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탈출 프로젝트

시골 집의 예상치 못한 효과

아이루다 2014. 6. 24. 14:08

 

우리가 쓰는 태양력의 한달은 평균적으로 30일 정도 되는데 비해서 달을 기준으로 한 음력은 29일 정도가 된다. 그래서 매달 달을 기준으로 맞추면 1년 정도 시간이 지나게 되면 일주일 이상 시간 차이가 난다. 한 달에 하루라면 일년이면 12일이나 되기 때문이다.

 

별을 보고 별 사진을 찍는 일은 태양보다는 달과 훨씬 연관성이 크다. 뭐 거창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고 단순히 달이 밝으면 사진 찍기도 어렵고 또한 눈으로 보는 것도 어렵기에 보통 달을 기준으로 맞춘다.

 

그래서 나는 지난 해부터 일주일씩 영월에 와 있는데 보통 그 기간은 그믐 전후가 된다. 달이 아예 없는 이때가 별 사진 찍기가 가장 좋은 시기이기 때문이다. 처음 시작할 때만해도 그 그믐 주간이 보통 월초 첫번째 주가 되곤 했는데 이것이 조금씩 빨라지더니 이젠 월말로 이동을 했다.

 

이 현상은 글을 시작할 때 쓴 태양력과 태음력의 차이로 보면 설명이 된다. 아무튼 이젠 당분간은 월초가 아닌 월말에 영월에 방문을 할 생각이다. 그리고 아마도 또 일 년 정도가 지나면 나는 매달 중순에  여기에 와야 할 것이다.

 

이번 영월 방문은 어제인 23일부터 29일까지가 될 것이다. 오늘이 이제 화요일이니 아직도 여기에서 보낼 시간은 많다. 단지 좀 아쉬운 것은 장마가 가까워 온 날씨가 그리 좋아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이번 방문 기간 중에서 잘해야 하루 정도 별사진 찍을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 같다.

 

원래 처음 이 영월에 집을 지을 땐 참 단순하게 생각했다. 시골에 땅을 사고 집을 짓고 별사진도 찍고 나중엔 거기에서 살자. 이 단순함이 나의 계획의 전부였다. 그런데 집을 짓고 보니 이래저래 신경써야 할 것도 많고 생각치 못하게 넓은 땅을 사서 이 땅을 모두 놀리기도 애매했다.

 

그래서 첫 번째 봄엔 조금 심는 흉내만 냈고 올해는 그것보다는 훨씬 많이 심었다. 작물을 심고 보니 여기에 올때 마다 얼마나 자랐을까 궁금하고 직접 와서 보면 마음이 참 좋다. 비록 마을 분들의 농사 실력엔 비할바가 아니지만 좀 작아도 올 때마다 부쩍 커 있는 옥수수, 호박, 고구마, 오이, 고추, 상추, 땅콩, 토마토, 수박은 생각지도 못한 즐거움이다.

 

거기에 우체통이라고 만들어 놓았더니 새가 와서 알을 낳고 키운다. 지난 번 새끼를 잘 키운 딱새는 이제 두 번째 알 품기를 하고 있다. 집이 마음에 많이 드나 보다.

 

그리고 가장 예상치 못한 일은 바로 부모님이다. 내가 처음 시골에 집을 짓는다는 말을 듣고는 걱정이 많으셨고 첫 해 방문하신 후 이 주변에 아무도 없는 곳에다 집을 지어 놓은 것을 보신 후 많은 걱정을 하셨다. 그리고 한 해, 두 해, 세 해가 지나면서 부모님들은 이곳을 참 좋아하시게 됐다. 나는 부모님이 여길 좋아하시는 것보다 이 집을 통해 나와 부모님간의 대화가 많아 진것이 좋다.

 

나는 꽤나 무뚝뚝한 아들이다. 성격이 그리 밝은 편도 아니고 말이 많은 사람도 아니다. 그러다 보니 부모님과는 대화를 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통화는 간단히' 라는 표어를 듣고 자란 세대라서 전화도 필요할 때 아니면 안한다. 그런데 내가 부모님에게 전화의 필요성이 언제 있겠는가? 당연히 나는 일년에 전화를 한 두번 쯤이나 한다.

 

자주 통화를 안하니 막상 전화를 해도 할 말이 없다. 그래서 결국 짧게 통화를 끝내고 만다. 그런데 올 해만 두 번째 이 집에 왔다 가신 부모님은 직접 심은 옥수수나 오실때 마다 드셨던 상추, 고추가 궁금하신 모양이다. 그것이 그 식물들에 대한 궁금증이기도 하겠지만 결국 그런 대화 소재를 통해 나와 대화를 나누시게 되었다. 나 역시도 그리 중요하지 않지만 상추가 자란 이야기, 호박이 열매 맺은 것, 딱새의 알이 깨고 새끼가 나왔는지를 이야기 한다.

 

이것은 정말로 생각지도 못한 결과이다. 아마도 다른 집에서는 아이를 키우면서 이런 현상이 일어날 것 같다. 아이를 키우면 이야기꺼리가 많이 생기니까. 그런데 나는 아이를 키우지 않아서 그런지 이곳이 그런 경험을 처음으로 해준 집이 되었다.

 

3녀 1남의 막내인 내가 40대 중반이 되었으니 부모님의 나이도 꽤나 되셨다. 다행히 두 분 모두 건강하셔서 잘 지내고 계신데 아무튼 언제까지 사실지 모르지만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다. 중간에 아버지가 돈 문제로 인해 집안을 완전히 한 번 들었다 놔서 그런지 어머니는 참 오래 마음 고생 하셨고 힘들게 사셨다. 아무튼 나는 못해도 이 영월집이 두 분을 조금이라도 행복하게 해줄 수 있길 바란다.

 

 

이번 방문 기간엔 딱히 큰 일은 없다. 조금 큰일이라면 겨울에 쓸 장작을 주문했다. 그리고 오늘 배송이 왔는데 오전 내내 그거 정리한다고 땀을 엄청 흘렸다. 힘들기도 했고. 대충 정리는 끝냈는데 아직도 조금 남았다.

 

잘 쌓인 장작을 보니 마음 한켠이 뿌듯하다. 

 

해바라가 이젠 꽃 피울 준비를 하고 있다. 그 거대한 꽃이 곧 필 것이다.

 

방울 토마토가 익어간다. 이상하게 나는 토마토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이 토마토는 따자마자 먹으니 맛있다.

 

단호박 하나가 잘 자라고 있다. 자라는 호박이 열 댓개 되는데 이 녀석이 제일 크다.

 

잘 익어서 따온 방울 토마토.

 

딱새 엄마가 두 번째 알을 품고 있다. 알을 품은 동안은 내가 가까이 가도 잘 날아가지 않는다.

 

오늘 점심은 비밈국수를 해 먹었다. 생전 처음 해 본 오이, 상추, 깻잎, 양파를 넣은 비빔국수이다. 좀 매웠지만 맛있게 먹었다.

 

'도시탈출 프로젝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7월 방문.. 비가 오다  (0) 2014.07.23
초보 출사  (0) 2014.06.28
6월의 연휴  (0) 2014.06.09
새식구가 늘다  (0) 2014.05.25
5월의 연휴  (0) 2014.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