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나란 녀석

아이루다 2014. 8. 7. 10:11

 
아침에 눈을 뜬 순간부터 쉼 없이 머리 속엔 늘 어떤 생각들이 가득 차 있다. 대부분의 생각들은 정말로 쓸데없는 걱정거리이거나 해야 할 자질구레한 일들 투성이다.
 
아주 가끔은 좋은 생각이 나기도 한다. 하면 즐거울 것 같은 일이나 조만간 일어날 기대가 되는 일정도 있다. 뭐 물론 그런 일은 흔하지는 않다. 그래도 가끔 있는 이런 것들이 기분을 좋게 해준다.
 
사람들을 만나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한다. 사회, 정치, 사건, 미래, 일, 지난 기억, 어떤 제품, 신기한 경험, 웃겼던 일, 어처구니 없이 당한 일, 다른 이들의 한심함, 어리석음, 나 자신의 생각, 미래 예측, 경제 문제, 시골 집 이야기, 오늘 본 오리 이야기.
 
매번 하는 이야기는 다르지만 거의 모든 대화는 늘 대화의 흥미를 위해 나열된다. 상대에게 흥미를 끌지 못하는 대화 내용은 한번 시도된 후 이내 사라지고 다름 대화 주제가 바로 채워진다.
 
혹시나 대화 중 의견이 충돌되거나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머리 속은 매우 열심히 돌아가기 시작한다. 이미 시작된 논쟁이라면 이기는 것이 좋다. 그리고 혹시나 상대가 모르고 있던 어떤 극적인 예를 들어서 분위기가 온다 싶으면 안에 있는 나란 녀석은 엄청 좋아라 한다. 승리의 기쁨이다.
 
그런데 어떨 땐 대화에 영 끼어들지 못한다. 별로 관심 없는 영역이라서 아는 것도 없고 별로 할 얘기도 없다. 그렇지만 다른 이들은 그 주제로 재미나게 이야기를 나눈다. 그럴 때 나란 녀석은 왜 저런 쓸데 없는 것에 관심을 가질까 하면서 한심해 한다. 그리고는 재미 없는 상황을 스스로 이겨냈다고 자부한다.
 
밥을 먹으로 식당에 가서 빈 자리 중에서 제일 나아 보이는 자리를 찾는다. 요즘 같아서는 제일 시원한 자리가 제일 좋은 자리다. 자주 방문해서 식당 아주머니가 아는 척을 해주면 단골이라는 자부심이 생기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단골이라면 뭔가 달라도 조금 다를 것이다. 이때 나란 녀석은 식당 자부심에 가득 찬다.
 
당연히 단골이기에 주문을 할때도 거침이 없다. 웬만한 메뉴는 다 꿰고 있으며 들어오기 전부터 무엇을 먹을지 까지도 이미 결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식당에 들어와 주문까지 연결은 매우 빠르고 정확하다. 나란 녀석은 식당에서 매우 유능한 모습을 보여준다.
 
식사를 하는 도중에 가끔은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너무 시끄러워서 짜증이 나기도 한다. 도대체 공중도덕은 어떻게 배운 것인지 생각이 들지만 대 놓고 말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그래 봐야 괜히 기분만 잡치고 잘못하면 싸움이 날 수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란 녀석은 속으로 구시렁대면서 그들을 가끔 흘겨본다. 대놓고 말해도 잘 안 들어 먹을 사람들이 그런 눈치에 흔들릴 리가 없지만 괜히 자신의 눈치를 못 알아채는 그들의 눈치 없음을 또 비판한다. 뭔가 문제가 있다면 고치려고 노력할 용기는 없지만 나란 녀석은 남들보다 공중 도덕을 잘 지키는 시민으로 자부심을 갖는다.
 
밥을 먹고 나가는 도중에 아는 친구 녀석에게 연락이 온다. 오늘 저녁에 보자고 한다. 아마도 간만에 친구들이 모여서 술 한잔 할 모양이다. 요즘은 저녁마다 너무 바빠서 힘들다. 나란 녀석을 찾는 이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 피곤하지만 모임엔 나갈 생각이다. 나란 녀석은 이 정도 관계는 맺고 있다. 원래 힘들면 안 나가면 되는데.
 
오후의 회사 일정은 많이 지겹다. 할 일은 많지만 일이 그리 재미가 없다. 어차피 어떻게 일하든 한 달이 지나면 월급은 나올 것이고, 팀장과의 관계는 다른 팀원들에 비해서 그리 나쁘지 않는 편이니 내년도 연봉 협상이나 혹은 진급에서 불리할 것도 없다. 솔직히 나 정도면 일 잘하는 사람이라고 여긴다. 나란 녀석은 이 정도는 대접받아야 할 능력이 있다.
 
지겹지만 오후가 지나고 퇴근 시간이 다가온다. 그리고 약속시간에 맞춰 시내로 향한다. 수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지만 별로 관심은 없다. 퇴근 길 지하철 안에서는 낮 동안 못 본 인터넷 서핑을 하거나 게임을 한다. 많은 재미 있는 이야기도 있지만 반면에 화가 나는 기사들도 많다. 정말로 세상이 어찌되려는지. 나란 녀석에 비교하면 그런 쓰레기들은 정말로 한심하고 사회의 악이 분명하다.
 
친구들을 보니 다들 반가워 한다. 오래된 나의 친구들은 중요한 자산이다. 나의 결혼식에도 와 줄 사람들이고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도 와 줄 사람들이다. 처음엔 그냥 친구였는데 사회에 진출하고 나니 친구들이 정말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로 나란 녀석은 친구 하나는 잘 사귀어 둔 것 같다.
 
물론 개중엔 결혼을 하고 자주 못 보는 녀석들도 있지만, 뭐 결혼을 했으니 이해가 간다. 나 자신도 언젠간 결혼을 할 것이고 그땐 지금처럼 자주 보지는 못할 것이지만 그래도 이 우정은 평생 갈 것이다.
 
술자리에서도 이런 저런 사회 문제가 많이 튀어 나온다. 특히 정치 문제가 나오면 각자 사생결단 식으로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나 역시도 이런 문제에 대한 의견을 말할 땐 거침이 없다. 그리고 좋은 것은 보통 이 친구들 사이에서는 내 의견이 공감을 많이 받는 편이다. 나란 녀석이 하는 생각이 이렇듯 옳은 쪽이다.
 
물론 회사의 임원진과 사장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나와 완전히 다른 지지 층이다. 내가 싫어하는 정치세력을 지지하는 그들이지만 나는 그들 앞에서는 나의 정치 성향에 대한 이야기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그저 그런 이야기가 나올 땐 속으로만 욕을 할 뿐이다. 나란 녀석은 어리석게 그것으로 싸워서 미래를 불투명하게 할 만큼 멍청하지는 않다. 나란 녀석은 사회 생활은 잘 한다.
 
한참 술자리가 무르익을 무렵 여자친구에 연락이 왔다. 이미 오늘 술을 마신다고 연락을 해두었는데, 아무래도 내가 걱정되는 모양이다. 예쁜 것. 모인 친구들 중에는 아직도 짝을 못 찾은 애들이 있으니 전화를 받는 나를 부러워한다. 그리고 자기도 소개팅 좀 시켜달라고 이야기 한다.
 
나의 여자친구가 예쁘니까 친구들도 예쁠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나를 부러워 한다. 나란 녀석은 친구들의 부러움을 받을 정도의 외모와 성격을 가진 여자친구를 가지고 있는 괜찮은 남자이다. 물론 이 이야기는 친구들에게 직접 하지는 않지만 얼굴에 자부심이 들어남은 어쩔 수 없다.
 
통화를 하는 사이에 대화의 주제는 어느새 여자 이야기로 바뀌었다.아직 여자랑 한번 자 보지도 못한 친구 녀석 하나가 있는데 좀 야한 이야기가 나올 때 마다 녀석의 눈빛이 흔들린다. 그래도 나는 수년 전에 이미 경험한 일이기에 그 친구녀석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속으로는 자부심도 생긴다. 남자라면 이 정도는 했어야 한다. 물론 현재 여자친구가 첫 경험의 상대는 아니었지만 아무튼 그건 중요하지 않다. 물론 현재 여자친구는 내가 첫 남자이다. 이것도 친구에게 말하지 않는 자부심 중 하나이다.
 
카톡 메시지가 하나 도착했다. 여자친구였는데, 주말에 외각으로 1박 2일 여행을 가지고 한다. 좋은 펜션을 알아 놨다고. 당연히 간다고 답장을 보냈다. 보내고 나서 아직도 여자 얘기를 하고 있는 친구 녀석들의 들뜬 얼굴을 보니 정말로 스스로 자부심을 가질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란 녀석은 삶을 참 제대로 잘 살아가고 있다고 여겨진다. 이래서 친구가 참 좋다는 생각도 든다. 나를 더 행복하게 해주는 고마운 녀석들이다.
 
분위기에 어울릴 줄 알고, 눈치도 빠른 편이며, 술도 꽤나 잘 먹고 그래서 처세술도 좋다. 능력도 그리 나쁘지 않아서 정말 좋은 대학은 나온 것은 아니지만 나름 알아주는 대학도 나왔고 집안도 그리 딸리지 않는다. 여자친구는 예쁘고 착하기까지 하니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아이를 낳아보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성적 문제는 거의 없을 듯 하고 그래서 아이를 낳는데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직장은 엄청 좋은 데는 아니어도 이름 대면 알만한 회사이며 그래서 미래에 대한 불안함도 별로 없다.
 
그럼에도 사회 문제도 관심을 가지고 있고 부당함이나 정치적 문제에 대해서도 친구들에게만은 열심히 이야기 하는 편이다. 꽤나 정의로운 편이라고 여겨지며 일반 상식 선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자부한다.
 
생각해보니 이번 주말엔 영화 명량을 봐야 한다는 계획이 떠올랐다. 아마도 그녀도 그것을 잊은 듯 하다. 연기파 배우인 최민식이 나오는 것인데 정말로 보고 싶다. 나란 녀석은 그 사람의 연기력을 이해하고 인정할 정도의 눈을 가진 사람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영웅 이순신은 정말로 내가 존경하는 인물이다. 그 분의 삶은 진정한 영웅의 모습 그 자체이다.
 
이것과 함께 정말 왕 같이 않는 선조의 이야기도 떠오른다. 역시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
 
 
PS :  연기파 배우, 노래 잘하는 가수, 도덕적인 정치인. 일 잘하는 시장. 수영 잘하는 수영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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