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즐거워야 살아남는 세상

아이루다 2014. 6. 9. 08:49

 

내 친구 중에서 참 재미가 없는 친구가 두 명 있다. 이 둘은 삶의 패턴에서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그것은 늦은 나이까지 결혼할 여자를 만나지 못해서 고생하다가 그 중 하나는 30대 후반에 결혼을 했고 나머지 하나는 지금까지도 혼자 산다. 아마도 그 혼자 사는 친구는 그냥 혼자 살기로 마음을 굳힌 듯 하다.

 

여자들이 남자의 조건을 따질 때 경제력, 외모, 자상함 등을 매우 우선 순위로 뽑을지는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재미 있는 남자를 많이 선호한다. 하지만 남자를 소개시켜준다는 말을 듣고는 그 사람의 직장이나 성격, 외모 등을 궁금해 하긴 하지만 재미 있는지 여부는 보통 궁금해 하지 않는다.

 

그리고 아마도 그 이유는 바로 재미 있다는 것은 다른 판단 기준에 비해서 꽤나 상대적이기 때문일 것이란 생각과 또 하나의 이유는 재미 있음은 사람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부수적인 역할만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간과하고 넘어가는 이 재미 있음에 대한 실제적 필요성은 요리에 있어서 소금과 비슷한 역할을 할 정도로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사람을 만날 때 재미가 없다는 뜻은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 그것은 바로 사람이 사람을 만날 때 행복하지 않을 수 있는 잠재적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말하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사람들은 상대의 외모나 경제력 등을 우선 순위화 시켜서 그것의 가치를 중요한 결정 요소로 정해두고 있지만 웬만한 사람이 아니고는 단지 그건 것만으로 사람과 오래 관계를 지속하기가 힘들다는 점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사람은 다 좋은데 같이 있어도 행복하지 않다', '만나는데 재미가 없다', '설레지 않는다' 라는 말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특히 남자보다는 여자 쪽에서 주로 나오는 반응인데 그것은 바로 여자에게는 남자에게 있는 성욕에 대한 기초적인 욕구가 부족하기 때문에 그렇다. 남자는 재미가 있든지 없든지 상관없이 일단 여자와 하루 밤을 보내고 싶다는 강한 욕구로 인해 재미의 요소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앞에서 말한 내 친구 둘의 다른 공통점은 술을 무척 좋아하고 말이 적고 조용한 편이었다. 성격이 특히 모난 것도 아니고 직장도 괜찮았지만 결국 한 명은 결혼에 대한 필요성에 의해 매우 잦은 선을 보면서 노력하다가 결혼을 성공했고 나머지 하나는 거기에 더해서 여자를 자주 접하지도 않아서 지금도 혼자 살고 있는 것이다. 이 둘 모두에게 여자를 만나는 일은 정말로 힘들고 잘 해내기가 무척 어려운 일이었으리란 생각을 한다.

 

나의 친구들 이야기가 세상 모든 것의 평균은 아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사람들의 재미 있음에 대한 욕구가 우리가 그 필요성이나 가치성을 느끼는 수준 이상의 매우 중요한 삶의 결정 기준점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말은 우린 재미 있는 것을 선택적으로 찾아서 본다고 느끼지만 실제로는 재미 있는 것에 대한 우리의 다양한 욕구는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필수적 항목에 가깝다는 생각을 한다.

 

 

과거 우리가 한 끼 식사를 먹기도 힘들었던 시절, 우리는 밥 한 공기만 먹을 수 있어도 행복했다. 그리고 그 때는 그 밥에 쌀이 얼마나 있는지 보리가 얼마나 섞였는지에 대해서는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밥 공기에 얼마나 꽉꽉 밥이 담겼는지가 중요했다. 그리고 반찬도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먹는다는 것은 정말로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풍족한 먹거리가 보장된 요즘은 많이 다르다. 여유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더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을지, 몸에 좋은 식재료를 구해서 먹을 수 있을지 고민한다. 그리고 밥을 할 때는 그 밥을 구성하는 다양한 종류의 곡물에 신경을 쓴다. 그래서 쌀, 검은 쌀, 현미, 콩, 수수 등을 섞어서 밥을 한다.

 

나는 재미 역시도 이 먹거리에 대한 우리의 변화와 비슷하다고 본다. 예전에 우리는 먹고 살기 바빠서 재미라는 요소를 크게 여기지 않았다. 직장은 돈을 버는 곳이기에 힘들어도 다녀야 했지만 요즘은 생각이 많이 바뀌고 있다. 돈을 버는 것이 나를 즐겁게는 못해도 너무 힘들게 하면 그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TV와 같은 사람들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매체들에 대해서는 정말로 가차 없다. 채널이 한 두개인 시절엔 그냥 대충 볼만해도 시청률이 엄청 나왔지만, 요즘같이 다채널 시대엔 정말로 재밌거나 자극적이어야만 사람들 조금 봐주는 시대로 변화한 것이다.

 

특히나 요즘 사람들이 어디에 돈을 쓰는지를 살펴보면 이것의 경향을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사람들이 돈을 쓰는 곳은 일단 기초적인 생존에 필요한 비용과 함께 일명 엔터테이먼트라고 불리는 다양한 형태의 재미난 것들에 돈을 쓴다. 그래서 사람들은 훨씬 유용하고 필수적인 MS 오피스는 사지 않아도 선택 가능한 스마트 폰 게임은 기꺼이 돈을 내고 산다.

 

누구나 자신이 쓸 수 있는 돈 자체의 한계점이 있기에 이 돈을 어디에 쓰고 싶으냐를 결정할 때 우린 보통 자신을 가장 행복하게 해주는 것에 돈을 쓰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요즘에는 필수적인 것보다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다양한 놀 거리를 대상으로 한다.

 

그래서 요즘 성장하고 있는 사업을 보면 모두 생활에 필수적인 것들이 아닌 사람들을 즐겁고 행복하게 해주는 것들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이 필수적인 것에 돈을 안 쓰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 시장은 정체된 지 꽤 되었고 급성장을 하고 있는 분야는 모두 우리를 얼마나 재미있고 행복하게 해주냐는 원칙에 따른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의 재미 우선을 추구하는 형태의 흐름은 어떤 문제점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는 바로 재미 없으면 보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이유는 바로 재미 없는 내 친구들이 결혼하기 그리 힘들었던 이유가 된다.

 

사람이 성실하고 신의가 있으면 그것 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사람이라는 것으로 인정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재미 없고 반복적이란 이유로 인해서 평가절하를 받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착한 남자 보다는 나쁜 남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점점 더 심해져 가고 있다. 나쁘더라도 재미 있고, 만나는 동안 나를 좀 더 강하게 자극시켜 행복하게 해준다면 그 사람을 더 선호하는 것이다. 비록 그 끝이 그리 좋지 않더라도 말이다.

 

이렇듯 재미는 생각보다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그것은 단지 그것만으로 결정하기엔 위험성을 가지고 있지만 이것이 없으면 관계를 지속하기조차 힘들어진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도 이리 크게 작용하는 재미가 정말로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를 결정하는 여유시간 보내기 에서는 얼마나 크게 작용할까?

 

이런 현상은 결국 사람들은 그 어떤 것도 재미 있지 않으면 보려 하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누군가의 공감되는 연설도, 누군가가 쓴 심각한 책도, 누군가가 말한 진중한 말도, 누군가가 주장한 깊은 의미가 담긴 철학도 재미가 없다는 이유로 바라보려고 하지 않는다.

 

특히나 매일 막대한 양의 정보가 생성되는 인터넷 공간에서는 이런 현상이 더 심화되고 있다. 사람들이 일일 접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의 정해져 있는데 그 정보 양 자체가 늘어나게 되니까 결국 그런 정보들에 대한 선택적 접근이 일반화 되어 버렸다. 따라서 정보를 생산하는 주체들은 그 정보를 소비하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자극적이고 재미있게 표현하느냐를 매우 중요한 요소로 판단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이런 원리로 인해 하루만 해도 수 만 건에서 수 십만 건의 정보가 생산되지만 그 정보 중 1%도 살아남지 못하고 폐기되어 버린다.

 

이러다 보니 이젠 재미는 그 모든 것의 필수 요소화가 되어 버렸다. 이것의 좋은 예는 우리가 배우기 힘든 각종 학문적 대상들 역시도 쉽고 재미있게 쓰여져서 나오고 있고, 각종 딱딱하기만 한 정보들 역시도 좀 더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져 나오기도 하고 있다. 하지만 한계는 분명히 있어서 다수의 사람들은 여기에서 재미를 찾지는 못하는 듯 하다.

 

하지만 이것의 나쁜 예도 있다. 그것은 바로 모든 것의 희화화, 즉 우리가 좀 진지하게 바라 보아야 할 것들에 대해서 우리는 점점 더 재미에 대한 요구를 하고 있다. 물론 이때 보통 우리는 그것을 작은 일탈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예전부터 대선 후보고 나오고 있는 허경영이란 인물이 그 어처구니 없음에도 불구하고 재미 있다는 이유로 인해서 사람들의 기억에 남게 되는 현상도 일어 났었다.

 

이것이 좀 더 나쁘지는 경우라면 바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게 되는 경우다. 정말로 진지해져야 할 장소나 공간에서 조차도 재미 있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이유로 인해서 사진을 남기고 글을 올려서 사람들에게 지탄을 받기도 한다.

 

스포츠 해설도 재미있게, 어떤 사건에 대한 해석도 재미 있게, 심지어 일기 예보도 예쁜 여자들이 나와서 어떤 부가적인 재미를 찾게 해야 하게 되었다. 미래엔 또 어떤 분야에서 우리가 자극적인 재미를 찾게 될까? 외국의 사례처럼 TV 뉴스 속 앵커가 진행하면서 옷을 하나씩 벗게 될까? 이것을 지금 생각하면 정말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과연 정말로 영원히 그런 날이 오지 않을까?

 

어떤 이들은 재미와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여 어떤 상황에서도 그 중심 끈을 놓지 않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능력을 가진 이들은 매우 드물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우 재미 중심적이며 그 나머지는 너무 가치 중심적으로 살아간다.

 

우리는 보통 재미 중심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보통 가치에 대해서 느끼게 될 때 다소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 경우도 흔하다. 그것을 우리는 어두운 면이라고 하기도 하고 비관적인 사고 방식이라고 칭하기도 하는데 하지만 이 가치가 없어지는 순간 재미는 단숨에 소진되어 버려 금새 지겨워지고 만다.

 

다시 사람들이 결혼 이야기로 돌아가보면, 나쁜 남자와 결혼한 여자는 결국 수 많은 마음 고생을 하다가 이혼을 하기도 하고 아니면 참고 끝까지 버티기도 할 것이다. 반면에 착한 남자랑 결혼한 여자는 사는 재미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소소한 즐거움을 찾기도 하고 또한 위기가 찾아올 때 그 진가를 발휘하는 남자에게 커다란 위로를 받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 지겨움을 견디다 못해 바람을 피우는 여자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한결같음을 견뎌내지 못하고 이혼을 하거나 자신 만의 세상으로 가는 여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도 그 끝이 그리 좋을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10년간 산속에서 홀로 지낸 스님에게 누군가 물었다. 도대체 혼자서 무슨 재미로 사냐고. 그리고 그 스님은 대답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재미가 있지요"

 

그 스님이 정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재미를 찾았는지는 알 방법이 없다. 그렇지만 아주 가끔은 나 역시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행복을 느낀다. 그냥 얼굴을 스치는 한 줄기 바람이 행복하고, 하늘의 구름이 흘러가는 것이 행복하다.

 

재미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잠시라도 정신을 잘못 팔면 재미의 늪에 빠져서 평생을 그 안에서 허우적거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생긴다. 재미가 바로 행복이란 공식을 세우고 되면 재미 없음이 불행함이 되기에 우리는 결국 끝없는 재미를 추구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재미가 행복함이란 공식이 틀린 것은 아닌데 행복이 재미만은 아니란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행복으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고 사람마다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재미는 행복으로 가는 매우 잘 닦인 길일 뿐 절대로 단 하나의 경로는 아니란 점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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