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상담 - 3

아이루다 2015. 5. 13. 21:12

 

여자 : 안녕하세요. 다시 찾아왔습니다.

 

상담자 : , 잘 지내셨나요?

 

여자 : , 뭐 그럭저럭 지냈습니다.

 

상담자 : 그러시군요. 커피 한 잔 드릴까요?

 

여자 : , 주시면 감사하죠.

 

상담자 : 잠시 기다려 주세요.

 

여자 : .

 

**

 

상담자 : 여기 있습니다그런데 오늘은 무슨 일로?

 

여자 : 사실은 지난번에 상담을 받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해봤는데, 좀 이해 가지 않는 것들이 있어서요.

 

상담자 : 어떤 것에 대해서 그렇죠?

 

여자 : 일단 첫 번째는 말씀 하신 내용 중에서 모든 것이 운이며, 사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는 뜻의 말씀에 대해서 잘 용납이 되질 않네요. 우리 인간은 누구나 노력이란 것을 할 수 있는 존재잖아요. 그리고 노력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도 하고요.

 

상담자 : , 당연히 그러시겠지요. 사실 저 역시도 그것을 완전히 받아들인 것은 아닙니다.

 

여자 : 그렇다면 다른 입장도 있으신가요?

 

상담자 : 사실, 그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면, 조금 어처구니 없는 결론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해볼 수 있어요. 뜬금 없지만, 혹시 SF 영화 좋아해요?

 

여자 : 그냥 보통이요.

 

상담자 : 좋아하지는 않아도, 아마 백 투 더 퓨쳐나 터미네이터 등의 영화는 들어봤을 거예요. 시간 여행을 하는 종류의 영화들 말이죠.

 

여자 : , 알고 있어요.

 

상담자그런 영화들에서 나오는 주인공들은 다양한 이유와 방법으로 과거로 이동하기도 하고, 미래로 가기도 해요그러면서 여러 가지 사건들이 일어나죠. 사실, 영화 속에서 만들어지는 상황들은 영화조차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요. 특히 터미네이터 1과 같은 영화를 보면, 미래에서 아빠가 오는 격이 되잖아요.

 

여자 : 그렇죠.

 

상담자 : 그런데 과거는 이미 고정되어 있으니, 과거로 돌아가는 것은 그나마 이해가 가는데, 미래로 가는 것은 생각보다 조금 이상해요. 미래는 아직 결정되지 않는 시공간인데,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곳을 갈 수 있다는 설정은 사실 매우 이상한 것이에요. 과거를 가는 것과 미래를 가는 것은 그래서 완전히 다른 개념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이런 생각은 할 수 있어요.

 

여자 : 어떤?

 

상담자 : 만약 미래조차도 고정되어 있다면,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죠.

 

여자 : 그 이야기는.. 미래가 이미 모두 결정되어 있다는 뜻인가요?

 

상담자 : 그렇죠. 미래를 갈 수 있다는 말은, 미래가 고정되어 있다는 뜻이고, 그것은 결정되어 있는 미래라는 개념이 되요. 사실 우리가 점을 보는 행위도 이와 비슷해요. 그런데 우린 보통 그런 생각까지는 안 하잖아요. 우리는 미래를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 것과 미래를 알기 위해서 점을 보는 행위를 동시에 해요. 하지만 이 둘은 사실 동시에 사실일 수는 없죠.

 

여자 : , 그건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는데요.

 

상담자 : 결국 그런 관점에서 보면, 미래는 우리가 모를 뿐, 모두 정해져 있다는 상상을 해볼 수 도 있지 않을까요? 실제로 초능력으로 미래를 볼 수 있다고 알려진 사람들이 있으니까 말이죠. 그렇다면 현재에 노력을 하면 그렇게 정해진 미래가 바뀌는 것일까요? 아니면 우리가 본 미래는 그런 변화된 모습까지도 모두 반영된 모습일까요?

 

여자 : 잘 모르겠습니다.

 

상담자 : 저 역시 몰라요. 단지 지금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는 참 많은 것을 모른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그 어떤 것도 쉽게 가정하면 안되죠.

 

여자 : ..

 

상담자 : 그렇다면 다시 원래 이야기로 돌아가보죠. 과연 우리가 스스로 자유의지를 가지고 믿으면서 하고 있는, 선택이란 개념이 무조건 사실일수만 있을까요? 이 질문은 그렇지 않다는 뜻이 아니라,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에요.

 

여자 : 만약 미래가 결정되어 있다면, 선택은 어떤 면에서 우리의 상상에 불과할 수도 있겠죠.

 

상담자 : , 정확하게 맞아요. 제대로 이해를 하셨네요. 그렇다면 과연 우리가 믿는 자유의지나 노력 같은 것들은 도대체 어떻게 판단될 수 있을까요?

 

여자 : .. 잘 모르겠어요. 조금 혼란스럽네요.

 

상담자 : 물론 지금 제가 하는 이야기가 진실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죠. 그래서 만약에 모든 것이 결정되어 있고, 매시간마다 정해진 미래가 현재로 바뀌고 있을 뿐이라면, 슬프게도 우리가 믿는 자유의지는 부정이 되겠지만, 재미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책임도 역시 부정이 된다는 점입니다.

 

여자 : 자유의지로 한 것이 아니니.. 책임질 필요가 없다. 그 말씀이신가요?

 

상담자 : 물론 인간 사회에 소속되어 살려면, 법을 어겼을 경우엔, 자유의지가 있든 없든 처벌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딱히 누구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면, 소정씨의 부모님이 당한 일처럼 명백히 누군가의 잘못이 아니라면, 그것은 그냥 정해진 미래가 실현된 것뿐입니다. 그러니 누구를 원망할 필요도 없고, 그것으로 인해 현재가 영향을 받을 필요도 없죠.

 

여자 : 그래도 잘못은 저지른 사람들은 있겠죠. IMF 가 일어나게 만든 사람들이요.

 

상담자 : 물론 있겠죠. 만약 그 사람들을 찾아서 복수를 하고 싶으면 해도 되요. 하지만 공식적으로 법적 책임을 묻기엔,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인 복수를 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을 원하나요?

 

여자 : 그렇진 않아요.

 

상담자 : , 다시 정리해봅시다. 이 세상이 이미 모든 것이 결정된 세상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이미 과거는 고정되어 버렸어요. 그리고 심지어 미래에 일어 날 일도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과거나 미래는 이미 어떤 규칙에 의해 결정되었고 그래서 우리 개인의 의지로 바꿀 수 없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과거에 자신이 당한 심각한 수준의 피해나 혹은 자신이 저지른 과거의 행동 역시 모두 그냥 일어날 일어난 것 뿐입니다.

 

여자 : ..

 

상담자 : 사실 선택은 간단해요. 과거에 누군가 잘못을 저질렀고, 지금도 그것을 참을 수 없다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복수를 해요. 복수의 범위는 아주 넓어요. 가서 그 사람을 찾아가서 죽일 수도 있고, 소문을 내서 사회적으로 매장시킬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런 행동을 하면, 자신 역시도 피해를 입게 됩니다. 그걸 각오한다면 하세요. 사실 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비록 복수의 형태라고 해도 사회 정의가 실현될 때, 우리 사회는 더욱 건강해지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럴 용기가 없거나 혹은 현실적으로 그럴 수 없다면, 그것을 머리 속에 잊지 않고 두는 것은 스스로만 힘들어질 뿐이에요.

 

여자 : 그렇겠지요.

 

상담자자신이 저지른 잘못도 마찬가지 맥락이에요. 잘못을 저지른 상대에게 가서 진심 어린 사죄를 하든가, 아니면 그냥 잊고 살아야 해요. 괴로워하면서 해결도 못하는 상태는 자신의 삶을 망치기만 할 뿐이죠.

 

여자 : 잘못을 한 사람이라면 그래도 되죠.

 

상담자 : 저는 지금 잘잘못에 대한 처벌을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우리들 모두의 행복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에요. 누구나 행복하고 싶어하고, 행복해야 한다면, 괜히 해결도 안될 것을 붙잡고 행복하지도 못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여자 : 그렇긴 하죠.

 

상담자 : 이 정도면 질문에 대해서 답이 되었나요?

 

여자 : , 뭐 완전히 이해가 가는 것은 아니지만, 좀 더 생각해 볼게요.

 

상담자 : 그럼 또 어떤 질문이 남았지요?

 

여자 : 두 번째로 묻고 싶은 것은 단절에 대한 이야기예요. 말씀하신 대로 제가 과거를 단절시킬 수 있다면, 저는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입니다.

 

상담자 : , 충분히 질문을 가질 만한 주제이지요. 잠시 화장실 좀 다녀오면 안될까요?

 

여자 : , 다녀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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