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상담 - 1

아이루다 2015. 4. 20. 16:07

 

여자 : 안녕하세요. 오늘 상담 신청한 사람입니다.

 

상담자 : , 처음 뵙겠습니다이런 상담을 통해서 무엇인가 구체적인 답을 찾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어떤 형태이든 간에 상관없이 도움은 될 수 있을 겁니다. 이제 천천히 그리고 편안하게 서로 대화를 나눠보도록 하죠.

 

여자 : , 뭐 저 역시 큰 기대를 가지고 온 것은 아닙니다. 그냥 가만히 있다가는 뭔가 일이 생길 것 같아서요...

 

상담자 : , 잘 생각하셨어요원래 대화는 그 자체는 별 것이 아니지만, 우리는 생각보다 대화를 통해 참 많은 것을 얻고 있지요편하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말씀해 보세요.

 

여자 : 일단 제가 느끼고 있는 문제점을 먼저 말씀 드리는 편이 좋을 것 같네요그래야 저를 이해하시는데 조금 더 도움이 되실 테니까요.

 

상담자 : . 사실 이 상담에는 어떤 절차도, 어떤 목적도 없어요. 전 이런 시간이 우리가 가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저 우리는 어떤 문제를 같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원하는 것을 얻을 수도 있지요. 이 말이 무슨 뜻인지는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눈 후 스스로 알게 될거예요. 제 사설이 좀 길었네요. 그럼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세요.

 

여자. 지금 제가 느끼는 문제는... 크게 범위 지여서 말하면,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예요. 다른 말로 하면, 불행하다고 해야 하나? 행복하지 않은지, 불행한 것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아무튼 어떤 문제가 있다는 것을 느껴요. 그리고 좀 더 자세한 사정을 말씀 드리면, 저는 꽤나 자주 불안함을 느껴요.  불안함의 종류는 꽤나 다양한 편인데, 예를 들면 직장을 포함한 경제적인 면도 있고, 아직 미혼이다 보니, 남자와 결혼 문제도 있어요. 이것 말고도 제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도 자주 불안함을 느껴요.

 

상담자 : . 그렇군요. 계속 말씀하세요.

 

여자 : 사실 이런 고민은 누구나 하는 것이라서 꼭 저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제가 남들과는 조금 다른 성장과정을 겪었거든요. 뭐 요즘은 그리 별난 것도 아닌 것 같긴한데, 아무튼 그리 흔한 경험은 아니에요. .. 설명을 해야 하는데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네요.

 

상담자 :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말씀하시면 되요. 논리적일 필요도, 이성적일 필요도, 저를 이해시키실 필요도 없어요. 제가 보기엔 지금 이 순간도 불안함을 느끼고 계신 것 같아요. 뭔가 제대로 설명을 해야 할 것 같은 강박관념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드네요. 그러지 마시고 그냥 진실을 말하려고만 하세요. 사실 그 나머지는 모두 형식에 불과하답니다.

 

여자 : ,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좀 편해지네요. 제가 어렸을 때, 저희 집은 꽤나 부유한 편이었어요. 아버지가 하시던 사업이 잘되셔서 또래의 친구들에 비해서 잘 먹고 잘입고 살았죠그런데 IMF 가 터지고 나서 집안이 크게 기울었어요. 말 그대로 하루아침에 망한 것이죠. 그리고 저희 집의 평화롭고 행복했던 좋은 시절은 모두 끝났어요. 아버지는 사채업자들에 쫓겨서 연락도 되질 않았고, 저희들은 친척들 도움을 받아서 겨우 엄마, , 남동생 세 명이 누울만한 작은 방 한 칸 집에서 살아야 했어요. 그리고 중학생이었던 저는 정말로 큰 충격을 받았죠.

 

상담자 : 많이 힘들었겠네요.

 

여자 : 힘들었죠. 지금 생각해도 정말로 힘들었던 시절이었어요. 그런데 저는 그 후로 오랫동안그리고 사실 지금까지도 그때 저희 집에  그런 일이 있어났는지 납득이 되질 않았어요. 사실 아버지는 참 좋으신 분이었거든요. 그래서 왜 그런 아버지한테 그렇게 좋지 않는 일이 일어나며, 또한 저희 집 역시도 그런 일을 당해야 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더라 고요. 아마도 이 생각이 머리 속 깊이 박혀 있는 것 같이요. 남들은 모두 그냥 잘 사는데, 왜 저희 집만 그런 일을 당했어야 할까요? 지금 생각해도 마음 한구석이 많이 답답해요.

 

상담자 : , 충분히 그럴 수 있어요.

 

여자 : 그리고 그 사건으로 인해 저한테 어떤 트라우마 같은 것이 생겼어요. 그래서 지금도 조금만 경제적으로 불안한 느낌이 들면, 그것을 참아내기가 너무 힘들어요. 사실 큰 문제도 아닌데, 저는 크게 느끼는 것이죠. 그리고 이 문제가 절 아주 자주 고통스럽게 해요. 사실 이것이 젤 큰 문제 같기도 하고요.

 

상담자 : 듣기만 해도 힘들어 보이네요.

 

여자 : , 힘들어요더 안 좋은 점은 이런 과도한 불안함이 저를 신경질적인 성격으로 만들어요사실 그래서 그럴 의도가 아닌데도 사람들에게 차갑고 신경질적으로 굴기도 하죠. 별 일도 아닌데 그것이 큰 일이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생겨서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거죠. 그리고 이런 성격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기가 쉽지 않아요. 특히 지금 몇 년째 사귄 남자친구가 있는데, 그 사람이 저의 이런 모습으로 인해서 많이 힘들어 해요. 저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저의 불안함을 감추기가 너무 힘들어요. 노력을 하긴 하는데, 가끔 남자친구가 감당하기 힘들만큼 비상식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해요. 그리고 그런 날이면, 집에 돌아와서 죽고 싶을 정도로 괴로워요. 그리고 이런 자신이 너무도 싫어요.

 

상담자 : 본인도 힘들고, 남자친구도 많이 힘들겠어요.

 

여자 : , 그것이 또 저를 불안하게 해요남자친구가 어느 날 저의 곁을 훌쩍 떠날 것 같아서 너무 불안해요. 그리고 제 옆에서 저를 지켜주는 남자친구마저 없으면 내가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되요. 아니그건 걱정이 아니라 공포라는 감정이 더 어울려요. 그래서 그런 것이 느껴질 때마다 남자친구에 몹시 집착을 하게 되요. 그러다 보니, 화를 내다가, 집착하다가,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다가, 질투심을 드러내기도 하는 일을 반복하죠.

 

상담자 : , 충분히 그럴 수 있죠.

 

여자 : 그리고 요즘 또 생긴 문제는, 직장의 일이 너무 많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저는 남자친구와 데이트 할 시간을 내기도 힘들어요. 이것도 남자친구가 좀 힘들어하는 면이죠. 같이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하니까 말이죠. 그런데 저는 불안함 때문에 회사에서 시키는 일을 다해야만 안심이 되요. 혹시나 일을 제대로 못하면 잘려서 돈을 벌지 못할까 하는 두려움이 엄습하거든요. 그래서 사실 제 일도 아닌 것이라도 누군가 해달라고 하며, 거절하지 못하고 해요. 그런데 당연히 좋아서 하는 일이 아니에요. 스트레스 받으면서 힘들게 일을 하죠. 그래서 주말도 거의 없이 일하는 날도 많고요. 그러니 남자친구는 만나지 못해서 더욱 더 답답해 하고요.

 

상담자 : 그래도 이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다는 것은 대단하네요.

 

여자 : 불안해서 그런지, 생각을 많이 해요. 거의 걱정에 대한 것인데, 그래서 생각을 하면 할수록 더 좋지 않아요. 차라리 그래서 요즘은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예요. 머리 속에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고 사는 것이 제일 좋다고 느껴지거든요.

 

상담자 : 사실 생각을 안하고 사는 것도 좋은 해결책 중 하나이긴 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평생 도망칠 수만은 없죠. 언젠가는 자신의 진실과 마주쳐야 할 때가 와야 하니까요.

 

여자 : , 저도 알아요. 그런데 너무 두려워요. 모든 것이 두려워요. 사실 이 상담을 받기까지도 정말로 엄청난 고민을 했어요. 혹시나 이 상담을 통해서 제가 걱정했던 것들이 모두 표면으로 드러나면 도대체 그것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상담자 : 아니요. 좀 제가 솔직하게 말씀 드리면, 지금 여기에 와서 저에게 자신의 문제점을 털어놓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정면으로 자신의 본 모습을 바라본 것과 같아요. 쉽지 않는 일이거든요.

 

여자 : 그런 말씀이라도 해주시니 마음이 조금 편해지는 것 같네요. 그런데 그렇다면 저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상담자 : 일단 가장 먼저 궁금한 것이 하나 있어요. 대답이 늦어도 좋으니, 충분히 생각하고 말씀해주세요.

 

여자 : 충분히 생각하고.. 네 그렇게 할게요.

 

상담자 : 어릴 때 집안에 큰 문제가 생겼을 때,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했는데, 납득이 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여자 : ..

 

상담자 : 이미 말했지만, 이성적일 필요도, 합리적이거나 할 필요가 없어요. 그냥 느끼는 대로, 머리에서 떠오르는 대로 말씀해주셔야 해요.

 

여자 : 그냥 불공평한 것 같았어요. 저 말고 친구들 집들은 모두 멀쩡했거든요. 그런데 저희 집만 왜 그런 일을 당해야 했는지, 그리고 더욱 이해가 안가는 것은, 아버지는 회사가 잘 운영이 될 때, 남을 돕거나 기부도 많이 하셨다고 들었어요. 주변 친지 분들이나 아는 분들에게도 모두 잘해주셨고요. 물론 그 덕에 완전히 길거리로 쫓겨났을 때, 그 분들이 조금씩 도움을 줘서 겨우 살만한 집을 구하긴 했지만 말이죠.

 

상담자 : 그럼지금도 그렇게 생각해요?

 

여자 : 확실히 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 가끔 예전을 생각하면 마음 한 구석이 많이 아려요. 특히 아버지는 그 사건 이후로 완전히 폐인이 되셨거든요. 그래서 가끔 엄마 집에 갈 때면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기가 너무 힘들어요.

 

상담자그 일로 인해서 누군가를 원망해요?

 

여자 : 특별히 원망하는 사람은 없어요. 그냥 저의 운명? 팔자 그런 것이 원망스럽죠. 왜 그런 일이 저에게 일어났는지에 대해서 말이죠.

 

상담자 : 이런 질문을 하면, 좀 혼란스럽겠지만, 차분히 생각해보고 대답을 해주세요. 아마도 잘 살던 시절에 집은 우리나라 평균에 비해서 매우 높은 수준이었을 것 같은데 맞나요?

 

여자 : 그랬죠. 그땐 정확히 몰랐는데, 나이를 먹고 다른 사람들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어보니, 우리집이 꽤나 부자였던 것 같아요. 집도 크고 정원도 있고, 그 당시에 집에 자동차도 두 대, 가정부에 운전 기사도 있었어요.

 

상담자 : , 그러네요. 그 정도면 상류층이라고 부를 만 하겠네요. 그렇다면 지금 생활 수준은 어때요? 지금은 우리나라 평균에 비하면 어느 정도일 듯 해요?

 

여자 : 요즘같이 취직이 힘든 시기에 그나마 직장잡고 일하면서 살고 있으니, 평균은 되겠지요.

 

상담자 : 아버지 회사가 어려워진 후엔 어땠어요?

 

여자엄마가 고생을 많이 하셨어요. 그때부터 식당 나가서 일하고, 그렇게 힘들게 일해서 우리 남매 대학까지 다 가르쳐주셨으니까요. 지금도 엄마는 일을 하세요. 온 몸이 안 아프신 데가 없는데..

 

상담자 : 여기 휴지 있어요.

 

여자 : 죄송해요. 엄마 생각하니 갑자기 눈물이 나네요.

 

상담자 : 죄송할 필요 없어요. 사람이라면, 원래 그렇죠. 눈물이 안 나면 그것이 더 이상하지요.

 

여자 : ...

 

상담자 : 아마도 그 힘든 시절엔 우리나라 경제 순위로 봐서 중간 이하였겠네요.

 

여자 : 네 아마도 그랬겠지요.

 

상담자 : 그렇다면 이렇게 볼 수 있네요. 중학교 때까지 한 15년 정도는 상류층에 살았고, IMF 이후 한 10년 동안은 하류층에 속해 있었지요. 그리고 이제는 중간쯤에 걸쳐 있다고 말이에요. 그럼 그냥 평균을 내면, 삶 전체로 보면 중간쯤 해당되겠지요. 물론 이것은 꽤나 미래를 비관적으로 계산해서 말한 거에요. 요즘은 사실 취직해서 월급만 받고 사는 정도만 되어도 상위 30% 이내엔 들어갈 수 있거든요.

 

여자 : , 그렇다고 들었어요.

 

상담자 : 인간 개개인에게는 행운과 불운이 교차하지요. 그런데 이 행운이 불운이 왜 오는 것 같아요?

 

여자 : .. 그거야 그냥 오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운이라고 하는 것이고요.

 

상담자 : 그렇지요그런데 이런 생각을 해보죠. 개개인에게 100이란 값을 주고 하나를 무작위로 고르라고 하면, 모든 값이 나올 확률은 동일하겠지요. 누구는 1을 뽑고, 누구는 100을 뽑고, 누구는 50을 뽑겠지요. 무작위이기 때문에 누구도 자신이 어떤 값을 뽑을지 알 길이 없어요. 그리고 이 숫자가 자신의 경제적 순위라고 한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요?

 

여자 : 당연히 다양하게 나오겠죠.

 

상담자 : 바로 그것이에요. 그런데 사실 현실적으로 경제적 순위는 모두 같은 확률을 가지고 있지는 못해요. 정상적인 사회라면, 극 상위층와 극 하위층은 숫자가 적고, 보통 중간에 몰려 있게 되죠. 말하자면 중산층이 많은 형태로 분포가 되기 마련이에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50이란 값 언저리로 나오게 되어 있지요. 그래서 중간만 가도 괜찮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되요.

 

여자 : , 그렇겠지요.

 

상담자 : 다시 한번 말하지만, 개개인의 행운과 불운이 모두 확률적으로 공평하게 나오는 것이라면, 중간만 가도 큰 불만 없이 살 수 있다는 말에 동의할 수 있어요?

 

여자 : 아니, 무슨 말씀을 의도하는지는 알겠지만, 저의 경우는 좀 다르다고 봐요.

 

상담자 : 그렇다면 저에게 본인의 삶은 왜 달라야 하는지에 대해서 스스로 납득할만한 이유를 말해보세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논리적이거나 이성적일 필요는 없어요.

 

여자 : .. 잠시 생각을 좀 해볼게요.

 

상담자 : 네 충분히 생각하고 말씀하셔도 되요커피 좋아해요? 어제 원두를 새로 사왔는데, 향 참 좋아서 한 잔 마시려고요. 그리고 제가 커피를 내리는 동안에 생각해보세요.

 

여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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