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사회

리더와 리더쉽

아이루다 2015. 6. 8. 07:49

 
작게는 동창회부터 크게는 한 나라의 정부까지, 인간이 얼마 이상 모이게 되면, 그 모임에는 리더라는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이 정해진다. 그것은 딱히 특별한 권한이 없는 동창회장부터 한 나라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대통령까지 다양하다.
 
또한 최대한의 이윤을 목적으로 한 회사의 경우에도 사장이란 직함을 맡은 사람이 있으며, 소규모 작은 가게에도 주인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들의 생각과 행동 그리고 삶을 살아가는 방식으로 인해 그들이 속한 크고 작은 단체들은 어떤 방향성을 갖게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것이 좋든 나쁘든 말이다.
 
아무튼 세상은 아주 다양한 모임이 있고, 그 만큼이나 다양한 리더가 존재한다. 그리고 우리는 자주 그 리더들이 사회에 영향을 끼치는 범위에 따라, 그들의 말과 행동에 대해서 화를 내기도 하고, 비웃기도 하며, 감동하고, 공감하며 존경심으로 보이곤 한다.
 
이런 리더가 보여주는 말과 행동 그리고 전체적인 영향을 주는 과정을 가리켜 리더쉽이란 용어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리고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범위의 지지를 받는 리더쉽의 종류를 가진 존재는 아마도 임진왜란의 영웅, 이순신 장군이 아닌가 싶다.
 
*** 그런데 우리는 무엇을 근거로 리더의 리더쉽을 평가할까?
 
아마도 리더의 역량을 평가하는 가장 큰 지표는, 그 리더쉽의 결과가 아닌가 싶다. 전쟁에 승리한 장군과 전쟁에 패한 장군의 리더쉽은 그 장군의 능력과 상관없이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회사의 이득을 극대화 시킨 사장, 한 나라의 살림을 잘 꾸리고 사회 정의를 실현한 대통령, 학생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잘 이끌어 준 선생님, 한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남기고 그 길을 걷는 후배들의 정신적인 지주가 되어주는 연구자들 등이 그런 리더쉽의 좋은 예로 판단될 것이다.
 
또한 그 리더쉽의 정당성, 방향, 미래성 또한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아무리 결과가 좋았어도, 과정에 문제가 많았다면, 해당 리더의 리더쉽은 의심을 받거나 많은 반대를 받게 된다. 예를 들어서 한 회사의 사장이 비록 회사의 이득을 극대화 시키긴 했으나, 많은 사람들을 자르고, 강도 높은 업무량을 소화하도록 해서, 그 회사를 다니는 이들이 돈은 더 벌지만 불행한 삶을 살게 된 경우라면, 단순히 결과인 돈만으로 리더쉽을 판단하기가 어렵다.
 
아무튼 이런 리더들은 그나마 호 불호나 방법론적 문제점은 있어도 그나마 결론을 잘 지었다는 공통점은 가질 수 있다. 사실 리더쉽의 진정한 문제는 목적을 이루는 방법론의 문제는 고사하고, 그 결과조차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리더들이 이 세상에 너무 많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 세상을 그리 큰 문제 없이 사는 이유는, 바로 그 리더들에게 특별한 위기가 없기 때문에 그렇다. 한 나라의 무능력한 리더쉽을 가진 왕이 왕위에 올랐다고 해서 그 나라는 바로 망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때 만약 강한 외적이 쳐들어오기라도 하면, 그 나라는 바로 망하게 된다. 즉, 어떤 심각한 문제가 닥쳤을 때, 리더의 리더쉽은 그 진가가 판별이 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어떤 이유로 인해, 그 리더가 속한 조직이 우호적인 외부조건으로 인해서 리더가 마냥 엉뚱한 짓을 하더라도 결과가 잘 나오게 되면, 보통 이런 미숙한 리더쉽은 쉽게 숨겨지곤 한다. 터무니 없고, 능력 없는 사장이 이끄는 회사지만 그 회사에서 판매하는 제품이 어떤 이유로 인해서 큰 유행을 타게 되어 회사의 매출이 급격히 상승하는 경우가 그렇다. 요즘 같아서는 마스크나 손 세정제 만드는 회사가 그럴 것이다.
 
원래 이렇게 리더쉽은 위기를 통해서 평가가 된다. 이순신 장군의 리더쉽은 임진왜란이 없었다면, 우리들에게는 전혀 듣도 보도 못한 과거의 인물 중 하나였을 것이다. 사실 역사 속에서 나오는 많은 영웅들의 리더쉽이 모두 그렇다.
 
그렇다면 리더들은 그 성향에 따라서 각자 닥친 위기를 어떻게 대처할까? 사실 그것은 인간의 특징만큼이나 다양하겠지만, 대략 큰 흐름으로 구분해서 정리해보도록 하자.
 
아마 리더의 가장 흔한 예는 바로 무능력한 리더쉽일 것이다. 그리고 이 무능력 리더쉽에 속한 사람들은 대체로 크게 세가지 종류로 나뉜다.
 
첫 번째는 바로 말 그래도 그냥 무능력이다. 쉽게 말하면, 평소엔 큰소리 치다가 진짜 위기가 닥치면 어찌할 바를 모르고 눈물을 흘린다. 보통 이런 리더쉽은 자신의 의지가 아닌, 타고난 집안에 의해서 해당 조직의 리더가 되었을 때 그럴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무능력한 왕이나 철없는 재벌 2세 등이 그런 리더가 될 가능성이 크다. 예전의 과거의 일이라면, 임진왜란 중에 왕위를 수행한 선조 같은 인물이 여기에 속할 것이다.
 
두 번째는 권위주의 형 무능력이다. 이들은 보통 자신에 대한 권위주의가 가득 차서 상황을 볼 능력도 또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용기도 없다. 사실 이 리더쉽은 첫 번째보다도 더 위험하다. 겁이 난 리더는 그나마 밑에 현명한 자가 있으면 대행이 되는데, 권위주의 형 리더는 귀가 막혀서 다른 이들의 조언을 들으려고도 안 한다.
 
그리고 위기를 맞은 이들의 유일한 목표는 바로 그 위기나 문제가 자신의 역량 부족이나 상황 판단 부족으로 인해 벌어진 일이 아니란 것을 증명하는데 있다. 그래서 정작 문제를 해결하려고는 안하고, 그 문제를 제기한 사람과 끝없이 싸우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
 
이 상황은 결국 원래 벌어진 문제를 훨씬 더 크게 만들어 버리고 만다. 사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이런 리더쉽은 참 많이 보이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권위가 아닌, 스스로 쌓은 권위주의로 무장한 리더들이 너무도 많은 세상이다.
 
자신에게 비판적 평가든 자신을 반대하는 의견이든 상관없이 목표, 즉 위기를 극복하는데 모두 사용할 생각을 하지 않고, 모든 역량을 오직 자신의 못남과 잘남을 증명하는데 쓴다. 그래서 정보를 감추고 지속적으로 거짓말을 한다. 그리고 이 태도는 결국 잘못된 판단으로 이어져 대형 사고를 치는 결과로 나타나고 만다.
 
세 번째는 아예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하는 최악의 유형이다. 즉, 왜 그 자리에 있는지, 왜 그 자리에 있으려고 했는지, 그리고 그 리더의 자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스스로 이해 못하는 유형이 있다. 그래서 아무런 책임감도 또한 그 자리를 수행한 역랑도 되지 못한다. 이것은 마치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무조건 비싼 장난감을 가길 원하는 아이와 같다. 그 아이는 그 장난감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증명하려고 한다.
 
이런 리더는 리더의 자리가 자신이 원하고 가려고 하는 방향을 정하는 자리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오른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스스로 만족해 하는 유형이다. 그리고 목적은 딱 거기까지이다. 그 후로 자신이 그 자리를 제대로 잘 수행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그리 관심이 없다. 그냥 잘 차려 입은 옷을 입은 채, 거울을 보면서 만족한 미소를 띌 뿐이다.
 
문제는 이런 리더쉽은 평시엔 거의 문제가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하지만 위기가 닥치면 아주 큰 문제를 발생시킨다. 도대체 상황 판단이 불가능해서 아무런 대책에 없다. 이들에게 리더의 자리는, 명예와 특권만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 함께 해야 할 의무와 목표 달성이란 책임은 존재하지 않는다.
 
반대로 유능한 리더쉽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일단은 가장 흔한 리더쉽 중 독불장군 형 리더쉽이 있다. 이들은 사실상 독재를 한다. 자신만을 믿고 따르면 된다고 하고 앞서 나간다. 그래서 이들 중 방향을 제대로 잘 잡고 운도 따라주면 꽤나 좋은 결과를 내는 경우가 많다. 단지 이들은 너무 강하게 밀고 나가는 경향이 있어서 주변 사람들이 많이 힘들어 한다.
 
그럼에도 이들이 가진 강한 추진력은 위기 상황이나 어떤 돌파구를 찾아야 할 상황에 놓였을 때, 큰 힘을 발휘한다. 이들은 평소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큰 위기에 닥쳤을 때 빠르고 거침없는 방향설정 및 전환를 통해 위기를 잘 극복해 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미 말했듯, 이런 리더쉽은 많은 소외계층을 만들어 내게 된다. 즉, 피눈물 나는 피해자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부드러운 리더쉽이 있다. 아마도 리더쉽 중 가장 좋은 평가를 받는 리더쉽이긴 한데, 문제는 이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참 드물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당연히 미래를 예측하고 방향을 설정하는 적절한 능력과 함께, 자신을 낮추고 다른 이들과 함께 일 할 수 있는 인격적 소양까지 두루두루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는 능력 있는 사람들이 꽤나 된다. 또한 이 세상에는 좋은 인격을 가진 사람도 꽤나 된다. 단지 이 둘을 갖춘 사람들은 드물다. 거기에다가 그러면서도 리더가 되기를 싫어하지 않아야 하니, 얼마나 어려운 조건이 되겠는가?
 
사실 리더는 매우 피곤한 자리이다. 제대로 된 리더는 남들이 쉴 때, 혼자서 다음엔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어서 처음 가는 길을 가고 있는 사람들을 이끄는 리더는, 매일 새벽에 혼자 다음 길을 어디로 가야 할지 정찰을 해야 한다.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정보를 가지고는 무리 전체를 위기에 빠지지 않게 하는 판단을 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원래 사람들은 별 문제 없으면 아무 생각 없이 지내다가 조금만 힘들어지면 바로 불만을 표출한다. 그들은 잘되면 리더를 칭송하고 행복해 하다가,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언제든 리더를 부정하고 배척하려고 한다. 보통 의견을 내는 것보다는 다른 의견을 반박하는 것이 훨씬 쉽기 때문이다.
 
세 번째 리더쉽의 종류는 집요함의 리더이다. 이들은 잘 포기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다른 이들이 많이 포기를 하고 떠나도 결코 물러서지 않고 꾸준히 간다. 하지만 이들은 독불장군 식으로 다른 이들을 밀어 붙이지도 못하고, 사람들을 다독여서 같이 가게 만드는 능력도 없다. 그래서 그냥 혼자서 꾸준히 자신이 옳다고 믿는 길을 간다. 그래도 이 집요함으로 인해서 이들은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사람들은 처음엔 이 리더에 대해 좋지 않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가도, 그들이 낸 결과에 승복해서 점점 더 이들을 따른다. 그리고 아주 깊고 강한 신뢰가 쌓이는 경우로 바뀐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가장 단단한 조직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우리나라에 가장 위대한 리더쉽을 가진 존재로 평가 받는 이순신 장군의 리더쉽이 바로 이 집요함의 리더쉽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그분을 직접 경험한 것은 아니라 평가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개인적인 의견이 그렇다.
 
사실 애플사의 리더로써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줬던 스티븐 잡스 역시도 이 집요함의 리더였다. 그는 성공했지만, 사실 많은 욕을 먹기도 했다. 이렇게 없는 길을 만들어서 가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집요한 리더쉽이 매우 중요한 항목이 된다.
 
마지막 네 번째는 다른 사람에 비해서 특별히 탁월한 능력을 가진 리더이다. 사실 이 리더는 너무 그 능력이 탁월해서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독불장군 식으로 밀어 붙일 필요도 없고, 다른 이들을 다독여서 갈 필요도 없다. 또한 집요함도 필요 없다. 그냥 능력대로만 하고 나머지 사람들이 보조만 해내면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 낸다.
 
우리나라의 경우엔 세종대왕 같은 분이 가진 리더쉽이 아마도 그런 유형이 될 것이다. 문제는 이 리더쉽은 너무 개인 한 명의 역량으로만 이뤄진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런 리더가 조직을 이끄는 시대는 큰 성공을 거두지만, 그 뒤를 잇는 자질을 가진 리더가 없을 경우엔 결국 몰락하고 만다. 그래도 부자가 망해도 3년은 간다는 말이 있듯이, 어느 정도는 기간 내에서는 유지되는 경향도 나타난다.
 
그것이 동창회이든 한 나라이든 상관없이, 한 조직의 리더는 단 한 명에 불과하지만, 이들의 철학과 사상은 전체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들은 순식간에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어도, 결국 그 조직이 나아가는 방향을 결정하게 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리더는 정말로 중요한 자리이다. 또한 그래서 각각의 자리를 수행할 능력과 역량 그리고 비전과 철학을 가진 인물이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 설령 그것이 동창회장이나 아파트 부녀회장 이라도 말이다.
 
요즘처럼 위기가 팽배해지는 대한민국에서, 과연 우리를 이끌고 있는 리더쉽이 도대체 어디에서 발견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봐야 하는 시기라면, 더욱 더 리더쉽이 가진 의미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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