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나만 재미가 없나?

아이루다 2016. 4. 25. 14:14

 

아주 유명한 작가가 쓴 좋은 책이라고 한다. 그래서 냉큼 한 권 사서 읽기 시작한다. 그런데 읽다 보니 좀 지루하다. 그럼에도 유명하고 남들이 좋다고 칭찬하는 책이니 끝까지 읽으려고 노력해본다. 일주일 동안 꾸준히 노력하다 보니, 반쯤 읽었다. 그리고 잠시 바쁜 일이 생겨서 책을 읽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이 책은 다시는 읽지 않게 된다. 남들이 좋은 책이라고 하긴 하는데, 읽을수록 글에 나오는 사람들의 행동이 이해도 잘 안가고,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고, 공감도 안 가서 그렇다.

 

남들이 갔다 오면 너무 좋다는 해외 여행을 떠난다. 여행을 떠나려면 아침 잠을 포기한 채 새벽 차를 타야 했고, 비행기를 타기까지 오랜 시간 동안 기다려야 했고, 비행기를 타고도 10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비좁은 좌석에서 버텨야 했다.

 

그리고 여행지에 도착을 한다. 그리고 여행을 시작한다. 사실 여기까지도 해내야 할 작은 귀찮은 일들은 많았다. 그래도 도착한 것이 어디냐. 하루 정도의 시간을 고생한 것은, 남은 여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행복에 비해서는 아무 것도 아니다.

 

알려진 곳을 방문해 보거나, 새롭고 낯선 풍경을 구경하면서 하루를 보낸다. 입맛에 딱 맞지는 않지만, 먹을만한 음식들을 먹고, 가끔은 놀랄 만큼 새로운 맛을 경험하기도 한다. 여행의 참 맛이 아니겠는가 싶다.

 

그런데 하루 하루 지나면서 이상한 생각이 든다. 그것은 바로 집에 돌아갈 시간이 조금씩 기다려지는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떠난 여행인데, 얼마나 힘들게 준비한 여행인데 라는 마음과 함께, 재빠르게 그것들을 떨쳐버리고 만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더욱 더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노력한다.

 

더 많은 곳을 방문하고, 더 새로운 것을 경험하며, 더 맛있는 것을 먹으려고 한다. 사진을 찍을 때는 한껏 행복한 미소를 짓고 가능하면 빠르게 그것을 친구들에게 공유를 한다.

 

그리고 공유를 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고 축하해주는 메시지들을 남겨준다. 이 전체적인 것을 보면, 확실히 지금 여행은 너무도 행복한 시간이 확실하다. 아주 가끔 집에 갈 시간이 기다려지는 것은 그냥 잠시 그런 것뿐이다.

 

그리고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다. 뭔가 해낸 느낌과 함께 뿌듯하다. 자신의 삶에 무엇인가 채워진 듯 하다.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그렇다. 그리고 집에 오니 편하고 좋다는 생각도 든다. 자신이 여행 내내 왜 집으로 오고 날을 기다렸는지에 대한 작은 힌트를 얻었지만, 더 이상 사고는 진행되지 않는다. 그리고는 또 다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 여행을 계획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엔 분명히 좋은 것, 추천 받을만한 것, 경험해보는 것이 좋은 것, 삶을 의미 있게 해주는 어떤 것, 꼭 해보고 싶은 것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운이 좋다면 그런 것들을 경험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경험하고자 했던 그런 것들을 경험할 때, 그것이 생각보다 좋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조금 헷갈린다. 이것이 원래 그런 것인지, 아니면 자신만의 특이한 점인지 알기가 쉽지 않다. 같은 책을 읽고, 같은 영화를 보고, 같은 공연을 보고, 같은 장소를 여행하고, 같은 제품을 구입하고, 같은 경험을 하고, 같은 시간을 보낸 것 같은데 남들은 그리도 행복하게 웃으면서 사진과 글을 남기는데, 자신은 그렇지 못하다.

 

물론 그 시간 내내 그랬던 것은 아니다. 자신도 분명히 좋고 행복했던 시간이 있었다. 그래서 그때 찍은 사진을 보면, 자신 역시도 활짝 웃고 있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도 그런 것일까?

 

알 방법이 없다. 물어보기도 애매하다. 그리고 물어보나 마나 좋다고 할 것이 뻔했다.

 

우리는 매일 살아가는 과정을 일상이라고 한다. 먹고, 자고, 싸고, 직장이나 학교에 가고, 시장을 보고, 요리를 하고, TV를 보고, 만나서 특별한 주제가 없는 수다를 떨고,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면서 살아간다.

 

그런데 이런 것들은 매일 반복되면서 지겨운 면도 있다. 또한 더해서 이런 것만 하면서 삶을 살아가기엔 너무 뻔한 구석도 있다. 우리는 우리의 삶이 좀 더 활기차고, 능동적이며, 좀 더 많은 경험을 하고 싶어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스스로의 삶이 의미 있길 바라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가 매일 살아가는 일상적인 삶은, 집에서 키우는 개와 고양이와 그리 다를 바가 없다. 그 동물도 먹고, 자고, 싸고, 놀면서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래서 일상 속에서만 살아가다 보면 마치 우리 자신이 인간이 아닌 듯 느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인간이라면 좀 달라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것이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조건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시간적 제약도 있고, 공간적 제약도 있으면, 돈의 제약도 매우 압박이 심한 편이다. 해외 여행을 하려면 이 모든 것이 다 압박이 된다. 그나마 평소에 안 읽던 책을 읽는 것은 시간의 문제일 뿐이지만, 다른 많은 것들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돈의 역할이 크다.

 

그러다 보니, 그런 것들은 이루고 싶은 것들이 된다. 자신의 삶이 소중하다면, 스스로를 위해 꼭 해야만 할 것 같다. 하고 싶은지, 해야 하는지 확실하게 구분이 되지는 않지만, 하는 것이 좋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런 목록에 있는 것들을 하나씩 할 때마다 생각보다 그리 뭔가 대단한 것이 없다. 가끔은 지루하기까지 하고, 왜 도대체 이런 것을 경험해야 하는 것에 넣어놨는지가 궁금할 때도 있다. 물론 좋은 순간도 분명히 존재한다. 돈과 시간을 들여서 할 만큼 대단한 것도 있다. 단지 그런 것이 생각보다 적을 뿐이다.

 

그리고 또 하나 이상한 점이 있다. 그것은 우리가 지루하다고 느끼는 일상 속의 행복이다. 우리는 그저 맛있는 것을 먹을 때 행복하고, 먼 곳에 여행을 떠나는 것보다 그곳에 다녀온 이야기를 친구들과 수다를 떨 때 행복하다. 위대한 문학 작품을 보는 것보다 막장 드라마를 욕을 하면서 보는 것이 좋고, 예술적인 영화보다는 일명 타임 킬링용 영화를 보고 나서 좀 더 홀 가분 하다.

 

아주 멋지게 연주되는 클래식 보다는 TV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담긴 음악 프로그램에 나오는 가수들의 열창에 눈물이 나고, 서로 예의 바른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기 보다는 서로 심하게 공격하고 심지어 욕을 하는 것을 보면 훨씬 흥미가 생긴다.

 

우리는 예전부터 불 구경과 싸움 구경을 제일 재미있어 했다.

 

우리는 지적이고, 정적이고, 정서적이면서 의미 있는 것을 추구하지만, 정작 현실 속에서는 훨씬 본능적인 것들을 경험하면서 행복해 한다. 우리는 잘 먹고, 잘 자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사실 우리가 경험해봐야 한다고 말하는 행복들은 좀 지루한 면이 있다. 그것들은 너무 점잖다. 그리고 너무 절차가 복잡하다. 그리고 얻는 행복에 비해서 너무 비싸기도 하다.

 

그러면 이런 생각이 든다. 왜 우리는 자꾸 그런 것들이 더 하고 싶을까? 우리는 조미료도 안 넣고 몸에 좋은 것만 잔뜩 넣은 음식보다 왜 싸구려 식 재료에 달고 짠 음식을 더 맛있다고 느낄까?

 

왜 우리의 기호 수준이 그리도 낮은 것일까? 왜 우리는 세계 문학 전집에 속한 책을 한 권 골라서 읽기가 그리 쉽지 않을까? 어느 커뮤니티에 적인 재미난 글들은 매일 읽을 수 있는데 말이다. 더군다나 그런 책들의 이름은 이미 여러 번 반복적으로 들어서 익숙한데도 그렇다.

 

그리고 그런 책들이 좋다는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을 느꼈길래 그런 책들에 대해서 그토록 멋진 독서 후기를 적을 수 있을까? 읽기 조차 힘들었던 자신과는 무엇이 그리 다를까?

 

그럼에도 책을 읽었다면, 다음에 친구를 만났을 때 잊지 않고 그 책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재미는 별로 없지만 가치가 있고 삶을 풍요롭게 해주기 위해서 읽을만한 책이라는 말을 잊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잠시 어디에선가 읽은 그 책에 대한 분석 기사 중 기억 나는 몇 마디를 덧붙일 것이다.

 

이런 경험은 책뿐만이 아니다. 사실 그런 것들은 너무도 많다.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는 그림을 봤을 때나, 몇 천 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는 어떤 구조물을 봤을 때도 마찬가지다. 사실 피라미드 같은 건축물은 그것이 가진 시간과 역사적 의미로 무엇인가를 느끼기보다는, 그저 크기가 커서 압도 당하는 느낌이 날 뿐이다.

 

왜 우리는 탁월한 것들을 제대로 감상하거나 깊이 이해하기가 힘든 것일까? 도대체 그리고 그것을 설명해주는 사람들은 어떻게 그런 것들을 느끼는 것일까? 대상도 이해하기 힘든데 설명도 이해하기가 힘드니 뭔가 그들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듯 느껴진다.

 

우리는 무엇을 놓치고 사는 것일까? 우리는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그래서 정신을 차리고 그렇게 살지 않으려고 하기도 하지만, 우리의 관심은 금세 다시 원래대로 돌아와 버리고 만다. 그러면서 점점 포기하게 된다.

 

그런데 그러지 말자. 정말로 그러지 말자.

 

우리가 이런 것은 원래 이상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런 것은 단지 그들과 다르기 때문일 뿐이다. 우리는 인간이 모두 같다고 여기지만, 우리는 사실 서로 너무 다르다.

 

우리는 모두 같은 모양의 눈을 가지고 있지만, 그 눈을 통해서 보는 것은 모두 다르다. 그나마 보는 것만 다르면 차이가 별로 없겠지만, 해석은 완전히 다르다. 뇌는 지난 시간 동안 쌓아왔던 기억과 경험을 기준으로 본 것을 해석한다. 우리는 사물을 절대로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한다. 우리가 인식하는 모든 정보는, 이미 자신을 기준으로 한 번 해석된 결과이다. 우리는 돌멩이 하나 조차도 있는 그대로 볼 수 없다.

 

시각 정보뿐만이 아니다. '삑' 하는 소리는 누군가는 호루라기소리로, 누군가는 분필을 칠판에 긋는 소리로, 누군가는 밥이 다 된 소리로 이해한다.

 

냄새 역시도 다르다. 문화권에 따라 맛있는 냄새가 다르다. 우리나라의 된장 요리는 구수하지만, 외국인의 코에는 썩은 냄새로 여겨질 수 있다.

 

맛은 더욱 더 다르다. 사실 다르지 않는 것이 없다. 우리의 오감은 모두 다르다. 단지 같은 문화권에 속해 있으면, 조금 비슷하게 느끼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같지는 않다.

 

다르게 느끼는 것뿐만 아니라 느끼는 수준 자체가 다르다. 사람들 중에서는 유난히 발달한 시각, 청각, 미각, 촉각, 후각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소수이지만, 남들이 느끼지 못하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남들이 보지 못하는 색감을 본다. 남들이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듣는다. 남들이 감지하지 못하는 맛을 인지한다. 남들이 느끼지 못하는 촉감을 느낀다. 남들이 맡지 못하는 냄새를 맡는다.

 

이들은 매우 특별한 사람들이고, 우리들 대부분은 그리 특별하지 않다. 우리는 코카 콜라와 펩시 콜라를 구분하고, 원두 커피와 믹스 커피를 구분하지만, 사실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게 되면 그것을 제대로 구분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런 것을 구분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한다. 우리는 뭔가 남다른 감각을 가지고 싶어한다. 왜냐하면 그래야 자신의 삶이 좀 더 특별하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 남들이 경험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들을 경험할 때 시간과 돈을 들이는 것이 덜 아깝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맛 집과 집 앞의 분식점의 맛을 구분하지 못하면, 왜 시간과 돈을 들여서 거기에 가야 할까? 컴퓨터에 붙은 스피커와 수천만 원짜리 오디오에서 나오는 소리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다면, 왜 그것을 사야 할까? 멋진 예술 작품을 보는 눈이 없으면, 수백억짜리 예술품을 봐야 할 필요가 있을까?

 

우리는 한 병에 수십 만원 하는 명품 향수와 싸구려 향수의 차이도 잘 못 느낀다.

 

하지만 우리는 쉽게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사실 구분을 하긴 한다. 단지 어느 정도 이상이 되면 그때부터는 구분이 안되기 시작한다. 싸구려 이어폰의 소리와 비싼 오디오 시스템에서 나오는 소리는 분명히 구분할 수 있다. 그런데 중가와 고가에서는 구분이 안되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돈을 쓰고 시간을 들였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들을 경험하고 있다고 믿고 싶어한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엔 왜 이런 곳에 시간과 돈을 써야 할지를 스스로 납득하기 힘들어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가 이미 정한 목록을 수정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

 

자신의 삶은 소중하기 때문에 그런 것을 경험해보지 못하면, 뭔가를 안한 것 같은 생각도 든다. 거기에다가 할 수 있음에도 하지 않는 것은 자신의 삶에 대한 너무 무책임 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것이 심해질수록 우리는 점점 하고 싶은 것인지, 해야 하는 것인지를 더욱 더 헷갈려 하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그것에 대해 뭔가 많은 것을 느낀 듯 기록을 남긴 사람들의 글을 읽다 보면, 뭔가 자신도 그것들을 통해 그들처럼 느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들이 느낀 행복을 꼭 경험해보고 싶다. 삶을 좀 더 풍요롭게 하고, 삶을 좀 더 멋지게 사는 것이라는 그들이 말에 크게 고무가 된다.

 

그런데 그들이 정말로 그것을 느꼈는지는 알 길이 없다. 그렇지만 글 전체적으로 스며들어 있는 전문적인 지식과 화려한 글 솜씨로 인해서 의심이 없어지고 만다.

 

이 순간에 우리가 기억해야 할 장면이 하나가 있다. 그것은 예전에 우리나라에서 크게 인기가 있었던 드라마 속 한 장면이다.

 

드라마 대장금에서 어린 장금이는 홍시 맛이 나는 이유에 대해서 그렇게 설명을 했다. 그저 맛이 나기에 난다고 했는데, 그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냐고 말이다.

 

사실 우리가 무엇을 느꼈다고 해서 그것을 제대로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사실 우리가 우연히 깊은 평화로움을 경험했다고 해서 어떻게 그것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겠는가?

 

우리가 음악을 듣다가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해서 어떻게 그것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겠는가?

 

우리가 쓰는 언어는 명백하게 한계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어떤 물체의 높이, 크기, 넓이, 색깔, 촉감, 생김새, 무게, 모양, 용도, 사용법을 설명할 수는 있지만, 그것으로부터 얻는 감응이나 감동은 딱히 제대로 설명할 길이 없다.

 

만약 설명되었다면, 그것은 이미 변질된 것이 분명하다. 우리는 그 흔한 사랑 조차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우리는 그저 아이를 안고 있는 엄마의 모습을 그리면서 그것을 설명하려고 할 것이다. 글보다 그림이 훨씬 더 의미 전달력이 좋은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뭔가를 정확히 전달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대충 전달한다. 그것이 그림과 시이다. 우리는 그런 전달 도구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원하는 것을 전달한다.

 

이것이 우리의 한계이다. 우리는 어쩌면 정말로 모두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삶이 의미이어야 하기 때문에 그런 거짓말을 하고 서로 묵인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원래 우리는 다들 자신만의 환상을 가지고 있다. 여름 밤의 모닥불이나 눈 내린 산장에서 창 밖을 바라보는 것이나 모두 마찬가지다. 여름 밤의 모닥불은 모기의 밥이 되기 쉽다. 겨울의 눈 내린 산장은 고립의 위험성이 있다.

 

상상 속에서는 멋지지만, 현실 속에서는 다르다. 이것은 우리가 만들어 낸 조작된 이미지에 불과할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것들을 다 밀어 버리고는, 흔한 즐거움만 추구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노력은 해야 한다. 하지만 노력했을 때, 기대했던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자신을 의심하지는 말아야 한다. 그것은 당연하다. 우리는 대부분 예술 작품들을 감상할 능력이 없다.

 

그래서 그런 것들은 마치 몸에 좋으나 맛이 없는 음식처럼 대해야 한다. 그래야 몸의 건강이 유지된다. 늘 입에만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가는 몸이 상하기 쉽다.

 

그래서 재미가 없어도 억지로 좀 해야 한다. 재미없다고 해서 나는 왜 그럴까? 하는 생각을 하기 보다는 그저 정신의 건강을 위해서 의무적으로 조금씩 해야 한다.

 

누군가 자신은 너무 재미없다고 느낀 것을 하면서 너무 행복하다는 말을 하는 것을 들었을 때, 나는 왜 저렇지 못할까를 고민하지 말고, 그 사람은 운이 좋아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모두 자기 자신만의 행복이 따로 있다. 그리고 그것을 해야 행복하다. 우리의 삶은 유한하고,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것도 한정된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쓸 수 있는 돈도 늘 부족하다.

 

그러니 행복한 것을 위해 써야 한다. 그리고 가끔은 너무 쏠림에 의한 문제점을 해결해주기 위해서 그다지 행복하지는 않지만, 다들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해주면 된다.

 

케이크가 맛있다고 그것만 먹다간 돈도 너무 많이 들고, 살도 너무 많이 찔 수 있다. 그러니 가끔은 건강에 좋다는 맛없는 채소를 먹어야 할 것이다.

 

매일 쉬면 연휴의 즐거움을 알 수 없다. 그래서 가끔 일도 해야 한다. 우리가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 해야 할 일들이고 적은 것들이 바로 그런 것들이다. 그것들은 일종의 일이다. 그것도 해야 할 일들인 것이다.

 

어떤 것을 할 때 그것의 의미를 찾는 것에 매몰되기 보다는 새로움을 통한 전환의 의미로 접근하는 것이 좀 더 나을 듯싶다. 괜히 의미를 부여하다가는 스스로 확대 해석을 하게 된다. 재미없는 것을 재미있다고 말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괴리감이 심해지면, 결국 구석에 쳐 박아 두고 읽지 않는 명작 소설이 되고 만다.

 

하지 못하더라도 그것들을 꼭 해야만 삶을 제대로 사는 것이 아님을 기억하고, 하고 있거나 했더라도 그것이 꼭 원하던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란 믿음도 버리는 것이 좋을 것이다. 세상에는 꼭 해야 할 일은 오직 죽지 않을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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