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장점과 단점

아이루다 2014. 12. 23. 11:33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사람 역시도 장점과 단점을 가진 존재이다. 일단 인간 자체가 단점과 장점을 가졌는데, 지적 능력이 뛰어나 지구 상의 모든 생명체보다 월등한 문명을 만들고 또한 창조적 생각을 바탕으로 위대한 일들을 많이 해낸 장점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머리가 좋은 만큼 계산적이고 그래서 탐욕스러울 수 밖에 없는 명백한 단점을 가지고 있는 존재이다. 인간을 인간다움으로 정의하게 해줄 수 있는 인간의 뛰어난 지적 능력은 그래서 장점이 되기도 하고 단점이 되기도 한다.
 
인간 전체적인 관점 말고도 개별적 관점으로 좀 더 세밀하게 들어가보면, 사람마다 고유의 장점과 단점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누구는 머리가 좋아서 공부를 잘하지만 몸이 약하거나, 누구는 몸은 튼튼한데 머리가 영 돌머리일 수 있다. 물론 머리도 좋고 몸도 튼튼한 사람도 있고, 반대로 머리도 나쁘고 몸도 허약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여자들 경우엔 좋은 몸매와 예쁜 얼굴을 가지고 싶어 하는데, 그 중 하나만을 갖게 되는 경우도 많다. 즉, 몸매는 좋지만 얼굴이 안 예쁘거나 얼굴은 예쁜데 몸매가 좋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나마 몸매가 되는 여자들은 성형 수술을 통해 얼굴을 고칠 수 있으니까 돈만 있고 운이 좀 따른다면 단점을 극복할 수도 있다. 단지 이럴 경우 2세에 대한 문제점이 발생할 여지는 있다.
 
그런데 우린 보통 사람들이 가진 장점과 단점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 판단을 할까? 이것을 알아보기 위해서 우리의 흔한 사고방식에 대해 생각해보기로 하자.
 
사람들은 흔히 반쯤 물이 담긴 컵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긍정적 사고와 부정적 사고의 차이점을 설명하곤 한다. 즉, 물이 반이나 담겨 있다고 생각하면 긍정적 사고 방식이고, 물이 반밖에 담겨 있지 않다고 생각하면 부정적 사고 방식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렇듯 사람들은 모두 이렇게 정해진 한 가지 형태로만 사고를 할까?
 
이것을 좀 잘 생각해봐야 한다. 왜냐면 사람들은 생각보다 이것이 중복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백화점을 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백화점에 갈 생각을 하는 순간 그것을 방해하는 많은 것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만약 눈이 와서 길이 미끄럽다면 지하철을 이용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당일에 세일을 해서 사람이 무척 많을 것이라고 예상되더라도 사람의 복잡도 정도는 충분히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사람이 한 아이를 키우는 엄마일 경우라면, 아이가 그날 몸 상태가 그리 안 좋아도 그 증상이 별 것 아니라고까지 생각한다.
 
하지만 시댁에 가기 싫은 며느리는 눈이 조금이라도 올 것 같으면 걱정이 태산이 된다. 오다 가다 눈이 와서 차 운전을 하기가 힘들어지면 어떻게 될지 자신이 운전을 하지 않더라도 걱정이 된다. 물론 그렇다고 지하철을 이용할 마음은 전혀 없다. 그리고 시댁에 사람들이 많이 모일 것 같으면, 그 복잡한 곳에 갈 생각을 하는 순간 머리 속이 지끈지끈하다. 거기에 더해서 아이가 약간 감기 기운만 있어도 무슨 일보다도 우선 당장 병원에 가야 한다고 믿는다.
 
이 두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니다. 같은 사람이 다른 상황에 상반된 반응하고 있을 뿐이다. 이 둘이 하나로 합쳐져도 아무런 이상이 없다. 우리는 이렇듯 상황에 따라 동일한 것에 대해서 긍정적이고 부정적이다.
 
실제로 위의 예에서 나온 물의 컵에 대한 반응은 현재 얼마나 목이 마른 지와 또한 그 물을 마셔야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반응이 나올 수 있다. 같은 사람이라고 해도 상황에 따라 긍정적 반응이 나올 수 있고 부정적 반응도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보통 긍정적일 땐 자신이 행복한 일을 할 때이다. 반대로 우리가 부정적일 땐 자신이 행복하지 않거나 불행한 일을 할 때이다.
 
이것을 잘 염두에 두고 다음 상황을 생각해 보자.
 
어떤 아이가 있다. 이 아이는 키도 크고 얼굴도 잘 생겼고 건강하고 착하다. 아이의 장점은 참 많다. 하지만 이 아이는 공부를 잘 못한다. 실제로 공부 말고는 다 잘한다. 그래서 어른들은 이 아이를 볼 때, 참 괜찮은데 공부를 못해서 어떻게 하냐며 걱정을 한다.
 
어떤 여자가 있다. 몸매가 참 좋다. 그런데 얼굴이 평범하다. 그래서 사람들이 뒤에서 몸매를 보고 앞으로 와서 얼굴을 확인한 후 실망한 표정을 사라진다. 이런 경험을 몇 번 반복적으로 하니 기분이 영 좋지 않다.
 
이 두 가지 상황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매우 일반적으로 경험하거나 실제로 그 사람이 그 당사자인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이런 반응은 긍정적인 것일까? 부정적인 것일까?
 
일단 그것을 판단하기 앞서, 위의 상황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보자. 놀랍게도 어떤 사람이 가진 좋은 장점은 단 하나의 단점으로 인해서 가치를 잃고 있다. 한 아이가 많은 것을 잘해도 공부 하나만 못하면 의미가 없어진다. 몸매가 아무리 좋아도 얼굴이 안되면 그 좋은 몸매가 차라리 저주가 되어 버린다. 재주가 많아서 사람들을 잘 돕는 사람이 정작 돈을 벌지 못하면 쓸데 없는 재주만 가져서 오지랖만 넓다고 비난 받는다.
 
우리는 왜 사람이 가진 장점을 보는 것보다 단점을 부각시키는 것에 더 익숙할까?
 
어떤 사람에게 장점과 단점이 동시에 존재할 때, 장점보다는 단점에 초점을 두는 것은 일종의 부정적 인식 방법이다. 앞에서 말한 대로 부정적인 인식이라는 것은 바로 행복하지 못하거나 불행할 수 있는 것들인데, 그렇다면 우리는 왜 아무런 관련도 없는 다른 이들에게 행복하지 못한 것이나 불행함을 관련시켜서 느끼는 것일까?
 
그것은 생각하면 슬프고 황당하기까지 하지만, 우린 바로 누군가 매우 잘난 사람이 있다면, 그것으로 인해 그 자신이 초라해짐을 느끼고 결국 상대적 불행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단점을 찾을 수 없이 장점만이 부각된 사람 옆에 서면 괜히 주눅이 들고 기분이 상하게 되어 있다.
 
옆집 아이가 잘 생기고, 키도 크고, 공부까지 잘하면서, 교우 관계가 좋으면 당장은 좋아 보이긴 하지만, 자신의 아이와 비교가 되면서 괜히 마음 속 한 구석이 씁쓸해지는 것이다. 그러다가 그 아이가 가진 작은 단점이라도 하나 발견하게 될 경우엔 그것을 침소봉대 하는 것이다.
 
잘 들어보니, 그 옆집 아이의 발음이 좀 이상해서 의사소통에 약간 문제가 있거나, 키는 크지만 다리가 짧고 상체가 긴 체형이라서 그다지 보기 좋지는 않을 때, 그것을 눈 여겨 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그 아이의 단점을 인식하고는, 그것을 다른 많은 장점과 동일한 수준으로 단점의 문제점을 부각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문제점을 부각시켜서 해결하려고 해도 이것은 결국 질투심의 일종이다. 그리고 질투심은 불행함을 상징한다. 그러니까 당연히 부정적 인식 방법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나름대로 '완전한' 존재가 되길 바란다. 신체적으로나 성격적으로나 능력적으로나 모두 어느 정도 남들에게 책 잡히지 않을 만큼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는 그 자신 역시도 남들의 단점을 보려고 애쓴다. 그리고 또한 그런 단점에 대해 서로 이야기 하면서 그 사람이 그 단점으로 인해 얼마나 불행할지를 걱정하는 척 해준다. 하지만 속으로는 좋아한다. 상대적인 행복감을 느끼면서 말이다.
 
그런데 왜 우린 장점보다 단점을 부각시키는 방식으로 사람을 평가하게 되었을까?
 
이것의 뿌리는 생각보다 깊다. 왜냐하면 이것은 바로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불행하지 않기 위해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신이 가진 행복을 보고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불행을 보고 사는데 익숙해져 있어서 그렇다.
 
우리는 서로 얼마나 행복한지를 서로 바라봐 주지 않는다. 우리는 서로 얼마나 불행하지 않는지를 바라본다. 그래서 그 사람이 어떤 것으로 행복해하고 있으면, 그것을 같이 바라보면서 좋아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행복은 외면한 채, 그 사람이 가진 불행함에 대해 이야기를 해준다.
 
그렇지만 우리는 겉으로는 행복을 바라봐주는 척을 한다. 그래서 어떤 이들의 행복에 대해 접할 때는 속으로는 어떤 생각을 하더라도 그냥 겉으로는 그것을 축하해준다. 그래야 나중에 자신에게 일어나 행복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 그 사람 역시도 같이 축하해주기 때문이다.
 
이 숨막히는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오직 하나뿐이다. 그것은 바로 행복을 바라보면서 사는 것이다. 어떤 일이든 간에 장점을 바라보는 마음가짐이다.
 
원래 자신이 충분히 만족스럽고 행복하다면, 자신이 가진 단점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리고 그 행복이 스스로 느끼는 행복일 때만 오로지 충분히 만족스러운 것이 된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행복을 타인의 평가를 통해 얻으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이 느끼는 행복에 대해서 타인의 공감을 원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그 행복에 대한 스스로의 확신이 없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인데, 우리들 대부분이 그렇다.
 
우리는 스스로의 행복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살기가 힘들다. 그나마 우리를 확신 있게 해주는 것들은 가족, 종교, 사랑등과 같이 인류 보편적인 가치들뿐이다. 그것 이외의 행복은 모두 타인으로부터 확인을 받아야만 유지가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서로 끼리끼리 어울린다. 서로가 느끼는 행복을 인정해주는 관계만이 유지가 된다. 등산을 무시하는 사람과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꼭 같이 등산을 갈 일이 없어도 서로 멀어진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자신이 가진 가치를 부정할 때 그것을 견뎌내기 힘들어 한다.
 
좋은 몸매를 가졌거나 머리가 좋거나 돈이 많은 것들은 모두 다른 이들로부터 인정 받는 행복들이다. 좋은 몸매는 더 좋은 몸매가 나타나는 순간 의미가 없어지고, 머리가 좋은 것은 더 머리가 좋은 이를 만날 때 가치를 잃는다. 돈 역시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부자라도 더 큰 부자가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런 행복에 집착하게 되면 결국엔 흔들릴 수 밖에 없다.
 
우리 인간은 남의 평가로 인해 행복함을 느낄 때 매우 쉽게 행복을 얻지만, 이런 평가는 너무도 쉽게 바뀌기 때문에 불안정하기 그지 없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평가에 집착하는 사람은 기분이 매우 쉽게 변하는 특징을 보인다. 즉, 기분이 좋다가도 언제 화를 낼지 모르는 매우 불안한 성격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행복보다는 타인들이 자신을 불행하게 볼까 봐 전전긍긍한다. 그래서 자신이 가진 많은 장점을 통해 스스로 행복을 느끼지도 못하고 남들이 알게 모르게 지적하는 단점들에 집착하여 삶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다.
 
또한 이런 것을 경험적으로 아는 사람들은 자신보다 행복해 보이는 다른 사람을 불행하게 만들기 위해서 끝없이 단점을 지적하려고 한다. 즉, 우리는 다른 사람이 그 자신보다 행복하면 그 사람처럼 행복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은 자신과 같이 불행한 수준으로 만들려고 노력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훨씬 쉽게 빠르기 때문이다.
 
예전에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되고 기쁨은 나누면 두 배가 된다는 말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슬픔을 나누면 약점이 되고 기쁨을 나누면 시기가 된다는 말이 돌아 다니고 있다. 슬프지만 부정하기가 힘들다.
 
물론 세상 모두가 이런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별 관심 없는 것에 대해서는 정말로 기뻐해준다. 어느 집에 돼지가 새끼를 20마리 났다는 소식은 그냥 즐거운 소식일 뿐이다. 하지만 자신이 욕망하고 원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렇지 못한다. 우리가 그나마 덜 욕망적으로 보이는 것은 관심 있는 것이 남들과 다르거나 적어서 그럴 뿐이다.
 
그래서 결국 우리는 자신의 장점만 개발하고 살아도 힘든 세상에, 자신이 가진 단점까지 모두 극복해야만 행복하다고 인정받는 세상을 살고 있다. 그래서 평생을 걸쳐 자신이 가진 것에 감사하지 못하고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서 불만을 가지고 산다. 거기에 단점이 단점이 이유는 타고나지 못한 것이라서 그런데, 그것을 극복하려니 얼마나 삶이 힘들겠는가? 또한 얼마나 많은 불필요한 시간과 노력과 에너지가 쓰이겠는가?
 
하지만 이것은 또한 그 당사자의 잘못만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 주변 사람들이 끝없이 그 사람의 단점을 지적했기 때문에 그 사람도 그렇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 역시도 살아 오면서 인식하지도 못한 채 다른 이들의 단점을 무수히 많이 지적했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더 행복하기 위해서 서로가 서로를 어떻게든 덜 행복하게 만들려고 노력한다. 이것이 우리가 가진 가장 치명적인 문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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