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결론을 원하는 사회

아이루다 2014. 7. 28. 11:16

 
글을 쓸 때 신경을 쓰는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일단 글을 쓸 주제가 가장 중요하고 그 후로는 글을 최대한 논리적 문제가 없게 하여 읽는 분들에게 혼란스러움을 줄여 이해가 잘 되도록 하는 것 그리고 좀 더 이해를 돕고자 하는 예시 등이 공감을 얻기 쉬운 것으로 하는 것 등이다.
 
또한 글을 마무리할 때는 반드시 신경 써야 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글의 결론이다. 즉 어떤 주제를 놓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다루면서 글을 전개해나간 후엔 어떤 식으로든 글의 결론을 내려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보통 글의 제목과 은밀하거나 혹은 직접적으로 연결이 된다.
 
그래서 글의 제목은 어떤 경우엔 글을 다 쓴 이후에 정해지기도 한다.
 
이 글은 '결론을 원하는 사회' 라는 글을 제목을 정하고 시작하긴 했지만 글이 마무리 된 후 어떻게 바뀌어서 기록될지 모르겠다.
 
아무튼 글을 통해 예를 들었는데, 어떤 주장을 하는 말이나 글에서 결론은 상당히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어떤 의미에서 결론이 없는 주장은 마치 앙꼬 없는 찐빵과 같을 수 있다. 그래서 우린 결론이 없이 전개만 된 이야기를 보게 되면 좀 허탈하기도 하다.
 
그런데 가끔 보면 어떤 특이한 영화들은 이런 경우가 있다. 도대체 결론이 없는 전개인 경우이다. 영화 속에서 감독은 여러 가지 사건과 대화를 보여주긴 했는데 아무런 결론도 내지 않고는 엔딩 크레딧을 올려 버린다. 그러면 영화를 관람하던 사람들은 잠시 혼란에 빠져든다. 도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었던 것일까?
 
어떤 사람들은 이런 영화를 보면 화를 내기도 한다. 이게 뭐냐고. 돈만 버렸다고. 물론 돈만 버린 것이라고 느끼는 것도 틀리지 않는 입장이다.
 
만약 토론회를 하더라도 이런 우리들의 결론을 원하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 그리고 토론회는 어떤 면에서 서로의 입장에 대한 주장을 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더욱 결론이 중요하다. 하지만 문제는 토론회는 결론을 낼 수 없다는 점이다.
 
만약 토론회의 결론을 내고 싶다면 이런 식이 되어야 한다. 서로 다른 입장으로 나온 두 사람이 끝 무렵엔 다른 한쪽이 반대 입장의 사람을 완전히 설득시켜서 그로 하여금 자신의 입장을 지지하게 만들어야 할 것인데, 과연 이런 토론회를 단 한번이라도 본 적이 있을까? 보통은 그냥 논리에서 밀리면 얼굴만 붉어질 뿐이다.
 
우리는 학교를 다니면서 쉼 없이 문제를 푼다. 문제를 푼다는 것의 의미는 문제의 결론을 내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문제의 답이 없다면 갑자기 매우 혼란스럽게 된다. 즉, 결론을 낼 수 없는 문제를 접하면 우린 이젠 주장을 해야 하는 입장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논술이다.
 
하지만 논술은 결론의 타당성이나 결론으로 내린 결정에 대한 우호도를 기준으로 점수가 매겨지지 않는다. 논술에서의 점수는 자신이 주장하고자 하는 논리를 얼마나 타당하게 또한 얼마나 객관적으로 잘 기술했느냐에 따라 결정이 된다. 즉 그 글에서 주장하고 내린 결론은 그리 중요한 요소가 아닌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 많은 의견을 접하고 경험하고 반박하고 동의하면서 살아간다. 그리고 그런 행동들의 배경엔 자신만이 가진 경험과 생각이 존재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정확하게 선을 가르는 것을 선호한다. 그리고 중간에 어중간하게 걸쳐진 의견으로 인해 혼란스러움을 느끼게 되면 그것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세상의 모든 일은 그리 쉽게 결론 내릴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어떤 주장을 하고 싶다면 결론을 내려야 만 한다. 그렇지 않은 이야기는 뭔가 그냥 단순히 나열만 한 것 같아서 좀처럼 와 닫지가 않는다.
 
그런데 여기에서 결론은 반드시 내어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해보자. 왜 우리는 결론을 원할까?
 
아마도 우리가 결론을 원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글을 쓰거나 말을 하는 사람이 도대체 무슨 이유로 저런 글을 썼고 말을 하는지를 알고 싶어서 그럴 것이다. 혹은 그것이 영화라면 자신이 원하는 권선징악이 실현되길 바래서 그런지도 모른다.
 
영화에서 나쁜 놈이 계속 나쁜 짓을 하고 착한 이는 계속 당하기만 하다가 끝나면 보는 관객이 얼마나 황당하겠는가?
 
좀 더 무리하게 확대하면 우리 인생이란 것 역시도 마찬가지 형태를 가졌다. 우리는 죽음이라는 결말이 명확하게 있기 때문에 산다는 것을 정의할 수 있다. 거기에 천국과 지옥과 같은 형태의 최종 결론을 넣게 되면 삶의 전개는 좀 더 드라마틱 하게 펼쳐질 수 있다.
 
그런데 우리에게 결론은 정말로 필요한 것일까?
 
만약 왜 사는지에 대한 결론을 내고 싶은 이가 있다가 치자. 그래서 정말로 많은 공부를 하고 많은 경험을 했다고 했을 때, 그 사람이 왜 사는지를 알 수 있었을까? 아마도 현재까지의 내 상식 범위 선에서 보면, 왜 사는지 알고 싶고 결론도 내고 싶다면 유일한 방법은 오직 종교를 갖는 것 뿐이다.
 
왜냐하면 종교만이 유일하게 사는 이유에 대한 결론을 정확하게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생각을 확장해보면 우리가 생각하고 기대하는 그 많은 결론들에 대한 것들은 모두 그 종교에서 말하는 그런 결론들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것은 어떤 주장이나 어떤 의견들이 가지고 있는 결론들은 실제로 그 결론 자체가 옳다는 것을 증명 받을 길이 없는 그저 어떤 입장일 뿐이란 것일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서 가끔 우리의 뒤통수를 치듯 강한 충격을 주는 말들은 결론이 아닌 그냥 밑도 끝도 없이 한 마디로 툭 던지 어떤 이들이 남긴 말들이기도 하다. 거기엔 어떤 결론을 내리고 있지는 않아도 그냥 그 자체가 계속 사로잡혀 있는 편견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귀한 기회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그래서 어떤 글들은 그냥 단순하게 나열로 끝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또한 어떤 글들은 정확하게 결론을 내어 주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이 글은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어떤 결론을 내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결론이 없었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이대로 글을 끝내면 좀 이상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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