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나에게 부드러운 사람

아이루다 2016. 2. 22. 18:00

 

당신이 조금 성깔이 있는, 단순히 착하지만은 않는 성격이라고 가정해보자. 그리고 이보다 좀 더 심각한 상태일 수도 있는데, 감정 기복이 심하고, 짜증을 잘 내며, 말에 가시가 돋혀 있어서 다른 사람에게 자주 상처를 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해보자.

 

그렇다면 당신의 인간관계는 어떨까?

 

뭐,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보통 이런 사람은 인간관계가 그리 좋지 않은 편이 될 수 밖에 없다. 유일한 예외가 있다면, 소위 말하는 금수저이거나 어느 분야에 천재이어야 할 것이다. 즉, 탁월하게 우월한 지위에 있거나, 탁월하게 뛰어난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조건이 있다면, 주변 사람들은 얻을 것이 많기 때문에 지랄 같은 성격도 속으로는 욕을 하면서 버틴다.

 

그런데 우리는 보통 평범하다. 그래서 그 예외에 속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그러니 당신도 역시 그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 주변에는 주기적으로 만나는 사람이 몇 될 것이다. 거기엔 동성 친구도 있고, 애인도 있을 것이다. 그들은 당신의 성격을 잘 알기에 당신이 가끔 진상 짓을 피워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 줄 가능성이 크다.

 

만약 그럴 수 없었다면 이미 예전에 관계가 깨졌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당신의 그 지랄 같은 성격 이외에 가진 당신만의 어떤 장점 때문에 곁에 남아 있을 것이다. 그것은 예쁜 외모나, 마음 씀씀이, 지랄 같은 때는 어쩔 수 없지만 평소엔 좋은 성격 등이 그 이유의 후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그들은 적지만 당신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존재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친구일 경우라면, 오랜 시간 동안 관계를 유지해 나갈 수 있다. 그런데 이성, 즉 애인이라면 조금 문제가 생긴다.

 

우리는 보통 친구와 애인 사이에서 고민을 하는 경우도 있을 만큼 친구의 가치를 높게 두는 편이다. 하지만 사실 친구와 애인은 천지차이다. 친구와 애인이 그나마 저울질의 대상에 올라 올 때는, 결혼 전까지만 가능하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결혼 후에도 친구와 아내나 남편을 같은 수준에 두고서는 저울질 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자신의 아이들까지도 그렇게 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특별하다. 그리고 이런 가정이라면, 보통 흔히 말하는 화목한 가정이 되긴 불가능하다. 가정을 이룬 사람은 어떤 식으로든 이 둘의 서열을 확실히 구분해줘야 한다. 그리고 보통은 가정이 우선이 된다.

 

그래서 친구는 애인과 다를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친구의 부모님이 어떤 분인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되지만, 애인의 부모님에 대해서는 결코 어쩔 수 없이 신경을 써야 한다. 특히 남자의 부모님, 즉 시부모님에 대한 여자들의 두려움은 남자의 그것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거대하다.

 

자, 다시 당신이 성질 더럽고, 기분이 오락가락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보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당신은 여자이다. 그런데 당신 곁에는 정말로 운 좋게도 그런 당신의 성격을 다 받아주고, 위로를 해주며, 참아주는 남자가 하나 있다. 누가 봐도 당신에게는 천사 같은 남자이다.

 

이제 결혼을 할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하자. 이 남자는 어떤 남편이 될까?

 

너그러운 남자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이 된다. 하나는 천성이 착하고 다른 사람에게 싫은 소리를 못하며, 일반적으로 고분고분한 스타일의 남자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심성이 아주 단단하여 외유내강의 성격을 지닌 남자이다. 남자가 봐도 아주 멋진 남자이다.

 

그런데 슬프게도 어떤 남자가 부드럽다면 외유내강의 성격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 왜냐하면 사람이 진짜로 외유내강의 성격이 되려면 갖춰야 할 어려운 조건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일단 무엇보다도 잘나야 한다. 못난 사람은 열등감 때문에 부드러운 척은 할 수 있지만 결코 진짜로 부드럽지 못하다. 그리고 정의롭기도 해야 한다. 보통 사람들은 잘나면 그냥 잘난 줄 알고 산다. 그래서 남을 잘 무시하는 성격이 되기 쉽다. 혹은 잘난 척을 하면 재수없다는 소리를 듣기에 그것을 숨기며 겸손한 태도를 보이지만, 그냥 그것은 겸손을 떠는 수준에 불과하다.

 

그리 계산적이지 않아야 한다. 계산적인 사람은 계산 결과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한다. 그래서 강한자 앞에서는 약하고, 약한자 앞에서는 강해지는 평범한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반면에 외유내강 한 사람은 상대가 누구냐에 상관없이 일관성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계산적이면 힘들다.

 

또한 용기도 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부드러움 성격은 사실은 갈등에 대한 두려움에 의해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보통 부드러운 사람들은 그냥 갈등 자체가 싫고, 싸움이 싫어서 그런 것이다. 즉, 남들에게 싫은 소리 못하는 사람은 우리가 믿는 것처럼 선량해서가 아니라, 다툼이 일어날까 봐 두려워서 대충 넘어가는 성격인 것이다.

 

이렇게 외유내강 한 사람이 되기 위한 조건을 따져보니, 결코 쉽지 않다. 그러니 그 남자 친구의 부드러움이 외유내강 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란 것을 확실히 알 수 있다.

 

이제 전체적인 가정은 이렇다. 당신은 여자이다. 그리고 금수저도 아니고 천재도 아니다. 그렇지만 감정 기복이 심하고 못된 구석이 있다. 그럼에도 당신에게는 천성이 착하고 유한 남자 친구가 있다. 이 남자친구는 당신이 아무리 짜증을 내도 다 받아 준다. 당신은 이 남자 밖에 없다. 남자는 당신에게 헌신적이고 충성스럽다.

 

그래서 둘은 결혼을 하기로 한다. 결혼 준비하면서도 당신은 데이트 할 때처럼 온갖 짜증을 다 낼 것이다. 아니 훨씬 더 낼 것이다. 왜냐하면 결혼식 준비를 하다가 보면 사실 스트레스 받는 것이 한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남자는 최대한 그것을 받아 줄 것이다. 그런데 과거에는 없던 문제가 하나 생긴다.

 

그것은 남자의 부모, 즉 시부모님의 존재이다. 그리고 보통은 시어머니의 문제이다.

 

시어머니는 남편과는 달리 미래의 며느리에게 마냥 너그럽지만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대한민국에서 결혼이란 것이 단지 두 사람이 만나 같이 사는 것이 아니라, 집안과 집안의 결합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그래서 미래의 시어머니는 자신이 믿는 것을 주장을 할 것이다. 단, 아들을 통해서 말이다.

 

이 순둥이 아들은 엄마 말도 잘 들을 것이 분명하다. 엄마 말을 잘 들었기 때문에, 여자 친구에게도 그렇게 대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당신은 당신의 남자가 엄마에게는 좀 당차게 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겠지만, 사실 이 아들에게는 결코 중재력이 없다. 특히나 엄마에게는 완전히 눌려 살고 있다.

 

그는 원래 겁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싸움이 나면 그것에 맞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일단 피하는 성격이다. 그는 결코 외유내강이 아니다. 그는 단지 겁이 많은 것이다. 그는 갈등을 싫어하고 그 상태에 있는 것을 괴로워한다. 그래서 갈등이나 다툼이 나면 그냥 자신이 참고 마는 성격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당신의 지랄 같은 성격을 다 받아줄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당신은 착각을 했다. 이 남자가 자신에게만 그럴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그런데 복병을 만났다. 같은 여자이며, 이미 살만큼 살아서 당신의 나이를 이미 경험한, 그래서 당신의 심리와 욕심을 다 꿰뚫어 보고 있는 무당 같은 시어머니가 버티고 있다.

 

그리고 그녀는 이미 수십 년간 아들을 키웠기에, 그 누구보다도 아들의 성격을 잘 알고 있다. 또한 아들을 제어하는 법을 알고 있다. 아들은 그녀의 꼭두각시 같은 존재였다.

 

시어머니 입장에서 그런 순둥이 아들이 여우 같고, 성질 더러운 여자에게 휘둘리는 것은 소중한 아들에 대한 문제이며, 자신에 대한 도전이 된다. 특히 여자를 사귄 이후로 자꾸 자기 말에 반항을 하는 듯 보이는 아들이 태도가 모두 여자로 인해서 나타난 것이라고 생각한다. 순진한 아들을 여우 같은 당신이 망쳐놨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둘은 아들을 두고 서로 감정 싸움을 하게 된다.

 

당신은 남편이 될 남자에게 확실하게 자기 편이 되길 바란다. 그러면 남자는 그 순간만큼은 큰 소리를 치며 자신만 믿으라고 하고서는 당신이 말한 요구사항을 들고 집으로 돌아가지만, 다음에 만날 때는 쭈삣쭈삣한 태도를 보인다. 그리고 당신이 요구했던 것들이 다 묵살되었음을 진심으로 미안해 하면서 전해준다.

 

거기에다가 어리석은 남자는 엄마가 한 말도 숨기지 않고 그대로 전달해서 이미 화가 난 당신의 분노를 극도로 상승시키고 만다.

 

사실 남자도 괴롭다. 여자 친구를 만나면 여자 친구가 자꾸 뭔가를 시키고, 집에 들어가면 엄마가 자꾸 뭔가를 시킨다. 그리고 그것은 서로 결코 겹쳐지지가 않는다.

 

남자는 점점 더 두려움을 느끼고 피하고 싶어진다. 여자 친구를 만나는 것도, 엄마와 얘기하는 것도 모두 피하고 싶어진다. 그래서 남자는 점점 더 자신의 세계로 빠져버린다. 즉, 침묵 모드로 들어가 버리고 만다.

 

갈등은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하는데, 말문이 막히니 전혀 진행되는 것이 없다. 두 여자는 남자와 아들을 너무 밀어붙여서 그가 힘들어 하는 것을 알고는 잠시 묵시적으로 휴전을 한다. 그리고 그 사이 결혼식은 진행되고 둘은 신혼 여행을 떠난다. 여기에서 당신은 잠시 승리감을 맛본다. 결국 결혼을 했고, 일단 이렇게 가정이 꾸려지면 남편은 자기 손에 있음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신은 세상을 잘 몰랐다. 신혼 여행에서 돌아오자, 시부모님은 일주일에 한 번씩은 왔다가 가라고 한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그 동안 자신에게 너그러웠던 시아버지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서 당신 역시도 아무런 대꾸를 하지 못하고 만다.

 

당신이 놓친 것이 하나 있었다. 시아버지가 바로 당신의 남편과 같은 존재라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시아버지는 시어머니의 남편일 뿐이란 점을 말이다. 결국 시아버지는 시어머니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사람일 뿐이란 점을 그제서야 알게 된다.

 

승부는 다시 원점이 되고 만다. 새로 결혼한 새댁이 어떻게 살아갈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잘 살길 바란다.

 

긴 이야기를 썼는데, 이 이야기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 몇 가지 있다. 하나는 이미 알았을 것이다. 나에게 부드러운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도 부드러울 수 밖에 없다는 평범한 진리이다. 두 번째는 좋은 사람을 얻고 싶다면 성격이 지랄 같아야 한다는 것이다.

 

첫 번째 교훈을 잠시 되새겨보자. 우리는 왜 이런 착각을 할까? 왜 나에게만 부드러울 것이라고 믿을까? 그런데 사실 이런 어리석은 바램은 원래부터 있어왔다.

 

여자는 나쁜 남자에게 끌린다. 남자는 요조숙녀에게 끌린다. 그리고 이 둘 모두 어리석은 희망이다.

 

남에게 나쁜 남자는 나에게도 나쁠 수 밖에 없다. 사람이 사람에 따라 성격이 바뀔 수 있다면, 그 중 하나는 연기이다. 만약 정말로 그럴 수 있다면 그는 다중 인격자이다.

 

낮에 현모양처이고 밤에는 요부가 되는 여자라면, 둘 중 하나만 진실이다. 요부가 현모의 흉내를 내거나, 현모가 요부의 흉내를 내는 것이다. 이 둘 중에서 어떤 것이 더 끌리는지 모르겠지만, 그나마 후자가 나을 것이다.

 

그러니 어떤 남자가 나에게 부드럽다면, 언제나 부드러운 남자일 수 밖에 없다. 나에게는 부드럽고, 남들에게는 단호하라고 말하는 것은 실현 불가능한 요구이다. 단호한 남자는 여자에게도 단호할 수 밖에 없다.

 

이 두 번째 교훈은 웃기지만 사실이다. 좋은 사람의 주변엔 좋은 사람도 많지만 지랄 같은 사람도 많을 수 밖에 없다. 반대로 지랄 같은 사람 주변엔 좋은 사람만 남을 수 있다. 그러니 좋은 사람만 사귀고 싶다면 적당히 지랄 같아야 한다.

 

그래서 적당히 나쁜 사람이 되어야 세상이 살기 편해진다. 좋은 사람도 좋지만, 그러면 사람 스트레스를 너무 받게 된다. 적당히 지랄같은 면이 있어야 사람들이 적정한 거리를 지켜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지랄 같은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주변에 사람이 남아 있다면, 그 사람을 정말로 소중히 여겨줘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기분이 좋을 때라면 정말로 잘해줄 필요가 있다. 그나마 그것이 그 사람을 지킬 수 있는 요령이다.

 

우리는 어떤 사람이 가진 장점이 좋아서 그 사람을 좋아해 놓고는, 나중엔 그것을 고치라고 한다. 부드러운 남자가 좋아서 사귀어 놓고는, 단호해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돈을 잘 쓰는 남자를 만나 놓고는, 결혼 했으니 돈을 아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잘 꾸미는 여자와 결혼해 놓고는, 꾸미는데 돈을 너무 쓴다고 구박한다. 돈을 잘 안 써서 돈을 많이 모은 점이 좋아서 결혼해놓고는, 너무 구두쇠처럼 아낀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그래서 잘 생각해봐야 한다. 이 사람의 장점이 도대체 미래에도 장점이 될 수 있을지를 잘 생각해야 한다. 사실 조금만 생각해보면, 현재의 장점이 미래에 어떻게 작용할지 뻔히 보인다.

 

결혼 후,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그것은 그 사람 문제가 아니다. 당신의 사람 보는 눈이 문제였을 뿐이다. 그 사람은 이미 그럴 전조를 100% 이상 보여줬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당신만 그것이 안 보였던 것이다. 아니, 보였는데 잘못 해석한 것뿐이다.

 

어찌하겠는가? 운 좋게 잘 살길 바라는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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