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철학

사랑의 가치

아이루다 2014. 7. 26. 10:41

 
한 왕국의 왕비를 다른 나라의 왕자가 납치를 한다. 이에 분노한 왕은 자신의 군대를 이끌고 납치한 왕자의 나라로 가서 전쟁을 일으킨다. 그리고 성벽을 사이에 두고 길고 긴 10년간의 시간이 흐른 후 왕은 거대한 목마 하나를 두고 그곳을 떠난다.
 
이 스토리는 그 유명한 트로이의 목마란 말을 만들어 낸 일리아드 오디세이에 나오는 신화 중 일부분이다. 여자 한 명을 얻기 위해 자신의 왕국의 미래를 건 트로이의 파리스 왕자와 자신의 여자를 뺏긴 거대한 분노를 가지고 적국을 완전히 멸망시킨 스파르타 왕 메넬라오스의 분노를 영웅들과 신화적인 배경을 통해 풀어 놓는다.
 
일리아드 오디세이는 일종의 위대한 서사시로써 현대적 관점에서 보면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소설이라 실제로 진위 여부는 알 수 없다. 물론 역사적으로 스파르타와 트로이 간의 전쟁은 있었으며 이것은 현대적 관점에서 분석했을 때 원래는 양국의 경제적인 문제였다고 알려져 있다. 뭐, 사실 이런 실제 사실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리고 그것을 보는 사람에게는 앞의 이야기가 훨씬 재미있다.
 
이후로도 세상엔 사랑을 얻기 위해 자신의 고귀한 신분을 버린 왕자나, 사랑하는 이를 잃고 그것이 주는 참을 수 없는 절망감으로 인해 자살을 하거나, 그렇게 만든 세상에 분노하여 혁명을 꿈꾸다 죽은 이들도 있다. 뭐 많은 이야기들이 극화되다 보니 이젠 세상의 모든 사건엔 남녀의 사랑이 있는 것 같은 착각도 든다.
 
그래서 사랑은 가끔 대단한 가치를 가진 것으로 느껴진다. 자신의 명예, 신분, 미래, 욕심, 권력, 돈, 심지어 자신의 생명 마저도 포기하게 만드는 인간의 가장 강한 욕망마저 이겨내는 이 사랑이란 단어가 가진 가치는 도대체 어느 정도일까?
 
이것은 단순히 극화된 상상일까? 아니면 실제로 사랑은 그만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이것에 대한 답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일 것이다. 자신의 영혼을 짝을 찾았다고 믿는 사람이라면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가치보다도 사랑하는 이의 목숨과 자신의 사랑을 소중히 여길 것이며 그러지 못한 사람이라면 그런 사랑을 믿는 이들을 비웃으면서도 한 편으로는 부러워할지 모른다.
 
물론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사랑은 변한다. 변하기 때문에 다른 이들이 그 강렬한 감정에 사로잡힌 이들을 비웃는다. 반면에 그런 사랑의 감정 속에 완전히 빠져 무한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을 보면 부럽기도 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가끔 이 사랑에 너무도 심하게 빠져서 자신의 죽음까지도 멍하게 바라보는 이들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한다. 도대체 왜 저런 미련한 행동을 할까 하고 말이다.
 
인간은 많은 본능적 욕구와 그보다 더 많은 사회적, 존재적 욕구를 가지고 살아간다. 그것은 먹고, 자고, 싸고, 자식을 낳는 기본적 욕구와 그것으로부터 시작해서 더욱 더 강렬해진 다양한 형태의 욕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랑은 그런 다양한 욕구 중 하나이다. 우리 인간은 반드시 사랑해서만 자녀를 얻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단지 여인의 몸 속에서 난자와 정자를 합체만 시키면 인간의 아이를 낳을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자녀에 대한 욕구와 사랑은 동등하지는 않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사랑은 단지 후대를 잇기 위한 우리의 유전자적 정보에 따르는 활동만은 아닌 것이다. 우리 인간이 사랑을 느끼는 것은 실제로는 좀 더 고차원적인 영역에 존재한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의 존재 가치성, 의미, 생존과도 연결이 된다. 그래서 이렇게나 중요한 사랑을 위해서 우리는 스스로 목숨까지도 바칠 수 있다.
 
물론 명예나 신념을 위해서도 자신의 생명을 버릴 수 있는 것이 인간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정말로 쉽지 않는 지극히 이성적인 결정이다. 그래서 정말로 오랜 훈련과 타고난 성정이 있는 사람만이 그런 행동이 가능하다. 하지만 사랑은 감정이다. 그래서 사랑에 빠진 이는 누구나 순간적으로 폭발할 듯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그 자신의 어리석음을 후회할 수 있지만, 그 순간만큼은 진심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명예와 신념과 믿음과 같은 변하지 않는 가치보다 언제 변할지 모르고 혼자서는 절대로 할 수 없는 이 불안한 가치에 그리 강한 끌림을 느끼는 것일까? 실제로 그래서 이 세상에 사랑을 주제로 한 작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내는 것은 없다.
 
사랑하는 남자를 얻기 위해 자명고를 찢은 낙랑공주의 비극적인 이야기나 사랑하는 공주를 얻기 위해 죽음의 여행을 해야 하는 페르시아의 왕자처럼 우리는 사랑을 위해 목숨을 담보로 하는 도전을 하고, 자신이 가진 거의 모든 것을 버리기도 한다. 그것은 바로 그 사랑의 가치가 그 나머지의 모든 것을 초월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사랑이 가진 내면은 사실 무서울 정도로 단순하다. 그것은 바로 자기 존재성의 완성, 즉 세상에서 단 한명 뿐이지만 그 자신을 최고로 여겨주는 사람을 발견했다는 행복감이다. 그것은 마치 영웅이 되거나 유명인 되어 수 많은 사람들에게 칭송을 받아 존재의 완성을 느끼는 것과 거의 다를 바가 없다. 그리고 그것은 말 그대도 인간이면 누구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존재에 대한 필연성을 증명 받는 길이다. 그러기에 사람들은 사랑에 열광할 수 밖에 없다.

 

여기에서 다른 질문 하나를 더 던져본다. 그렇다면 사랑은 우리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가치인 것인가?
 
이것의 답은 지난 우리 인류의 역사 속에서 남겨진 수 많은 말들 속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자신의 짝을 잘 찾은 사람들 역시도 공감할 것이다. 사랑은 인간이 가진 최고의 가치라고 해도 크게 틀림은 없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사랑이 대단한 것은 과연 사랑 자체가 대단한 것인지 아니면 사랑을 제외한 다른 것들이 그리 대단하지 못해서 사랑이 그리 튀어 보이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사랑을 위해 미래의 국왕의 자리를 버린 왕자에게 국왕의 자리는 과연 어떤 의미였을까? 사랑을 잃은 절망감에 빠져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에게 생명은 얼만큼의 가치를 가졌을까?
 
우리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살아가는 생각이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다. 그것이 가정, 우정, 신앙, 정의 실현, 돈, 권력, 명예 등의 다양한 모습을 나타나긴 하지만 아무튼 비슷하면서도 다른 것들의 나열이다.
 
여기에서 만약 사랑이 별 것이 아니라면 사랑보다도 가치가 없는 다른 가치들은 모두 어떻게 취급 받아야 할까? 반대로 생각해서 다른 것들이 대단한 가치를 지녔기 때문에 그 가치를 포기하고 사랑을 선택하는 것을 보면 사랑의 가치가 상상을 초월한다고도 생각할 수 있다.
 
우리는 보통 왕의 자리가 대단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살아간다. 그래서 사랑을 위해 왕의 자리를 포기한 어떤 왕자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 사람의 순수한 결정과 사랑의 강한 힘이라고 칭송하는 것이다. 하지만 만약 왕의 자리가 정말로 아무것도 아니라면 이 이야기는 갑자기 흔해 빠진 것으로 전락해버리고 만다. 그런데 실제로 어떤 이들에게는 왕의 자리는 아무 의미도 없을 수 있다는 점도 사실이다.
 
지금까지 설명을 지지부진하게 끌었는데, 원래 던진 사랑의 가치에 대한 질문에 답을 내는 것은 매우 쉽다. 우리는 그저 자신이 좀 더 행복한 쪽으로 그리고 미래에도 더 행복할 것 같은 쪽으로 결정을 내린다. 즉 사랑을 선택하는 것은 그 모든 다른 가치에 비해 사랑이 가장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기 때문이며, 반대로 그렇지 못한 경우는 사랑이 그만한 행복감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랑은 수 많은 아름다운 이야기 속에서, 수 많은 소설, 영화, 연극, 만화를 통해서 끝없이 사람들에게 그 매력을 알려왔고 그것에 응답하는 수 많은 사람들은 다시 사랑을 최고의 가치로 꼽고 사랑을 절대화시키는 사회에 살고 있다. 즉, 사랑은 인생 최고의 목표이며 사랑하는 이를 만나 그 사랑을 이루고 살아가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느끼게끔 하고 있다.
 
그리고 사랑을 이룬 이들은 입가에 행복 가득한 미소를 지으면서 사랑을 의심스럽게 바라보는 이들에게 말한다.
 
"사랑을 이루면 알게 될 것입니다.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말이에요"
 
이 말을 들은 사랑을 해보지 못한 이들은 자신이 무엇인가 정말로 중요한 어떤 것을 해보지 못했다는 생각에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도 모르게 점점 자신의 삶에 대한 회의감에 사로 잡힌다.
 
하지만 사랑은 행복의 한 종류일 뿐, 행복을 초월한 그 어떤 것은 아니다. 따라서 다른 어떤 가치로 인해 충분히 행복하다면 사랑은 그리 중요한 가치가 되지 못한다. 그렇지만 세상은 돈을 벌고 싶은 사람들이 너무도 많기 때문에 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끝없이 반복적으로 우리들 앞에 노출이 된다. 그것은 영화로 화려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서 그것을 보는 이들에게 끝없는 환상을 심어준다.
 
사랑이 정작 정말로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랑 자체가 아닌 존재간의 무한한 신뢰이다. 인간이 누군가 자신만큼 믿을 수 있는 존재가 하나 더 있다는 것이 얼마나 우리를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은 의심할 필요조차 없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의 가치는 행복함이 가진 가치에 완벽히 종속되어 있다. 물론 우리는 자신이 절대적 가치가 있다고 믿는 신념이나 신앙 혹은 사랑에 대해서 그것이 마치 행복마저도 초월해 절대로 변경 불가능한 것이라고 믿지만 이것은 어리석고 슬픈 착각이다.
 
많은 이들이 추구하는 돈과 권력과 명예, 출세도 모두 마찬가지다. 이들 역시도 모두 행복의 부속품일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거대한 착각에 빠지는 것이다. 사랑에 빠지면 사랑이 최고의 가치처럼, 권력의 맛을 보면 권력이 최고의 가치처럼, 많은 돈을 가지면 돈이 최고의 가치처럼, 종교를 가지면 그 종교에 대한 믿음이 최고의 가치처럼 느낀다. 그 모든 것이 단지 자신이 행복하기 때문에 그렇게 느낀다는 것을 모르고 말이다.
 
이 착각 중에서 어떤 것이 우리를 지배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가치 기준은 변해간다. 그리고 그 변화 속에서 자신의 것만을 찾은 이들은 그것을 신념화, 절대화, 이념화, 종교화 시키기도 한다. 그리고 이렇게 각자 다르게 이루어진 가치 추구는 원래 그 목적이 행복이었다는 것을 잃어버린 채 양립을 허용하지 못하고 강한 가치 충돌을 일으키는 것이다.
 
결국 사랑을 위해 어떤 것을 포기할 수 있겠느냐 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 우리는 권력, 명예, 국가, 돈, 목숨, 인생, 신체 일부, 가족 등을 대답할 수 있지만 결정적으로 행복은 포기할 수 없다.
 
사랑의 가치는 행복을 제외한 그 모든 가치를 초월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랑의 가치가 그 만큼 대단한 것은 아니며 또한 반면에 사랑을 제외한 그 모든 가치 역시도 각자 최고의 가치화 될 수 있지만 그것은 완전히 행복에 종속되면서 객관적으로 보면 상대적으로 초라할 수 밖에 없다.
 
즉, 우리가 느끼는 그 모든 가치를 제대로 바라보면 생각보다 가치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는 단지 그것을 제대로 바라 볼 준비도 훈련도 안되어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가치가 주는 행복으로 인해서 그것을 굳이 해부하고 자세히 살펴볼 필요조차도 못 느낀다.
 
자신이 가장 가치 있다고 믿고 의지하면서 살아가는 그것의 본질을 맨눈으로 바라 볼 용기를 지닌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그 순간 그 가치가 물거품처럼 사라질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사랑은 변함으로써 그 가치에 대한 의문을 품게 만들지만, 다행히 사랑은 돈이 되기에 많은 이들이 사랑의 가치에 대해 끝없이 재교육을 시켜주는 덕분에 그 가치에 대한 불안함은 끝없이 상쇄되어 간다. 그래서 아마도 인류 문명에서 사랑은 아주 오랫동안 그 가치를 지켜나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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