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중요성과 가치

아이루다 2015. 10. 18. 04:53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마다 각자 자신만의 중요한 것들이 있다. 이것을 다른 말로 가치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표현은 조금 미묘한 차이점이 존재한다.

 

어떤 개인에게 중요하다는 것은 그냥 그 사람에게 중요한 것이다. 그것은 다른 누구에게 중요할 필요가 없으며, 오직 그 사람에게 중요하면 된다. 만약 어떤 사람의 중요성이 다른 사람에게도 중요해야 될 상황은 단지 그 사람의 상황을 이해 받아야 할 때 뿐이다.

 

아이가 몹시 아파서 아침 출근 시간에 아이를 데리고 병원 가는 하는 엄마에게 있어서 중요성이 그렇다. 그 아이는 그 엄마에게는 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한 존재이지만, 사실 그 엄마가 다니고 있는 회사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단지 회사 사람들은 통념적 상식 선에서 그 엄마의 지각을 이해는 해줄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어떤 개인의 중요성이 다른 이들에게 폭 넓게 이해가 될 수 있을 때, 그것은 가치가 될 수 있는 후보가 된다. 우리는 가치는 스스로 만드는 것이라고 믿지만, 사실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중요함은 스스로 만들거나 만들어질 수 있지만, 가치는 그렇지 못하다. 가치는 오직 타인들의 인정으로부터 만들어 진다. 물론 그 타인이 반드시 살아 숨쉴 필요는 사람일 필요는 없다. 그것은 자신이 믿는 신이 될 수도 있고, 역사 속 인물일 수도 있다.

 

학교 숙제를 해야 하는 초등학생에게 '숙제를 하는 것' 은 매우 중요할 수 있지만, 그것은 가치로써 인정되긴 힘들다. 특히나 어른들에겐 그렇다. 그래서 아이는 숙제를 하다가도 자신의 부모가 외식을 하기로 결정하면 금새 끌려서 밖으로 나가게 된다. 물론 아이들도 그것을 훨씬 더 좋아한다.

 

하지만 이때 아이가 숙제를 하는 시간이 가치를 갖게 되면, 상황은 변한다. 이때는 부모조차도 쉽게 데리고 나가서 외식을 하기가 힘들어 진다. 실제로 아이가 커서 고3이 되면, 부모들은 집에서 TV도 보기가 쉽지 않아진다고 한다.

 

이렇듯 중요성과 가치는 개념적으로는 거의 같지만, 동의의 범위가 개인적이냐 전체적이냐에 따라 구분될 수 있다. 즉, 범위의 문제가 된다.

 

그래서 보통 중요성은 개인적 영역에서 머물고, 가치는 다른 이들과의 관계까지 확장이 된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인정 받지 못하는 가치는 아무리 그것을 주장하고 우겨도 결국엔 개인에게 중요한 것일 뿐이다.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과 관련 없는 개인의 중요성은 비교적 만들어지기가 쉽다. 하지만 쉽게 만들어진 중요성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되고 받아들여져서 가치화 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는 언제나 자신이 느끼는 중요성을 가치화 시키려고 시도한다.

 

그런데 우리는 왜 자신의 중요성을 가치화 시키려고 할까?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요한 것이 왜 중요한 것이 되는지부터 먼저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중요한 것은 왜 중요한 것이 되었을까?

 

이 질문의 답은 무척 쉽다. 모든 중요함은 행복에 대한 욕구로부터 만들어 진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우리는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을 대부분 중요하게 여긴다.

 

그리고 이 행복은 아주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진다. 그것은 즐거움도 되고, 감동도 되고, 따뜻함도 되고, 안락함도 되고, 기쁨도 되고, 존재감 증명, 잘남을 증명 받는 일, 이득을 얻은 일, 새로운 장소를 방문하는 일, 예상치 못한 운, 도박에서 돈을 딸 때, 마약을 할 때, 힘든 목표를 이뤘을 때 등등이 된다.

 

하지만 그 많은 행복들 중에서 그것을 계속 반복하려면 타인들의 인정이 아주 중요하다. 어떤 사람이 살인을 할 때마다 행복했다고 해서, 그것이 반복될 수 없다. 도둑질, 마약, 도박 등등이 모두 그런 예가 된다. 물론 몰래 숨어서 할 수는 있지만, 그럴 경우 늘 불안함이 함께한다. 그리고 그 불안함은 자신이 원한 행복을 감소 시키는 원인이 된다.

 

사실 생각보다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인정받을 수 있는 행복은 그리 많지 않다. 즉, 우리가 행복을 통해 어떤 중요한 것들을 만들거나 자연스럽게 생성할 때, 우리가 느낀 그 행복들의 중요함이 반드시 다른 이들에게도 그런 것은 아니란 뜻이다.

 

TV 드라마를 보는 즐거움은 행복한 일이지만, 그것에 관심이 전혀 없는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해봐야 아무런 쓸데없는 노력이 된다. 그것은 심지어 왜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하냐고 핀잔을 들을 수도 있다. 사실 이 세상엔 TV를 바보상자로 여기는 사람들이 꽤나 된다.

 

그런데 어떤 중요성들은 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받는 것을 넘어서 적극적인 지지를 받는 경우까지도 있다. 사실 중요성은 이 순간에야 비로소 가치화된다고 볼 수 있다. 인정을 받는 순간은 그냥 그 행위를 반복해도 된다는 사회적 암묵적 허용이고, 적극적 지지를 받을 때 비로소 진정한 가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등산을 하는 것은 보통은 타인들에게 어느 정도는 인정받는 행동이다. 그런데 만약 히말라야 산맥들에 있는 아주 높은 산들을 오르게 되면, 그것은 다른 이들의 인정을 넘어서 지지를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즉, 가치화가 되는 것이다. 그럴 경우 운이 좋다면 후원 기업이 생겨나고, 그로 인해서 전문 산악인의 삶을 살아갈 수도 있다.

 

원래 등산은 개인에게는 중요할지 몰라도, 단지 산을 오르는 행위일 뿐이다. 하지만 그것이 타인들의 인정을 넘어서 지지를 받게 될 때, 한 사람의 삶이 아예 그것을 직업화 시킬 수 있을 만큼 가치화가 되는 것이다. 즉, 단지 산을 오를 뿐인데도 실제적인 돈을 만들어 낸다.

 

그런데 이것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사실 현대의 모든 종류의 스포츠가 그런 원리로 동작되고 있다. 발로 공을 차고, 나무로 공을 치거나, 누군가를 때리면 돈이 만들어진다.

 

개인의 중요함이 타인의 인정을 받아서 가치화가 되기 시작하면, 아주 많은 것이 달라진다. 그것은 당위성을 인정 받을 수 있어서 지속적으로 그 행복 행위를 반복할 수 있고, 같이 할 수 있는 동료를 얻을 수도 있어서 뭔가 더 크게 판을 벌일 수도 있으며, 운이 좋다면 그것을 통해 실제적인 이득까지도 얻게 된다.


여행이 좋아서 떠난 사람들이, 그 여행에서 겪은 일들을 책으로 써서 돈을 버는 것이 비슷한 예가 될 것이다.


이 모든 변화는 원래는 행복하기에 중요했을 뿐인 것들이 가치화 되는 과정에서, 원래 느꼈던 행복보다도 훨씬 더 큰 행복을 느낄수 있는 이유가 된다. 즉, 우리는 자신의 중요성이 인정과 지지를 받을 때, 아주 큰 행복감을 맛볼 수 있다.

 

우리 누구나 현실 속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끝없이 자신에게 행복한 것을 설명하고, 자랑하고, 같이 하길 바라는 심리가 바로 이것으로부터 출발한다. 또한 누군가 자신이 행복하게 느끼는 것을 말하는 것만 잘 들어만 줘도 무척 뿌듯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은 바로 자신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들, 즉 행복의 대상을 다른 이들에게 설명함으로써 가치화 시키려는 노력이다. 그리고 그것이 조금이라도 되는 듯 느끼면 기분이 무척 좋아진다.

 

어떤 TV 드라마를 너무도 재미있게 본 사람은, 주변 사람들에게 끝없이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을 행복하게 만든 드라마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 애쓴다. 물론 평소에 이미 그런 이야기를 자주 주고 받은 관계였다면, 그것은 아주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다.

 

그리고 좀 더 적극적인 사람들은 그 드라마 게시판에 들어가 의견을 읽고, 쓰고, 댓글을 다는 등의 행동을 한다. 더해서 좀 더 적극적인 사람들은 그 드라마에 나온 사람들의 팬 클럽에 가입하거나 각종 행사에 참가하여 그들을 직접 보려고 노력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그들은 모두 자신만큼의 중요성을 가진 존재들과 어울릴 기회를 갖게 되는데, 당연하게도 그런 사람들만 모이는 곳을 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중요성은 그들에게는 가치가 된다. 그리고 가치가 된 중요성은 이젠 증폭되어 더 큰 행복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이런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한다면, 현재 자신이 가진 가치에 대한 되 집어 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다. 이것은 이미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리고 남들이 그것을 인정한다고 해서, 그 가치들이 과연 절대적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한 스스로에 대한 질문이다.

 

물론 이미 충분히 그 가치들로 인해 행복한데, 그런 질문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아할 수도 있다.

 

사실 그래야 하는 이유는 단 하나뿐이다. 그것은 바로 가치의 충돌, 즉 이세상에는 개인들이 각자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엄청나게 충돌하고 있어서 수 많은 갈등을 양상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전통적으로 가치 있다고 여겨져 온, 결혼, 육아, 집 등과 같은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각 개인들이 즐기는 수 많은 형태의 행복한 것들까지도 모두 그렇다.

 

누군가는 결혼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어떤 사람들은 반대한다. 아이를 낳는 것도 서로 낳아야 한다 와 낳지 않아도 된다고 대립한다.

 

가수를 좋아하게 되면, 다른 가수들의 팬클럽과 싸움을 하고, 걷기를 좋아하면 자전거를 타는 사람과 다툼이 일어난다. 사실 이런 갈등들은 실제적이기도 한데, 우리 사회가 어떤 구조상으로 이미 잘못 만들어져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개인에게 중요한 것이 개인에게 중요한 것은 맞다. 하지만 그것이 주변 사람들이나 혹은 전통적 가치관에서 중요하다고 인정이 되어 가치화 되었다고 해도, 그것은 그냥 상대적 개념일 뿐이다. 그것을 자신과 다른 타인에게도 중요하다고 강요를 하게 되면, 바로 그것이 가치의 충돌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아이를 낳지 않고 살겠다고 마음 먹은 부부에게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바로 그것의 흔한 예가 된다. 사실 우리는 먹고 사는 것 이외에 모든 것은 선택 가능하다.

 

그리고 어떤 가치를 주장할 때는 반드시 어떻게 그것이 가치화 되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그것은 이미 말했듯이 자신의 중요성을 좀 더 크게 확장하고자 하는 욕구에서 출발했음을 떠올려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그것들은 마치 어떤 가수의 팬클럽에 가입한 것처럼, 사실은 이미 자신과 비슷한 중요성을 가진 존재들이 주변에 있기 때문에 그것이 가치화 될 수 있었음을 인식해야 한다. 즉, 단지 무엇인가 자신이 중요하게 느끼고, 주변에서 인정받은 가치라고 해도 사실은 단지 자신의 좁은 인간 관계 내에서만 유효할 수 있는 가치란 점을 생각해봐야 한다는 뜻이다.

 

자신의 친구들이 모두 명품의 가치를 인정한다고 해서, 어떤 명품이 누구에게나 가치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것은 사실 모든 것이 다 그렇다. 여행, 육아, 집, 살림, 심지어는 직업까지도 그렇다.

 

그래서 가족의 가치를 주장하는 사람은 왜 명품 따위에 돈을 쓰는지를 비난하고, 반대로 명품의 가치를 주장하는 사람은 왜 결혼 같은 것을 해서 그 좋은 명품을 살 돈도 없이 구질구질하게 살아가는지를 한심해 한다.

 

사실 중요성을 통해 가치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게 되면, 자신이 가진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타인에게 그것을 강요하거나, 자신이 그리 공감할 수 없는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을 비난하는 일이 급격하게 줄어들게 된다.

 

이것은 당연하게도, 자신을 좀 더 행복하게 하려고 타인을 괴롭히는 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심하게 표현하면 살인이 행복한 사람과 다를 바가 없다.

 

모든 중요성은 상대적이면서 개인적이다. 그리고 모든 가치는 그 중요성을 기반으로 하기에 실제로 조금 덜 상대적이고 조금 덜 개인적일 뿐이다.

 

어떤 중요성에 대해서 10명 중 5명이 그것을 인정했다고 해서 절대적 가치화는 될 수 없다. 설령 10명 중 10명이 모두 인정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우리 인간이 아무리 인류의 영속적 존재를 가치 있는 일이라고 주장해도 그것은 단지 인간의 입장에서만 그렇다. 지구의 가치조차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단지 주변 사람들이 인정했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도, 그것의 가치를 스스로 믿고, 반드시 해야 할 것들이라고 정해둔다. 그리고는 시간만 나면 그것을 타인에게 해야 할 일처럼 강요하면서 살아간다.

 

사실 우리가 하루 종일 타인들에게 하는 말을 녹음이라도 해서 그것을 들어 본다면, 거기엔 자기 자랑, 자신이 행복한 것에 대한 설명, 자신이 중요하다고 느끼는 것을 해야 하는 당위성을 설명하는 것으로 가득 차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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