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탈출 프로젝트

6월의 연휴

아이루다 2014. 6. 9. 09:12

 

며칠 전 있었던 지방 선거와 현충일 그리고 주말이 묶여서 하루만 휴가를 내면 5일간을 쉴 수 있는 황금 연휴가 만들어 졌다. 물론 나는 이런 연휴가 없어도 매달 1주일씩은 영월집에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큰 상관은 없지만 중요한 점은 연휴가 있으면 혼자 있는 것이 아니라 유진이와 함께 그곳에 있을 수 있다는 행복이 있다.

 

아무리 영월집에 있어도 혼자 있으면 조금 적적하기에 나의 반쪽인 유진이가 같이 있으면 나는 훨씬 더 좋다. 그래서 이런 연휴가 생기면 비록 교통이 막히는 힘듬은 있더라도 온전히 같이 시간을 보내며 공감할 수 있기에 좀 더 행복해질 수 있다.

 

그리고 이번 기간엔 혁성이와 종운이도 와서 이틀을 자고 갔다. 둘이 오면 그 집이 가진 평화로움이 좀 깨지긴 하지만 또 다른 면으로 시끌벅적한 사람 사는 느낌도 든다. 그리고 밭일 시킬 남자 노동력이 둘 생기는 것은 매우 좋은 덤이다.

 

이번에 그곳에 갔을 땐 혹시나 거의 다 자란 딱새 새끼를 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을 품었는데, 가보니 이미 다 커서 날라가고 둥지는 덩그러니 비어 있었다. 약간 아쉬운 마음.. 하지만 유진이는 많이 아쉬운 듯 했다. 그래서 계속 새들이 썼던 우체통을 아쉬움와 그리움 가득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그래도 어쩌랴. 그것이 바로 삶이고 자연이고 생명의 본질인 것을. 그곳에서 잘 자라난 딱새의 새끼들은 지금쯤이면 그 집 주변의 숲에서 열심히 애벌레를 잡아먹고 커가고 있을 것이다. 가끔은 우리 눈에 그 새들이 보일지는 모르지만 우리 눈으로 그들을 구분해 낼 수는 없다.

 

5월 후반부에 미친듯이 더웠던 날씨 덕분인지 심어 놓은 작물들이 고새 엄청 자라 있었다. 오이, 토마토, 호박, 고추는 열매를 맺었고 땅콩은 꽃을 피웠으며 옥수수는 거의 내 키 반만하게 자라 있었다. 그리고 상추는 엄청 나게 자라서 배추포기 처럼 보였다.

 

1. 열매를 맺은 방울 토마토. 이 열매 말고도 꽃도 엄청 피어 있다.

 

2. 오이가 자라고 있다. 그런데 아직은 작아서 따지 않았다. 

 

3. 꽃이 핀 땅콩. 흙 돋우기를 해줘야 한다는데 이 초짜 농부는 그 방법을 잘 모른다. 대충 해줬다.

 

4. 꽃이 핀 고추. 열매도 하나 맺혀 있다. 이 녀석은 오이 고추이다.

 

5. 꽃이 핀 호박과 이미 열매를 맺은 호박이 보인다.

 

6. 호박 고구마는 10% 정도나 남고 모두 말라 죽었다. 그래서 결국 다시 밤고구마 줄기를 사다가 다시 심었다. 왜 호박 고구마가 다 죽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일찍 심어서 그런것 같긴 하다.

 

영월에 있는 내내 날씨가 흐린 편이어서 최근 서울에서 경험한 더위는 좀 잊을 수 있었다. 낮에 집의 기온이 25도 안팎이어서 가끔은 쌀쌀함마져 느껴졌다. 이번 방문에서는 장작을 두는 계단 밑에 좀 튼튼한 비닐을 부착해주는 것이 조금 큰 일 이었고 LPG 가스통 교체도 했다.

 

서울과 다르게 이곳에 가면 끝없이 뭔가 관리를 해주거나 해야 할 일이 있다. 실제로 게을러서 못하는 일이 많을 뿐, 할 일이 없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앞으로 남은 큰 일은 겨울이 오기 전 참나무 장작 한 트럭 배송을 시키는 일과 보일러에 기름을 가득 부어 넣는 일이다. 이 둘 모두 돈이 들어서 그렇지 그리 힘든 일은 아니다.

 

그리고 여름이 한참 일때 옥수수를 수확해야 하고 가을이 오면 고구마를 캐야 할 것이다. 시간은 또 금새 흘러서 나는 뜨거운 여름을 거쳐 가을을 느끼게 될 것이다.

 

7. 집 앞 화단에 심은 설악초.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자꾸 위로 자란다. ㅎㅎ 그리고 그 옆에 작년에 심었던 토마토가 자연 발생적으로 자라나고 있다.

 

8.집 앞에 핀 민들레 꽃. 예쁘다.

 

9.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노란 꽃. 아마도 민들레나 씀바귀 일종인 듯 한데 잘 모르겠다. 이 꽃들은 밤새 꽃을 접었다가 해가 뜨면 꽃을 핀다. 그리고 바람이 심하거나 날씨가 좋지 않으면 또 꽃을 닫는다.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그런 판단을 하는지 모르지만 참 신기하다. 자연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살아간다. 우리처럼 비가 오면 우산을 받거나 바람이 불어도 버티지 않는다. 다만 그냥 잠시 쉬어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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