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왜 그것을 하면 행복할까?

아이루다 2014. 10. 19. 10:25

 
사람들은 모두 자신만의 행복관을 가지고 있다. 뭐 거창하게 '관' 이란 용어를 쓸 필요가 없이, 행복은 인간이 사는 유일한 이유이다.
 
그래서 다들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것들을 찾기도 하고, 찾아서 즐기기도 하고, 그것에 대해 어떤 가치를 부여 해놓기도 한다. 심지어 그것을 신념으로 만들어 놓은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 하나는, 생각보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그것을 하는데 있어서 '왜 그것을 하면 행복할까' 에 대해서 잘 인식하지 못한다. 즉, 말이나 설명으로는 매우 그럴 듯 하게 표현하지만, 실제로 그 사람이 그것을 하는 이유는 전혀 다른데 있는 것이다.
 
이것은 숨겨진 심리이다. 그리고 어떤 면에서는 자신이 부정하고 싶어하거나, 혹은 그러면 좀 유치하기 때문에 감추고 싶은 것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서, 어딘가 좋은 장소에 놀러 간다고 해보자. 사람들은 야외에 나가서 좋은 공기도 마시고, 멋진 경치도 보는 것이 좋아서 간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 들여다 보면, 자신이 같이 있으면 행복한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기에 좋고, 가서 미리 준비해서 싸간 맛있는 것들을 먹을 수 있어서 좋고, 사진을 찍어서 다른 이들에게 공유할 수 있어서 좋다.
 
물론 자연으로 간 자체를 좋아하는 심리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누구도 쉽게 가서 먹는 것이 행복하다, 가는 길에 수다 떠는 것이 행복하다, 가서 찍은 사진을 올리면 남들이 부러워해주는 것이 행복하다 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은 공기를 마시고, 멋진 풍광을 보는 것이 나를 행복하게 해주기 때문에 간다고 말한다.
 
이것은 어떤 면에서는 행복을 차지하는 비율로 보는 것이 옳다. 여기에 간단히 소개된 몇 가지 행복 요소는 모두 전체 행복에 포함되어 있는데, 여기에서 각 요소가 얼마나 크게 작용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그것이 바로 그 사람이 그것을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사진 찍는 행위 자체를 좋아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사진을 찍어서 남들과 공유를 하여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이때, 그 자신이 이것을 어떻게 구분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스스로 그것을 구분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아무튼 중요한 점은 바로 우리가 어떤 일이나 행동을 할 때, 그것이 행복한 이유는 생각보다 우리가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것과 달리 다른 것들이 숨겨져 있다는 점이다. 물론 그것을 모른다고 해도 사는데 별 지장은 없다. 단지, 잘못하면 실제로는 좋아하는 것도 아니면서 좋아한다고 믿어서 결국 고집과 신념이 되어 버리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우리 이런 심리엔 '어른' 이라는 부담감이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를 잘 살펴보면, 우린 어린 시절에 행복했던 그것으로 똑같이 행복해 한다.
 
우리는 어린 시절처럼 맛있는 것을 먹을 때 행복하다. 우린 어릴 때처럼 친구들과 놀러 가서 재잘거리면서 놀 때 행복해 한다. 우린 어릴 때처럼 자신이 좀 잘났다 싶으면 행복해 한다. 우린 어릴 때처럼 누군가 자신을 알아주면 행복해 한다. 우린 어릴 때 조금 특이한 것을 찾거나 주어서 친구들에게 보여줄 때 친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것처럼 SNS에 특이한 것을 올리고 많은 이들이 방문하면 행복해 한다.
 
우리의 행복은 어린 아이의 그것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 그런데 세상에는 다른 사람들이 있다. 어린이라면 생각하지 못 할 좀 더 고급 행복을 느끼고 즐기는 이들이 생겨난 것이다.
 
그들은 눈썰매를 타는 것이 아니면서도 행복해 하고, 그들은 신기한 장소를 가본 것도 아니면서도 행복해 한다. 그들은 평범함 속에서 행복을 느끼고, 아이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즐거워 한다.
 
그리고 그런 이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도대체 어떻게 그런 것을 보고 느끼는지가 신기할 지경이다. 그리고 이것은 바로 감성의 힘이다.
 
감성은 기억을 기반으로 한다. 그래서 아이들은 감성적이기 힘들다. 그만큼 삶이 쌓여야, 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아버지의 어깨에서, 아이를 위해 요리를 하는 엄마의 손길에서, 땀을 뚝뚝 흘리면서 힘들게 연습을 하는 운동 선수의 뒷모습에서, 패자에게 손을 내미는 승자의 모습에서, 때가 되면 알아서 피고, 때가 되면 알아서 붉게 물드는 꽃과 나뭇잎에서 행복을 느낀다.
 
매일 반복되는 해가 뜨고 해가 지는 일상이지만, 그 안에서 미묘한 차이를 느끼고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어린 아이에게는 조금 버거운 것이다. 시골의 적막함과 고요함 그리고 평화로움은 반드시 도시의 번잡하고 시끄러움을 경험해봐야만 알 수 있다.
 
그래서 평생 시골에서 산 사람은 결코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이 얼마나 좋은지를 모른다. 그곳이 좋다는 사람은 모두 도시에서 살다가 온 사람들뿐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모두가 감성을 가지고 살지는 못한다. 아직도 많은 어른들은 어린 아이의 행복 수준에 머물러 있다. 물론 이것은 아무런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원래 이런 행복을 느끼면서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생겼다. 그것은 바로 '유치하다' 라는 말이다. 우린 어린 아이 같은 행동을 하면서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보면 유치하다고 말한다. 왜 유치하다고 표현하지는 모르지만, 우린 어른이니 이젠 아이와 같은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서로에게 말한다.
 
그래서 우린 맛난 것을 먹을 수 있고 친구들과 재잘거리는 것이 즐거웠던 소풍을, 삭막한 도심을 벗어나 자연과 벗할 수 있는 장소에 가서 좋은 공기를 마실 수 있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말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그렇지 않으면 우린 유치한 사람이 되고 만다.
 
이 뿐만이 아니다. 우린 단 음료수보다는 쓴 커피를 마시면서 더 맛있어 한다. 물론 개중엔 정말로 커피가 맛있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단 음료수를 마시면서 행복해 하는 모습보다, 쓴 커피를 한 잔 마시는 모습을 더 어른스러운 행복을 느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생각으로 만으로도 행복해진다.
 
하지만 지금도 많은 어른들은 아이와 놀 때 행복한 웃음을 짓는다. 이것을 아이 핑계대로 한다고도 말하는데, 실제로 어른들은 아이와 놀아 준다는 생각으로 아이가 행복해 하는 곳을 가지만, 그 자신도 아이처럼 놀기 때문에 행복해진다는 점을 잘 모른다.
 
거기에 더해서 이것들은 우리의 욕심과 허영심이 함께 더해지면서 좀 더 왜곡된다. 명품을 사는 사람들은 모두 그 제품의 좋은 점에 대해서 전문가 못지않게 이야기 하지만, 실제로 숨겨진 행복은 바로 그 제품을 살 수 있는 자신의 능력이나, 타인들의 부러움을 받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이 행복은 어린 시절에 고가의 장난감이나 새로운 장난감이 생겼을 때 친구들의 부러움을 한껏 받아서 우쭐해졌던 모습과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 단지 가격이 좀 많이 비싸진 차이만이 존재한다. 또한 그 장난감이 왜 좋은지를 훌륭히 설명할 수 있게 된 점도 달라지긴 했다.
 
어른이 된 우리는 누구도 '유치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누구도 어른이고 싶어하며 성숙되었길 바란다. 하지만 우리 마음 속에는 아직도 어린 시절부터 가졌던 욕구가 가득하다. 우리는 실제로 변한 것이 없다.
 
우린 초등학교 시절, 삼삼오오 모여서 조잘대면서 놀았던 그 시절을 그리워한다. 우린 어린 시절 친구 집에 놀러 갔었던 기억을 그리워한다. 우린 명절날 뜻밖에 얻은 돈으로 동네 가게에서 사 먹었던 이름도 모를 과자들을 그리워한다.
 
그리고 어른이 된 후에도 우린 이것들을 하면서 행복해 한다. 하지만 보통 우리는 그것들을 할 때, 제법 괜찮은 다른 행복 이유를 대길 좋아한다. 이것은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도 유치하지 않을 수 있는 묘안이 된다.
 
비단 이것은 행복에서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우린 놀고 싶어서 회사 일이 너무도 하기 싫다면, 그 회사 일이 얼마나 불필요한지, 그 일을 시킨 사람이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설명하려고 애쓴다. 하지만 그 사람이 말한 수 많은 불합리한 이유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냥 놀고 싶다는 욕구이다. 그렇지만 누구도 놀고 싶어서 회사 일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런 말은 어린 아이나 하는 말이다.
 
이런 식으로 우리는 우리 자신이 하는 그 모든 일에 대해 어른스러운 이유를 대길 좋아한다. 그리고 서로 모두 그런 이유를 대다 보니, 이젠 정말로 그것을 믿고 살게 되었다.
 
실상 우리들 중에는 자신만의 감성을 가지고 스스로 행복을 창조하는 제대로 된 어른도 있지만, 대다수의 어른들은 실제로 그것을 할 능력이 제대로 개발되지 못해서 그것을 아주 희미하게 가지고 있거나 혹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그래서 이들은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고 빛이 비추는 곳을 향한다. 결국 스스로 무엇을 해야 행복할지를 알지 못한 사람들은 대부분 행복에 대한 대세를 따른다. 그래서 모두들 행복을 위해 돈을 벌고 싶어하지만, 실제로 그 돈을 번 후에는 도대체 어떻게 써야 할 지에 대해서 막막하다.
 
결국 이 막막함은 남들이 떠날 때 같이 여행을 떠나고, TV나 기사에 소개된 장소를 찾아가게 한다. 또한 베스트 셀러라고 알려진 책이라면 일단 사서 보고, 천만 관객이 들었다고 하면 그 영화를 보러 가고, 맛 집이라고 소문 났다면 그곳을 찾아간다. 그리고 그런 것들은 보통 분명히 약속된 행복을 보장해주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여기까지는 실제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정말로 문제는 이런 쏠림 현상이 가져오는 부차적 현상이다. 결국 우리는 모두들 대세가 아니면 그것을 하지도, 보지도 하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다양성은 더욱 줄어들고 그나마 소수의 창작물을 만드는 사람들은 자신의 결과물이 얼마나 창조적인가 보다는 얼만큼 자극적인가 혹은 대세의 흐름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었다.
 
그리고 또 하나 추가로 나타난 것은 바로 뜬금없는 신념이다.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 낸 것이 아닌, 다른 이들이 만든 것을 찾아서 즐기기 시작했기 때문에, 결국 자연 발생적인 것이 아닌 선택한 것이 되어 버렸다. 우리는 선택을 하는 순간, 자신의 선택이 옳길 바라게 된다. 그래서 이젠 선택에 가치를 부여하고 결국엔 그것을 신념으로 만든다. 심지어 전자 제품을 산 후에 그 제품이 얼마나 좋은지를 옹호하기 시작한다.
 
산을 오르는 이들은 산행이 최고의 행복이고 그것으로 인해 몸이 얼마나 건강해지는지 또한 산에 호흡하는 공기라 얼마나 우리 몸에 좋은지를 반나절 이상 설명할 수 있다.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하는 이들은 자신이 아는 제품의 특장점을 역시나 반나절 이상 설명할 수 있다.
 
자신의 행복을 가져다 주는 것들에 대한 경험적 믿음은 나이를 먹을수록 가치를 더해가고, 그것을 하지 않거나 혹은 자신과는 다른 방법으로 즐기는 사람을 보면 '쯧쯧' 하고 혀를 찬다. 그리고 그것이 마치 삶을 제대로 살지 못하거나 혹은 뭔가 방법론적으로 삐뚤어 졌다고 믿는다.
 
그리고는 자신의 신념이 도대체 어떻게 생성된 것인지도 모르면서 타인에게 행복에 대해서 끝없이 조언을 한다. 이것은 우리 사회의 행복에 대한 다양성을 망치고 있다.
 
이것은 우리 사회의 행복에 대한 방정식을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우린 이제 이 해법을 남들에게 이야기 하면서 자신이 어떻게 행복하게 사는지 또한 남들의 해법을 들어 주면서 그들이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인정해준다. 그리고 서로 인정된 행복은 우리가 모두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믿어지게 했다.
 
그리고 우린 이제 다음 세대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이 행복 방정식을 가르치고 있다. 너 역시 그렇게 살아야 행복할 것이라고 알려주고는 그것에서 벗어나 실패하는 사람을 볼 때마다 '그럼 그렇지' 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아이가 혹시 그것을 볼 까봐 눈을 가린다. 그리고 그들이 그 상태 그대로 어른이 될 것을 바란다.
 
왜 그것이 행복한지를 생각하기 보다는, 그것을 하면 당연히 행복하다고 말해주는 것을 훨씬 더 나은 교육법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젠 자신이 행복해 하는 일이 왜 행복한지는 완전히 잊어 버렸다. 머리 속에는 그것을 하면 행복하다고 믿고, 실제로 그 믿음대로 그것을 하면 행복해진다. 하지만 가끔 혼란스럽긴 하다. 생각보다 행복하지 않아서 그렇다. 하지만 주변을 보니, 남들도 다 그렇게 산다. 그러니까 그런 것이 삶의 본질이라고 믿는다.
 
우리는 훨씬 더 행복한 삶을 경험해 본적이 없어서 현재 자신이 느끼는 행복이 자신이 느낄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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