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사회

그 시작은 정의이다.

아이루다 2014. 4. 21. 09:01

 

정의란 단어는 크게 두 가지 개념으로 사용된다. 그 첫 번째는 우리가 흔히 사회 정의 라든가 혹은 정의롭다 라고 표현을 할 때 쓰는 의미인데 헷갈리니 한자로 표현하면 '正義' 가 되며 단순히 해석하면 바른 뜻 정도의 의미가 된다.

 

그 두 번째 의미는 바로 어떤 일을 무엇이다 라고 설명할 때 쓰는 술어적 의미로 사용되는 것인데 흔히 학문적 영역에서 어떤 대상을 정의한다 라고 말을 할 때 사용되는 단어이다. 그리고 이 단어 또한 한자로 표현하면 '定義' 가 되며 정하여 옳은 뜻 정도 의미가 되겠다.

 

* 개인적으로 한자에 능통한 사람도 아닌 탓에 급히 네이버에서 검색을 해다가 붙였는데 대충 이 설명이 맞을 것이다.

 

오늘은 이 두 가지 정의 중에서 후자인 어떤 것의 옳은 뜻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전자의 정의로 향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비슷하면서도 매우 다양한 사상과 생각과 방향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것을 우린 다양성이라고 표현으로 설명하곤 하는데 우리의 시작지점인 생김새부터 워낙 다양하여 우리가 서로 모두 다른 생각과 다른 삶을 살아가는 것 자체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외모적 다양함은 유전자적 특징에서 온다고 치고 그 생각의 다양함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그리고 그것의 확대인 인생 전체를 통 털어 나타나는 서로 다른 가치추구에 대한 차이점이 생겨나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일까 에 대한 질문이 생긴다.

 

우린 생각보다 매우 비슷한 환경과 비슷한 교육을 받으면서 자란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모든 개개인의 사람은 타인과 조금씩이라도 다른 자신만의 고유의 가치를 가지고 살아가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 사회가 이렇게나 다양한 형태의 삶을 품고 있는 이유도 된다.

 

나는 개인적으로 가수 이소라씨가 '바람이 분다' 라는 노래 속에서 읍 조린 가사 한 구절이 꽤나 깊이 인상이 박혀 있다. 그것은 바로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라는 가사였다. 이 말은 단순히 노랫말 가사라고 하기엔 상당히 깊은 철학적 인식 방법에 대한 의미를 담고 있다.

 

나 자신과 그리고 나와 동행한 여러 사람들이 함께한 여행길에서 보고 듣고 맛보고 즐기고 기억하는 그 모든 것은 다 각자 비슷한 표정의 행복감과 어쩌면 똑같아 보이는 반응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실제로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 그 여행에 대한 추억은 모두 다른 이야기를 한다.

 

아니 실제로 나 이외에 다른 이들은 어떤 것을 느꼈는지 모르지만 이것을 반복적으로 추억하면서 우린 어쩌면 무의식적으로 조작된 기억을 갖게 되기도 한다. 실제로 동창회에 반복해서 참석한 이들은 그들이 나눴던 대화 때문에 어떤 기억들이 과연 진짜로 있었던 일인지 아니면 누군가 있었다고 말한 것인지 조차 헷갈리기도 한다.

 

그래서 결국 우린 다 같은 기억을 가졌다고 믿기도 하지만 분명히 처음 그 기억은 다르게 기록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다르게 기억되는 기억의 본질엔 그 동안 그 사람이 살아온 삶의 궤적이 깔려 있다. 즉 그 여행을 하는 시점까지 어떤 경험을 해왔느냐에 따라 생각보다 다른 기억들이 기록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는 살아오면서 그 동안 경험하고 들었고 이해했던 이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해서 어떻게 정의 내리고 있느냐에 따른 개개인의 차이가 자리 잡고 있다. 즉 세상 모든 일에 대한 정의는 바로 우리가 삶이라고 말하는 것의 매우 중요한 본질이 된다.

 

우리는 서로 비슷하거나 매우 다른 경험을 한다. 그리고 이런 경험 속에서 우린 다양한 가치들의 정의에 대해서 배운다. 그래서 같은 가족이란 단어에 대해서도 행복하고 사랑하는 부모님과 자란 사람은 긍정적인 정의를 하고 반대로 억압받고 폭력적인 가정에서 자란 사람은 가정의 가치를 부정하기도 한다. 물론 어떤 이들은 이런 환경일지라도 외부에서 다시 주입 받은 가정의 가치를 인식한 후 그것을 갖지 못함을 한스럽게 여기며 그것을 가진 이들을 부러워하기도 한다.

 

이것은 단지 가족이라는 단어 하나뿐만이 아니다. 실제로 우리가 정의해야 할 그 모든 단어가 바로 개인별 삶에 따라 다르게 정의된다. 물론 그 정의는 비슷한 사람들도 있고 완전히 다른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비슷함을 통해서 자신과 맞는 사람과 그렇지 않는 사람을 구분하는 것이다.

 

행복에 대해서 돈이라고 정의하는 사람도 있고 사랑이라고 정의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서로는 각자가 더 맞는다고 주장하고 상대를 설득하려고 하기도 하겠지만 실제로 이것은 누가 맞는다고 한쪽 손을 들어 줄 수가 없다. 왜냐하면 이것은 모두 그 두 사람의 고유의 경험에서 오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단지 여기에서 문제는 그 정의가 과연 어디에서 온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는 보통 자신의 정의를 그 스스로 내렸다고 믿고 싶어하지만 대부분의 정의는 그렇지 않다. 실제로 우리가 처음 태어나 한 두 살씩 나이를 먹어갈 때 우리가 스스로 정할 수 있는 정의는 없다.

 

이 때 정의는 부모로부터 아니면 학교 선생님이나 책, 드라마 속 인물의 대화를 통해서 얻어진다. 그리고 살아가는 동안 반복되는 이 과정에서 우린 어느 시점이 되면 그 많은 동일 대상에 대한 다른 정의들 중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정의를 골라서 자신만의 것으로 고정시키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보통 나이를 먹은 사람들의 태도에서 확연히 들어난다.

 

여기에서도 사람마다 차이가 있는데 어떤 이들은 남들이 이미 정의한 다양한 개념들을 최대한 모아서 다시 그 자신만의 새로운 정의를 내리는 경우도 있지만 또 다른 이들은 남들이 이미 내린 정의를 그냥 차용해서 쓰기도 한다. 그런데 이 두 가지 형태의 정의에 대한 개인적 입장은 꽤나 큰 차이를 만든다.

 

그 자신 스스로 만든 정의의 경우엔 보통 다른 해석들이 와도 어느 정도 그 기준점을 지킬 수 있는 반면 타인의 정의를 그냥 받아들여서 쓰는 사람의 경우엔 또 다른 형태의 정의가 자신의 이득에 도움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들면 꽤나 쉽게 그것을 바꾸기도 한다.

 

어떤 대상에 대한 정의가 어렵지 않게 바뀔 수 있다는 뜻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것의 대표적인 현상은 바로 일관성 부족으로 나타난다. 즉 어제는 눈이 너무도 아름다운 자연 현상이고 오늘은 내 차가 미끄러지는 악마의 가루 라고 여기는 것이다. 자신의 입장에 따라 정의는 쉽게 쉽게 변한다.

 

그런데 이렇듯 자주 변하는 정의를 과연 우리는 정의라고 부를 수 있을까? 물론 어떤 일의 정의를 도대체 얼마 동안 또한 어떤 정도의 환경적 변화 과정에서도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규칙은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마음 속으로 어느 정도의 자신만의 정의에 의해 그것을 규정하고 있다.

 

어떤 사람이 매일 다른 정의를 한다면 그 사람은 아마도 주변 사람들에게 미친 사람 취급을 받을 것이고 한 두 달 만에 그 입장을 다르게 하면 그 진실성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것이다. 하지만 10년 정도의 세월이 흘렀다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사람이 왜 안 변해 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앞에서 말했듯 이것에 대한 정확한 정의는 없다. 그것은 정의의 기본 특성처럼 모두 개인마다 다른 가치 기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의의 유효기간에 대한 정의가 모두 다르니 정의의 일관성에 대한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관점도 다르다. 그래서 세상은 더욱 복잡해져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의에 대한 단 하나의 바뀌지 않는 진실을 말하자면 그 어떤 정의든 간에 자신의 이익을 반하기는 힘들다는 점이다.

 

실제로 우리 삶에서 이루어지는 수 많은 것들에 대한 정의는 자신의 이득을 위해 정해지는 경향이 크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이것을 정의의 또 다른 의미인 정의로운가 에 대한 기준점을 가지고 정의하기도 하겠지만 그런 이들은 실제로 매우 소수이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재 자신의 입장에 따라 세상 모든 것을 정의하는데 익숙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그 자신이 내린 정의에 따라 상대를 재단하여 판단하는데 매우 능숙하다. 즉 자신이 어떤 경로로 그 정의를 얻었느냐에 대한 의심보다는 내 자신의 현재 상태를 기반으로 해 단지 현재에만 유효한 자신만의 정의를 진정하게 정의롭다고 여기고 그것에 반하는 상대를 비난하고 공격한다.

 

이것이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형태의 갈등의 원인이 된다. 하지만 서로의 입장을 들어보면 실제로 둘 모두 맞다. 그리고 둘 모두 틀리다.

 

나는 가끔 왜 이 세상은 이렇게 생각하고 이렇게 흘러가고 있을까에 대해 생각해본다. 우리가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우리 전체가 훨씬 더 행복하고 잘 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눈 앞에 있는 이득을 얻기 위해 다수가 해를 입을 수 있는 행동을 서슴없이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런 생각이 절로 든다.

 

그래서 '왜 우린 이렇게 살도록 정의된 것일까' 와 '누가 이렇게 정의한 것일까'를 궁금해 했다. 그리고 결론은 우리 모두가 그러길 원했다 라고 정의했다. 물론 그 시작은 있다. 어떤 존재들이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 욕망을 자극하고 눈 앞에 이득에서 절대 물러서지 말라고 교육시킨 무리들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사회 전체로 퍼트린 것은 우리 자신이 맞다.

 

그래서 나타나는 수 많은 무의미한 갈등과 사회적 혼란 그리고 어처구니 없는 사고들이 연이어 발생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것을 통해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 단지 그런 문제들이 생겼을 때만 반짝 사회적 관심이 폭발한다.

 

결국 이것은 우리가 개개인마다 내린 세상에 대한 정의가 바로 세상의 정의로움을 규정하고 있다는 의미로 환산된다. 그리고 이 정의를 바꿀 수 없는 한 우리의 삶은 과거의 삶과 현재의 삶이 그랬듯이 또 다른 갈등과 사고를 예고하고 있다.

 

정의(正義)는 정의(定義) 된다. 그리고 잘못 정의된 정의는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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