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거짓말은 하면 안되는 것일까?

아이루다 2016. 2. 27. 11:34


 

미드 하우스를 보다가 보면, 거기의 주인공으로 나오는 의사 하우스가 자신의 직장 상사이자 역시 의사인 커디에게 자신이 맡은 어떤 환자에게 특별한 치료법을 적용하겠다고 설득하는 장면이 나오곤 한다.

 

그런데 사실 말이 설득이고, 거의 통보라고 보는 것이 맞다. 또한 특별한 치료법이라고 하기 보다는 일반적인 상식을 가진 사람이 보기엔 말도 안되는 아주 황당한 치료법일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서 환자에게 다른 병을 일으키는 고 위험도의 병원균을 주입하여 치료는 한다는 식이다. 더군다나 그런 치료를 할 때 확실한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모든 의학적 지식을 총 동원해서 내린 추리의 결과일 뿐이다.

 

그러니 커디가 그것을 찬성해줄리가 없다. 그래서 하우스는 처음부터 거짓말을 한다. 진실을 말하면 커디가 허락을 해줄리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커디는 수 많은 경험을 통해서 하우스에 대해 알고 있다. 하우스는 치료를 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그래서 그는 언제든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인물이란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커디는 묻는다. 진실을 말하라고 한다. 하지만 하우스는 급히 진지한 얼굴로 이렇게 답한다.

 

자신이 진실을 말하면 당신은 당연히 반대를 할 것이고, 그럴 경우 환자는 유일한 생존 가능성이 날라가게 된다. 그러니 처음부터 내가 거짓말을 하고 당신은 그것을 믿는 척만 하면 된다고 한다. 그것만이 유일한 희망이다.

 

커디는 이성적으로는 결코 용납이 되지 않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 만다. 하우스는 늘 말도 안되는 치료법을 적용시키지만, 그가 아니면 그 누구도 환자를 치료해 낼 수 없음을 안다. 그래서 그녀는 뭐라고 설명하기 힘든 표정으로 고개를 살며시 끄덕이고 만다.

 

미드 하우스는 처음부터 'Everybody lies' 라는 말로 시작한다. 즉, 누구나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그 누구도 예외 없이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 말은 절대적 사실이다. 우리들 중 거짓말을 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인간이 인간 세상에 살면서 거짓말을 하지 않기란 불가능하다.

 

만약 누군가 그 사람의 감정 그대로를 다 표출하고 산다면, 그는 인간 세상과 결별을 해야 할 것이다. 거짓말은 늘 이득을 위해서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거짓말은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도 많이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거짓말을 하는 것을 싫어한다. 왜냐하면 누군가가 거짓말을 했다는 것은, 그 사람을 믿을 수 있는 근거를 떨어뜨리는 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즉, 우리는 누군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것을 싫어한다.

 

거짓말을 하는 자신에 대해서 괴로워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해야 할 상황이 되면, 우리들 대부분은 매우 강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데, 이 결과가 자기를 파괴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 즉, 우리는 거짓말을 자주하다가는 자신에 대한 신뢰를 잃어서 삶의 주도권을 잃고 결국 피폐해질 수 있다.

 

우리들 모두는 어떤 목적이든 간에 늘 거짓말을 하긴 하지만, 거짓말을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알려진 관계들이 있다. 그것은 보통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이고, 부부를 포함한 사랑하는 연인들의 관계이다.

 

즉, 우리는 정말로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는 최대한 거짓말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이유가 바로 앞에서 언급한 신뢰에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소중한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되는 것을 몹시 두려워한다. 아니, 처음부터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은 소중해질 수가 없다.

 

가족이 소중한 이유는 바로 이 세상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많은 심리적 안정감을 가질 수 있다. 누군가 자신만큼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매우 중요한 필요 조건이다.

 

그런데 그 신뢰에 금이 간다면? 이것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재앙이 된다. 그래서 우리는 가족간에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을 매우 중요한 도덕적 조건으로 여긴다. 거짓말은 서로의 신뢰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조건이 반드시 옳지만 않다는 문제가 있다. 그것은 거짓말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서로 좀 더 편하게 살고, 좀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거짓말을 반드시 해야 한다.

 

친구와 놀러 가는 아이는, 공부를 하기 바라는 부모의 마음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 공부를 하러 간다고 말한다. 물론 아이의 정확한 목적은 놀기도 하고, 부모의 실망도 없게 하기 위한 순수하게 자신을 위한 것이긴 하다. 하지만 그럼으로써 부모의 마음도 편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에게 유리한 거짓말이 된다.

 

어떤 것들은 모르는 것이 약이고, 잘못 아는 것이 더 낫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두 가지가 충돌을 한다.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되는 것과 선의의 거짓말은 때로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둘로 인해서 사람들은 자주 다툼을 벌이게 된다. 어떤 거짓말에 대해서 한쪽은 너를 위해서 했다고 하고, 다른 한쪽은 어떤 경우에도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럴 때는 보통 후자가 좀 더 지지를 받는다.

 

하지만 정말로 그래야 할까? 우리는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관계에서 결코 거짓말을 해서는 안될까?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거짓말 하는 것을 들키면 안 된다. 우리는 알고 모르고 에 따라서 너무도 다른 반응을 보이게 된다. 단지 우연이 알게 된 것을, 결국 모르고 지나갔을지도 모를 일에 대해서 말이다.

 

미드 하우스에서 커디는 하우스가 늘 거짓말을 하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가 환자를 살리기 위해서 한다는 것을 알기에 넘어간다. 그러다가 둘은 언젠가 연인이 된다. 그리고 그때부터 커디는 하우스에게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한다.

 

그녀는 하우스가 늘 거짓말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것이 절대로 고쳐지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우스가 거짓말을 하는 것에 대해서 결코 그냥 넘어가지 못한다. 왜냐하면 소중한 관계가 되었고,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관계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의 요구는 옳아 보인다. 하지만 하우스 입장에서는 황당하다. 그는 이미 그런 존재였고, 결코 바뀔 수 없다. 그것은 그의 본질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왜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관계에서는 결코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할까? 어쩌면 우리는 사실은 신뢰를 가지고 있지 못해서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커디가 그렇다. 그녀는 하우스가 언제라도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존재임을 안다. 그래서 그녀는 기본적으로 하우스를 믿지 못한다.

 

그래서 그녀는 하우스에게서 솔직함을 요구한다. 자신에게만큼은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그녀는 틀렸다.

 

그녀는 처음부터 하우스와 맺어지면 안되었다. 하우스는 원래 신뢰하고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사실 그녀도 알았다. 그래서 그녀는 그 오랜 시간 동안 하우스를 좋아했음에도 불구하고 끝없이 하우스를 멀리 했다. 그러다가 그녀는 결국 자신의 감정을 참지 못하고 하우스와 깊은 관계가 되고 말았다.

 

그러니 이후는 당연히 그렇게 흘러가 수 밖에 없다. 하우스는 또 거짓말을 할 것이고, 그녀는 그것으로 인해 어떤 깊은 두려움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것은 하우스의 문제가 아니다. 그녀의 선택이 문제이다.

 

커디만 그런 것이 아니다. 사실 모든 사람들이 그렇다.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 할 관계에서 상대의 거짓말에 대해서 의심을 하고, 솔직할 것을 주문해야 할 처지라면,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다. 신뢰할 수 있다면 거짓말은 아무것도 아니다.

 

보통 거짓말은 정직함의 반대로 이해된다. 정직하게 말하는 것이 아니면, 거짓말인 셈이다. 그리고 정직은 거짓말에 비해서 도덕적 우월성을 가진다. 또한 사람들에게 있어서 훨씬 더 나은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도덕 자체가 선악을 구분하는 잣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 도덕은 우리 인간이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가치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절대적 기준점은 될 수 없다. 따라서 도덕적 행동의 기준이 되는 정직 역시도 마찬가지다. 그러기에 거짓말도 마찬가지다.

 

이 모든 것은 우리 인간의 삶을 조금 더 원활하고, 덜 싸우고, 덜 부딪히게 해주는데 목적이 있다. 물론 이것을 자의적으로 판단해서 마음대로 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이 원칙으로 모든 것을 절대적 관점으로 재단하여 판단하는 것도 큰 문제이다.

 

거짓말은 인간 세상을 좀 더 부드럽게 하는데 있어서 분명히 필요한 것이다. 거짓말이 없는 세상은 정말로 딱딱할 것이고, 서로 끝없이 싸우는 세상일 것이다.

 

거짓말을 잘하면 잘할수록 그 주변사람의 마음이 점점 더 편해질 수 있다. 어떤 면에서 거짓말을 서투르게 하는 사람이 문제가 된다. 그들은 쉽게 들킨다. 얼굴에 티가 나고, 행동거지가 달라진다. 거짓말을 하기 위해 숨긴 정황들이 허술해서 너무 쉽게 들통이 난다.

 

하지만 정말로 거짓말을 잘하는 고단수는 그 거짓말을 아주 잘 숨길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래서 수 십 년간을 거짓말을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집에서는 어느 좋은 직장에 다니는 것처럼 하면서, 사실은 끝없이 사기를 치거나 심지어 살인 청부업을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선택 가능하다면, 정직한 것이 거짓말을 하는 것보다 낫다. 왜냐하면 거짓말은 기본적으로 또 다른 거짓말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거짓말을 자주 들통이 나기도 한다. 생각보다 거짓말을 하는 것은 매우 고난이도의 두뇌 활동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해서 하는 것은 쉬우나, 그것을 들키지 않는 것은 매우 힘들다. 그래서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 제대로 속일 능력도 없고, 들통이 났을 때 그것을 큰 무리 없이 빠져나갈 능력이 없다면 거짓말을 하는 것은 무덤을 파는 것이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면 안 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정직이 훨씬 도덕적이라서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 아니다. 단지 거짓말을 할 능력이 되지 않기 때문에 그냥 정직한 것이 최선의 선택인 것이다.

 

그래서 거짓말을 했다가 들킨 사람은 거짓말을 했다는 비 도덕적 문제로 인해서 비난 받을 것이 아니라, 능력도 없으면서 거짓말을 한 한심한 사람으로써 비난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미 우리 머리 속에는 거짓말은 절대 악으로 정의되어 있다.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관계에서 거짓말은 어떤 의도이든, 어떤 목적이든 상관없이 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믿어지기도 하고 지지 받기도 한다.

 

이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스스로 돌아봄으로써 좀 다른 관점을 가질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지금 이순간 누군가의 신뢰 문제로 고민이 된다면, 사실 이미 그 관계는 미래가 없음을 자각해야 한다. 신뢰의 관계에 있어서 '신뢰'에 대한 고민은 이미 그 관계가 끝났음을 의미할 뿐이다.

 

진정한 신뢰의 관계란 신뢰에 대한 어떤 의심이나 고민도 없어야 한다. 설령 그 사람이 자신의 생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고,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하고 있더라도 말이다.

 

이것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물론 당장 행복하고 싶어하기에 부정하고 넘어가려고 할 것이다. 신뢰해야 할 사람을 신뢰할 수 없을 때가 되어도 우리는 일단 그것을 부정하고 싶어한다. 그래야 당장은 조금이라도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것을 따지고 상대의 변명을 믿으려고 애쓴다.

 

하지만 결국 그 관계는 단절될 수 밖에 없다. 그것도 더 크고 강한 충격으로 부숴진다. 다시는 회복될 수 없게끔 산산이 망가지고 만다.

 

하우스와 커디는 결국 깨진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둘은 끝없이 불안함을 느낀다. 특히 커디의 불안함은 점점 심해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가장 괜찮았던 두 사람은 다시는 못 볼 사이가 되고 만다. 그나마 남아 있던 신뢰마저도 완전히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정말로 중요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럴만한 사람이 아닌 존재를 가지고 신뢰할 있다고 믿어서는 안 된다. 또한 이미 신뢰한다고 생각했다면 그를 다시는 의심하지 말아야 한다.

 

설령 그가 거짓말을 했다고 해도 말이다. 그것은 단지 둘의 관계를 좀 더 부드럽게 하기 위해서, 상대를 좀 더 편하게 해주기 위해서 한 거짓말이라고 믿어줘야 한다.

 

그리고 결국엔 어쩔 수 없는 의심이 생긴다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돌아서야 한다. 상대의 변명을 들으면서 매 순간을 넘기려 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하면 그 순간은 좀 편하게 넘어가겠지만, 결국 나이를 먹고는 자신의 어리석음으로 인해 후회만 느낄 것이다.

 

두 사람의 관계가 깨지는 것은 거짓말로 인해서가 아니라, 신뢰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기에 그래야 한다. 거짓말은 신뢰를 깨는 행동 중 하나 일 뿐이다.

 

사실 신뢰는 많은 다른 일로써도 깨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상대가 자신을 무시할 때나, 자신을 믿지 못하거나, 부끄러워하거나, 자기 마음대로 하려고 하거나, 자기 생각을 강요하거나, 끝없이 자기 변명을 늘어 놓을 때도 모두 신뢰를 잃게 된다.

 

그리고 이런 일들에 비하면 거짓말을 사실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거짓말을 절대적으로 나쁜 것으로 정의하는 바람에 거짓말에만 집중을 한다. 그것만 가지고 상대를 비난한다.

 

하지만 거짓말뿐만 아니라 신뢰를 떨어뜨리는 모든 행위는 비난 받아야 한다. 그것에 대해 자신이 없다면, 신뢰의 가치에 대해서 잘못 이해한 것이다.

 

상대가 자신을 무시한다면 기분이 나빠서 따질 것이 아니라, 그 행위로부터 상대에 대한 신뢰를 잃을 수 있음을 경고 해야 한다. 상대가 자기 마음대로 하려고 할 때 답답함을 토로하지 말고, 그 행위로부터 신뢰를 잃을 수 있음을 지적해줘야 한다.

 

진짜로 그것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신뢰의 가치는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면, 모든 관계에 있어서 최고로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서 정직이나 기타의 것들은 단지 신뢰를 위한 수단으로만 가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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