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그 어떤 것도 고정될 수는 없다

아이루다 2015. 5. 8. 09:26

 
어떤 현자가 있었다. 그는 현명하기로 이름이 나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자신의 고민이나 삶의 문제를 상담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여인이 그를 찾았다.
 
"현자님, 저는 한 남자의 아내이고,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저는 결혼한지 10년이 되었고, 지금까지 행복하게 잘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남편에게 다른 여자가 생긴 것을 알았습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저는, 배신감에 휩싸였고,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감당하지 못해서 방황하고 있습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이혼을 해도 될까요?"
 
현자가 대답했다.
 
"마음이 아픈 분이시군요. 그런데 따로 직업이 있으신지요?"
 
"네, 있습니다"
 
"그럼, 두 아이를 많이 사랑하시는지요?"
 
"네, 너무도 사랑합니다"
 
"네, 그럼 이혼을 하세요. 그리고 힘드시겠지만, 남편을 놓아주시기 바랍니다. 아마도 인연이 거기까지 인가 봅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는 잘 설명하셔서, 아빠를 미워하지 않도록 하세요. 부부는 헤어지면 남이지만, 아이들과의 인연은 끊을 수 없으니까요"
 
"네, 알겠습니다"
 
여인은 여전히 혼란스럽다는 표정이지만, 그래도 뭔가 결심을 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하루가 지났다. 그러자 또 다른 여인이 찾아와서 자신이 고민을 털어 놓았다.
 
"현자님, 저는 한 남자의 아내이고,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저는 결혼한지 10년이 되었고, 지금까지 행복하게 잘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남편에게 다른 여자가 생긴 것을 알았습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저는, 배신감에 휩싸였고,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감당하지 못해서 방황하고 있습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이혼을 해야 될까요?"
 
현자가 대답했다.
 
"마음이 아픈 분이시군요. 그런데 따로 직업이 있으신지요?"
 
"네, 있습니다"
 
"그럼, 두 아이를 많이 사랑하시는지요?"
 
"네, 너무도 사랑합니다"
 
"그럼 이혼을 하지 마세요. 남편은 정말로 한 번의 실수를 한 것뿐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또 다시 남편의 실수가 반복된다면 그때는 다시 생각을 해봐야겠지만, 지금은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하세요. 아니, 이해하려고 하지 말고,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본인의 감정을 최대한 억제하려고 노력하세요. 그리고 시간이 흐르길 기다리시면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여인은 여전히 혼란스럽다는 표정이지만, 그래도 뭔가 결심을 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그러자 그 현자 옆에 있던 제자가 물었다.
 
“스승님은 왜 똑 같은 고민을 하는 두 여자에게 전혀 다른 해결책을 알려줬는지요? 저는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그리고 사람들 역시도 이런 스승님의 대답을 이해하지 못하고 비난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제자의 걱정 어린 눈길을 받은 스승은 뭔가 알듯 모를듯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내가 두 여인에게 다른 답을 내놓은 이유는, 바로 그 여인들이 각자 다른 답을 원했기 때문이다. 어제 온 여인은 이혼을 해도 되냐고 물었고, 오늘 찾아 온 여인은 이혼을 해야 할지에 대해 물었다. 둘은 같은 질문 같지만, 다른 질문을 했다."
 
"그것이 무엇인지요?"
 
"한 여인은 이미 이혼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단지 그녀는 이혼에 대한 사회적 시선을 극복할 수 있는 용기와 기타 도덕적 당위성을 필요했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그녀의 결심에 한 손 얹어준 것 뿐이다. 하지만 다른 여인은 이혼을 하고 싶지 않으나, 아마도 주변에서 이혼을 해야 한다고 말해줬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바람을 핀 남편과 같이 살아도 될 이유가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그 이유를 준 것이다"
 
"그렇군요"
 
"그 어떤 진리도 고정될 수 없다. 모든 진리는 변화되어야 한다. 변화되는 것만이 유일한 진리라고 할 수 있다"
 
제자는 스승의 말을 듣고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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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간이 사는 길에는 횡단보도가 있다. 그리고 우리는 누구나 차가 다니는 길을 건널 때는 이 횡단보도를 이용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또한 더해서 신호등이 있는 경우라면, 녹색 등에 불이 들어왔을 때 건너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이것은 초등학생만 되어도 아는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는 녹색 등이 아닐 때, 길을 건너는 사람을 비난하기도 한다. 공중도덕을 지켜야 한다고 말이다. 그리고 이 비난은 정당하다. 하지만 어떤 경우엔 신호를 어길 수 밖에 없을 때가 있다. 길 건너에서 한 아이가 납치를 당하고 있거나, 누군가에게 맞고 있을 때이다.
 
이때조차도 신호등이 바뀌길 기다리거나, 횡단보도를 찾아 멀리 돌아서 올 생각을 한다면, 보통 비정상적인 생각이다. 특히나 그 아이가 자신의 아이라면 더 극적이다.
 
그런데 그렇게 길을 건너던 사람이 주변을 잘 살피지 못해서 차에 치여 죽게 되었다. 그리고 사실 이 사람을 친 운전자는 어떤 면에서는 갑자기 튀어나온 사람을 감당할 수 없어서 사고를 냈지만, 결과적으로 사람을 치여 죽인 과실 치사죄에 해당되는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다.
 
이때 과연 잘잘못을 어떻게 따져야 할까? 그리고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그것을 판단해야 할까?
 
횡단보도를 통해 길을 건너야 한다. 신호등이 녹색일 때 길을 건너야 한다. 차는 차도로 다녀야 한다. 이런 것들은 누구나 인정하는 질서에 대한 사실이다. 그런데 다양한 요소들이 그것과 함께하게 되면, 상황은 몹시 복잡해진다. 그래서 그것에 대해 확실하고 절대적인 판단을 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이런 문제가 생길 때마다 각자 다른 의견을 내면서 의견이 분분해진다.

 

사실 의견이 많은 것은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다. 단지 문제는 다양한 의견이 표출될 때, 자신의 의견이 진실이고 자신과 다른 의견들은 거짓이라고 믿는 태도로 인해 일어난다. 또한 더해서 우리가 접하는 어떤 사건들에 대한 정보는 모두 알려지지는 않는다. 말 그대로 숨겨진 사실들이 존재한다.
 
앞에 예에서 아이를 구하려 길을 건너다 죽은 아버지는, 사실은 평소엔 아이에게 폭력을 자주 쓰는 아빠일수도 있다. 그리고 그를 친 운전자는 자신의 아내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정신 없이 차를 몰고 있던 사람이었을 수도 있다. 우리는 그 모든 것을 다 알 수 없다.
 
우리가 접하는 수 많은 사건들은 모두 이렇다. 우리는 직접 현장에 가서 봐도 모든 것을 다 볼 수는 없다. 모든 것은 부부적으로만 접해진다. 더해서 우리는 각 사건들을 전하는 기자들의 시선과 목적에 따라 다르게 정보를 전달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것을 근거로 모든 것을 판단한다.

 

앞에 사건도 누군가는 무단횡단을 하다가 죽은 사람으로 정보를 접하게 된다. 또 다른 누군가는 아들을 너무 사랑한 아빠의 행동으로 이해를 한다. 누군가는 아내를 살리기 위해 정신없이 차를 몰고 간 어떤 운전자의 슬픈 사연으로 접한다.
 
어떻게 사건을 접했냐에 따라 다수에게 비난 받는 사건이 나오고, 마녀사냥이란 용어가 출현한다. 도대체 당사자가 아니면 절대로 모를 진실들이 있을 수 있음에도, 우리는 피상적으로 드러난 것을 근거로 모든 것을 판단한다.
 
똑같은 사실도 상황에 따라 다르게 판단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부족한 지식과 겨우 100년 남짓한 삶 속에서 경험한 것을 기반으로 해서 다른 사람의 모든 것을 순식간에 판단해낸다. 그러면서 의기양양하게 주장한다. 자신이 말하는 것만이 진실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한 가지 잣대로 모든 것을 재는 것을 가지고 일관성이 있다고 하고, 신념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실 일관성이나 신념은 모두 한 방향으로 굳어지고 고정되어서 진실을 절대로 볼 수 없는 눈동자일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현자의 말을 이해하기가 힘들다. 진리는 고정될 수 없다는 그들의 현기 어린 말을 이해하기가 힘들다. 또한 이해했다고 해서 그것을 흉내내기조차 힘들다.
 
그럼에도 우리는 현자의 마지막 조언을 꼭 기억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변하는 것만이 유일한 진리라는 그의 말이다. 물이 흐를 수 있는 이유는 방해물을 만날 때 싸우는 것이 아니라, 옆으로 빗겨가기 때문이다. 맞서 싸워야 할 때도 있지만, 옆으로 빗겨 흐를 때도 있어야 한다. 이 중 하나만이 진리가 아니다. 물은 가끔은 지하로도 흘러 들어갈 수 있다. 그럴 수 있기에 물은 바다에 도착한다.
 
이 좋은 말을 단지 머리로만 이해할 수 있는 나 자신의 모습이 안타깝긴 하다. 그럼에도 이해를 했다면, 언젠가는 흉내라도 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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