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만족과 관심

아이루다 2015. 8. 17. 06:42

 
꽤나 예전부터 전국의 각 음식점을 찾아 다니면서 숨겨진 맛 집 식당을 소개해주는 블로그들이 있어왔다. 그리고 비슷한 형태로, 음식뿐만 아니라 아주 다양하게 주제로 사람들이 관심 있어 할만한 것들을 비슷한 형태로 정보를 제공해주는 블로그들이 지금도 많이 운영되고 있다.
 
그것은 영화를 소개하거나 책을 소개하는 것이기도 하고, 어떤 특정 목적의 전자 기기를 전문적으로 비교 분석하는 것이기도 하다. 좀 더 전문적이라면 법률적인 지식을 설명해주는 것이기도 하고, 각종 의학 정보를 알려주기도 한다.
 
그리고 보통 대부분의 이런 종류의 블로그는 바로 블로그의 작성자인, 소위 통칭해서 블로거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평소 관심 있는 주제로부터 시작된다.
 
아마도 그것의 가장 흔하면서 활동적으로 운영되는 예는 바로 요리에 관한 블로그들이 될 것이다. 인터넷에는 지금도 수 많은 요리 관련 블로그들이 운영 중인데, 그 블로그를 운영하는 분들은 공통적으로 그 자신이 요리를 하는 것 그 자체를 매우 행복하게 여기는 듯 보인다.
 
이것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이 당연한 것인데, 원래 우리 인간은 뭐든 그것이 행복해야 시작하기 때문이며, 행복할 수 있어야 그것을 지속할 수 있기 때문에 당연히 그렇다.
 
원래 블로그나 기타 다양한 형태의 정보를 전달하는 도구들의 기본적 목적은 작성자가 가지고 있는 '정보의 공유' 이다. 즉, 누군가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다소 전문적일 수까지 있는 정보를 알려주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다.
 
사실 이 글을 적고 있는, 이 블로그 역시도 완벽히 그것에 부합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즉, 이 블로그는 사람의 본질에 대해 관심이 많은, 나 자신의 정보 공유가 그 목적인 셈이다.
 
그리고 이 말은 다시 이런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바로 정보를 보는 사람, 즉 어떤 블로그이든지 바로 관객의 존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연극과 같다. 관객이 없는 연극은 연극이긴 하지만 연극이 아니다. 아무도 보지 않는 영화는 영화이지만 영화가 아니다. 단 한 명의 관람객도 없는 사진전은 사진을 전시했지만 전시회가 아니다.
 
아무도 방문하지 않는 블로그는 블로그가 아닐 수 있다.
 
그래서 거의 모든 블로그의 글은 방문객의 입장을 생각하게 된다. 물론 완전히 개인적인 목적으로 일기 쓰듯이 다양한 글을 쓰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방문하지 않는 블로그는 없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
 
그러면 이제 전체적으로 이런 연결이 된다. 분명히 블로그의 글을 쓸 때는, 그 다양한 주제들에 대한 주인장의 관심을 표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었다. 그런데 이젠 그 글들이 누군가에게 읽히고 반응을 받는 것 역시도 하나의 중요한 목적으로 추가가 된다. 즉, 블로그 글의 목적은 자신과 타인, 두 가지로 나뉜 것이다.
 
사실 이것은 처음부터 시작된 목적이기도 하다. 물론 처음에 블로그에 글을 쓰는 사람은, 시작부터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블로그에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블로그에 처음 글을 쓰면서, 이 글을 아무도 읽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것은 점점 더 확신이 생긴다. 즉, 방문객들이 늘어가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되면, 두 가지 목적을 두고 애매한 경계지점이 생겨난다. 왜냐하면 자신의 관심을 정리하는 것과 다른 이들의 관심을 받는 것은 다르지만 모두 강력하게 행복을 추구하는 길이 되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목적을 좀 더 명시적으로 표현하면, 그것은 바로 '자기 만족' 이냐 아니면 '타인의 관심' 이냐 의 관점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물론 대부분의 블로그들은 이 둘의 목적을 동시에 추구하지만, 과연 어디를 좀 더 중요하게 생각 하느냐는 사실 정확히 알 길이 없다.
 
단지 대부분의 경향은 초기엔 분명히 ‘자기 만족’으로 시작된 다양한 시도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타인의 관심' 쪽으로 변해간다는 점이다.
 
이것이 이렇게 되는 이유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시간이 흐를수록 공유되는 정보가 가진 유용성과 그것으로부터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방문객에 대한 자극이 점점 줄어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보통 처음에 공유되는 정보들은 그 블로그를 방문해서 보는 이들에게 참신하고 유용한 정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런 상태는 한 동안 유지가 된다. 그리고 그 정보가 유용하면 할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방문을 하고 반응도 많아지게 된다. 즉, 댓글이 많아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정보는 초기의 참신함을 잃고, 어떤 면에서는 뻔하고 밋밋한 정보들로 변하게 된다. 그것은 반복적이기도 하고, 이미 뻔히 정해진 패턴이기도 하다. 특히 요리를 주제로 한 블로그들은 결국 어느 지점에 한계를 느낄 수 밖에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요리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비슷 비슷한 요리들이 반복되기 시작한다.
 
이때 블로그 주인은 두 가지 형태로 반응을 하게 되는데, 하나는 자신이 다루는 주제의 다양성을 넓히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방문객의 눈을 끌기 위해서 좀 더 자극적으로 글을 작성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시도는 모두 각자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다.
 
전자의 경우엔 보통 사람이 한 주제만 관심 있어 하는 것이 아니라서 그냥 자연스럽게 진행되긴 하지만, 그 스스로도 정말 그것에 관심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글을 쓰기 위해서 관심이 생긴 것이지 스스로도 구분하기가 힘들다.

 

후자의 경우엔 더욱 더 심각한데, 자극적이어야 하기에 과도하게 글 포장을 하게 되는 문제가 생겨나게 된다. 즉, 수 많은 잘 찍은 사진과 감성을 자극하는 표현들을 남발하기도 한다.
 
또한 이 둘 모두 자기만족이란 목적에서 조금 멀어지고, 타인의 관심이란 목적에 조금 더 가까워지는 상황을 만들게 된다.
 
하지만 그 어떤 노력을 해도, 결국엔 가장 융성했던 시기의 방문객의 반응을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상태로 변해간다. 그것은 모든 것에는 정점이 있다는 인생의 진리와 같은 사실에 정확히 일치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블로그 주인장들은 그것을 좀처럼 인정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다양한 형태로 노력을 하게 되는데, 이때 블로그의 글들은 자기 만족이 아닌, 타인의 관심을 받는 것이 되어 버리고 만다. 하지만 당사자는 그것을 인식하기가 힘들다. 그것은 마치 머리 속에 어딘가의 함정에 갇힌 것처럼 사고의 범위가 그 안으로 좁아들게 되기 때문이다.

 
사실 이것은 단지 블로그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다양한 형태의 취미 생활에서도 아주 많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일명 장비병이라고 불리는 현상이 바로 그것인데, 원래 그 취미를 즐기는 만족보다는 자신이 가진 장비를 타인에게 자랑하고 싶은 욕구를 더 크게 느끼는 상태가 바로 정확히 타인의 관심을 필요로 한다는 말과 같다.
 
예를 들어,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은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그 사진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이다. 그리고 사진을 좋아해서 찍는 사람은, 그 사진을 다른 이들에게 보여주거나 말거나 는 별 상관이 없다. 즉, 자기 만족이 큰 사람은 타인의 관심은 단지 추가적인 작은 행복에 불과하다.
 
하지만 똑같이 사진을 찍어도 다른 사람의 관심에 더 목적을 둔 사람은, 처음부터 자신이 찍은 사진이 다른 사람의 눈에 어떻게 보일지에 대해서 고민을 하게 된다. 즉, 자신이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환호를 받을 수 있는 사진을 찍으려고 노력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말했듯, 이 둘의 경계는 매우 모호하다. 그래서 누구도 이것을 정확히 나눌 수 있을지에 대해 판단할 수 없다.
 
그런데 확실한 것은, 자기 만족이 아니라 타인의 관심을 목적으로 하게 되면, 결국 그것은 수 많은 다른 사람들과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두고 경쟁을 해야 한다는 뜻이 된다. 이것은 마치 TV 채널과 같다. 우리가 한 채널을 고정해서 어떤 프로그램을 시청하게 될 때, 사실 나머지 방송들은 모두 버려지게 된다. 물론 요즘은 다시 보기가 가능하지만, 개념적으로 그렇다.
 
그리고 같은 원리로 블로그를 운영하든, 사진을 찍든, 자전거를 타든 상관없이 그것이 타인의 관심 쪽으로 기울면 기울수록 그것은 바로 다른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과 보이지 않는 경쟁을 하게 되는 지름길이며, 결국엔 얼마간 이길 수는 있지만, 최종적으로는 그 경쟁에서 패배를 맛보게 될 것이란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는, 그의 삶에서 언젠가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적이 있었지만 결국엔 노인이 되어서 일반 꼬마 아이보다도 느리게 되는 날이 온다.
 
다른 사람과의 경쟁은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패배의 순간이 오게 되어 있다. 우리는 늙고 죽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그리고 늙어가는 것도 서러운데, 패배할 가능성마저 매년 높아진다면 과연 그 삶이 지속적으로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자문을 해봐야 한다.
 
사실 '자기 만족' 이 '타인의 관심’으로 변해가는 과정은 너무도 천천히 진행되기에 우리는 이것에 대해서 스스로 잘 느끼지 못할 경우가 많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우리들 중 그 누구도 그것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즉, 우리는 어떤 정보를 공개할 때, 시간이 지날수록 무조건 '타인의 관심' 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가게 되어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 과정이 최악의 결과는 바로 집착을 하게 되는 순간이다. 결국 집착을 하게 되면, 행복 하려고 시작한 일에 과도한 순위 경쟁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어, 결론적으로 불행지고 만다.
 
그래서 가끔 자신의 지나온 길에 대한 돌아봄이 필요하다. 자신이 어떤 행위를 할 때, 그것의 목적이 바로 행위 그 자체인지, 아니면 그것으로 인해 생겨난 결과를 다른 이들에게 공유하고 반응을 얻는 것이 목적으로 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생각해봐야 한다. 그리고 이런 자문을 통해서 스스로 절제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그리고 내려놓는 법을 익혀야 한다. 그것은 마치 처음 블로그를 개설하고 글을 쓰는 순간과 같다. 그때 그 글은 몇 날을 지나도 단 한 명의 방문객도 없었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 글을 쓸 때, 행복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지금, 글을 쓰기 위해서 음식을 하고, 글을 쓰기 위해서 영화를 보고, 글을 쓰기 위해서 사진을 쓰고, 글을 쓰기 위해서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위해서 무엇인가를 하고 있지 않는 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물론 지금은 글도 쓰기 위해서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점점 더 글을 쓰기 위해서라는 목적으로 바뀌어 가게 되어 있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것에 지쳐서 그것을 중단하게 될 것이다. 중간에 스스로 돌아보고 내려놓으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삶은 생각보다 그리 길지 않다. 그래서 적당히 스스로를 조절하기만 하면, 어떤 것이든 평생을 즐기면서 하고 살 수 있다. 그것을 해낼 수 있느냐, 중간에 버리느냐는 오직 우리들 자신의 돌아봄의 시간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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