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책

워크래프트 : 전쟁의 서막

아이루다 2016. 6. 19. 10:26

 

지금부터 벌써 십여 년 전쯤에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라는 이름을 가진 온라인 게임이 서비스를 시작했었다. 개인적으로는 워크래프트라는 패키지 게임을 꽤나 재미있게 했던 경험으로 인해 어떤 기대감을 가지고 오픈 베타 서비스부터 열심히 접속을 했다.

 

사실 나는 그때가 온라인 게임의 장르를 처음 접한 때였다. 그래서 와우라는 게임자체도 좋았지만, 다른 사람들과 온라인 상에서 만나 같이 게임을 하는 그 자체에도 큰 매력을 느꼈다. 당시만 해도 사람과 만나는 것을 꽤나 좋아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와우는 기본적으로 타인들과 어울리는 것을 권장한다. 특히 던전을 갈 때는 5명이 반드시 파티를 맺어야만 진행할 수 있도록 해놨기에, 자의든 타의든 다른 사람과 같이 대화를 나누면서 게임을 해야 했다.

 

그리고 직업적으로도 역할 자체가 구분되어서 방어 담당, 공격 담당, 치유 담당 등으로 나눴다. 물론 그 안에서 또 세분화되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나는 와우를 그 후로 꽤 오랫동안 했다. 내가 게임을 그만 둔 때가 세 번째 확장팩 '대격변' 중이었으니 최소 6년 이상은 꾸준히 했다. 매달 결제를 해야 하는 유료게임을 6년간 지속적으로 한 것도 꽤나 특이한 경험이었지만,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분들은 그리 희귀한 경험은 아닐 것이다.

 

와우의 제작사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이 게임을 통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회사가 되었으며, 한참 잘 나갈 때는 전세계적으로 1억명 이상이 이 게임을 즐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블리자드는 시네마틱 트레일러 영상을 잘 만들기로 유명한데, 워낙 잘 만들어져서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런 식으로 영화 한편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그리고 2016년 올해, 게임이 출시된 지 12년째, 드디어 영화가 나왔다.

 

와우는 원래 그 방대한 스토리로도 유명한 게임이다. 그 세계관부터 기억하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등장인물들과 그 안에서 얽고 얽히는 관계들, 정의와 악 그리고 신의와 배신이 뒤섞이면 들어도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의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다.

 

아마도 이번 영화 이후에도 와우 영화는 지속적으로 나올 듯 하다. (한국에서는 별로이지만, 중국에서 영화의 결과가 괜찮은 듯 보인다)

 

그리고 이번 영화에서는 그 방대한 스토리 중 오크 종족이 살고 있던 드레노어 행성 (아웃랜드)에서 어둠의 문을 통해 아제로스를 침략하는 과정을 다뤘다.

 

아제로스는 와우 세계관에서 사실 지구와 비슷한 느낌을 가진 행성인데, 거기엔 인간과 엘프와 드워프 그리고 귀여운 노움이 살고 있었다. 그리고 타우렌, 트롤, 언데드 등도 살고 있었다.

 

더해서 영화 중 단 한 컷만 나왔지만,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은 멀록도 살고 있었다.

 

오크족 주술사였던 굴단의 타락 후 그가 다른 오크들을 타락시키고 어둠의 문을 통해서 아제로스를 침공하는 부분이 바로 이 영화의 핵심 줄거리이다.

 

주 등장 인물은 나중에 오크족 대족장이 되는 쓰랄의 아버지, 서리늑대 부족의 족장, 듀로탄과 인간 종족의 왕인 레인 린과 안두인 로서 그리고 많은 의미를 가진 키린토의 마법사 매디브와 그의 제자인 카드가였다.

 

굴단과 듀로탄의 갈등, 오크와 인간과의 갈등, 선과 악의 갈등이 겹쳐지면서 영화는 멋지게 흘러간다. 물론 중간 중간 조금 무리한 설정이 아니었나 싶은 장면들도 나왔다. 특히 인간인 로서와 오크족 여성이며 나중에 국왕을 죽이는 역할을 맡은 가로나 간에 흐르던 감정은 약간 뜬금없긴 했다.

 

중요 싸움 장면이 너무 쉽게 끝나는 면도 있었다. 마지막에 로서와 블랙 핸드간의 싸움이 단 한 차례의 격돌로 마무리 되는 장면에서 로서의 터무니 없이 강한 능력을 칭송해야 할지, 지옥 마법의 힘까지 받은 오크족 전사의 나약함을 비웃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상영시간 때문인지 그래픽 작업의 난이도 때문인지, 그 전에 벌어진 굴단과 듀로탄 간의 싸움에 비해서는 이 전투 장면이 너무 허무했다.

 

그리고 무려 5천골이나 필요해서 초기엔 부자들만 타고 다녔던 그리핀이 그리도 쎈 존재라는 것을 영화를 통해 알게 되었다. 이해는 갔다. 그 커다란 덩치와 독수리의 부리와 네 개의 날카로운 발톱은 쉽게 상대할 만한 녀석이 아닌 듯 보였다.

 

이렇게 몇 가지 안타까운 것들을 제외하고는 기대 이상은 아니라도, 기대 정도는 되었다. 아니, 망치지 않아서 다행이다 싶었다.

 

중요하지는 않지만 아쉬운 점은 스톰윈드 전경을 좀 더 보여줬으면 했고(특히 처음 등장 장면에서), 그 장면에서 스톰윈드의 메인 테마를 좀 제대로 들려줬으면 했다.

 

게이머로써 쪼렙때 우연이 스톰윈드를 갔다가 그 대단함에 깜짝 놀랬던 기억이 난다. 음악도 그렇고 그때의 그 기억은 마치 조각된 듯 남아 있다.


<마법 도시 달라란을 향해 날라가는 영화 속 장면>



사실 와우의 주 스토리는 이것만이 아니다. 패륜아의 정석으로 평가되는 아서스에 대한 이야기도 상당히 큰 이야기 덩어리이다. 정의롭던 왕자가 타락해 리치왕이 되는 이야기는 와우를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스토리이다. 특히 왕이었던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면서 내뱉었던, '왕위를 계승하는 중입니다' 라는 대사는 아마도 와우 중 가장 유명한 대사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형수를 사랑하다 결국 모두를 배신하게 된 일리단 이야기도 이야기의 한 축이 된다. 와우 첫 번째 확장팩인 '불타는 성전' 의 가장 최종 보스로 나오는 일리단은 검은 사원이라는 레이드 던전을 통해 만날 수 있었던 존재였다.

 

나는 개인적으로 당시 공격대에 소속되어서 일명 '레이드'를 하고 있었는데, 아마도 내가 와우를 했던 시간 중에서 가장 흥미롭고 즐겁게 했던 시기였던 것으로 기억이 남아 있다.

 

작년 초쯤에 '드레노어의 전쟁군주'를 잠깐 했었는데, 그때는 완전히 혼자서만 플레이만 했었다. 사실 와우내의 세상이 너무 각박해진 경향도 있었고, 게임 자체도 친분을 맺기 보다는 그저 접속해서 즐기다가 가는 형태로 많이 바뀌기도 했기 때문이다.

 

또 미래의 어느 날 다시 잠깐이라도 와우의 세계를 다시 방문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와우 세계관의 최종 보스인 불타는 군단의 수장 '살게라스' 를 잡는 던전이 나오면 해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마도 하더라도 예전처럼은 못할 것이다. 나이도 많이 먹었고, 재미도 예전 같지는 않다.

 

그럼에도 영화의 후속작이 나온다면 계속 보게 될 듯 하다. 무엇보다도 나보다 훨씬 더 열성적인 게이머였던 아내는 영화를 결코 그냥 넘기지 않을 것이다. 어제 영화를 보면서도 울던 그녀였다.

 

나뿐만이 아니라, 많은 분들의 청춘을 함께 했던 게임이었을 것이다. 거기엔 각자마다 고유하고 서로 다른 많은 경험과 추억이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게임인 탓에 언젠가는 그 서비스를 종료할 것이다.

 

그럼에도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이 게임을 아주 오랫동안 기억하게 될 것이다. 자기 생애의 최고의 게임이었다고 말이다. 적어도 나 개인적으로는 그럴 듯 하다.

 

이것은 와우가 최고의 게임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다. 사실은 더 나은 게임이 나와도 그것을 즐기기엔 이미 너무 나이를 먹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0에서 1이 될 때의 감동은 1에서 100이 되어도 느끼기가 힘들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다.

 

처음 온라인 게임을 접했을 때 그 느낌은, 기억이 리셋되지 않은 한 결코 다시는 경험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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