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탈출 프로젝트

이미 가을이 깊어진 그곳

아이루다 2013. 10. 29. 07:04

 

지난 주말 거의 삼주만에 영월에 갔다. 이번 방문은 금/토/일 삼일 동안 이루어졌지만 실제로 금요일 밤에 가서 일요일 아침에 왔기 때문에 실제로는 만 이틀도 되지 않는 시간이었다.

 

금요일 업무를 마치고 유진이와 함께 그곳을 향해 떠났다. 이번 방문에는 귀여운 동행자가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우리의 식구가 된 토끼 '나루' 였다. 집에 혼자 놔두기도 그렇고 또한 영월에서 자연 속에서 풀을 먹게 하고 싶어서라는 유진이와 나의 조금은 억지스러운 이유로 나루를 김치통에 담았다. 위로 손잡이가 달린 이 김치통은 동네 플라스틱 제품 파는 가게에서 샀는데 드릴로 위와 옆으로 구멍을 내어 공기가 통할 수 있도록 자체 제작한 이동용 나루 집이었다.

 

아무튼 약간 쌀쌀한 기운을 느끼고 가는 동안 차안에 히터를 틀었는데 나루는 그 안에서 아주 편하게 잔다. 그동안 추운 배란다에다 두었더니 잠을 잘 못잔듯.. 아무튼 자는 모습을 보니 좀 미안하기도 하고 좋아 보이기도 했다.

 

영월에 도착했을땐 이미 9시가 넘어 10시로 다가가고 있었다. 역시나 집은 싸늘 했으며 우리는 그래서 빨리 벽난로를 폈다. 그래도 이번엔 벽난로를 빨리 피우기 위한 파이어 스타터라고 불리는 콩으로 만들었다는 노란색 물질과 작고 쉽게 불이 붙는 일종의 고체 연료같은 것을 사갔기 때문에 그것을 이용해서 불을 쉽게 피울 수 있었다.

 

난로에 장작이 어느정도 타 들어갈 때 나는 옥상에 올라가 촬영 준비를 했고 늦은 저녁을 먹기 위해 우린 떡국으로 결정을 했다. 나루는 조금 큰 박스에 두었는데 이 녀석이 조금 주변이 익숙해지자 높이가 한 50cm 는 되는 박스를 점프로 튀어 나왔다. 그리고 사방을 돌아다니면서 바쁘게 움직였다.

 

나는 밖으로 나와 주변에 풀을 좀 뜯어서 녀석에게 주었고 나름 잘 먹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흐믓해 했다. 하지만 역시나 나루는 우리의 존재에 대해 거의 인식을 못하는 듯 했다. 우리는 나루를 부르면서 혹시나 오지 아 않을까 했지만 역시나 녀석은 그냥 자기가 하고픈 대로 사방을 뛰어 다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활기찬 모습은 참 좋아 보였다. 나는 이번에 토끼가 그렇게 바삐 움직이는 동물인지 처음 알았다.

 

영월집에 사람이 아닌 존재로서 첫방문의 영광을 안은 나루

 

저녁을 먹고 커피 한잔을 하면서 나는 별 사진을 찍고 유진이는 씻고 잘 준비를 했다. 그리고 나는 좀 늦게까지 촬영 때문에 시간을 보냈고 다음 날이 되었다.

 

둘쨋날 일과는 고구마 캐기가 가장 큰 이슈 였다. 우린 둘이서 한 두시간 정도 쪼그려 앉아 고구마를 캤는데 생각보다 많이 힘들었다. 그런데 고구마도 생각보다 많이 열리지 않아서 조금 실망스럽기도 했다. 물론 그것은 우리가 너무 신경을 안쓴 탓일 것이다. 내년엔 좀 더 보강해서 심어야 할 것 같다. 우리가 고구마를 캐는 동안 나루는 밖에서 혼자 놀았다.

 

어머니에게 가져다 드릴 거대한 늙은 호박도 두개 따고 그렇게 오전을 보낸 후 오후엔 잡채를 만들어서 점심을 먹고 오후엔 간밤에 잠이 부족해서 몸이 좀 피곤해 오후의 낮잠을 자려 했으나 나는 실패하고 저녁이 되어 저녁을 먹고 나는 다시 촬영을 했다.

 

내가 촬영 장비를 설정하는 동안 유진이는 돗자리와 이불을 가지고 나가 밖에서 누워 별을 보고 있었다. 밭을 지키던 개도 사라진 그곳엔 정말로 완벽한 고요함만이 있었고 우린 그렇게 누워 한참을 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면서 별똥별이 하나라도 떨어지길 바랬는데 다행히 꽤나 밝은 녀석 하나가 하늘을 한참 가로질러 사라졌다.

 

추위를 느끼고 안으로 들어가 난로가 주는 따스함을 느끼면서 나와 유진이는 가장 편한 자세로 누워 그 밤을 즐겼다. 그리고 나루 역시도 따스함을 느끼는지 한쪽 구석에서 다리를 완전히 편 채 편하게 졸고 있었다. 아마도 이번 영월에 있는 시간 중에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 아닌가 싶다. 우리도 나루도 그렇게 영월의 마지막 밤을 보내고 있었다.

 

새벽의 싸늘함을 느끼면서 일어난 일요일 아침은 나름 부산했다. 촬영 장비도 정리하고 집도 정리했어야 했다. 그리고 우리는 점심 시간 전에 산본에 도착하려고 10시쯤 그곳을 나서서 서울 방향으로 향했다. 우리가 주로 이용하는 38번 국도 주변으로 보이는 가을 정경은 그야말로 멋진 모습을 우리에게 선사했다. 우리는 그그렇게 그 풍경들과 가끔 보이는 참 예쁜 노란색을 가진 은행나무들의 자태를 보면서 서울로 왔다.

 

이렇게 가을이 깊어가는 영월 방문은 마무리 되었고 그곳엔 나루의 흔적이 남았다.

 

- 가을이 깊어가고 있는 영월집 주변의 산

 

- 집과 주변 산

 

- 풍경 사진은 늘 정겹다.

 

- 토마토를 이제 다 수확했다.

 

- 늙은 호박. 지름이 60cm가 넘었던 듯.

 

- 집과 주변 산 2

 

- 호박과 풀 먹는 나루

 

- 다음엔 어디로 갈까를 고민한다고 생각했지만.. 전혀 생각 같은 것을 할 것 같지 않은 토끼.

 

- 수확한 고구마.. 양은 적었지만 이 자색이 너무 이쁘다. 이것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 내 능력이 부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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