜻한다.

 

이것을 알아보기 위해서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동작 원리를 생각해 봐야 한다. 도대체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가장 근본적인 원리는 무엇일까?

 

이 질문의 답은 오랫동안 연구되어 왔지만 사실은 정말로 쉽다. 우리가 이것을 그리 오래 찾아 헤맨 이유는, 우리는 동물과 다른 어떤 존재였어야 했기 때문이다. 우리를 동물과 전혀 다른 존재로 가정하는 순간 수천 년에 걸친 논쟁이 다시 시작되며 또한 결코 해결할 수 없는 질문들이 이어진다.

 

하지만 우리 인간을 지능이 뛰어난 동물로 가정하면 답은 아주 쉽게 내려진다.

 

우리는 다른 모든 생명체처럼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 살아간다. 이때 이득이란 말은 단지 돈을 버는 것과 같은 것만으로 해석을 하기 때문에 수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정확히 말해서 그 어떤 종류의 정신적인 만족도 이득이다.


즉, 내 돈을 써서 남을 돕는 것도 이득이라는 뜻이다. 이득이란 단어로 인해서 거부감이 든다면, 이 단어를 행복으로 바꾸면 된다. 우리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살아간다.

 

행복은 이미 인간의 유일무이한 목표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사실 행복도 가장 근원적 목표는 아니다. 우리의 진정한 동작 원리는 바로 생존이다. 생존을 기반으로 해서 이득을 추구하고 그것이 만족되었을 때 행복을 느낀다. 인간은 복잡하지만 이렇게나 단순한 존재이기도 하다.

 

그런데 여기에서 남을 돕는 것이라든가, 자식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 놓는 부모들의 모습을 자꾸 인간의 고유한 어떤 가치로 평가하고 있으니 뭔가 설명이 복잡해지고 서로 꼬인다. 이타적인 행위들은 물론 좋은 가치를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행복과 무관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행복하기 때문에 이타적으로 산다.

 

이것은 더 불행한 것과 덜 불행한 것 중 하나를 택한 것이며, 덜 행복한 것과 더 행복한 것을 선택한 것이다.


그런데 덜 불행한 것을 선택하는 모습을 보고는 마치 행복이 아닌 불행을 선택했다고 착각한다. 그리고 이것을 거대한 희생이라고 착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제대로 이해하면 우리 인간의 성격이 왜 그렇게 다양하게 헝성되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단순하게 설명해서 우리는 생존하기 위해서 그렇게나 다양한 성격을 갖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바로 생존에서 찾으면 잘 연결이 되지 않는다. 그것은 생존을 위해서 필요한, 즉 어떻게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각자마다 고유한 해답을 내는 과정 속에서 연결시켜야 한다.

 

그리고 더해서 각자마다 타고난 다양한 성질, 즉 지능, 신체 능력, 성향, 재주, 가족 등등이 영향을 미친다.

 

여기까지를 정리하면, 우리는 다양한 타고난 환경 안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이득 계산법을 익히게 됨으로써 각자마다 성격이 형성된다. 더해서 성격은 유전적으로 타고나는 선천적인 성향도 매우 크게 작용하여, 이 둘이 서로 밀접하고 복잡하게 얽히면서 결국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후천적으로 형성되는 성격이 형성되는 원리는 바로 '어떻게 이득을 얻을 것인가?' 를 판단하는 방식으로 인해서 다양해진다.

 

즉, 누군가는 친구들에게 잘하는 것이 이득이라고 느끼고, 누군가는 친구는 결국 남일 뿐이라고 여기는 것이 이득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 것들은 각자가 의도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타고난 성격에 세상을 사는 경험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그래서 모든 사람은 각자마다 셈법이 따로 있다 누군가는 가방을 천 만원 주고 사도 싸다고 느끼고, 누군가는 만원을 주고 사도 비싸다고 느낀다. 이때 기본적으로 두 사람의 재산은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사람은 모두 각자마다의 고유한 가치 계산법이 있다.

 

그래서 누구는 여행에 몇 억을 쓸 수 있고, 누구는 오디오에 몇 천만원을 쓸 수 있다. 누군가는 그런 것들이 모두 낭비라고 여긴다.

 

이런 계산법 중에서 정말로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인간관계이다. 우리는 인간관계를 통해서 우리들에게 중요한 수 많은 이득과 손해를 경험한다. 그리고 그런 관계적 경험을 통해서 많은 행복과 불행도 함께 한다. 따라서 인간관계만큼 우리들이 많이 계산하는 대상이 없다.

 

드러나는 것으로는 결혼식에 참석 여부로부터, 숨겨져 있는 것으로는 내가 오늘 누군가에게 어떤 표정을 짓거나 어떤 말투를 쓰는가 까지 우리가 관계를 맺는 매 시간마다 끝없이 계산되고 있다. 크게는 부동산 투기 정보를 주고 받는 것으로부터 작게는 생일 선물을 해주는 것까지도 계산이 된다.

 

사실 인간관계는 인간이 경험하는 행복의 시작과 끝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하다. 물론 없이도 살 수 있다. 하지만 어떤 관계도 없이 제대로 행복하기란 정말로 힘들다.

 

그렇다면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우리는 무엇을 근거로 자신이 맺은 관계를 평가하고 의미와 가치를 부여할까?

 

이것에 대한 답은 기본적으로 신뢰라고 할 수 있고 이것은 다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의리' 라는 단어로 함축된다. 물론 의리는 신뢰의 일부이기도 하고, 마치 특정한 사람들만이 그것을 가치 있어하는 것 같지만, 사실 우리가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바로 사람간의 의리이다.

 

우리는 상대가 내가 오늘 떡을 주면, 내일 나에게 과일을 줄 수 있는 사람일 때 그 사람과의 관계를 유지한다. 점점 깊은 관계될수록 더욱 더 중요하다. 그런 사람이라면 내 뒤를 맡길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절대적 신뢰가 가능한 사람에게만 등을 내어준다. 의리는 그런 신뢰의 증표로 활용된다.

 

인간의 이런 의리에 관한 특징을 분석하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의리가 바로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주거나 받게 되는 수 많은 상처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사실 상처를 받는 이유는 단순하다. 주었지만 기대한 만큼 받지 못했을 때 상처를 받는다.

 

이제부터는 이 의리의 관점에서 인간관계를 바라보도록 해보자. 우리는 이 과정을 통해서 우리가 살아가면서 마주하게 되는 다양한 인간관계의 문제점에 대한 이해 및 대처를 할 수도 있다.

 

의리라는 관점에서 사람을 분류해 보면, 크게 의리형 인간과 현재형 인간으로 나눌 수 있다.

 

의리형 인간은 기본적으로 충성도 강하다. 어느 장소에 어느 시간에 있어도 자신이 맺은 관계들과의 연결을 끊지 않는다. 또한 언제나 그 관계들로 다시 되돌아가고자 하는 욕구도 강하다. 그래서 이들은 어느 곳에 가든지 자신이 맺은 관계들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하는 특징이 있다.

 

현재형 인간은 그 순간에 함께 있는 사람들에게 집중한다. 언제나 현재를 즐기면서 사는 사람으로써 어느 시간, 어느 자리이든지 그 안에서 온전히 집중한다. 그리고 그 덕분에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땐, 마치 그 사람들이 자신이 유일하게 아는 사람인 냥 어울리면서 기존의 관계들을 완전히 잊혀진다. 이들은 어딘가를 가면 연락이 두절되는 특징이 있다.

 

기본적으로 누군가 의리형 인간이 되고, 누군가 현재형 인간이 되는 것은 각자 타고났거나 혹은 후천적으로 얻은 인간관계를 맺는 능력에 따라 갈린다. 즉, 사람을 잘 사귀는 사람일수록 현재형 인간이 되기 쉽고, 그렇지 못한 사람일수록 의리형 인간이 되기 쉽다.

 

하지만 언제나 그런 것은 절대로 아니다. 사람을 잘 사귀는 사람 중에서도 의리가 있는 사람이 있고, 반대로 친구도 별로 없음에도 의리가 없는 사람도 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알던 사람들을 만나는 것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좀 더 행복을 느낀다. 기존의 인연은 안전하고 편하긴 하지만 기대나 흥분감은 없다. 마치 집과 같다. 새로운 인연은 기대와 흥분감이 생긴다. 마치 여행과 같다. 집도 필요하지만 여행도 필요하다. 그리고 행복은 사실 여행을 통해 더욱 더 많이 경험한다.

 

그러니 끝없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확률이 높은 현재형 인간이 기본적으로 더 행복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런 유형은 대부분 외향적인 성격을 가졌다. 반면에 의리형 인간은 집처럼 안정적이다. 그리고 내성적 성격을 가졌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기억해야 할 점은 현재형 인간은 의리형 인간에게 끝없이 상처를 준다는 점이다. 즉, 현재형 인간은 잊고 의리형 인간은 기억한다. 이것이 두 종류의 사람이 어울릴 때 가장 흔한 갈등 요소이다.

 

그래서 만약 부부가 이렇게 만나게 되면 둘 중 의리형 성격을 가진 사람은 결혼 생활 내내 상처를 받게되고 결국 마음을 닫게 된다. 그리고 아이만을 위해 살아가게 된다.

 

하지만 이런 근본적인 특징을 생각해보지 않았기에 둘 사이의 문제를 오직 자신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려고 한다. 즉, 상대는 왜 그렇게 밖으로만 나도는지, 왜 그렇게 연락을 하지 않는지, 왜 가족에게 온전히 집중하지 않는지를 따지려고만 든다.

 

하지만 둘 모두 현재형 인간일 경우, 서로가 각자 떨어져 있을 경우에는 서로 연락을 하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즉, 비록 상처를 받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처받은 사람의 시선이 늘 옳은 것은 아니다.

 

만약 두 사람이 결혼을 하게 될 때라면 이 점을 정말로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이것은 신뢰와도 관련된 내용이라서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결국 두 사람은 크게 싸우고 이혼을 경험하게 된다.

 

현재형 인간은 그저 그 순간에 집중한다. 어딜 가서도 그렇다. 그래서 그것을 위해서 반드시 가져야 할 특징이 있다. 그것은 바로 사람들이 노는 다양한 놀이에 거부감이 없어야 한다. 쉽게 말해서 술이라도 잘 마셔야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다닐 수 있다는 뜻이다.

 

인생이 늘 현재 속에서 존재하며 어딜 가도 그 장소 그 시간에 함께하는 사람들에 집중하므로 다른 사람들에게 인기도 많고 모임도 많게 된다. 단지 연속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어떤 사람과도 깊은 관계를 맺기는 힘들다. 그래서 잘못 처신하다가는 어디에서도 다 버림받는 신세가 되기도 한다.

 

가만히 있어도 주변에서 끝없이 연락이 오고 심심한 틈도 없으며 당연히 외로움도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삶이 행복하고 즐겁다고 느낀다. 그러니 이런 특징을 포기하려고 하겠는가?

 

의리형 인간은 끝없이 이미 맺은 관계에 신경을 쓴다. 그래서 어딘가 가서 맛난 것을 먹으면 다음에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과 여기를 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디에 가서도 계속 원래 아는 지인들과 연락을 하며 집중을 하지 못하는 탓에 각종 모임이 그리 즐겁지는 못하다.

 

그러다 보니 관계가 점점 줄어들고 그래서 심심하고 외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잘못되면 이미 아는 사람들에게 너무 집착하거나 그들을 구속하려고도 한다. 그리고 자신과 시간을 보내라고 강요를 한다.

 

둘 모두 장점도 명확하고 단점도 명확하다. 단지 현재형 인간이 더 행복할 가능성이 높고 상처를 덜 받는다. 그러니 행복하고 상처를 덜 받고 살고 싶다면 외향적인 성격으로 많은 관계를 맺으면서 지금 현재에 집중하면서 사는 것이 최고이다.

 

그리고 아마도 인간 성격이 가장 좋은 예는 현재형 인간이면서도 어느 정도 의리를 가지고 사는 사람일 것이다. 이들이야 말로 최고의 행복을 경험할 수 있다. 흥미롭고 즐겁고 안전하다.

 

반면에 가장 나쁜 예는 바로 적은 사람들과만 연락하면서 지내면서도 의리가 없는 사람일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주로 오직 자신의 이득만을 추구하면서 살아간다. 그래서 아는 사람들도 거의 없이 우울하게 살아간다.

 

자신이 친하다고 믿는 어떤 친구에게 반복적으로 상처를 받고 있다면 그리고 그 친구가 일부러 상처를 주는 나쁜 사람은 아니라면 자신은 의리형인데 반해서 상대는 현재형인지를 살펴봐야 할 것이다.

 

의리형 인간이 상처를 받지 않으려면 같은 의리형 인간을 만나야 한다. 현재형 인간은 누구를 만나든지 상처는 받지 않겠지만, 자신이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생각 정도는 하고 살아가야 한다.

 

그리고 혹시 자신은 의리형인데 상대가 현재형이라면 그 관계는 정리하는 편이 낫다. 그렇지 못하면 수십 년에 걸쳐서 계속 상처를 받을 것이다. 그리고 상대는 결국엔 떠날 것이다. 현재형 인간은 아주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그 상태를 유지한다.

 

사람은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을 일부로 버릴 능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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