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혼자 밥먹기

아이루다 2014. 11. 18. 09:49

 
얼마 전에 '혼자서 어디까지 해봤니?' 라는 제목으로 올라 온 짧은 글을 하나 읽은 적이 있다. 이 질문은 어떤 식당까지 혼자서 밥을 먹어 보았느냐에 대한 질문이었는데, 일반 식당에서 혼자 식사를 하는 것에서부터, 난이도가 높은 것으로는 고기 집에서 혼자 고기 구워먹기나 혹은 샐러드 바나 고급 레스토랑에서 혼자 식사를 하는 것들이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런 질문이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또한 그것에 대해 우리가 관심을 갖는 이유는 바로 '우리는 왜 혼자서 식당에 가질 못할까?' 라는 질문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스스로도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대한민국에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 특히 여자보다는 남자들 그리고 젊은 사람들보다는 나이가 좀 있는 사람들은 그냥 평범한 식당 조차도 혼자서 못 가는 경우가 흔하다. 아마도 그나마 그들이 혼자서 밥을 쉽게 먹을 수 있는 곳은 식판을 들고 먹는 곳이나, 넓은 공용 좌석을 가진 푸드 코트 정도일 것이다. 혹은 아예 처음부터 혼자 오는 손님을 고려해서 2인용 테이블을 많이 만들어 놓은 식당 이거나 말이다.
 
그리고 이것은 대한민국 특유의 문화이기도 한 듯 하다. 뭐 해외에서 살아 본 경험이 전무한 나로써는 그것을 실제적으로 경험해 본 적은 없지만, 이웃 나라 일본에 대한 이야기만 들어봐도 그들의 문화에서는 혼자서 밥을 먹는 것에 대해서 그리 이상하게 보지는 않는 듯 하다. 아니, 오히려 그들은 혼자서 무엇인가를 하는 문화가 매우 잘 자리 잡고 있는 듯 보인다.
 
요즘 들어서는 식당에 가끔 혼자 오는 분들을 보는 경우가 예전 보다는 많아졌는데, 그들의 거의 90% 이상은 밥을 먹는 동안 자신의 스마트 폰만을 바라본다. 아마도 대화를 나눌 사람이나 TV가 없거나 별로 안보고 싶은 방송이 나오고 있어서 그런 듯 하다. 물론 요즘 사람들의 경우에 스마트 폰에 투자하는 시간은 없는 시간도 낼 형편이니 어쩌면 당연한 것이기도 하겠다.
 
어떤 경우엔 네 명이 식당에 같이 와서는 식사 하는 동안 단 한마디 말도 없이 각자 자신의 스마트 폰만 바라보면서 밥을 먹는 경우를 본 적도 있으니까 말이다.
 
아무튼 개인적인 경험으로도 혼자서 밥을 먹는 것은 그리 쉽게 할 수 있는 행동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상하게도 혼자서 밥을 먹는 사람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이런 시선으로 혼자 밥 먹는 사람을 바라보고 또한 왜 그런 시선을 다른 이로부터 받는 것을 꺼려할까?
 
아마도 이것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혼자서 밥을 먹는 것을 밥 먹을 친구도 없는 불행한 사람이라고 간주하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그렇든 그렇지 않든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자신이 불행할 가능성을 가진 것 자체를 꺼려한다. 즉, 우리의 많은 행복에 대한 기준점은 우리 자신의 느끼는 것보다 타인들이 평가해주는 것에 더 큰 무게를 두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현재 자신이 행복하지 못하거나 혹은 불행해 보이는 모습을 다른 이들에게 최대한 보이려고 하지 않는다. 즉, 우리는 내부적으로 어떤 문제를 가졌든 간에, 외부로 들어나는 모습 만큼은 남들만큼 행복하고 남들만큼 잘사는 모습으로 비춰지길 바란다.
 
그런데 조금 더 생각해보자. 우린 왜 혼자 밥을 먹으면 불행할 것이라고 판단할까? 이것은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다. 왜냐하면 실제로 혼자서 밥을 먹는 사람은 정말로 친구가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단지,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발생한 상황에 불과한데도 우린 그것을 그렇게 판단한다.
 
이 부분은 경조사에 찾아온 사람들의 숫자를 보고 사회적 삶을 판단하는 우리들의 평가 기준과 매우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그것은 실제로 이런 경조사에 직장 동료들이 대거 왔다 가는 것을 매우 의미 있게 여기는 것이다.
 
이것은 퇴사 후에는 아무런 관련도 없을 사람들이 경조사에 참가한다고 해서 마치 자신의 삶에 많은 관계성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꼴인 것이다. 실제로 그들의 대부분은 단지 퇴사라는 절차만 밟으면 완전히 남이 되는데 말이다.
 
그렇지만 우리들 머리 속에는 당장 현재의 상황만을 고려한다. 즉, 현재의 상태가 최종 결과라고 믿고 그것을 기준으로 그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다.
 
그래서 어제까지만 해도 수십 명과 밥을 먹던 사람이 오늘 혼자서 밥을 먹으면 인간 관계에 문제가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이것은 어떤 면에서 정말로 비 이성적이면서 어리석은 판단이다.
 
또한 우리가 혼자서 밥을 먹으면 불행할 것이라고 판단하는 이유는 바로 우리의 공동체 문화 때문이다. 우리는 아주 오래 전 과거로부터 이 땅을 살아 온 우리의 조상들로부터 나보다는 우리를 우선으로 하는 문화적 유산을 전달 받았다.
 
이것은 자신과 가족을 최우선을 두고 남은 그것의 부수적인 것으로 인식하는 서양이 그것과는 매우 다른 관점이다. 오랜 시간 폐쇄된 공간에서 단일 민족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이 땅에 살아 온 우리들은 자신의 집도 우리 집, 자신의 가족도 우리 가족이라고 말하는 것에 매우 익숙하다.
 
즉, 우리는 가족과 같은 혈연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공동체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혼자서 밥을 먹는 것은 그런 공통체에서 분리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 관점이 바로 이미 원인이라고 말한, 혼자서 밥을 먹으면 불행하게 보인다 라는 시점의 기저 원인이 되는 것이다.
 
여기까지만 말하면 마치 혼자 밥을 먹는 것을 꺼려하는 것은 완전히 개인의 머리 속에서 이루어지는 착각에 불과하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유는 더 있다.
 
이것은 상황일 수 있으며 배려일 수도 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식당은 점심 시간에 나름대로 혼잡스럽다. 실제로 점심 식사만으로 운영이 되는 식당들도 꽤 있다. 왜냐하면 직장인 대부분이 밥을 사먹기 때문이다.
 
그런데 보통 식당들의 좌석은 4인이 기준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 바쁜 점심 시간에 식당에 들어가서 혼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보면 눈치가 보인다. 물론 손님이 주인의 눈치를 보는 것은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지만, 손님의 입장에서 주인의 하루 수입에 대한 배려는 해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대놓고 눈치를 주는 식당도 존재한다. 혼자 왔다고 하면 인상부터 변하는 곳도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식당이 이것을 대놓고 표현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어서 결국 바쁜 시간에 혼자서 식당에 가서 4인용 식탁을 혼자 차지하고 있을 용기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식당들은 아예 기본 주문 단위가 2인 이상인 경우도 있다. 실제로 그래서 이런 식당의 경우는 혼자서 2인분을 먹지 않는 한 식사를 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또한 우리나라 상식적 수준으로 고기는 대부분 저녁에 사람들과 어울려 먹는 것이기 때문에 저녁 시간에 혼자서 고기 집에 가서 고기를 구워 먹는 일도 그리 편하지는 않다.
 
아니, 실제로 이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혼자서 밥 먹기의 최고 난이도가 아닌가 싶다.
 
또 한 가지 혼자서 밥을 먹을 때 곤란함을 느끼는 이유는 바로 혼자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인데, 아무 말도 없이 혼자서 밥만 꾸역꾸역 밀어 넣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점심과 같은 식사는 맛있게 먹기 보다는 주로 끼니를 때우는 측면이 강하기에 비싸고 맛있는 식당보다는 싸고 간편한 식사를 선호한다.
 
그래서 맛있는 식당에 가기 보다는 근처에 가기 편한 곳을 가는데, 이때 혼자서 밥을 먹게 되면 그 맛에 집중하지 못해서 계속 다른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에게 혼자 있는 시간, 즉 혼자서 머리 속으로 생각을 해야 하는 시간은 그다지 선호되지 않는다. 머리 속으로 생각을 하는 것이란 말의 뜻은 결국 심심한 상태라고 해석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이유로 인해서 스마트 폰이 매우 잘 활용이 되고 있다. 그 기계는 우리들로 하여금 어디에서든 혼자 있지 않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밥을 먹으면서 게임을 하거나 채팅을 하거나 인터넷 기사를 볼 수 있다. 이것은 당연하지만 생각해보면 조금 이상하긴 하다. 우리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상태, 즉 혼자서 그냥 있는 상태를 심심할 것이라고 간주하고 이 심심함은 외롭거나 불행하다는 것으로 연결시킨다.
 
즉, 우리는 결국 혼자서 무엇인가를 하는 사람들을 모두 측은한 눈으로 보는 것이다.
 
그래서 혼자서 밥을 먹는 것은 단지 밥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다. 이것은 혼자서도 할 수 있는 많은 것들, 영화 보기, 여행, 쇼핑, 운동, 등산 등등 같이 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진 거의 모든 것들에 적용된다. 그리고 실제로 영화나 여행은 혼자서 즐기는 사람은 매우 적다는 것이 실제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우리들 역시도 혼자서 하는 것이 좋은 것이 있다. 그것은 독서, 화장실 가기, 게임, 사진 찍기, 낚시 등등의 취미 활동 등이 바로 그것들이다.
 
이런 혼자서 하는 것이나 아니면 같이 하려는 것들 모두 실제로는 혼자서 하는 것은 다 가능하다. 단지 우리가 혼자서 할 수 있으면서도 같이 하고자 하는 것들은 보통 공감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영화, 여행 등은 공감이 되면 훨씬 더 풍부해진 감성을 경험할 수도 있고, 실제로 더 즐겁기도 하다.
 
하지만 혼자서만 해야 하는 운동이나 독서는 혼자서 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훨씬 편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는 이런 식으로 무리를 지어 있을 때 용감해진다는 점이다. 아니, 이것은 용감한 것이 아니라 어떤 관점에서는 안하무인이기가 쉽지만 말이다. 이런 무리의 용감함은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광경인데, 각종 여행지나 식당, 공원 등등 사람이 여럿이 있을 수 있는 장소만 있으면 같은 복장을 하고 온 사람들이나 혹은 어떤 모임의 일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떼를 지어 큰소리를 내고 주변에 민폐를 끼치는 일이 흔하다.
 
그런데 이때 이 무리에 속한 사람들은 그 무리가 주는 이득을 누리고 더해서 뭔가 자신들은 좀 더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면서 그것에 대한 암묵적으로 상대적인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혼자서는 죽어도 못 할 일을 무리를 지으면 쉽게 하고, 그럼으로써 상대적으로 혼자 무엇인가를 하는 사람은 늘 손해보고 있는 사람이라고 여기게 된다.
 
이것이 또한 혼자서 무엇인가를 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 중 숨겨진 심리이기도 하다.
 
우리는 혼자보다 무리를 지을 때, 덜 심심하고, 행복하며, 더 이득을 챙길 수 있고, 생각을 안 해도 되며, 자신이 어떤 소속의 일원이라는 소속감을 얻음으로써 안정감을 얻는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여기 나열한 것들 중에서 정말로 좋은 것은 별로 하나도 없다. 우리는 무리를 지음으로써 생각할 시간을 갖지 못하고, 무리를 지어 다른 이들에게 민폐를 끼친다. 그리고 결코 실제가 없는 무리에 소속되어 있다는 안정적 심리를 얻음으로써, 그 무리에 종속되어서 더 독립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기회조차도 빼앗긴다.
 
물론 과거 원시인 시절에 인간의 무리지음은 생존적인 측면에서 매우 유용한 효과를 가졌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에 이르러 우리나라 특유의 무리지음은 그다지 좋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분명히 우리나라 역시도 점점 이런 문화는 퇴색되어 갈 것이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1인 가구는 점점 늘어가게 될 것이고 그것에 맞춰서 식당들은 1인용 테이블을 준비하게 될 것이니까 말이다. 거기에 더해서 점점 사람들은 혼자서 즐기는 것을 그다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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