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철학

각자의 영향력

아이루다 2016. 8. 27. 15:37

 

사람은 각자만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하지만 인간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이상, 각자의 행복을 추구할 때에 있어서 일정 부분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 그것이 적어도 자신의 행복 추구가 남에게 피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는 암묵적 약속이다.

 

여기에서 보통 문제가 되는 부분은 '남에게 피해를 입힌다' 는 말 자체가 아니라, 그것의 범위이다. 사람마다 피해에 대한 판단이 다르기 때문이다.

 

책을 사서 읽는다든지, 영화를 본다든지, 여행을 떠나는 일은 일반적인 수준에서 허용되는 일에 속한다. 반면에 책을 훔친다든지, 영화관에서 크게 떠들거나 스마트 폰을 꺼내서 본다든지, 여행 중의 비행기 안에서 진상 짓을 하는 것 등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것은 일반적 수준의 상식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는 어느 정도 합의된 것이기도 하지만, 극단적으로 가면 책을 읽는 것이나, 영화를 보는 것이나, 여행을 떠나는 것조차도 남에게 피해를 입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의 행동이 누군가에겐 그냥 넘길 수 있는 수준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결코 허용할 수 없는 범죄 행위로 인식될 수 있는 경우가 꽤나 많다. 그래서 사람들은 각자 추구하는 행복에 대해서 허용하거나 반대하거나 하는, 서로 다른 태도를 보인다.

 

그런데 허용과 반대를 구분하는 가장 근본적인 요소는 무엇일까? 도대체 우리는 무엇을 근거로 각자에 대한 허용 범위 수준을 결정하고 있을까?

 

그것은 바로 그 행동이나 생각이 가진 '영향력'을 기준으로 결정된다.

 

거의 대부분의 인간은 관계를 맺는다. 그리고 우리는 이것을 관계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말은 마치 그물이나 거미줄처럼 우리 각각이 서로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있음을 뜻하고 있다.

 

그래서 한 사람의 출렁임은 주변으로 무조건 영향을 끼치게 되어 있다. 그리고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일수록, 크게 출렁일수록 주변은 좀 더 크게 진동된다. 이 진동을 바로 영향력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타인의 행동이 자신에게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경우, 그것을 긍정적으로 받아 들인다. 우리는 타인의 행동이 자신에게 거의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경우, 그것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말 그대로 하든 말든 상관없다는 태도를 보인다. 우리는 타인의 행동이 자신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경우, 그것을 반대한다. 자신의 행복 추구가 남에게 피해를 줘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말이다.

 

이렇게 보면 단순하다. 범죄는 막고, 남을 돕는 일을 권장하고, 여행을 떠나는 일은 상관하지 않으면 된다. 이것은 각각 나쁜 영향, 좋은 영향, 자신과 관계없는 영향의 예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단순하게 이해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자신에게 좋은 영향이나 나쁜 영향에 대한 호 불호는 개인적 영역이며 각자마다의 판단 기준이 있기 때문에 이것에 대해서 더 이상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여긴다. 남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더라도, 그것이 크지 않고 딱히 다른 사람들에게 좋거나 나쁜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면, 그것을 하는 것에 있어서 딱히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행동이 주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때, 그것이 설령 도움은 안되더라도 남에게 딱히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자신이 행복을 추구하는데 무슨 문제가 있을 수 있을 것인지를 생각한다. 사실 그럴 필요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좀 더 깊이 생각하면 이것이 끝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아주 미세한 흔들림이라고 해도 결국 주변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아는 것과, 그 미세한 움직임이 주변과 공명 현상을 일으키게 되면, 그 작은 움직임은 커다란 흔들림으로 변하게 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희미하더라도 그 어떤 영향도 없는 관계란 존재할 수 없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어떤 식으로든 서로 관계되어 있으며, 서로 영향을 미친다.

 

불교에서는 연기설이 이란 이론이 존재한다. 이 세상의 모든 일이 어떤 원인에 의해서 생겨남을 말하는 것으로, 단순히 표현하면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바로 원인과 결과로 이뤄진다는 뜻이다.

 

이 이론이 진리이든 아니든, 단순히 생각해서 무엇인가가 생성된다는 것에는 반드시 그것의 원인이 있기 마련이다. 봄이 되면 새가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는 것은 그 부모 새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모 새는 태어난 새끼 새를 먹이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한다. 즉, 생존에 대해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태어남과 동시에 영향력을 가진다. 의도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자식이 한 명 태어남에 따라서 그 다음 자식이 태어날 가능성에 영향을 미친다. 아이를 한 명만 낳을 부모라면, 의도하지 않게 이후 태어날 동생들의 가능성을 완전히 없애 버린 셈이 된다.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는 잘생기거나 아름다운 얼굴 등은 그저 그 사람의 매력이나 잘난 점으로 평가되고 끝나지만, 사실 어떤 사람의 외모 역시도 어떤 식으로든 주변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예쁜 여자는 주변 다른 여자들에게 경쟁심이나 시기심을 불러 일으킬 수 있고, 또한 남자들의 관심을 독차지 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단지 태어난 것이나, 타고난 장점들 역시도 뚜렷하게 주변에 영향을 미친다.

 

사실 사람으로 태어나 주변에 거의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한다면, 그런 삶이 얼마나 우울하고 비참하겠는가? 존재감 없고, 있는지도 모르며, 어떤 행동을 해도 누구도 주목해주지 않는 삶 말이다. 심지어 죽음까지도 그 어떤 영향력이 없다면, 참 슬픈 일이 될 것이다.

 

좀 더 구체적인 영향력에 대해서 예를 들면, 한 사람이 성인으로 자라서 월세든 전세든 집을 한 채 샀든 상관없이 잘 곳이 있다면, 그 자체로도 공간 점유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누군가가 그 공간에 들어 올 가능성을 없애 버린 셈이 된다.

 

학교에 들어가는 것도, 직장에 들어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살아가는 행동 자체가 끝없이 주변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 사실을 알든 모르든,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주변에 수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 우리가 행복을 추구하는 행동도 분명히 주변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긍정적일지, 부정적일지, 무시될지는 우리가 아닌, 상대가 결정할 문제이다.

 

즉, 최초의 영향력은 우리들로부터 발생하지만, 그 영향력이 어떤 식으로 작동할지는 우리가 아닌, 영향을 받는 다른 사람들에게 달려 있다.

 

하지만 우리는 행복하기 싶기에 자신이 추구하는 행복이 가진 영향력에 대해서 매우 편파적으로 대한다. 그래서 긍정적 영향력은 시간 날 때마다 말을 하지만, 부정적 영향력에 대해서는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서로 영향을 미치는 흐름은 결코 단순한 형태가 아니다. 너무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도대체 그 영향이 어디까지인지를 스스로 판단하기는 거의 불가능 할 지경이다. 우리는 사실 이것을 판단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거의 대부분을 고려했다고 믿는다.

 

이런 식으로 적당한 선에서 합리화를 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자신이 추구하는 행복이 다른 사람들에게 그다지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고 싶어한다. 심지어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우리는 자신이 어떤 식으로든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한다. 그리고 자신이 행복을 위해서 하는 행동은 주변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믿는다. 특히 나쁜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더해서 그렇게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자신의 자유이며 권리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우리의 그런 믿음은 그리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추구한 행복의 나쁜 영향력을 경험할 경우가 꽤나 되기 때문이다.

 

자전거를 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인해서 인도에서 길을 걷다가 자전거와 충돌 할 수 있다. 담배를 피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인해서 원치 않게 담배 연기를 마실 수 있다. 사실 이런 일은 끝도 없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나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자신은 결코 불법적인 일을 한 것은 아니니, 그것이 설령 주변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고 해도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이런 식이다. 우리는 자신이 남에게 끼치는 나쁜 영향은 최대한 무시하고, 남이 자신에게 미치는 나쁜 영향에 대해서 끝없이 불만을 늘어 놓으면서 살아가고 있다.

 

사람들의 걱정이나 불만에 대해서 주의 깊게 들어보면, 거의 이런 이야기로 가득 차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간이 행복하고자 하는 욕구는 너무도 당연해서 더 이상 덧붙일 말이 없다. 그래서 행복하고자 하는 행위 그 자체는 사실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문제는 그 행위로 인해서 일어난 영향력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행복하고 싶기에 그 영향력, 그 중에서도 나쁜 영향력에 대해서는 최대한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또한 사실상 관심도 없다. 우리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자신이 그런 행위로 인해서 얼마나 만족할 수 있느냐 만을 고려한다. 물론 좋은 영향에 대해서는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면 더욱 더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나쁜 영향에 대해서 눈을 감는다고 해서 그것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여행에 대해서 예를 들어 보자.

 

요즘 많은 사람들이 해외 여행을 다녀온다. 이것은 딱히 나쁜 영향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해외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쓰는 돈은 대부분 국내에서 번 돈이다. 그런데 이 돈이 외국에서 쓰이면, 그 돈은 더 이상 국내에서 돌지 않는다. 즉, 어떤 사람이 국내 여행에서 돈을 쓰느냐, 해외 여행에서 돈을 쓰느냐는 바로 국내에서 일하는 또 다른 사람에게 긍정적이거나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요즘은 워낙 국제적인 거래가 많아서 나라 전체적으로는 큰 영향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개인적으로는 분명히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말이 가진 의미는 해외 여행이 잘못된 행위라는 뜻이 아니다. 사실 여행은 참 좋은 행복 방식이다. 단지 그것이 온전히 긍정적인 면만 가진 것은 아니란 점을 스스로 상기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해외 여행뿐만이 아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다수의 행위는 모두 이런 식으로 의도치 않는 나쁜 영향, 즉 부작용을 가지고 있다.

 

많은 관객이 몰려든 영화는, 그 영화로 인해서 상영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소수의 영화들에게 피해를 입힌다. 그러면 그 영화를 본 모든 관객이 그것에 대한 작은 책임이 있는 것이다.

 

예전에 애플의 아이폰이 새로 나와서 유행할 때, 나이키라는 신발 업체가 아이폰이 자신들의 경쟁자라는 말을 했었다. 신발과 스마트 폰이 왜 경쟁자가 되는지 의아할 수 있지만, 누군가의 선물로 무엇을 사줄지 결정할 때는 경쟁자가 될 수 밖에 없음을 알게 되면 이해가 간다.

 

우리는 흔히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들만 영향을 받는다고 여기지만, 우리가 무의식 중에 하는 행위나, 늘 하던 행동들 역시도 자신이 전혀 짐작하지 못하는 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더군다나 자신의 행복에만 너무 심취되어 있으면, 그것이 가진 영향력에 대해서는 간과하기가 쉽다. 그리고 그것이 반복되다가 보면, 자신이 행위가 어떤 사람들에게는 사실상 피해를 입히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나쁜 행동만이 그런 것이 아니다. 좋은 행동도 그럴 수 있으며, 좋지도 나쁘지도 않는 행동 역시도 마찬가지다. 즉, 자신이 하는 모든 종류의 행위는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그것에는 나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해 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의도치 않게 피해를 입히거나 혹은 피해를 받게 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노력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신의 행복을 추구할 때는 남들도 그럴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해준다. 이것은 마치 시끄러운 식당과 같다. 손님이 적을 때는 모두 조용히 말하다가 사람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점점 더 목소리가 커진다. 서로 크게 얘기해야 하니 식당 전체가 시끄럽게 된다.

 

더워서 에어컨을 켜면 뜨거운 공기를 외부로 내보내게 된다. 하지만 그것을 인식하고 에어컨을 쓰는 사람은 없다. 당장 더운데 그것이 무슨 상관 있으랴.

 

하지만 이 모든 행위의 영향력은 사회 전체에 영향을 준다. 그리고 그것들이 모이고 모여서 우리가 지금 느끼는 많은 사회적 불만들의 원인이 된다.

 

비싼 자전거를 타든, 비싼 차를 타든, 비싼 집에 살든 모두 개인의 능력이고 자유이다. 공무원 시험 공부를 하든, 의사가 되려고 하든, 대기업에 들어가고 싶어하든 그 역시도 개인의 능력이고 자유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행위들에서 어떤 나쁜 영향이 없다고 믿는다면 그것은 너무 단순한 사고 방식이다.

 

모든 사람이 해외 여행만 다니면 국내 여행지에서 일하면서 사는 사람들은 다 굶어 죽을 것이고, 모든 사람이 국내 여행만 다닌다면 국내 여행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틈만 나면 바가지를 씌우려 할 것이다.

 

한 사람의 작은 움직임은 그저 작은 진동으로 끝날 수 있지만, 다수가 같은 움직임을 보이면 그것은 아주 커다란 영향력으로 작동하게 된다.

 

유행이 그렇고, 쏠림이 그렇고, 독점이 그렇다.

 

그래서 자신의 행동이 정말로 자신이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남들이 뛸 때 같이 뛰고 있을 뿐인지를 주의 깊게 생각해 봐야 한다. 잘못하면 의도치 않게 다른 사람들에게 크게 나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물론 모르고 했다고 하면 넘어가겠지만, 그 나쁜 영향력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보상을 받아야 할까? 또한 우리 자신이 그런 피해를 받았다면 이것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까?

 

우리는 자신의 모든 행동이 어떤 식으로든 남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음에 대해서 다시 한번 깊은 성찰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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