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철학

가치가 있는 것들이 가치 있는 이유

아이루다 2014. 8. 30. 09:32

 
지난 번 글에서 인간적일까에 대한 글을 쓰다가 너무 글이 길어져서 생략했던 부분이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가치 있다고 인정하는 것들, 즉 소중한 것들이 왜 우리에게 소중한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물론 이것은 그 동안 여러 차례 부분적으로 다뤄진 적이 있는 주제이다. 단지 이 글은 그런 글들을 하나로 묶어서 정리하는 글이 될 것이다.
 
우리는 문명의 사회를 이룩함으로써 현재 우리가 가치 있다고 믿는 개념들을 발명해 내었다. 물론 이것이 모두 발명만 된 것은 아니다. 어떤 것들은 자연스럽게 발현되었고 어떤 것들은 누군가의 의지에 의해서 만들어졌다.
 
용기나 신뢰와 같은 가치는 자연 발생적 가치이다. 하지만 희생정신이나 충성심, 특성 종교에 대한 믿음 등은 어떤 이들의 명백한 의도가 들어간 가치들이다. 특히나 충성심과 믿음은 문명 사회의 규모가 커져서 국가 단위로 확장될 때 정말로 중요하게 필요한 통치적 개념이었다.
 
초기 국가 당시 왕은 믿음의 대상이거나 충성심의 대상이어야 했다. 공자가 출현한 중국 문명은 그것을 충성심으로 이루었고 태양신을 믿은 이집트 문명은 왕을 신으로 만든 후 믿음의 대상으로 했다.
 
아무튼 어떤 경로를 통해 얻어지고 사람들에게 인정되기 시작한 가치는 그야말로 생명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정말로 정밀하게 잘 맞아 떨어지는 사람들의 욕구가 자리 잡고 있다.
 
강한 국가는 국민을 지키는데 정말로 중요하다. 물론 왕은 자신의 이득을 위해 나라를 세우고 통치하지만 그의 이득 방향은 국민의 이득 방향과 일치한다. 즉, 서로 짝이 잘 맞는 이기심이다. 왕은 나라를 안전하게 지키고 큰 갈등이 없이 통치함으로써 국민의 신망을 얻고, 그런 나라에서 사는 국민은 생업에 열중할 수 있어서 나라 전체가 부유하게 된다. 그리고 왕은 다시 그들로부터 세금을 걷어 국고를 채운다.
 
만약 이 상황에서 외국과 전쟁이 나게 되면 국민들은 자신의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 무기를 들고 나선다. 그리고 상대국의 같은 이유로 참가한 이들과 생사를 건 전투를 치룬다. 분명히 서로에겐 악이 되는 적군이지만 그들 모두 자신의 소중함을 지키기 위해 그 전장에 섰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여기에서 충성심과 용기는 매우 중요한 가치로 작용한다. 강한 충성심은 전장을 지휘하는 장군에게 큰 힘이 되고 전쟁을 이길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또한 개개인이 가진 용기는 생사의 순간에도 물러서지 않는 힘이 되어서 결국 적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이 충성심이란 것의 실체가 애매하다. 분명히 한 나라에 속한 거의 모든 국민은 자국이 외적에게 침입 당하지 않길 바란다. 그래서 전쟁이 나면 목숨을 걸고 싸운다. 그것은 우리의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 마음을 충성심이란 것으로 계측을 한다. 그리고 충성심이 높은 사람을 훌륭한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것을 정확히 말하면 우리는 충성심에 대해서 교육된 것이다.
 
또한 승리를 했다고 해도 늘 전사자가 나오기 마련인 전쟁에서, 죽은 이들의 시체는 최대한 소중히 다뤄져 가족에게 보내지게 되며, 좀 더 생각 있는 통치자라면 이들에게 엄숙한 장례식과 적당한 위로금을 지급해 그것을 본 다른 이들이 다음 전투에도 용맹하게 싸울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희생자에 대한 처우가 좋으면 좋을수록 우리는 다음 희생자를 기대할 수 있다. 우리가 희생을 소중한 가치로 다룸으로써 다음 위기가 왔을 때 또 다른 희생자를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만약 우리 사회가 희생자를 그냥 방치하는 사회라면, 다음 위기엔 아무도 나서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서 등장한 충성, 용기, 희생은 모두 우리가 가치 있다고 믿는 것이며 이것은 결국 위기를 맞은 공동체에 속한 스스로를 지켜내는 힘이 된 것이다.
 
또한 이런 개념들 말고도 개인적인 관점에서 우정, 사랑, 신뢰, 배려, 친절 등의 개념도 있다. 그리고 이것들은 국가 단위의 안전함은 아니지만 개인적 관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는 대부분 돈을 번다. 그리고 이 돈은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데 쓰인다. 하지만 돈만 있다고 해서 행복할 수는 없다. 돈을 행복하게 쓰는 법을 알아야 행복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이 행복은 과연 어떤 식으로 발생하는가를 봐야 한다. 우리는 행복을 꽤나 착각하고 이해하는 경향이 많다. 실제로 행복은 안전함으로부터 나온다.
 
우리는 돈을 통해 안전함을 얻을 수 있다. 이것은 물리적인 안전함이다. 우리가 돈이 많다면 넓고 좋은 집을 짓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경비를 쓸 것이다. 또한 각종 경비 시스템을 도입해서 집안을 최대한 안전하게 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보통 사람들은 이런 노력을 할 필요가 없다. 또한 능력도 안 된다.
 
하지만 이런 돈으로 이루어진 물리적인 안전함은 명백한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세계 최고의 부호라고 해도 자신이 이동하는 모든 동선이 안전할 수는 없다. 우리는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늘 위험에 노출이 된다. 전용 비행기가 있다고 해도 그 비행기가 언제 추락할지 모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집이 있다. 그래서 집안에서는 안전하다. 하지만 사는 동네가 매우 불안한 곳이라면 이것은 문제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누구나 좀 더 안전한 집을 찾는다. 그리고 우연인지 아닌지 몰라도 대부분의 안전한 장소들은 밝고 깨끗하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좋은 집을 찾고 주변 환경에 세밀하게 살핀다. 하지만 이것은 물리적 안전함이다. 앞에서 말했듯 물리적 안전함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서 추가로 필요한 것은 바로 심리적 안전함이다. 우리는 결국 최종적으로 심리적 안전함을 느낄 때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며 그것을 통해 행복할 수 있다. 물리적 안전함은 단지 심리적 안전함에 도움을 줄 뿐이다.
 
아무리 행복해 보이는 파티라고 해도 그 중에 누군가 총을 꺼내 드는 순간 그 파티장의 행복은 끝이 난다. 안전함이 깨진 장소에서는 행복은 존재할 수 없다. 그래서 우아하게 차려 입은 여자들은 자신의 드레스가 찢기는 것도 의식하지 못하고 그 장소를 빠져 나가기 위해 비명을 지른다.
 
우리는 심리적 행복을 추구한다. 그리고 물리적 안전함은 어느 정도의 돈만 되면 해결이 가능하다. 그래서 돈은 어느 정도만 벌면 더 이상 꼭 필요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심리적 안전함은 계속 추구할 수 있다.
 
우리는 믿을 수 있는 이웃을 통해 심리적 안전함을 가질 수도 있다. 우리는 화목한 가족을 통해 안전함을 보장 받을 수도 있다. 혼자 살더라도 늘 만나는 신뢰할 수 있는 이웃이 있다면 어느 날 집안에서 혼자 아파 정신을 잃더라도 이웃이 그를 병원으로 데려가 줄 것이다. 또한 그 자신도 그 이웃이 그런 일을 당하면 최선을 다해 도울 것이다.
 
가족이 있는 이들은 가족이 이런 일을 한다. 우리는 그래서 가족을 이루고 싶어한다. 가족은 안전함을 주는 가장 기초적인 출발점이 된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행복해질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서 나타난다. 돈이 많은 이들 중에서는 타인과의 관계를 멀리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그들은 집을 지킬 경비원을 뽑고 자신을 보호할 경호원을 고용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앞에서 말했듯 물리적 안전함이다. 그래서 아무리 노력해도 심리적 안전함을 얻어 낼 수가 없다. 이것은 잠재적 스트레스이다. 그리고 이것은 행복의 반대이다.
 
우리는 현재 거의 대부분의 사람이 국가의 공권력에 의해 보호를 받는 문명 사회에 속해 살고 있다. 그것은 부자이든 가난하든 최대한 공평하게 지원될 수 있도록 노력된다. 물론 차이가 분명히 존재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부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돈은 딱 자신이 살고 있는 장소가 어느 정도 인정된 안전함이 보장되는 장소이며, 몇 년 내로 먹을 것을 그리 걱정하지 않는 정도만 보장되면 된다. 그리고 나머지 부족한 안전함은 주변 이웃들과 친하게 지냄으로써 충분히 보장이 된다. 거기에 더해서 많은 사람을 아는 것은 다양한 형태의 도움까지 받을 수 있으니, 누가 그것을 거부하겠는가?
 
물론 돈이 많은 이들은 이 모든 것을 돈을 통해 해낼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돈이 많아도 이웃의 보살핌과 가족의 사랑은 얻을 수 없다. 그것은 돈으로 해결이 안 된다. 그는 돈을 주고 여자를 고용하여 아내 역할을 맡길 수도 있고, 각종 전문가를 고용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엔 단 한가지가 빠져있다.
 
그것은 자발적 마음이다. 즉 우리가 진심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또한 우리가 만든 그 모든 가치는 바로 이 진심을 통해 발현될 때 가치가 있는 것이다. 충성하는 척 하는 충성이나, 희생하는 척 하는 희생은 밝혀지는 즉시 가치를 잃는다. 진심이 없는 가치는 죽은 것이다.
 
우리는 소중한 것에 대한 가치를 추구하면서 행복해 하는 것을 배운다. 그것은 어린 시절만 배우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성인이 되어서도 접하는 그 모든 것이 그런 내용을 담고 있다. TV에서 영화에서 소설에서 신문에서 늘 이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그것에 대해 공감하고 그것을 통해 만족해 하는 과정이 있어야만 최종적으로 행복할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이런 가치를 느낄 수 없게 되었다면 이것은 바로 불행함의 시작으로 이어진다. 누구나 사랑과 우정의 가치를 칭송하는데 특별한 이유 없이 혼자만 거부하면 그것은 그냥 삐뚤어진 것이다. 그냥 그런 가치를 갖지 못해서 거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약 누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느냐고 묻는다면, 인간의 보편적 가치에 가장 공감을 잘할 수 있는 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우리가 돈을 원하는 것은 행복을 위해서이다. 하지만 돈으로 보편적 가치에 대한 공감능력을 살 수는 없다. 그래서 돈은 돈일 뿐인 것이다. 그래도 돈은 필요하다. 돈은 반드시 기본적인 물리적 안전함을 보장해주는 수준까지는 있어야 한다. 하지만 만약 주변의 안전함이 충분히 보장된다면 그 물리적 안전함 역시도 수준이 낮아질 수 있다.
 
이것이 공동체의 힘이다. 그리고 어떤 공동체에 속해 사느냐에 따라 비용적이 측면에서도 크게 차이가 난다. 미국은 안전을 위해 총을 사야 하지만 우리는 살 필요가 없다. 시골은 서로 이미 충분히 알고 살기에 문에 열쇠를 달 필요가 없다. 하지만 도심은 전자 키를 달고 보조 키까지 달아야 한다. 부자들은 이것에 더해서 경비 시스템을 설치하고 경비원을 써야 한다.
 
이 모든 소중한 가치의 숨겨진 가치는 바로 우리의 생존의 문제이다. 그리고 그 근원에 바로 우리의 내장된 공포심을 잠재우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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