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철학

돈에 관한 해묵은 논쟁

아이루다 2016. 9. 5. 07:54

 

돈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래에서 이용되는 가상의 가치이다. 과거 물건과 물건을 교환하던, 즉, 물물교환의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가볍고 보관하기 쉬운 별도의 도구를 이용하기 시작한 것이 바로 돈이란 개념의 시작이었다.

 

돈은 그 합리적 필요성 때문에 인간이 문명이 발전함에 따라 점점 그 범위를 넓혀 왔으며, 현대에는 돈만 있으면 이 세상에서 판매되고 있는 거의 모든 것을 구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그러니 우리가 무엇인가를 사고자 할 때, 반드시 필요한 것은 돈이다.

 

이 두 가지 사실이 합쳐지면 돈이 많을 수록 더 많은 것을 살 수 있고, 덕분에 더 많은 것을 누릴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돈이 있으면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보통 행복과 연결이 된다.

 

그러다 보니 현대 사회에서는 돈이 행복을 위한 아주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를 잡았다. 돈만 있으면 행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사회 전반적으로 퍼져 있는 것이다. 사실 실제로 그렇기도 하다. 요즘 같은 시대엔 돈이 최고라는 말이 저절로 나올 지경이다.

 

그럼에도 이것에 대해서 반대하는 사람들이 목소리가 있다. 사실 돈이 많기를 바라는 사람들조차도 돈에 반대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사람들은 돈에 대해서 서로 다른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면서도, 돈의 가치가 최고는 아니라고 믿고 싶어한다. 아니 그렇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기도 한다.

 

도대체 우리는 왜 이런 이중적 태도를 보이게 되었을까?

 

그것의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돈을 필요로 하는 이유는 결국 행복하기 위해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행복하기 위해서는 오직 돈만 유일한 수단은 아니다. 아니, 어떤 경우엔 돈은 행복을 방해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형제들간에 유산을 두고 벌이는 수 많은 법적 다툼이 그런 예가 될 것이다. 자식이 부모를 돈으로만 보거나, 부모가 자식을 돈벌이 수단으로 보는 경우도 꽤나 있다.

 

즉, 돈이 언제나 행복을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란 뜻이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서 결국 갈등이 시작된다. 이것은 '돈에 의한 행복'과 '돈이 없어도 되는 행복' 사이의 갈등이다.

 

이 세상에는 무조건 돈이 많이 있어야 행복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돈도 있어야 행복하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돈만 가지고는 행복할 수 없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인간에게는 돈 말고 뭔가 더 가치 있는 것이 있다고 믿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이 중에서 어떤 관점을 가장 마음에 들어 할까?

 

흥미롭게도 두 번째이거나 세 번째일 것이다. 특히 세 번째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다. 인간은 단지 돈만으로는 행복할 수 없다고 믿는 사람들 말이다.

 

우리는 다들 놀부 이야기나 스크루지 영감 이야기를 잘 안다. 돈만이 최고라고 믿었던 욕심쟁이들 말이다. 그리고 그들은 결국 행복을 얻는데 실패하고는 욕심을 덜 내고 마음씨를 곱게 써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착해진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사실 이들의 이야기만 그런 것이 아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수 많은 이야기들 속에서 돈은 늘 배척 받는다. 또한 우리가 접하는 수 많은 영화나 소설과 같은 창작물 속에서 돈은 삶에 있어서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끝없는 메시지가 흘러 나온다.

 

거기엔 인간의 가치, 즉 사랑, 우정, 신뢰, 배려, 용기, 희생, 희망 등과 같은, 결코 돈으로 환산될 수 없는 것들로 우리가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내용이 빠지지 않고 나온다.

 

사실 이것이 바로 인간들 중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원하고 있다는 증거가 되기도 한다. 즉, 관객이나 독자가 그것을 보고자 하기에, 창작자들이 그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놀부나 스크루지 영감과 같은 사례들이 현실 속에서 존재하기도 한다. 너무 욕심만 내거나 돈만 밝히다가 삶을 망친 사람들 이야기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돈이 없이는 살 수 없다. 현실 속에서는 아무리 착하게 살아도 제비가 박씨를 물어다 주지 않는다. 그것은 이야기 속에서나 나오는 행운이다.

 

물론 소수의 사람들은 그런 행운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또한 소수의 욕심쟁이들은 행복한 삶을 살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제는 다르다. 이것을 제대로 따져보면, 다수의 부자들은 행복하게 살고 있으며, 다수의 착한 사람들은 행운을 얻지 못한다. 이것이 진짜 현실이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아예 공개적으로 돈이 최고의 가치라고, 돈만 있으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꽤나 많다. 또한 창작물 속에서조차도 돈만이 비교 불가능한 가치라고 대 놓고 주장하는 작품들도 존재한다.

 

이것이 사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사람들 마음 속에는 거기에 대한 설명할 수 없는 거부감이 있다. 그것은 일단 본인이 돈이 별로 없어서 그럴 것이고, 또한 인간의 삶이 그저 돈 하나로 설명되어서는 안될 것 같은 위기감을 느껴서 그럴 것이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소중한 가치들은 결코 돈으로 환산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이 사는 동안 경험하는 행복은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 하나는 안전함의 행복이다. 이것은 두려움을 최대한 없애는 행위들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행복이다. 다른 하나는 즐거움의 행복이다. 이것은 두려움은 아예 잊은 채, 당장 기분이 좋은 것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행복이다.

 

파티장에서 얻는 행복이 바로 즐거움의 행복이며, 그 파티장에 누군가 총을 꺼내서 마구 쏴댔다면, 그 장소에서 도망쳐 어딘가 안전한 곳에 도착했을 때 느낄 수 있는 행복이 바로 안전함의 행복인 것이다.

 

이 두 가지 행복 중에서는 안전함으로부터 오는 행복이 훨씬 더 우선한다. 우리가 인간다움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행복이 바로 이것에 관련된 것들이다. 그리고 돈으로 얻는 행복들이 주로 즐거움과 재미를 통해 얻는 행복이 된다.

 

이렇게 이해하면 쉽다. 하지만 돈의 역할은 그것만이 아니란 점이 문제이다. 돈은 그 무엇보다도 안전함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돈에 대해서 이중적인 태도를 취한다. 하나는 돈을 최대한 많이 가지고 싶어하는 태도이고 다른 하나는 돈의 가치는 인간다움의 가치를 결코 뛰어 넘을 수 없다는 믿음의 태도이다.

 

그리고 이 이중적인 태도가 우리들이 삶에서 많은 충돌과 갈등을 일으킨다.

 

만약 이 세상 사람들 모두가 돈의 가치를 최고로만 여겼다면 사람들 사이가 거의 수학 공식처럼 동작될 것이다. 무조건 돈을 기준으로 판단하게 되면 이득과 손해의 개념이 명확해지고, 그래서 다른 사람들과 관계에서 있어서 상처를 받거나 주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사실 사업적 관계가 그것의 예가 된다. 사업적 관계는 거의 돈을 위해서 맺어지기 때문에, 서로 신용만 지켜준다면 각자 극단적으로 돈의 가치를 추구해도 큰 문제가 없게 된다.

 

반대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인간다움의 가치만을 최고로 여겼다면, 이 사회를 지배하는 돈의 권력은 사라질 것이다. 원래 부자들의 권력은 가난한 사람들이 돈을 원하기 때문에 생겨난다. 톨스토이가 쓴 '바보 이반' 이란 단편 소설에서 그것에 대한 내용을 잘 말해주고 있다. 아무도 돈을 원하지 않는 바보들의 나라에서 악마는 돈으로 먹을 것을 구할 수 없어서 굶어 죽게 된다.

 

이런 사회가 되면 배는 고플지 모르지만, 서로 믿고 아끼면서 살 수 있는 환경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예전의 모습이 그랬고, 지금 세계에서 행복지수가 가장 높다는 부탄이란 나라의 삶이 그렇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돈의 권력에 충분히 복종하고 있는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들의 의견은 이 둘 모두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 사회는 끝없이 싸운다. 그 근본 원인이 돈의 가치를 부정하면서 돈을 갖길 바라기 때문이다. 돈의 행복의 모든 것은 아니라는 영화를 보면서 감동의 눈물을 짓고는 다음 날 더 많은 돈을 벌기를 바란다. 이것이 우리의 진짜 모습니다.

 

이 이중성은 사실 꽤나 큰 문제를 일으킨다. 그것은 뜨거운 국물과 같다. 먹고 싶지만 뜨거워서 먹을 수 없는 국물 말이다. 욕망은 존재하는데 그 욕망을 부정한다. 그래서 남들에게는 무조건 돈을 벌어야 한다고 조언하면서 그 자신의 가치는 결코 돈으로만 환산하려고 하질 않는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은근히 돈의 노예가 되라고 주문하면서 자신은 돈으로부터 벗어나려고 애쓴다. 자신이 그렇듯이 다른 사람들도 그렇길 바란다. 같이 노예가 되길 바란다. 그래야 같은 노예로써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원하는 것은 돈으로부터 자유이다.


그래서 우리는 돈 자랑을 천박하게 여기고, 인간다움에 대한 자랑은 공감하면서 격려해준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좀 더 돈을 영악스럽게 돈을 벌지 못하는 자신을 책망하기도 한다. 남들처럼 좀 더 돈을 더 벌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진다. 죽을 때까지 이사할 생각도 없는 집에서 살고 있으면서 그 집의 가격이 얼마인지 궁금해 하는 것이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바로 이 이중성을 깨닫고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일이다. 즉, 자기 모순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

 

돈은 반드시 필요하다. 원래 돈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돈이 필요한 이유는 맛있는 것을 먹고, 좋은 곳을 여행하고, 재미있는 영화를 보는 것이다. 하지만 진짜로 돈이 필요한 이유는 당장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돈이 없으면 굶어 죽는다. 돈이 없으면 잠 잘 곳도 없다.

 

돈은 즐거움과 재미를 가져다 주는 도구이지만, 사실 돈은 안전함을 위해서 필요한 필수적 요소이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돈의 역할은 여기에서 머물러야 한다.

 

왜냐하면 돈으로 즐거움과 재미를 추구하는 것은 매우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구나 그렇게 하고 싶어한다. 그러니 이때부터 돈의 노예가 될 가능성이 열린다. 인간의 즐거움과 재미에 대한 욕망은 끝이 없다. 매일 행복해야 하는 우리는, 매일 돈이 필요하다. 그래서 일단 돈이 즐거움과 재미를 위해 쓰이기 시작하면 필요한 돈의 한계는 없어지고 만다.

 

반면에 안전함에 대한 비용은 한정적으로 고정되어 있다. 우리가 아무리 많이 먹고 싶어도 한 끼에 먹을 수 있는 식사량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잠을 아무리 잘 자고 싶어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기껏해야 한 평 남짓한 공간만을 점유할 수 있을 뿐이다.

 

행복을 위해서 안전함은 정말로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그리고 돈은 그 역할을 해준다. 돈의 역할이 안전함으로 한정될 때 우리는 돈으로부터 조금 자유로워질 수 있다. 그리고 무한대로 생겨나는 욕망을 조절할 수도 있다.

 

그래서 남들에게도 돈을 버는 것 말고도 더 괜찮은 행복 방식이 있음을 말해 줄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해야 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그것은 인정하기 싫겠지만, 우리가 돈을 많이 벌 가능성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그래야 한다. 그리고 좀 더 많은 돈을 벌려면 큰 스트레스를 받을 수 밖에 없다. 모든 사람들이 돈을 원하기에 돈을 버는 것은 정말로 심각한 경쟁이다. 그래서 돈을 벌다가 불행해질 수 밖에 없다.

 

우리가 돈의 가치를 조금 낮추고 인간다움의 가치를 추구하면서 살아야 하는 이유는, 인간다움의 가치가 훨씬 낫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다. 사실 돈이 없어서 그렇다. 우리가 돈에 대한 이중적 태도를 벗어나기 위해서라면, 반드시 받아들여야 하는 내용이다. 보통 사람은 돈이 없다. 이것을 부정하고, 자신은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믿을 때 불행이 싹튼다.


만약 돈만 충분히 많다면 평생 즐겁고 재미있게 살 수 있다. 생일날 연예인을 불러서 사회를 보게 할 수도 있고, 오늘 갑자기 남극을 보고 싶으면 전용 비행기를 타고 떠날 수도 있을 것이다. 우주에 나갈 수도 있고, 보통 사람들은 결코 경험하지 못하는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그것을 할 만큼 돈이 충분히 많지 못하다. 그러니 우리는 돈의 가치를 한정해야 한다. 그것을 안전함을 위해 필요한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

 

이것은 언뜻 듣기엔 슬픈 일 같지만, 사실 인간이 행복을 추구하면서 산다는 가장 큰 명제 앞에서는 그다지 슬픈 일만은 아니다. 어떤 식으로든 행복하게 살 수만 있다면, 돈은 그저 행복한 삶을 위한 유용한 도구 중 하나일 뿐이니까 말이다.

 

그러니 돈을 벌기 위해서 살 것이 아니라, 행복하기 위해서 살아야 한다. 그 이유는 돈을 벌 재주가 없기 때문이다. 타고난 재주도 없는데 그것을 평생 하려고 하면 불행하기 쉽다. 반면에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을 찾아서 사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 왜냐하면 우리는 자신이 잘하는 것을 할 때 행복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신이 잘하는 것을 찾아서, 그것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면 된다. 돈이 많은 사람들은 돈을 잘 버는 것이 자신이 잘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으로 행복해진 것이다. 누구나 자신이 잘하는 것을 하면서 행복해질 수 있다. 꼭 그것이 돈일 필요는 없다.

 

돈을 부정하지도 추종하지도 않고, 돈의 절대적 필요성을 인정하고 사실 자신이 원하는 많은 것들이 욕망임을 이해할 때, 돈에 대한 이중성으로부터 조금이라도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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