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눈물

아이루다 2015. 11. 28. 07:13

 
눈물은 말 그대로 눈에서 흘러내리는 물이다. 우리 인간은 여러 가지 이유로 눈물을 흘리지만, 이 글은 과학적 설명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탓에 오직 감정적 반응으로써의 눈물만은 생각해보기로 하자.
 
우리가 흔히 눈물 하면 어떤 감정이 느껴지냐는 질문을 받게 되면, 보통은 '슬픔'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즉, 보통 사람들에게 있어서 눈물은 슬픔이란 감정을 느낄 때 나타나는 신체적 반응이란 뜻이다.
 
하지만 우리의 선입견과는 달리 사실 눈물은 슬픔만이 아닌, 거의 모든 감정에 의해서 나타난다. 우리는 기쁠 때도 울고, 화가 나도 운다. 서러울 때도 많이 운다. 우리는 깜짝 놀래서 심한 공포심을 느꼈거나 감당할 수 없는 폭력 앞에 노출되었을 때도 운다. 우리는 절망감이 느껴졌을 때도 운다.
 
그래서 실제로 우리는 감정적으로 심하게 격해진 상태가 되면 거의 대부분 운다.
 
그럼에도 우리는 왜 보통 슬플 때 울게 된다고 기억하게 될까? 아마도 그 이유는 횟수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울 때, 그 이유는 일반적으로 슬플 때가 많다.
 
그렇다면 이런 생각도 할 수 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많이 느끼는 감정이 슬픔일까? 하는 생각이다.
 
당연히 아닐 것이다. 우리는 평균적으로 행복하게 산다. 그러니 사람에 따라서 기쁜 일이 슬픈 일보다는 많다. 물론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은 상태가 더 많을 수 있지만, 단순히 기쁨과 슬픔을 비교하자면 그렇다.
 
또한 우리는 화를 자주 내기도 하고, 흔하지는 않지만 서럽고 우울해서 눈물이 나기도 한다. 그리고 거의 경험할 일은 없지만 눈물이 날 정도로 두려운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우리는 매일 살아가면서 수 많은 감정적 변화를 겪지만, 유독 슬픔을 느끼고 우는 경우가 제일 많다. 도대체 왜 그럴까? 우리는 왜 특별히 슬픔을 느낄 때 주로 눈물을 흘리게 될까?
 
아마도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슬픔이란 감정을 발산할 수 있는 당위성 때문일 것이다.
 
우리 인간은 기본적으로 감정을 억제하는 훈련이 되어 있다. 그것은 딱히 어떤 감정에 대한 것이 아니라 모든 감정 그 자체이다. 남 앞에서 쉽게 드러난 감정은 이용당하기 쉽다. 또한 다른 이들에게 불쾌함을 일으킬 수 있는 감정은 더욱 더 숨겨져야 한다.
 
이 중에서도 그나마 우리가 덜 제어하는 감정은 기쁨이다. 우리는 보통 참기 힘들어서 기뻐하기도 하지만, 기쁨 감정을 심하게 억제하지는 않는다. 더해서 행복한 모습은 다른 이들에게 전파되는 경향이 있어서, 다른 사람들도 좋아한다.
 
반면에 슬픔은 조금 더 제약된다. 특히나 자신의 약점으로 인해 발생하는 슬픔은 어떤 순간엔 참을 수 없어서 터져 나오긴 하지만, 아무튼 숨기려고 하는 편이다.

 

하지만 슬픔이 그 자신의 것이 아닌, 타인의 것일 때, 우리의 감정은 거의 제어되지 않는다. 
 
즉, 우리는 자신에게 슬픈일이 아닌, 타인에게 슬픈일에 대해서만 마음 놓고 울 수 있다. 타인에게 공감된 슬픔은 그 사람에게 나쁜 일이지 나에게 나쁜 일도 아니다. 그리고 슬퍼하고 난 후 얼마간 지나면 금세 사라질 수 있는 감정이다.

 

그래서 우리는 힘든 일을 당한 친구의 이야기를 듣다가, 전혀 모르는 사람의 슬픈 사연을 듣다가, 영화를 보다가, 책을 읽다가, 만화를 보다가 운다. 심지어 스포츠를 보다가도 운다. 우리는 정말로 공감으로써의 슬픔은 마음껏 표출한다.
 

또한 이런 공감된 슬픔은 실제로 그 슬픔을 당한 이들을 위로해준다. 즉, 그 사람을 좀 더 낫게 해주는 일종의 치료효과가 있다. 그래서 공감으로써 슬픔은 그 사람에게도 좋다. 하지만 냉정히 말하면, 우리 자신에게 손해가 될 것이 전혀 없다는 뜻이 된다. 아니 어떤 특정한 상황에서 운 좋게 잘 이뤄진 공감은 그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도 있다. 사람은 보통 슬플 때 약해지기 때문에 그렇다.
 

사실 그래서 공감하는 슬픔은 사람들의 마음을 녹일 수 있기 때문에, 그보다 더 좋은 이득도 없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자신의 슬픔은 억제를 해도, 타인의 슬픔에 공감된 슬픔은 정말로 마음껏 표출한다. 사실 제어하려면 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나마 이와 비슷한 것 감정은 오직 기쁨밖에 없다. 그 외의 나머지 감정들은 보통은 타인에게 그대로 드러내기엔 뭔가 문제가 있다.
 
타인의 기쁨을 공감해서 같이 웃어주는 것도 슬픔을 함께 나눠주는 효과와 비슷하다. 즉, 기쁨은 나누면 두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처럼 그렇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우리는 슬프지만 타인의 기쁨과 슬픔에 대해서 동일하게 공감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타인의 기쁨을 대할 땐, 부러움과 질투가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보통 그 기쁨의 결과를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즉, 가족이나 깊이 연관된 사람들이다.
 
가족 구성원 중에서 한 명이 중요한 시험에 합격하면, 다른 사람들은 그것을 진심으로 축하해줄 수 있다. 하지만 한 다리만 건너도 부러움과 질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어떤 운동 선수가 금메달을 따면, 그 사람의 코치는 진심으로 기뻐하지만, 그 옆의 다른 코치는 부러움과 질투를 느낄 수 있다.
 
또한 태생적으로 부러움과 질투를 잘 느끼지 않는 사람들도 있긴 하다. 하지만 이들은 아예 다른 가치에 관심이 많거나 혹은 이미 충분히 가져서 부러움이나 질투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들일 경우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기쁨에 대한 공감은 온전히 이뤄지지 못한다. 우리는 자신이 그렇기 때문에 상대에 대한 감정도 그 정도까지만 예상한다. 즉, 누군가 자신과 크게 관련이 없는 사람이 자신만큼 그것을 기뻐하면 사실 좀 부담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슬픔을 공감할 때는 다르다. 슬픔은 타인의 불행함에 대한 동정이다. 즉, 우리는 부러움이나 질투를 느끼지 않고 오히려 상대적 행복감까지 느낀다. 물론 우리는 그것을 숨기려고 애쓴다. 아니, 애쓸 필요도 없이 자연스럽게 숨겨진다. 누가 불행한 일을 당해서 슬퍼하는 사람 앞에서 그것을 기뻐하는 모습을 보이려고 하겠는가?
 
사람을 잃고 싶지 않다면, 그것은 그냥 헤어지고 난 후, 집에서 자기 전에 '나에겐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라고 생각하면서 잠들어야 한다.
 
아무튼 이런 원리로 인해서 슬픔은 온전히 공감된다. 그러다 보니 눈물이 나게 된다. 그리고 이때 눈물은 결코 거짓이 아니다. 정말로 온 몸의 감정이 다 100% 공감 되어서 나오는 중이다. 아무것도 거칠 것이 없기 때문이다. 거기엔 부러움도 없고, 제어해야 할 필요성도 없다. 더해서 하고 나면 장기적으로 관계를 맺을 때 이득도 된다.
 
또한 상대에게도 좋다. 그러니 우리가 눈물을 흘릴 때는 주로 '타인이 슬플 때' 가 많다. 물론 자신이 슬플 때도 있지만, 사람들에 따라서는 숨어서 슬퍼한다. 어떤 사람들은 타인의 동정을 무척 싫어하는데, 그 동정이 바로 앞에서 설명한, 사람들이 슬픔을 공감하려는 이유를 확실하게 품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알면 기분이 나쁠 수 밖에 없다. 자신에 대한 만족감을 얻기 위해서 진심으로 슬퍼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의 마음 속 말이다.
 
우리는 기쁨과 슬픔 이외에 다른 다양한 감정들, 분노, 공포, 서러움 등등의 감정에 의해서도 울 수 있지만, 이런 감정을 타인에게 노출하는 것은 그다지 좋은 현상이 아니기에, 우리는 철모르는 어린 시절에만 그렇게 한다. 그리고 얼마간의 나이를 먹고 나면 숨어서 혼자 울든지 아니면 정말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 앞에서만 감정을 드러낸다.
 
그리고 기쁨을 제외한 거의 모든 종류의 좋지 않는 감정은 슬픔처럼 공유가 쉽기 때문에, 타인의 눈물을 이끌어 낼 수 있다.
 
하지만 다른 감정들은 슬픔과 달리 다른 사람들에게 노출되었을 때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즉, 슬픔만이 유일하게 타인에게 점수를 깎아먹지 않는 감정이다. 그래서 우리는 슬픔을 제외한 다른 감정들은 가능한 한 숨긴다.
 
우리는 사실 잘 슬퍼하는 사람을 좋아하기도 한다. 눈물이 많다는 것은 공감능력이 좋다는 뜻이고, 내가 힘들 때 그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란 의미도 된다. 우리는 화를 잘 내는 사람이나 두려움이 많은 사람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다른 사람의 슬픔에 공감되어서 자주 눈물을 흘리는 사람을 싫어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슬픔은 더욱 더 자주 노출이 된다. 그리고 그것이 오래 지속된 결과로 인해, 이제 우리는 눈물을 슬픔의 감정이라고만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심리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정하기  (0) 2016.01.09
자기만족  (0) 2015.12.31
본전생각  (0) 2015.11.23
엄격한 사람  (0) 2015.11.14
중독에 대한 약간 다른 관점  (0) 2015.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