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매뉴얼 삶

아이루다 2014. 4. 4. 12:23

 

매뉴얼이란 영어 단어에 대해 일단 사람 마다 그 환경에 따라 다르게 그 의미를 받아드릴 수 있기도 하지만, 일단은 범용적으로 통용되는 개념을 기준으로 하여 '어떤 제품에 대한 올바른 조작법 혹은 기능 설명서' 정도의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 매뉴얼에 대한 또 다른 의미의 해석은 바로 자동과 수동의 구분으로 사용되곤 한다. 우리가 흔히 모는 오토라고 불리는 차는 바로 자동 변속기 방식이고 반대로 수동이라고 불리는 차는 바로 매뉴얼 방식이다. 원래는 오토와 매뉴얼 혹은 수동과 자동 조합으로 쓰여야 하는데 이상한 조합으로 수동과 오토가 더 자주 쓰인다. 아마도 매뉴얼에 대해서 이미 설명서의 개념이 강하게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지 않나 싶다.

 

매뉴얼을 우리나라 말로 번역하면 '설명서' 라고 하면 되고 좀 더 앞에서 말한 설명을 적용해서 해석하면 '제품 설명서' 정도의 의미가 될 것이다.


이런 매뉴얼의 기능성 및 필요성에 의해 우리는 다양한 제품들을 살 때 보통 이 매뉴얼을 같이 받게 된다. 물론 가구나 옷 같은 그리 특별한 사용법이나 관리요령이 필요하지 않는 제품들은 단순한 주의사항 표시 정도의 표 딱지 하나로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 그 사용법이 비교적 복잡한 전자제품 류에는 꽤나 두툼한 매뉴얼이 함께 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이 매뉴얼이란 존재가 이렇듯 우리가 만든 제품에 대해서만 존재하고 있을까?  이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 일단 매뉴얼 자체가 보통 책자라는 것을 힌트 삼아 책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장소인 서점으로 가보도록 하자.


서점에 도착하면 일단 처세술, 인간 관계론, 자기 계발 관련 책이 모여 있는 곳으로 이동해보자. 그리고 여기에 과연 어떤 매뉴얼이 있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놀랍게도 여기에 존재하는 책의 거의 대부분은 매뉴얼이다. 그리고 그것은 인간 사용 설명서라고 말할 수 있다. 단지 여기에서 설명하고자 하는 대상은 냉장고, TV 가 아닌 바로 책을 읽는 자신이나 혹은 책을 읽는 사람이 만나는 사람들에 대한 내용, 즉 인간에 대한 내용이 된다.


보통 '.. 법칙', '몇 살 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들', '살아서 해야 할 , 봐야 할 .. 것들', '.. 해야만 .. 할 수 있다' 이런 형태의 제목을 가진 책들이 모두 그 범주에 들어가는 책들인데 그 내용을 봐도 분명하게 자신이란 존재를 어떻게 사용해서 세상 속에서 이득을 취해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방법론과 타인과의 관계를 어떻게 맺어야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또한 자신의 삶을 제대로 살아간다고 느끼게 하기 위해서는 어떤 행동들을 하고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조언이 가득한 책들도 많다. 이런 종류의 책들은 꽤나 현실적인 관점에서 쓰여져서 잘 읽고 이해한다면 인생살이에 대한 좋은 매뉴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럼 이제 다른 코너로 옮겨가 보자. 그것은 바로 공감, 힐링, 연애 방법론, 살아가기 등이 적혀 있는 코너이다.


이곳에 가도 매뉴얼을 흔하게 발견할 수 있다. 여기에서는 '혼자서 살기', '연애에서는 밀당이 중요하다', '너를 사랑하라' 등등의 전형적인 제목을 가진 책들이 이곳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리고 이런 책들은 앞의 코너에 있던 책들이 말한 이득을 추구하라는 목적과는 조금 달리, 세상을 어떻게 행복하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주제로 쓰인 설명서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책들은 보통 결혼을 하지 않은 젊은 남녀들 중에서 결혼을 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는 사람들이 주로 찾는 코너인데, 과연 스스로 묻기를 혼자 살아도 행복할 수 있을까? 나는 왜 여자친구, 남자친구가 없나 하는 걱정들을 기반으로 해서 팔리는 책들이다.


그럼 또 다른 코너로 움직여보자. 그리고 그곳엔 가정 생활, 육아 등의 코너가 있다. 여기엔 이젠 좀 더 본격적인 내용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곳엔 '특별한 요리법', '행복한 가정 생활', '우리아이 1등으로 키우기' , ' 아이에게 좋은 버릇 가르치기', '영재 교육', '영양 간식 만들기' 등의 주제를 가진 책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 코너는 자신이 이룬 가정을 행복하게 해주고 아이를 경쟁에서 이기는 존재로 키우기 위한 다양한 해석과 설명이 가득한 공간이다. 아마도 남자들에게 자기 계발 코너가 가진 의미가 여자들에겐 이 코너가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지게 될 것으로 보여진다. 즉 사회생활을 주로 하는 남자들은 자신의 성공에 대한 매뉴얼을 찾고 가정생활을 주로 하는 여자들에겐 자신의 가정이 행복하고 자녀가 잘 자랄 수 있는 방법론에 대한 매뉴얼을 찾는 것이다.


이 코너를 벗어나 이동해보면 이젠 완전한 전형적인 매뉴얼의 공간으로 갈 수 있다. 그것은 바로 다양한 취미에 대한 설명이 되어 있는 책들이나 여행에 대한 노하우 등의 내용이 있다. 거기엔 어떤 것을 하기 위한 다양한 경험과 특이한 삶을 살아 온 이들의 조언이나 어떤 주제를 정하고 그것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어우러진 책들이 즐비하다.


자, 여기까지만 살펴보고 이젠 다시 매뉴얼의 원래 의미로 돌아가보자. 처음에 설명하길 매뉴얼은 어떤 제품에 대한 동작법과 주의 사항이라고 정의 했었다. 이 정의가 그리 틀리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서점에서 본 그 많은 종류의 책들은 어떻게 동일한 관점으로 정의해야 할까?


이것은 '인간 매뉴얼', '인생 매뉴얼' 이라고 말할 수 있고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사는 법 매뉴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매뉴얼', '무엇을 해야 행복한지에 대한 매뉴얼', '남들에게 이기는 법에 대한 매뉴얼', '이득을 얻는 방법 매뉴얼' 등이 될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인간에 대한 매뉴얼은 얼마나 정확하며 얼마나 제대로 되어 있을까를 생각해 본적이 있을까? 이것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수 많은 사용법으로 설명된 사례들이 과연 나 자신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을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에 대한 질문이다.

 

보통 우리가 접하는 전제제품 매뉴얼은 설명서 대로 1번 버튼을 누르면 1번 동작이 된다. 하지만 우리가 접하는 인간에 대한 매뉴얼은 불행하게도 이렇게 동작되는 하드웨어 자체가 다르다는 점에서 문제점이 출발한다. 즉 1번을 누르면 인간의 숫자만큼, 70억의 다른 반응이 나오기 마련이다.


물론 어떤 종류의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매우 비슷한 반응이 나오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거의 동일 제품이라고 말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거나 차이점이 혹은 다른 회사에서 나온 냉장고 정도일 수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엔 아예 김치 냉장고이거나 혹은 TV 일수도 있을 만큼 크게 차이가 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자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서툴다는 걱정과 해보지 않은 일을 할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또한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의해 우린 흔히 문제에 봉착한다 싶으면 일단 이런 매뉴얼을 집어 들게 된다.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인지도 모른다.


회사가 어려워지고 그로 인해 자신의 자리가 흔들거리는 아빠는 직장에서 살아남는 법을 사서 읽고, 사회에서 성공하고 싶은 젊고 패기 넘치는 청년은 인간 관계론 등을 들여다 본다. 자신의 가정을 남 부럽지 않게 행복하게 꾸미고 싶은 주부는 행복한 가정 만들기와 요리법을 바라보고, 아이를 정말 잘 키우고 싶은 부모는 다양한 형태의 육아법을 들여다 본다.


혼자 살아야 할 것 같은 혼기를 놓친 노처녀, 노총각들은 혼자 살아가기 위한 책과 그런 자신을 위로하는 책을 집어 들고 연애를 해서 결혼을 꼭 하고 싶은 이들은 자칭 전문들이라고 우기는 이들이 쓴 연애 지도서를 집어 들어 읽는다.


그리고 이 모든 책은 바로 그 책을 쓴 '저자'가 존재한다. 그러므로 당연히 그 책은 바로 그 저자의 삶과 경험과 살아오면서 얻어 들은 지식을 적어 놓은 내용으로 채워진다.


만약 매뉴얼이 없던 냉장고를 어떤 사람이 10년간 써 본 후 사용법을 적었다면 이와 같은 냉장고를 산 다른 사람들은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TV를 산 사람에겐 그리 도움이 되질 않는다. TV라고 하면 너무 다른 제품 같으니 그냥 다른 모델의 냉장고나 혹은 김치 냉장고 등도 비슷하다.


일단 전원을 꽂아야 동작한다는 점은 같지만 실제로 그 미세한 동작에 대한 조언은 다를 수 있다. 이렇듯 같은 종류의 제품에 대한 매뉴얼 조차도 이렇게 다를 수 있는데, 사람이라는 이 다양한 육체와 생각을 가진 존재들에 대한 내용을 단 한 명의 경험에서 오는 관점에서 쓴 책으로 모두 일반화 시킨다는 것이 기본적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물론 이런 책을 보는 많은 이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참고만 할 뿐 동일하게 따라 하지는 않는다' 라고 말한다. 그럼 어린 시절 들었던 이야기 한편을 읽어보자.


예전에 어느 마을에 불효자 한 명이 살았다. 그런데 그 불효가 너무 막심하여 마을 수령이 그를 불러 그 동네에 소문난 효자 집에 가서 배우라고 지시를 했다. 마을 원님의 지시니 이 불효자는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그 효자의 집으로 가서 하루 종일 그의 행동을 관찰할 수 밖에 없었다.


그 효자는 밥을 짓고 상을 들고 집으로 들어가 늙은 부모에게 식사를 대접했는데, 그때 그는 그 효자가 부모가 물을 마시기 전에 먼저 한 모금 먹는 다소 생소한 광경을 목격했다. 그리고 자신과 다르므로 효도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부모가 잠자리에 들기 전에 먼저 부모님 자리에 누워 있다가 한참 후 부모에게 그 자리를 권하는 모습도 발견했다. 그리고 돌아와서 자신의 부모에게 그 효자의 행동과 동일하게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자신의 부모는 자기가 먹을 물을 자식이 먼저 먹는 것을 보고는 화를 내면서 혼냈고, 자신의 이불에 자식이 먼저 들어가 있는 모습을 보면서 버르장머리가 없다고 화를 내었다. 하지만 이 불효자는 왜 자신은 분명히 효자와 동일하게 행동했는데 자신의 부모는 화를 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이해가 되질 않았다.


이 이야기에서 두 가지 행동, 물 먼저 마시기는 물이 뜨거워서 부모가 혀를 델까봐 배려한 행동이었고, 이불을 먼저 들어간 것은 추운 날씨에 이불 속을 자신의 체온으로 덥혀두기 위한 것인 것을 이 불효자는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단순한 이야기지만 우리는 이것을 통해 본질을 보지 못하면 아무리 따라 해도 소용이 없다는 가장 기본적인 사실을 하나 이해하게 된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저렇게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는 무조건적인 따라 함은 잘못된 것이며 그것을 한 그 불효자를 비웃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그 수많은 매뉴얼을 볼 때 그 본질을 설명해 놓은 책을 본적이 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즉 우리 자신이 어떤 매뉴얼을 접해서 읽게 될 때, 그 매뉴얼의 내용을 보는 관점이 과연 그 불효자와 다를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가져봐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우리가 접하는 그 모든 매뉴얼들은 바로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행동에 대한 내용을 적은 것들 대부분이다. 누구도 냉장고 매뉴얼에다가 냉장고가 차갑게 되는 원리를 적어두지는 않는다. 그리고 또한 서점에 있는 책을 가장한 매뉴얼 역시도 마찬가지다. 모두 어떻게, 언제, 어디서를 설명하고 있지만 거기엔 모두 '왜'가 빠져 있다.


왜냐하면 누구도 '왜'가 들어간 책을 보고 싶어 하지 않으며 또한 '왜'를 설명하다 보면 갑자기 매뉴얼은 더 이상 매뉴얼이 아닌 것이 된다. 냉장고 매뉴얼에 냉각 원리가 설명되면 이젠 매뉴얼이 아닌 교과서가 되어 버린다. 그런데 누가 교과서를 읽고 싶어 하겠는가?


이것에 대한 쉬운 예로 육아법을 읽는 엄마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엔 아이를 키우는 것이 인생의 목적이 된 부모가 워낙 많아서 이런 책들이 보통 잘 팔리는 편인데, 그렇다면 과연 이 책들에 빠져 있는 '왜' 가 무엇일까를 생각해보자. 아이를 왜 잘 키우고 싶은가?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이유는 분명히 아이의 삶을 좋게 만들어주고 싶다는 부모의 희망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명백한 착각이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이유는 바로 그 부모가 자신의 아이를 잘 키워서 행복하고 싶기 때문이다. 만약에 그 부모에게 아이를 키우는 것보다 더 행복한 것이 있다면 그 소중한 아이는 귀찮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이것은 보통 아이를 처음 키우는 부모들이 겪는 변화의 과정에서 나타나는데, 처음엔 아이로 인해 달라진 삶읠 패턴을 적응하지 못해서 우울해 하다가 아이라 좀 커서 예쁘고 사랑스러워지기 시작하면 이젠 갑자기 달라져서 아이가 없으면 어떻게 세상을 살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하게 된다. 즉 아이로 인해 얻는 행복감이 극에 달해서 이젠 다른 행복은 눈에 들어오지 않게 되는 것이다.


역으로 생각하면 과연 아이를 낳지 않아서 그 행복을 맛보지 못했다면 그럼 평생 행복하지 않게 살아 갔었을까? 아니다. 이것은 단지 자신의 선택을 받아들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아이를 잘 키우는 것이 자신을 위한 것이란 점을 받아드릴 수 있을까? 늘 입에 달고 다니는 바로 '너를 위해 하는 것이야' 라고 말하는 그 부모들의 일관된 태도를 보면 이것이 그리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우린 보통 앞에서 말한 불효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어리석은 따라 하기 행동을 비웃는다. 하지만 우리 자신 역시도 타인이 적어 놓은 본질이 빠진 매뉴얼을 보고 따라 하고 있다. 즉 우리는 그 불효자를 비웃을 자격이 없다는 뜻이다.


아이를 자신의 행복을 위해 키우는 사람과 아이를 아이의 행복을 위해 키우는 사람은 모두 동일하게 자식을 키우지만 근본적으로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게 된다. 먹을 것, 입을 것, 행동하는 법, 아이의 의사 결정에 대한 태도 등등.


인생을 성공하게 해주는 매뉴얼들은 아이러니 하게도 그런 책을 쓴 저자의 삶을 성공하게 해준다. 그래서 의도하지 않은 의미는 있다. 하지만 그 매뉴얼을 읽는 사람이 사람 관계를 책을 읽어서 이해한 후 실천할 수 있는 가능성이나 실제로 따라 한다고 해도 그 불효자와 다를 것이란 믿음은 그리 들지 않는다.


혼자 살기, 연애하기 등에 대한 책들도 마찬가지다. 그런 책들을 읽을 땐 잠깐 마음의 위로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실제로 현실에서 달라질 것은 없다. 정말로 걱정이 있다면 우린 좀 더 본질적인 영역에 대한 지식 욕구를 가져야 한다는 점이 늘 간과되고 있다.


우리가 서점에서 보는 그 모든 책이 가진 공통적인 분모가 하나가 있다. 그것을 그것을 본질이라고 부를 수 있는데, 바로 '인간' 이다. 우리는 인간이기에 모두 인간의 관점에서 본 인간의 이야기를 책을 적는다. 그런데 여기에서 인간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이 그 수 많은 매뉴얼을 읽는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질 수 있을까?


그것은 마치 냉장고의 목적이 차게 하는 것이란 점을 까먹고 냉장고가 제품의 유통기한을 늘려주는 기계라고 믿는 것과 같다. 유통기한을 늘려주는 것은 차게 한 효과의 결과이지 그것 자체가 목적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머리 속에는 냉장고는 음식의 유통기한을 길게 해주는 것이라고 인식될 뿐, 인간이 가진 많은 저장 기술 중 하나라는 점은 간과하게 된다.


음식은 실제로 건조, 밀봉, 달게 하거나, 짜게 하는 방법을 통해 저장 기간을 늘일 수 있다. 차게 하는 것은 바로 수분이나 본질적인 맛을 포기하지 않고 오랜 기간을 저장할 수 있는 방법 중 최고인 것이다. 물론 냉장고가 유통기한을 늘려주는 제품이란 이해만 해도 냉장고를 사용하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하지만 언젠가 냉장고가 고장이 나서 냉각이 잘 안 된다면 그 냉장고 안에 프레온 이란 이름을 가진 냉각가스가 누출되어서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란 점을 이해하긴 힘들다. 왜냐하면 그 가스의 존재를 안다는 것은 바로 냉장고가 낮은 기압에서는 온도가 내려간다는 원리를 이용해서 냉각을 할 수 있다는 본질적인 이해를 하고 있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냉장고를 원론적인 동작 원리부터 이해할 필요는 없다. 그냥 그것은 단순하게 기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인간 역시도 그런 단순한 기계인 것인가? 물론 그 자신을 기계라고 인정하면 (실제로 그것이 틀린 말은 아니다) 이런 종류의 매뉴얼들은 꽤나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아니, 실제로 매뉴얼은 유용하다.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가를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왜 늘 이런 매뉴얼을 보려고 할까? 아마도 그 답은 모르는 것에 대한 미지의 것에 대한 두려움과 그것을 해결하는데 있어서 실수나 실패를 하고 싶지 않은 욕구가 있어서일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시행착오를 통해 얻은 것이 더 좋을 때가 있다는 점은 잊고 산다. 실제로 우린 누구나 그런 시행착오를 통한 자신만의 매뉴얼을 만들기를 꺼려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반드시 시간과 노력이 낭비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헛된 것이라고 믿는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닥치게 되는 모든 상황을 모두 문제라고 여기고 그것을 빠르고 정확하게 풀어 내는 것이야 말고 최고의 삶이라고 교육을 받아왔고 또한 사회적 분위기도 모두 불필요한 동작을 최소화 시키는 방향으로 쏠려 있다. 이러니 스스로 답을 찾아내는 지루하고 실패할지도 모르는 것들을 경험하기엔 우리는 너무 마음의 여유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늘 매뉴얼을 찾는다. 사람을 사귀는 것도, 결혼해 살아가는 것도,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 것도, 노후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도 모두 매뉴얼 속에서 답을 찾으려고 애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뉴얼은 매뉴얼의 한계를 갖는다. 누군가 작성해 놓은 매뉴얼은 그 사람에게는 본질이 될지 모르지만 결국 그것은 나의 본질은 아니다. 그래서 내 본질을 알기 위해서는 인간을 공부해야 하는 것이 맞다. 거기에 더해서 매뉴얼은 단지 책으로만 머물지 않는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일명 타인의 경험을 늘 하나의 매뉴얼로써 받아 들인다. 하지만 같은 것에 대한 개개인마다 다른 경험은 너무도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린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그 덕분에 우린 일명 '권위'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믿고 싶어 한다.

 

그렇지만 그들의 이야기 역시도 그 많은 소리 중 하나일 뿐이다. 결국 스스로 그 근본적인 것에 대한 답을 찾아내지 못하면 늘 반복될 수 밖에 없다.

 

인간을 공부하게 되면 그 모든 분리되어 보이는 사건들이 모두 하나의 원리로 통합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은 무슨 깨달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모든 문제점과 현상이 단 하나의 원칙에서 출발해서 각종 다른 부가 요소의 존재로 인해 무한한 분리를 해내고 있다는 점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가? 그럼 아이를 정말로 사랑하는지를 되돌아 보아라. 그리고 혹시 사랑한다고 해도 그것이 자신을 위한 사랑인지 혹은 마음에 들지 않는 자신의 인생을 대신 성공시키고자 하는 집착인지를 생각해봐라. 가정을 위해 최선을 다해 일한다고 말하는 가장들은 과연 그것이 가정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그 자신의 사회적 성공과 가치 추구인지도 의심해 봐야 한다.


우리가 말하는 많은 대의적 명분은 거의 대부분 명분으로 끝난다. 정말로 진정한 의미의 본질은 모두 가장 밑에 숨겨져 보려고 노력하지 않는 이상 절대로 눈에 띄지 않는다.


가끔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가 보면 이런 부분에 대한 사고적 한계점이 너무도 명확히 보여서 답답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들뿐만 아니라 나 역시 이런 한계점을 명확히 가진 존재라는 점은 분명하다. 단지 살아가면서 조금이라도 본질을 보려고 하는 노력과 끝없는 명분쌓기와 자기 합리화를 통해 굳건히 하는 것은 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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