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계획된 삶

아이루다 2014. 11. 20. 11:13

 
인간은 자연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미래에 대한 꽤나 정밀한 대비를 할 수 있는 존재이다. 물론 인간이 아니면서도 계획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동물들도 많이 있다. 한 해를 기준으로, 겨울 잠을 자기 위해 지방을 늘리는 곰, 겨우내 먹을 도토리를 모으는 다람쥐, 때가 되면 따뜻한 남쪽으로 떠나는 철새 역시도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들은 매년 반복되는 일정한 생존의 패턴을 유전자 속에 기억하고 있는 것뿐이다. 하지만 인간은 이들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대비를 한다. 그리고 이것을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서 일반적으로 알려진 인생의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세우는 계획들은 노후 준비 등과 같은 수십 년 후를 내다보는 것도 있을 수 있고, 주말에 어딘가 좋은 곳을 놀러 가려고 하는 것들도 있다. 아무튼 어떤 것들은 계획이라고 부르는 것이 좀 이상할지도 모르지만, 우리가 퇴근을 하고 집에 들어가서 씻는 행동을 하는 것도 일종의 계획이라고 부를 수 있다.
 
물론 이런 일상적인 생각들처럼 보이는 계획들은 보통 매우 오래 반복된 습관이란 용어가 더 어울린다. 하지만 이런 일조차도 어떤 이들은 계획으로 하게 된다. 왜냐하면 습관이 안 들어 있기 때문인데, 어떤 사람은 집에 들어가면 늘 손발을 씻지만, 습관이 들어 있지 않는 사람은 나름대로 결심을 해야만 그것을 한다. 혹은 엄청난 잔소리를 들은 후 한다.
 
아무튼 그것을 노력에 의해서 의식적으로 하든지, 아니면 습관처럼 오래된 패턴에 의해서 거의 무의식적으로 하든지 상관없이 미래에 어떤 일을 하는 것을 예정한 것 자체는 모두 계획이라고 정의할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가 살아가면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들은 거의가 계획적이다. 우리가 계획적이지 않게 하는 일은 보통 의지적으로 조절 할 수 없는 일, 즉 급하게 똥을 싸거나 우연한 다른 이들의 연락 정도가 될 것이다. 이런 것들은 보통 계획할 수 없다.
 
물론 그런 우발적인 사건 역시도 우리는 어느 정도 예상은 한다. 단지 우리가 알 수 없는 것은, 그것이 정말로 일어날지 혹은 언제 어디에서 일어날지에 대한 정보 정도 일 것이다. 우린 밥을 먹으면 언젠가는 똥을 싸야 하고, 친구를 사귀면 언젠가는 연락이 오게 되어 있다. 그래서 이것들 역시도 큰 범위 안에서는 계획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왜 이렇게 계획적으로 살아갈까? 우리는 매일 우리 스스로를 계획적으로 살아가게 하려고 무척 노력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원래 계획은 꽤나 좋은 수단이다. 우리는 어떤 것을 할 때 계획적으로 하게 되면서 협동성과 효율성과 정밀도와 완성도 그리고 완료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즉, 우리는 마구잡이 식으로 어떤 것을 해나가기 보다는, 계획을 세우고 그것에 종속된 세부 항목을 해결해 나감으로써 전체적인 완성이 제대로 될 것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돈을 버는 것을 목표로 하는 회사에서는 이런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그들은 단기,중기,장기 목표를 세우고, 전체적인 계획을 수립하며, 각자가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함으로써 공동 작업의 효율성을 극대화 시키려고 노력한다.
 
이것은 개인적인 생활에도 비슷하다. 개인은 회사처럼 체계적이거나 강제적이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하루를 계획하고, 한 주를 계획하며, 한 달을 계획하며, 또한 일 년을 계획한다. 그리고 더 크게는 인생 전체를 계획하기도 한다.
 
계획은 목표를 달성해 가는 과정을 적어 놓은 처리해야 할 목록이다. 우리는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어떤 종류의 계획을 마련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목표가 있는 삶과 없는 삶은 시간이 지날 수록 그 차이가 더욱 심하게 벌어질 수 밖에 없다. 이것은 생각보다 매우 중요한 것인데, 한 방향으로 쭉 가는 사람과 그날 그날 내키는 데로 사는 사람의 삶은 처음엔 비슷해 보이지만, 10년만 지나도 매우 큰 차이가 난다.
 
그래서 사람들은 모두 목표를 세우길 원하고 계획을 짜서 그것이 실현되길 바란다. 하지만 삶은 그리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서 많은 사람들은 목표를 잘못 잡거나, 계획을 잘못 짜거나, 혹은 이 모든 것을 잘 했다고 해도 결국 계획을 제대로 실행하지 못해서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만다.
 
오늘도 수 많은 사람들이 살을 뺀 계획을 잡고는 저녁에 거한 식사를 하고 있을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는 성인이 될 수록 계획적으로 사는 것이 절대적으로 좋다는 인식을 갖게 된다. 반면에 어린 아이는 성인과는 좀 많이 다르다. 아이들은 정보 부족과 경험 부족 그리고 어떤 목표를 명확하게 갖기 힘든 나이이기에 그들은 대부분 계획적이지 않다. 아이들은 매우 즉흥적으로 판단하고 어디로 튈지 모른다. 아이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 얼마나 무엇이 재미있고 행복하느냐 일 뿐이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어른들 역시도 아이와 목표는 같다. 그들 역시도 목표를 세우고 계획을 통해 실현해가는 이유가 바로 행복하고 싶어서 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이와 어른은 완전히 다른 행동을 보인다. 어른은 계획대로 살길 바라고 아이는 계획없이 살길 바란다.
 
그리고 재미있게도 결론적으로 아이가 어른보다 더 행복해 한다.
 
물론 아이의 행복에는 큰 문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아이는 적어도 밥을 걱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이는 부모가 벌어 온 돈을 공짜로 쓴다. 그래서 아이는 단지 재미있고 행복한 일만 하고 살면 된다. 하지만 어른은 다르다. 어른은 자신이 먹을 것은 자신이 벌어야 한다.
 
이 차이로 인해서 어른과 아이의 행복으로 가는 방법이 달라진다. 그리고 대부분의 어른들은 아이의 방식대로는 세상을 살아갈 수 없음을 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생겼다. 우리는 현실적으로 먹고 살기 위한 것을 위해 매우 치밀하게 계획적으로 산다. 특히나 회사에서 우리는 그렇게 일을 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회사가 아닌, 행복해야 할 일상에서도 점점 더 계획적으로 살게 되었다.
 
행복 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마음은 무엇인가를 하고 싶다고 느꼈을 때, 그것이 모두 제대로 되었으면 하길 바라게 되었다.
 
우리는 가끔 주말에 여행을 갈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주중엔 이 여행에 대한 기대를 하면서 가끔 즐거운 기분이 된다. 그리고 월요일부터 하루 휴가를 낸 금요일을 뺀 목요일에 이르기까지, 이 여행에 위해 세운 계획을 하나 둘씩 실천한다.
 
우리는 누구와 함께 갈지를 결정하고, 어디를 갈지 결정하고, 펜션을 예약하고, 맛 집을 찾아보며, 가면서 어디 어디를 들릴 것인지를 찾아 본다. 우리는 아침 출발을 몇시에 할 것인지, 서로 어디에서 만날 것인지, 돌아오는 날은 몇 시쯤 출발해서 집에 몇 시쯤 도착하게 할 것인지를 계획한다.
 
그리고 큰 이변이 없는 한, 우리들의 일정은 대부분 그 계획에 따라서 이루어진다. 그러다가 뭔가 틀어지는 일이 생기면, 여행 자체가 망가지기도 하고, 기분이 상하기도 한다. 오겠다는 사람이 빠지거나, 멋진 장소라고 해서 갔는데 별로이거나, 맛 집을 찾아갔는데 맛이 없거나, 펜션 주인이 불친절하고 방이 더러우면 우리는 계획대로 되질 않아서 여행이 생각보다 즐겁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무척 재미있다고 소문 난 영화를 보러 가는 것과 같다. 우리는 큰 기대를 하고 영화를 예약하고 정해진 시간에 들어가서 영화를 보지만, 보통 영화가 들었던 것만큼 기대치를 주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차라리 TV에서 우연히 본 전혀 알려진 것이 없는 영화나 혹은 정말로 아무 생각 없이 본 영화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만큼 재미있었던 경우도 있었음을 알고 있다.
 
계획은 어떤 목표를 이룰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론이다. 그리고 또한 계획은 그 목표가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일수록 더욱 더 준비 과정을 즐겁게 해준다.
 
하지만 계획은 또한 기대치를 갖게 만든다. 우리는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이뤄가는 것 자체를 하나의 행복을 느끼기 때문에 계획을 하면서 이미 여행을 가서 즐긴 행복의 일부를 미리 얻은 것이다. 우리는 기대치를 가지면서 행복함을 느끼는데, 정작 그 장소에 가서 그 기대치를 얻어야 만족감 수준의 행복을 얻고, 조금이라도 부족하면 본격적으로 짜증을 내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어떤 것을 당연시 여기는 마음과 같다. 우리는 계획을 세우면서 당연히 그것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갖는다. 실현 하지 못할 계획을 세우는 것은 먹고 사는 일에 대한 것뿐이다. 즉, 우리는 회사의 1년 계획이나 공부 계획 등은 늘 터무니 없지만 계획을 세우긴 한다. 하지만 일상적인 삶에서 계획은 당연히 실현 가능함을 기준으로 한다.
 
그리고 이 실현 가능함은 그것을 이루는 것 자체를 당연시 여기게 만든다. 즉, 우리는 맛 집을 찾아가게 되면 그 맛 집이 정말로 맛있어야 만족스럽게 되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 들면 스스로를 합리화 하거나 화를 내는 것이다.
 
또한 어떤 것이 기대치에 어긋나 어느 정도 짜증이 나도 참는다. 왜냐하면 그것 때문에 전체 계획이 망쳐지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나중엔 기억을 조작하여 자신이 그곳에 갔을 때 매우 좋았었다고 추억으로 만들어 둔다. 이것이 잘 안되더라도 잘 찍은 사진과 그것에 적당히 어울리는 글귀를 적어 두면 가능해진다.
 
계획은 좋은 것이지만, 계획은 기대치를 갖게 되는 것과 그 계획이 이뤄지는 것이 당연한 상황이 되는 것이 문제가 된다. 아이는 계획적이지 않기에 어떤 장난감을 보고 놀다가 실증이 나면 금새 다른 장난감을 가지고 재미나게 논다.
 
하지만 어른은 이후 계획을 모두 세웠기 때문에, 중간에 실증이 나거나 영 아니다 싶어도 계획대로 계속 해나가려고 한다. 즉, 어른에게 있어서 행복은 결국 목표가 아닌 셈이 된다. 그래서 우리들 대부분은 행복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실현해 나가다가 결국 계획이 이루려는 목표만을 달성하는 결과를 만든다. 여기에서 행복은 사라지고 결국 계획을 모두 제대로 해냈다는 성취감만 남는다.
 
이것은 산행을 가기 위해서 나선 등산 길이 너무도 험해서 결국 죽도록 고생만 한 기억이 된다. 이것은 고생했던 기억으로 남아 결국 추억이 되는 사람도 있겠지만, 당시엔 결코 그런 감정이 아니다. 우리는 심한 경우엔 도중에 짜증을 내고 내려 온 후, 그 산을 생각만 하면 기분이 나빠질 수도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어른들이 아이처럼 무계획적으로 살 순 없다. 설령 그것이 생계가 아닌 그냥 일상의 삶이라고 해도 말이다.
 
해외 여행과 같이 즉흥적인 결정이 힘든 장소를 가는 것은 어느 정도 계획적일 수 밖에 없다. 아니, 실제로 계획적이지 않으면 여행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실제로 이런 종류의 여행은 계획적인 사람들이 제대로 잘 해낸다.
 
그래서 이것은 조화가 필요하다. 큰 틀에서 계획을 잡고 세부는 어느 정도 자유 도를 주는 현명함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이런 효과는 일상 생활에서도 필요하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교육받은 대로 늘 계획적 이길 바란다. 물론 안 그런 사람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삶의 매 순간마다 계획을 세운다. 매일 일어나는 일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시장에 갈 때는 무엇을 살지, 퇴근 후 집에 도착하면 무엇을 할지 계획을 세워둔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어떤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그 계획대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럼으로써 우리는 그 계획에 들어가 있지 않는 나머지 대부분의 것을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계획을 세우고 시장에 간 엄마는 오늘만 특별히 싸게 파는 꽃게를 보지 못하게 된다. 그녀의 머리 속에는 자신이 사기로 계획한 상가를 들릴 생각이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퇴근 중인 아빠는 집에 도착한 후에, 머리 속에 들어 있는 계획을 실천할 생각에 부인의 얼굴이나 아이의 행동을 의식하지 못한다. 그 때 아빠의 머리 속에는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해야 할 일들이 계획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계획을 세우기 때문에, 그 계획에 들어 있지 않는 나머지 대부분의 것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느끼지 못하게 된다. 우리는 차를 몰고 어딘가를 갈 때, 길가에 붉고 노랗게 물든 단풍잎을 바라볼 수 없다. 빨리 가야 하기 때문에 앞만 봐야 하기 때문이다. 혹은 차를 타고 가는 과정이 지루하기에 스마트 폰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도착한 산에 물든 단풍을 보고는 행복해 한다.

 

그리고 또 거기에서도 도토리를 줍고 있는 다람쥐나 끝없이 지저귀는 산 새의 소리를 듣지 못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곧 삽겹살을 구워 먹어야 할 차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다들 불을 피우고 고기 먹을 준비를 하는데 바쁘다.
 
먹고 사는 것은 기본적으로 계획적인 것이 좋지만, 행복 하려고 하는 것마저도 너무 계획적이면 우리는 우리를 정말로 행복하게 해주는 것을 보고 듣고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행복 하려고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위해 계획을 실천하는데, 하다가 보니 계획을 실천하는데 급급하여서 결국 왜 그것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목표를 잊은 것이다. 우리가 시장에 가는 이유는 맛난 먹거리 재료를 사는 것이고, 우리가 직장에 갔다가 퇴근하는 이유는 그렇게 해서 번 돈으로 더 풍요롭고 행복하고 싶어서이다.
 
그리고 가끔 어떤 계획들은 생각만 해도 사람의 마음을 매우 무겁게 한다. 그것은 일상의 삶 속에서도 해야 할 일과 같은 것인데, 대부분이 집안 일이다. 빨래, 청소와 같은 일상적인 것부터 간만에 하는 냉장고 청소나 베란다 청소와 같은 것들은 생각만 해도 마음 한 구석이 답답하다.
 
그런데 놀랍게도 실제로 이런 것들은 정말로 무계획적으로 할 수도 있다. 그것은 어느 날 우연히 냉장고를 열었다가 더럽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나씩 치우다 보니 전체를 모두 치우는 경우도 생기며, 베란다에 빨래를 널다가 하나를 떨어뜨렸는데 그것이 더러움이 가득 묻어 있다면 그 순간 베란다 청소를 하게 되기도 한다.
 
과거의 인간의 삶은 이리 계획적이지는 못했다. 우리는 해가 좋으면 빨래를 널고 비가 오면 빨래를 걷었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베란다에 빨래를 널기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상관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매일 밤에 빨래를 하거나 주말에 빨래를 몰아서 하는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된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우리의 일상은 그냥 순간적으로 일어난 생각이나 감정으로도 어느 정도 유지될 수 있다. 심심해서 빨래를 하거나 청소를 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심심하면 그 심심함을 없애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는데, 실제로 그것은 잘 이뤄지지 못한다.
 
하지만 그 당시 우리 머리 속에는 단지 심심함을 없앨 계획만 잔뜩 세우는데, 이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집안 청소를 하거나 샤워만 해도 기분이 나아지는 경험은 실제로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것을 잘 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우리가 집안 청소를 하는 것은 주말 아침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것을 아예 생각하지도 않고 실천하지도 않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실제로는 할 수 있었고, 했으면 좋았을 일조차도 안하고 결국 시간만 낭비하고 만다.
 
이것은 이해하기가 무척 힘든 것이긴 하다. 왜냐하면 결국 계획적으로 하지 않으면 아예 안 하게 될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주말에 한 번 청소라도 할 생각을 해둬야 집안 청소를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하게 된다. 그것조차도 없으면 전혀 안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상상과 달리 이런 생활 패턴은 일종의 오래된 관습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냥 아무 때나 청소를 할 수 있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단지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대로 삶을 살아가는 것에 너무도 익숙해진 존재이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른다. 우리는 너무 행복에 목숨을 걸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이 모든 것의 단 하나의 원인은 바로 시간의 부족일 것이다. 우리는 절대 시간의 부족으로 인해서 모든 것을 가장 효율적으로 하려고 한다. 즉, 우리는 일상 생활을 최대한 제대로 해내기 위해서 늘 계획을 짜고 실천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늘 시간에 쫓긴다. 계획대로 하기 위해서 말이다.
 
계획적이란 말의 가장 반대되는 의미는 아마도 뜬금없다는 말이 될 것이다. 물론 비계획적이란 말도 있지만, 실제로 개인적인 생각으로 뜬금없다는 말이 더 와 닫는다.
 
우리는 현재 너무 계획적으로 산다. 그리고 세상은 점점 더 그래지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계획적이지 않는 것을 뜬금없다고 생각한다. 어느 날 갑자기 여행을 떠나거나, 오래 동안 연락 안 한 친구에게 뜬금없이 찾아가서 만나는 것은 비현실적인 것들이 되어 버렸다.
 
실제로 우리가 스마트 폰도 없고 인터넷도 없던 시절엔 이렇게 살았다. 우리는 자주 뜬금없이 살았다. 어느 날 우체통에는 뜬금없이 편지가 와 있었고, 여행을 하다가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곳을 가기도 했다. 이것이 그리 오래된 과거도 아닌 불과 수십 년 전 일이다.
 
그런데 말이다. 그때보다 훨씬 더 계획적으로 살 수 있는데, 지금이 더 행복한 건 아닌 것 같다. 세상은 더 편해지고 세상은 더 많은 정보가 있고 그래서 우리는 더욱 계획적으로 살 수 있게 되었는데, 뜬금없는 편지나 뜬금없는 친구의 연락이나 뜬금없이 떠나는 여행이 그리운 것은 그냥 개인적인 감성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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