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빛과 어둠에 대한 짧은 생각

아이루다 2014. 7. 4. 15:46

 

동쪽으로 해가 떠오를 때 밤이 가지고 있던 어둠을 서서히 밀어 낸다. 그리고 보이지 않던 것들이 서서히 그 모습을 들어내고 해가 더 높이 떠오를수록 점점 더 그 형태를 명료하게 보여준다. 아침이 오고 있는 것이다.

 

빛은 밝음을 의미하고 밝음은 우리가 움직일 수 있도록 해주는 활동성을 부여해준다. 그리고 우리는 빛이 없는 상태, 즉 빛의 부재를 어둠이라고 이름 지었다.

 

인간은 오랜 시간 동안 빛와 어둠의 세계에서 살아왔다. 하지만 불의 지피고 이용하는 법을 알게 된 후부터 우린 조금씩 어둠을 극복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기를 이해하고 이것을 이용해 전등을 밝히기 시작한 후 겨우 백 년 사이에 우리는 그야말로 이 세상을 불야성으로 만들 수 있었다.

 

이것은 우리에게 해가 진 후 어둠의 시간을 더 이상 활동하지 못하는 시간이 아닌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우리는 이젠 하루 24시간 언제든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다. 이렇게 빛은 우리에게 좋은 것이 되어준다.

 

반대로 어둠은 우리에게 아주 오래된 공포를 의미한다. 빛이 없는 상태인 어둠은 보이지 않기에 그 미지의 세상에 대해 우리는 끝없는 상상력과 인식능력 부족을 들어내게 만들어 각종 괴물과 악마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 주었다. 그 덕분에 어둠은 악이 되고 악마가 되며 괴물과 온갖 귀신들이 살아가는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이 어둠을 몰아낸 빛은 선이 되고 천사가 되고 우리를 지켜내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어진다. 그래서 어둡고 탁한 공간에서 살아가는 각종 상상 속의 괴물들은 빛으로 가득찬 낮의 세상엔 결코 그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다. 그들은 오직 빛이 없는 상태인 밤의 어둠에서만 그 잔인한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 뿐이다.

 

과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지구는 24시간을 주기로 자전을 하고 또한 태양이라는 항성을 주변으로 공전하는 덕분에 밤과 낮이란 현상이 일어난다. 23도 가량 기울어진 자전축은 물론 겨울엔 긴 밤을 여름엔 긴 낮을 가져오긴 하지만 양 극지방에 가까운 곳에 아니라면 지구의 땅은 거의 대부분 하루 동안 밤과 낮을 번갈아 가면서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지구에서 조금만 벗어나 보자. 그리고 태양이라는 항성계를 벗어나 성간 구름이 있는 우주의 어두운 심연만이 존재하는 곳으로 의식의 여행을 해보자. 그리고 그곳에서 여행객은 태양도 밤하늘에 흔히 보는 그런 별 중 하나 일 뿐이란 것을 인식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여행객이 있는 그곳은 칠흑과 같이 어둡고 절대 온도 0도에 가깝게 추운 그야말로 악의 본거지와 같은 영역이다. 그리고 쭉 더 여행을 해 나가면 간혹 태양과 같은 별들이 스쳐 지나갈 땐 외진 곳에 가끔 켜 있는 가로등처럼 눈에 희미하게 보이긴 하지만 그 빛은 그저 그 주변만을 겨우 밝히고 있을 뿐이다. 그나마 또 그곳을 지나치면 우리의 눈엔 아무런 빛도 보이질 않게 된다.

 

우리는 분명히 어둠은 악하고 나쁜 것이라고 인식하고 반대로 빛은 선하고 좋은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어둠은 빛의 부재를 의미할 뿐 어둠 그 자체는 그 어떤 의미도 갖지 못한다. 즉 우리의 인식 세계에서는 빛은 존재이고 그 빛이 없는 곳을 어둠이라고 칭할 뿐이다. 그래서 어둠은 영원한 빛의 종속적 개념일 뿐이다.

 

이것을 보다 근본적인 관점에서 볼 때 선은 분명히 선한 것이지만 악이 없다면 선은 선이 될 수 없다. 선은 더욱 더 선한 것을 만나면 그 선의 가치에 밀려서 덜 선한 것이 되고 또 새롭게 나타난 선보다도 훨씬 더 선한 것이 나타나면 심하게 될 경우 악으로 규정될 수 있다. 즉 선은 악이 없으면 선할 수 없으며 반대로 악 역시도 선이 없다면 악이 될 수 없다.

 

빛과 어둠 역시도 위의 상황과 다르지 않다. 빛은 어둠이 있기에 빛이 될 수 있으며 반대로 어둠은 빛이 있기에 어둠이라고 칭해진다. 그리고 우리는 늘 선한 것과 밝은 것을 본질로 보고 악한 것과 어두운 것을 선과 밝은 것이 없기 때문에 벌어진 상황이라고 인식하는데 매우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우주 여행을 하고 있는 여행자의 관점에서 볼 때 어둠은 늘 존재하고 그 반대인 빛은 매우 희귀한 것이 된다. 즉 우리가 알고 있든 어둠이 빛이 부재인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 어둠이 본질이고 빛은 단지 어둠이 잠깐 약해진 상태를 의미한다. 이것은 인식과 현실 사이에서 커다란 차이를 만들어 낸다.

 

그것은 만약 종교를 믿는다면 선한 신이 존재하고 그 권위에 반항하는 악이 존재한다고 믿겠지만 우주의 깊은 곳을 들여다보면 악이 존재의 본질이고 가끔 선한 신이 종속적으로 존재한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우주가 그토록 어두운 곳이며 그러기에 우리의 본질이 어두운 것이라고 한다면 과연 밝은 것은 어떻게 해석되어야 할까? 그리고 또한 우리가 가진 모든 인식의 출발점부터 뒤틀리는 이 상황을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오랜 시간 우주를 관찰해 온 천문학자들은 우주의 미래를 이렇게 예측하고 있다. 현재 우리가 속한 우주는 영원히 팽창하며 또한 그 팽창 속도조차도 더욱 더 가속화 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증거로 아주 먼 곳에 망원경을 들이대어 관측을 함으로써 얻어진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 말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분명히 우주의 유아기에는 이 우주는 아주 밝은 빛이 많았을 것이란 추측은 할 수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우주는 팽창하며 그럼으로써 공간이 넓어지기에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한계점을 가진 밝음은 점점 그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마치 그것은 교실 하나에 등 하나가 켜져 있는 상황과 거대한 체육관에 같은 밝기의 등이 켜져 있는 것과 동일한 원리이다. 전등이 영향을 미치는 공간이 커지면 커질수록 그 등은 더욱 희미하고 존재감이 사라져 간다.

 

동일한 원리로 우주의 밝기는 동일한데 공간만 계속 늘어난다는 것의 의미는 바로 우리의 우주는 지금보다도 미래에 더욱 더 어두워질 것이란 뜻이다.

 

그러니 어둠이 주이며 빛은 아주 가끔 나타나는 어둠을 극복한 상태라는 점은 이젠 너무도 명확하다. 그래서 우리의 인식과 희망과는 다르게 우리의 본질은 밝음이 아닌 어둠인 것이다.

 

하지만 우린 그 동안 얼마나 많은 밝음을 우리의 본질로 삼는 인식들을 만들어 냈는가?

 

그것은 자신의 존재가 100년을 산다고 해도 그 존재가 없는 시간과 있는 시간의 비율은 비교도 안될 만큼 커다란 차이를 보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신이 존재하는 시간을 그 어떤 다른 시대의 시간보다 소중히 여기고 살아가는 것과 같다. 우리가 누릴 수 있는 밝음은 어둠에 비해서 너무도 초라함에도 불구하고 커다란 빛의 옆을 공전하는 행성에 산다는 이유로 인해 우리는 생명을 잉태하고 후대로 그것을 전달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늘 그렇듯 그런 밝음을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로 인식한다. 누가 태양이 주는 그 막대한 에너지에 대해서 그리 감사를 하고 살아갈 것인가.

 

진정 지구에서 단 하나의 신적 존재를 믿어야 한다면 그것은 고대의 우리 조상들이 그랬듯 태양을 섬기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태양이 없다면 우리는 우주의 본질인 어둠 속에서 살아가야 할 것이고 실제로 처음부터 없었다면 우리는 아예 존재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또한 지금 이 순간에 빛이 사라진다면 우리를 먹여 살리는 그 수 많은 동식물들은 순식간에 멸종을 할 것이고 그것으로 인해 우리 인간들 역시도 금새 시들어가게 될 것이다.

 

하지만 아주 특별한 시기에 아주 특별한 공간에 자리 잡은 우리들은 오늘도 밝음을 우리의 본질로 알고 그것을 의심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

 

인간이 오감을 통해 초당 받아들이는 정보의 양은 천 만개가 넘는다고 한다. 그리고 그 중에서 우리가 선택적으로 선별하여 뇌의 기억 공간에 저장하는 것은 그 중 40여개. 즉 우리는 우리가 인식하는 그 모든 정보들 중 극히 일부만을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원하는 것만을 구분해서 저장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우리의 거대한 착각 시나리오가 바로 우리 인식의 커다란 오류를 생성해내고 있으나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좀처럼 하지 않는 우리의 특징은 이런 오류에 대한 의문을 갖지 못하게 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빛을 우리의 본질로, 어둠을 피해야 할 악으로 규정하는데 한 몫 하고 있다.

 

과연 산다는 것을 정말로 얼마나 큰 착각일까. 나는 가끔 이것을 느낄 때 마다 내가 생각하고 상상하고 느끼고 판단하는 그 모든 것에 대해서 깊은 회의감을 느낀다. 뭐 그렇다고 해서 그것으로 인해 내가 불행한 것은 아니다. 단지 그것은 지구를 중심으로 우주가 돈다고 믿었던 옛날 사람들의 굳은 신념과 같은 믿음이 나에게 있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결론을 원하는 사회  (0) 2014.07.28
행복의 기초  (0) 2014.07.19
선수와 감독  (0) 2014.06.27
사람을 보는 눈  (0) 2014.06.26
복수에 대한 이야기  (0) 2014.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