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탈출 프로젝트

여름휴가 - 세쨋날 이야기

아이루다 2013. 8. 8. 08:36

 

시간이 빠른 것인지, 아니면 그냥 내가 착각하고 있는 것인지.. 아무튼 벌써 삼일째다. 수요일은 밤에 유진이가 오기로 해서 어제와는 조금 다른 일정이 있다.

 

오늘은 정말 특히 하는 일 없이 지나갔다. 그래도 소소한 일상은 계속되고 있다.

 

아침에 7시가 조금 넘어서 잠이 깼다. 밝은 햇살과 풀벌레 소리가 잠을 깨운다. 만약 시골에서 늦잠을 자고 싶은 사람은 두꺼운 커튼과 완벽한 방음장치가 꼭 필요할 것 같다. 도심은 사람과 자동차의 소음으로 사시사철 시끄럽다면 시골의 여름은 풀벌레 소리가 엄청나다.

 

오늘은 아침부터 장작을 팼다. 해가 뜨기 전에 해 놓는것이 좋을것 같아서 조금 서둘렀다. 하지만 서투른 나의 도끼질은 50%의 성공율도 못낸다. 특히 좀 덜 마른 장작은 제대로 꽂혀도 잘 쪼개지지 않는다. 그렇게 한 20분 정도 끙끙대다가 갑자기 어떤 요령이 생겼다.

 

해보니 장작패기는 이런 원리가 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자세다. 장작과 내 두발이 이등변 삼각형 형태로 배치되어야 하고 거리는 도끼자루만큼 떨어져야 한다. 대충 다리 벌림의 정도에 따라 정삼각형의 형태가 되기도 하는데 이것은 아마도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것이다. 이 자세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대상이 되는 장작의 위치가 두 발 사이의 정확히 중간지점에 위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매우 단순한 원리다. 내가 도끼로 내리칠 때 그 도끼는 나의 중심부를 지나게 되어 있고 결국 이것은 내 두발 사이의 중심부를 때리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장작을 그렇게 위치시켜야 한다.

 

두번째 요령은 도끼를 최대한 지상과 90도를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뭐 기본이다. 세번째 장작은 세우거나 눕히거나 상황에 따라야 한다. 보통 첫번째 가르기 땐 세우고 반 쪼개진 녀석들은 눕혀서 하는게 좋았다.

 

요령이 생기니 이젠 제법 장작이 쭉쭉 쪼개지긴 한다. 물론 아직 덜마른 녀석들이 꽤나 있어서 힘들었지만 아무튼 그랬다. 하지만 아침부터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한시간 정도 장작을 패다가 들어와 샤워를 하고 잠시 쉰 후 집 청소를 시작했다. 일단 욕실부터.

 

사람이 자주 집을 비우니 욕실에 곰팡이가 조금 피었다. 타일에 낀 곰팡이는 제거가 편한데 문제는 실리콘에 낀 놈들이다. 아예 색이 물들 듯 제거가 되지 않는다. 아무튼 이래저래 닦아내긴 했다.

 

방 두개와 거실은 일단 작은 걸레로 먼지를 모두 없애고 바닥을 진공 청소기 청소했다. 오랫만에 벽난로 뒤쪽이랑 소파 밑까지 모두 청소했다. 거의 1년만에 한 청소라 그런지 먼지가 많다. 그리고 난 후 물걸레질까지 모두 끝냈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나니 12시가 다 되었다. 원래 일을 해야 하는데 너무 하기 귀찮아서 - 급한 일도 없고 - 그냥 안하기로 마음 먹었다. 점심은 사온 쏘시지와 양파 애호박을 같이 볶은 반찬과 김치, 남은 된장 찌게를 먹었다.

 

오후가 되니 햇살이 꽤나 강해졌다. 그리고 집안의 온도도 30도까지 올라갔다. 여름은 여름인가 보다. 이 집도 점점 더 더워진다.

 

오후 시간은 딱히 하는 일 없이 보냈다. 뭐 몇가지 만들기는 했는데 너무 조잡해서 사진은 안찍었다 ㅎㅎ 그것은 유진이를 위한 장치인데 물통을 거꾸로 세워서 꽂을 수 있는 받침대였다. 유진이는 피부가 너무 민감해서 씻은 후 얼굴만은 생수로 마지막을 처리한다. 그래서 그걸 쉽게 할 수 있도록 해준 장치다. 밑에 밸브가 달려 있어서 수도꼭지처럼 틀었다가 잠갔다가 할 수 있다.

 

그 장치를 만들다가 우연히 꺽쇠를 발견했다. 없는 줄 알고 찻상의 상판을 대충 언져놨는데.. 그리고 금요일 온다고 하는 종운에게 사오라고 했는데;;  아무튼 발견된 김에 제대로 다 연결하고 락카 형태도 된 니스를 칠해서 최종 마무리 했다.

 

오후 들어서는 너무 더워져서 뭘 할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줄줄나서.. 나는 그래서 삼복더위의 개마냥 쳐저서 영화를 봤다. 무슨 조난영화 였는데  그다지 재미가 없었다.

 

오후 시간은 금새 지나갔다. 그리고 나는 6시쯤부터 김밥을 준비했다. 오늘 저녁식사 꺼리였다. 그리고 서울에서 오는 유진이를 위한 준비이기도 했다. 밥을 하고 재료를 다듬고 김밥을 싸기까지 총 한시간 정도가 걸렸다. 내가 좀 요리를 빨리 하는 편이긴 한데, 정말로 참 빠르게 김밥 8줄을 쌌다. 원래는 10줄을 싸려고 했는데 김이 8장 밖에 없었다.

 

뒷정리를 좀 하고 난 후 8시쯤 차를 몰고 영월로 나갔다. 일단 하나로마트에 들러 지난번 못 산 등갈비를 구입하고 물과 참기름도 샀다. 생각보다 빨리 끝나서 유진이가 도착 예정인 9시 반까지 할일이 없어 그냥 근처를 배회했다. 어떤 가게들이 있는지, 또 어떤 사람들이 사는지.. 날씨만  좀 시원했으면 좋았을 것을 너무 더우니 이런 작은 행동도 몸에 땀을 내게한다.

 

9시쯤 터미널에 가서 대합실에서 유진이를 기다렸다. 그런데 유진이를 태운 버스가 예상보다 빨리 도착했다. 9시 조금 넘은 시간에 도착을 해서 바로 같이 집으로 돌아왔다. 다시 집으로 돌아온 우리는 싸놓은 김밥을 잘라서 먹으면서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었다.

 

밥 먹고 씻고 수박을 잘라서 맥주와 같이 먹으면서 수요일 밤이 깊어갔다.

'도시탈출 프로젝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 그리고 영월  (0) 2013.10.07
여름휴가 - 나머지 정리  (0) 2013.08.12
여름휴가 - 둘쨋날 이야기  (0) 2013.08.06
여름휴가 - 그 첫날 이야기  (0) 2013.08.05
7월 25일 영월방문  (0) 2013.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