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사회

불륜 이야기

아이루다 2014. 9. 10. 21:51

 
한 남자가 한 여자를 만났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여자가 유부녀였다. 그래서 남자는 혼란에 휩싸였다. 만난 여자는 대화도 잘 통하고, 지적이었으며, 아름답기까지 했다. 한마디로 남자에게 있어선 너무도 매력적인 여자였던 것이다.
 
하지만 남자의 양심은 불륜이란 단어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결국 남자는 여자에게 헤어지자고 말을 한다. 그러자 여자는 놀라운 말을 한다. 자신이 자신의 저지른 불륜을 남편에게 이야기 했다고 한다. 그리고 오랜 대화 끝에 결국 자신의 남편이 자신의 불륜을 이해해주기로 했다고 말한다.
 
남자는 안도를 하고 둘은 계속 관계를 유지하기로 한다. 하지만 얼마 후 둘은 결국 헤어진다. 이별은 남자가 여자에게 남편에게 둘이 헤어졌다고 말하라고 하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남자는 이렇게 말을 한다.
 
남편이 몰랐을 땐 단지 양심의 가책 정도를 느꼈지만, 남편이 안다는 것은 이젠 자신이 저지르고 있는 일을 남편이 인지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즉 이 말은 자신이 저지른 죄가 명백해져서 양심의 가책 수준이 아닌, 실제로 일으킨 죄가 되어 버렸다는 것을 뜻한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이 말은 합당하다. 원칙적으로 우리가 저지른 죄는 남에게 알려질 때 범죄가 된다. 냉정히 말해서 누구를 때리든, 속이든, 죽이든 자신만 알고 있다면 그것은 처벌 받아야 할 죄가 되지 않는다. 물론 그럼에도 우리의 양심은 불안함을 느끼지만, 이 불안함만 참아낼 수 있다면 우리의 죄는 알려졌을 때만 응징 받는다.
 
하지만 이 말을 들은 여자는 남자의 숨겨진 마음을 눈치채고는 남자를 떠난다. 그리고 그런 그 남자의 모습을 바라보던 다른 남자는 그 불륜 남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는 불륜이 불륜이 아닌 순간부터 이미 그 여자에게 흥미를 잃은 것이라고 말이다. 이 말을 다시 해석하면 남자는 자신이 믿은 지적이고 대화가 잘 통하고 아름다운 여성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 그런 멋진 여자의 보이지 않은 남편과의 승부에서 이기고 있다는 짜릿한 승리감을 느끼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혹은 불륜이 가지고 있는 그 본연의 스릴감을 즐겼거나.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불륜은 늘 존재하는 사회적 사건이다. 그래서 우리는 드라마에서, 영화에서, 소설에서, 이웃집 이야기에서, 직장 내에서 벌어진 사건을 통해서 불륜을 접한다. 특히나 인터넷에 유명한 몇몇 커뮤니티는 올라오는 이야기 중 반 이상이 불륜에 대한 이야기이다.
 
실질적으로 인간은 누구나 바람을 피울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불륜의 다른 말인 바람은 실제로 전 인류적인 관점으로 보아도 동일한, 인간의 본능적 욕구 중 하나이다. 물론 아이를 낳고 키우는 역할로 인해 남자는 좀 더 여자보다 바람 피우는데 있어서 자유롭기에, 마치 남자가 여자보다 더 바람둥이처럼 느껴지는 착각도 있다.
 
아마도 과거 우리의 조상은 마구잡이 식으로 일어나는 성관계를 통해 일어나는 사회적 혼란을 오랫동안 경험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그 해결책으로 결혼이라는 제도를 만들었다. 즉, 결혼은 안정적인 사회 유지를 위한 일종의 사회 계약이다. 또한 우리는 결혼을 통해 불륜이 죄라는 것을 설정할 수 있었다. 결혼 당사자가 서로에게 최선을 다할 것을 다른 이들 앞에서 선서함으로써 서로에 대한 약속의 의미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 결혼은 자연의 입장에서 보면 비정상적인 제도이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은 거대해진 우리 사회가 가진 그 복잡한 혼란함에서 오는 여러 가지 문제를 해방시켜주는 매우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
 
그러니 결국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고, 우리의 사회를 유지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결혼은 반드시 불륜을 낳게 되었다. 그래서 결국 불륜은 우리의 결혼이라는 계약이 존재하는 한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주제일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오늘 날에는 많은 이들이 불륜에 대해서 거의 무조건적인 비판 의식을 보인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이미 우리가 왜 결혼이란 제도를 만들었는지를 잊어 버렸다.
 
물론 그렇다고 불륜을 저지르는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본능에 충실했으므로 이해하고 용서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단지 우리가 잊고 있는 것은, 우리는 누구나 행복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앞에서 말한 예에서도 여자의 남편은, 여자가 행복해 보인다는 이유로 인해서 자신의 여자가 다른 남자를 만나는 것을 허락한다. 물론 이 이야기는 한국이 아닌 미국 드라마에서 나온 이야기이지만 말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불륜을 저지르게 될까?
 
살아가면서 불륜을 저지르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인간은 왜 이런 차이를 보일까. 아마도 거기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 제일 큰 이유는 바로 그럴 필요나 기회가 없어서였을지도 모른다.
 
불륜을 저지르는 가장 이유 중 가장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바로 현재의 배우자에 대한 불만족이다. 그것은 생활 방식이나 부부 관계의 불만족으로부터 오는 것인데, 아마도 이 이유가 불륜이 일어나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표면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결혼해서 같이 사는 부부는 많은 영역에서 충돌이 일어난다. 그리고 그 와중에 매일 잔소리를 하는 아내나, 무뚝뚝하고 배려심 없는 남편은 그 갈등을 더 심화 시킨다. 물론 반대도 있을 것이다. 잔소리 많은 남자나 무뚝뚝하고 곰 같은 아내 역시도 소통의 문제가 더해져서 무슨 문제든 더 커져버릴 수 있다.
 
하지만 불륜으로 만난 사이는 이와는 완전히 반대이다. 이들은 마치 버터처럼 부드럽다.
 
그리고 이것은 성적인 관계를 맺음으로써 극대화 된다. 목석 같은 아내나 남편, 부족한 성적 역할, 막무가내 식 거부가 불러온 성적 불만족은 이젠 새로운 섹스 파트너를 만남으로써 모두 해소가 된다. 물론 그것은 불륜이 가진 근본적인 양심의 가책과 관계가 들켰을 때 오는 두려움이 함께 하지만 요즘 같은 시대엔 어쩌면 양심의 가책은 이미 먼 이야기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또한 불륜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불륜의 과정에서 보상을 받는 것 중 하나가 앞에서 말한 위험함을 감수한 스릴감이다. 이것은 요즘 같이 안전함이 보장된 사회에서 꽤나 큰 삶의 활력소가 된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었는데, 그것을 다른 이들에게 숨겨야 하며 또한 그것이 서로 배우자가 있는 상태라면, 진정한 의미의 짜릿함이 된다.
 
물론 어떤 이들은 이 스릴감을 싫어한다. 이것은 위험한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과 아닌 사람의 차이처럼 그렇게 타고난 대로 차이가 난다. 그래서 이것은 불륜을 저지르거나 그렇지 않거나 의 차이로도 나타난다.
 
이것 말고도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불륜은 일어나게 될 것이다. 그 중에서는 해보지 않는 것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도 있고, 강한 육체적 욕구일 수도 있다. 또한 우연히 기회가 되어서 불륜 관계가 되었을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이유를 뛰어 넘는, 불륜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바로 불륜에 숨겨진 진실이다.
 
실제로 불륜이 가진 가장 좋은 점은 바로 서로가 현실적 생활로 인해 부딪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원래 모든 가정에서는 다양한 문제가 존재한다. 경제적 문제, 자녀 문제, 시댁/처가 문제, 형제 관계, 가사 노동 분담, 음식 쓰레기 버리는 문제까지 머리가 아플 다툼거리나 갈등이 생길 요소가 매우 많다. 그런 반면 불륜은 오직 두 사람만이 존재한다. 이것은 어떤 의미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젊은이들과 비슷하다. 그들은 그냥 둘만 행복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의 청춘이 다시 왔다고 느낀다. 젊은 시절처럼 좋은 곳에 놀러 가고, 맛있는 것을 먹고, 적극적으로 감정을 표현하며, 복잡하고 어려운 일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 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불륜의 상대에게는 돈을 아끼지 않고 쓴다. 그래서 관광지에서 불륜 커플을 알아 내는 식당 주인들은 음식을 시키는 태도와 밥값을 계산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서 정상적인 부부인지 아닌지를 판별한다고 한다.
 
이것이 주는 행복감이란 생각보다 대단한 것이다. 책임 없는 관계, 현실과 동떨어진 낭만이 주는 감성적 만족감은 어느 정도 경제적 상황이 되는 사람일 경우 어떤 면에서는 돈이 없던 젊은 시절보다도 훨씬 나을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역시나 불륜을 통해 만난 사이가 실제적인 관계로 진행되었을 때 가져오는 문제점을 의미한다. 불륜 관계에서 느꼈던 그런 감정을 사랑으로 착각하여 서로의 배우자와 헤어진 후 둘이 결혼이라는 제도권으로 들어오게 되면 그들에겐 잊고 있었던 현실이 모두 한꺼번에 몰려온다. 그리고 그것은 과거 배우자와 겪었던 문제와 다를 것이 없다.
 
물론 이것을 잘 헤쳐나가면 행복하겠지만 조금이라도 힘들다면, 불륜을 통해 다른 이들의 비난까지 감수하고 맺은 관계여서 서로가 더욱 더 예민하게 반응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많은 불륜 커플이 깨지는 주요한 이유가 된다.
 
문제는 불륜에 빠져있는 당사자는 자신들이 현실에서 벗어나 있어서 행복하다는 사실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감정이 너무 좋으니, 상대와 같이 있어서 행복하다고만 느끼고 있을 따름이다. 그것은 마치 따뜻한 벽난로 앞에 앉아서 분위기 있게 커피를 마시는 것과 비슷하다.
 
난로가 잘 타서 따뜻하면 아무 생각 없이 그 순간의 행복감을 느낄 수 있지만, 만약 장작이 젖어서 매운 연기가 온 집안으로 퍼져 버리면 그땐 낭만이고 행복이고 없다. 눈과 코에서 눈물이 흐르고 결국엔 차가운 겨울 날씨에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킨 후 덜덜 떨어야 한다.
 
예전에 한석규와 고 이은주가 출현했던 '주홍글씨' 라는 영화에서 이런 장면을 보여 준 적이 있었다. 불륜으로 사랑하던 두 사람은 현실 상황인 차 트렁크에 갇힌 후 결국 여자는 자살을 하고 만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불륜에 빠진 이들은 그 현실이 자신에게서는 먼 이야기로만 느낀다. 즉, 장작불은 언제나 잘 탈 것이고, 자신들은 절대로 트렁크에 갇히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더라도 모든 불륜의 결말이 안 좋게 끝나는 것만도 아니다. 비록 그 비율은 적지만 어떤 불륜의 경우엔 실제로 더 괜찮은 결말을 맞기도 한다. 그리고 그것은 반드시 불륜을 맺은 두 사람이 결혼이란 제도 안으로 들어가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사람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존재라서 같은 상황이라도 다르게 풀려가는 경우도 흔하다. 그래서 실제로 불륜을 통해 만난 사이가 나중에 매우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그것은 원래 그들이 처음 배우자를 잘못 선택해서 나타난 문제점을 해결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
 
또한 어떤 불륜은 삶의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 자신의 배우자가 갖지 못한 부분으로 인해 너무도 심한 스트레스를 느끼던 사람들이 이혼을 하려다가 우연히 만난 상대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그 상대를 통해 충족 받아 결국엔 이혼을 하지 않고, 그 가정을 버텨내는 힘을 갖기도 할 것이다. 물론 걸리는 순간엔 끝이지만 말이다.
 
원래 결혼의 의미와 상관없이 우리의 사회는 현재 결혼에 대해 너무도 심한 굴레를 씌워놨다. 그래서 결혼은 한 사람의 인생처럼 두 번 하기가 참으로 어렵다. 물론 그것은 조금씩은 나아지고 있으나, 현재에도 이혼 남/녀는 사회적으로 그리 좋게 받아들여지지가 않는다.
 
그래서 결혼은 정말로 중요한 결정이 된다. 하지만 우리가 아무리 오랫동안 배우자를 골랐느냐에 상관없이 우리에게 있어서 배우자는 일종의 운이다. 연애시절은 당연히 불륜 커플처럼 모든 것이 잘 타고 있는 장작과 같다. 하지만 결혼을 하는 순간 그 장작은 단지 운이 좋아서 잘 타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모든 부부는 이젠 현실과 싸워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결혼 전에는 현실과 같이 싸워본 경험이 거의 없다. 해봐야 결혼식 준비 정도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 과정에서 많은 커플이 갈등을 경험한다. 그리고 어떤 이들은 헤어지기도 한다.
 
그런 상황에서 힘들게 결혼식까지 치르게 된 후, 그 모든 결혼한 부부가 잘 살 가능성은 과연 얼마나 될까? 이젠 돈 문제, 아이 낳는 문제, 육아 문제, 시댁 문제, 처가 문제, 가사 노동, 성격 차이 등이 몰려오는데 말이다.
 
물론 이 모든 문제에도 불구하고 잘 사는 부부들도 많다. 그리고 그것에는 장작은 잘 안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인 이도 있고, 체념하고 포기한 이들도 있을 것이다.
 
모든 이들의 남들에게 보여주는 삶 말고 숨겨진 그들의 삶이 어떤 모습인지는 알 방법이 없다. 하지만 실제로 많은 이들이 보여주는 삶 이외에 숨겨진 삶에는 많은 문제가 있음도 그리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문제 중 일부는 바로 불륜에 대한 문제일 것이다.
 
사회 혼란을 막기 위해 우리 스스로가 채운 족쇄인 결혼과 그 결혼 문화로 인해서 우리 사회가 또한 감당해야 할 불륜의 문제는 어쩌면 인류가 존속하는 한 영원한 숙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재 세상은 점점 결혼 문화가 사라지는 쪽으로 가고 있는 듯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어떤 식으로든 다른 제도로 대체될지는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한 명의 배우자에 대한 집중은 매우 중요한 가치로 남을 것은 분명하다.
 
실제로 불륜의 가장 큰 문제는 부부의 신뢰가 무너졌다는 점이다. 부부는 서로를 거의 자신의 운명 공동체로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인데, 그 신뢰가 무너졌다는 것은 마치 자기 자신에게 배신을 당한 것과 같다. 그래서 불륜은 심각한 후유증을 낳게 되는 것이다.
 
이 말을 잘 해석하면 우리가 앞으로 어떤 제도적인 변화를 겪을 지 모르지만 결국 그 제도엔 신뢰라는 기본적으로 기대된 목표만 충족된다면 그것이 반드시 현재의 결혼이란 제도일 필요는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마도 미래의 남녀 관계에 있어서 결혼은 그 의미 점점 퇴색되는 것은 사실일 듯 하고, 좀 더 현실적인 문제들로 관계에 대해 접근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때 우리는 불륜에 대한 조금 다른 입장을 보일 수 있다고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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