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개그가 재미있는 이유

아이루다 2015. 1. 5. 08:00

 
희극이란 단어는 고대 그리스 문명에서부터 나온 말이니, 그 역사가 꽤나 긴 편이다. 단순하게 보면 비극과 비교되어 재미있는 극이란 뜻으로 쓰이는 이 희극은, 현대 사회에 와서 TV라는 폭발적인 매체를 통해 코미디 혹은 개그라는 장르로 표현되면서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이런 종류에는 개그 프로그램이란 정식 타이틀을 달고 있는 것도 있지만, 각종 토크쇼 및 최근 몇 년간 계속 유행 중인 리얼리티를 표방한 프로그램 및 드라마에 속하는 시트콤까지, 실제로 이들 모두가 거의 개그 프로그램과 같은 목적으로 방송이 되고 있다. 그 모두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즐거움을 느끼도록 해준다.
 
그런데 참 단순한 질문을 하나 던지게 된다. 도대체 우리는 왜 개그를 보면서 즐거워하게 될까?
 
이것은 답이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렵다. 왜냐하면 우리 인간이 즐거움을 느끼는 요소는 생각보다 다양해서 그런데, 아무튼 이 글을 통해서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자.
 
개그가 재미난 것의 가장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이유는 조금 슬픈 구석이 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우리 인간의 숨겨진 일그러진 본성에 의해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상대를 비웃는 마음, 즉 자신 보다 못난 존재에 대한 우월감을 느끼는 감정이다.
 
많은 재미를 위주로 한 프로그램들의 공통 요소를 하나 찝는다면, 그것은 바로 그것을 연기하는 사람에 대한 찌질함이다. 물론 이 찌질함은 여러 가지 다른 용어로 바꿔서 표현 가능하지만, 아마도 찌질함이란 단어가 가장 맞을 것 같다.
 
시트콤에서도 주로 재미를 일으키는 요소는 바로 주인공들의 찌질함에서 온다. 리얼리티를 표방하는 프로그램들을 단순히 표현하면, 빵 하나 가지고 싸우는 것을 즐겁게 바라보는 것이다. 토크 쑈 역시도 마찬가지다. 과거에 경험했던 찌질함을 느꼈던 경험을 이야기 하면서 즐거워한다.
 
물론 이것은 모두 재미를 위해서 그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인 연기자들이 꾸민 것이다. 하지만 우리 인간은 상황 이입을 생각보다 쉽게 한다. 영화를 보는 단 두 시간 이내의 시간 동안에도 우리는 그 영화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을 만큼 상황 이입은 쉽게 일어난다.
 
그래서 우리는 TV 속 각종 재미난 프로그램을 시청할 때, 우리의 생각보다 더 쉽고 깊이 그 상황에 빠져든다. 물론 이것은 그것을 실제로 연기하는 연기자들의(개그를 하는 사람도 포함해서) 능력이다. 연기가 서투르면 덜 빠져들고 능청스럽게 잘할 수록 더 빠져든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의 그런 찌질함과 못난 모습을 보면서 즐거워 한다. 하지만 그 극이 끝나자마자 우린 그들이 그렇게 못난 존재가 아니란 것을 안다. 물론 예전에 너무 TV를 믿는 옛날 분들은 아마도 그런 사람들이 원래 그리 못난 존재라고 끝까지 믿기도 했는가 보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그렇게 순진하지는 않다.
 
아무튼 TV 속에서 빠져 나온 사람들은 자신이 그들의 찌질함을 느끼면서 즐거워했다는 것을 잊어 먹는다. 단지, 즐거웠다는 기억만 남는다. 그리고 더해서 그런 그들에게 묘한 동정심을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결국 자신의 우월감을 통해 즐거움을 얻었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계속 개그 프로그램을 보게 된다. 과거 우리나라의 전통극으로 알려진 마당놀이 역시도 이런 맥락과 같다. 그런 종류의 극은 상류층의 찌질함을 드러내서 희열을 느끼는 것이다. 이것과는 달리 광대나 난쟁이를 통해 즐거움을 얻던 서양의 풍습은 훨씬 더 잔인한 성향을 말해준다. 아예 대놓고 정말로 못난 인간들의 어리광을 보면서 즐거워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개그를 통해 즐거운 것의 모든 것은 아니다.
 
이것과 연결되어 나타나는 두 번째 이유가 있는데, 그들의 연기하는 모습이 실제로 우리들 자신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즉, 그들의 찌질함이 바로 우리들이 사회 생활을 위해서 숨기고 있는 본성이다.
 
우리는 실제로 우리가 마음으로 느끼는 많은 것을 밖으로 표현하지 않고 산다. 왜냐하면 그것을 모두 표현했다간 왕따를 당하거나 사람들에게 찌질한 사람으로 낙인 찍혀서 인간 관계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원래 우리는 부러움, 시기심, 질투, 화, 당황스러움, 황당함 등을 느낄 때, 감정적으로 흥분 상태에 놓이긴 하지만, 그것을 최대한 드러내지 않는 능력을 지녔다.
 
 하지만 개그를 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대 놓고 표현한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의 숨겨진 본성과 그것이 공감되는 것을 느끼면서 큰 즐거움을 얻는 것이다. 이것은 민망함으로 인한 웃음일 수 있으며, 자신의 서투른 모습이 왠지 부끄럽기 해서 그럴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이것을 불편해 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자신의 숨겨진 찌질함을 일깨워주기 때문인데, 보통 이런 사람은 자존심이 강한 유형이다. 그래서 그들은 보통 개그 프로그램을 즐겨보지 않게 된다.
 
개그가 재미있는 세 번째 요소는 예상치 못한 반응이다. 우리는 보통 거의 모든 일에 잠재적으로 예상을 한다. 그리고 그것에는 상대가 할만한 행동과 하지 않을 행동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이것은 우리를 심리적으로 그리고 육체적으로 준비를 시킨다.
 
길을 걸을 땐, 반대 편에서 걸어오는 상대가 서로 부딪히지 않기 위해서 어느 방향으로 틀 것인지를 예상한다. 그래서 자신도 그것에 맞춰서 피한다. 물론 그러다가 가끔 서로 같은 방향으로 피해서 잠시 당황하는 경우도 생긴다. 아무튼 그래도 우리는 그 상대가 갑자기 자신을 때릴 것이란 예상은 하지 않는다.
 
우리는 보통 자신의 예상이 빗나가면 당황스러움을 느낀다. 심지어 화가 나기도 한다. 이것의 경계는 좀 애매한데, 사람마다 같은 상황이라도 반응이 다르기 때문이다.
 
아무튼 우리는 자신이 예상한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그리 나쁜 상황이 아닐 땐 웃음이 난다. 반대로 그것이 조금이라도 기분이 나쁘거나 자신의 숨겨진 열등감을 건들거나 하면 심하게 화를 내기도 한다. 그래서 장난을 하다가 싸움이 벌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우린 보통 상대의 악의가 없는 행동에는 크게 화를 내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상태에서 상대가 자신의 전혀 기대하지 않은 행동이나 말을 하게 되면 순간 당황하면서도 즐거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종류의 능력을 유머 감각이라고도 하는데, 이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심리 게임이다.
 
이런 종류의 능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타이밍, 그러니까 딱 적절한 시기에 상황에 맞는 반응을 했을 때, 상대는 실제로 말문이 막히기도 하지만, 그로 인해서 상대가 농담을 한다는 것을 알아 채면서 긴장이 풀리고 편해짐을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농담을 통해 긴장을 누그러뜨리기를 좋아한다. 그렇지만 이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칫 잘못하면 분위기가 더 썰렁해지기 때문이다.
 
개그 프로그램에서도 가끔 이런 모습이 연출된다. 연기자들은 열심히 자신이 준비한 것을 보여주는데, 보는 사람은 왠지 불편하고, 그 연기자가 안쓰럽기까지 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그런 연기자는 조만간 퇴출된다.
 
우리가 개그가 재미 있는 마지막 이유는 좀 황당하지만, 웃고 싶어서 그렇다. 이것은 우리의 행복에 대한 욕구로 인해서 벌어지는 현상인데, 어떤 개그 프로그램을 현장에서 보는 것과 집에서 보는 것에서 큰 차이가 나는 것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이와 비슷한 경우는 바로 콘서트에 직접 가거나 스포츠 경기장에 직접가는 것과 유사하다. 일명 현장감이라고 하는 것인데, 실제로는 그것을 적극적으로 즐길 사람들끼리 모였을 때, 그것을 통해 느끼는 것이 훨씬 강도가 높게 전달되어 오기 때문이다.
 
개그 프로그램을 현장에서 보면, 이미 웃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 자리에 앉아 있다. 그래서 별것 아닌 것도 웃기게 된다. 또한 코메디 영화를 보러 간 사람들 역시도 마찬가지다. 이미 자리에 앉았을 때부터 웃으려고 갔기 때문에 훨씬 웃음에 관대하다.
 
하지만 억지로 끌려 갔거나 혹은 아무 생각 없이 그런 자리에 참가한 사람들의 경우엔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 특히 이런 현상이 심한 경우는 아마도 처음 종교 집회를 참석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거기에서는 집회를 진행하는 사람이 정말로 별 것 아닌, 평범하기 짝이 없는 말을 해도 많은 사람들이 웃거나 혹은 공감하면서 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는 그것에 낯선 사람들에게 이질감을 느끼게도 한다.

 

결국 우리는 개그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 자신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면서 그 찌질함과 그것을 통해 나타나는 예상치 못한 반응을 즐긴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그것을 보기 때문에 더욱 더 즐거운 것이다.
 
이런 이유들 말고도 아마도 전혀 예상치 못하는 숨겨진 심리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이상은 나의 상상 능력을 벗어나는 영역이다. 아무튼 웃음이란 것은 우리 인간에게 아주 큰 즐거움을 선사하긴 하지만, 그 안에 숨겨진 우리의 심리는 생각보다 그리 밝지는 못하다.
 
특히나 다른 이의 찌질함을 통해 얻는 즐거움은 우리가 그것을 단지 '극' 이라고 여기면서 얻는 것이기 때문에 좀 더 심각할 수 있다. 왜냐하면 실제로 현실 속에서 보는 그런 사람에 대해서는 짜증을 내거나 분노를 느낄 수 있으나 그것을 표현하지 않다가, TV 속에 나오는 그런 사람들을 보고는 공통적으로 그것을 비웃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서 그 놀림의 대상이 그 자신이 되었을 땐, 참지 못하고 화를 내는 우리들의 실제 모습을 생각하면, 결코 우리가 비웃는 그런 사람들의 모습이 우리 자신이 아니란 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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