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탈출 프로젝트

여름휴가 - 나머지 정리

아이루다 2013. 8. 12. 08:30

 

원래 휴가 당일마다 매일 그날의 기록을 남기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역시나 집안에 사람들이 늘어나니.. 혼자서 조용하고 차분하게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없어져버렸다. 그래서 결국 휴가가 다 끝난 월요일 아침에 나머지를 기록한다.

 

목요일 아침은 새로운 방문자인 유진이과 함께 시작했다. 딱히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아침에 느즈막히 일어나 달걀 샌드위치와 라떼를 만들어서 함께 아침을 먹었다. 남은 식빵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오전은 이래저래 주변 돌아보고 하면서 훌러덩 지나가버리고 점심은 어제 싼 김밥을 잘라서 대충 때웠다. 그런데 오후에 들어서니.. 날씨가 무척 더워졌다. 그래서 우린 집 옆에 계곡으로 가기로 했다.

 

집 옆에는 원래 조그만 계울물이 흐른다. 멋진 계곡의 물길에 비하면 규모도 작고 초라하기 그지 없지만 그래도 물소리가 언제나 들릴만큼 흐른다. 심지어 겨울에도 흐르는 것을 보았다. 주변에서 농사를 계속 지으니 주변 환경이 그리 깨끗하지는 않지만 물 만큼은 맑고 시원한 곳이다. 그런데 그 물길 중 집에서 한 5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돗자리를 펴고 있을만한 곳이 있다. 수풀도 무성하게 우거져서 완전 그늘이기도 하고.

 

돗자리 두개를 들고 맥주와 간단한 먹을 것을 가지고 오후에 그곳으로 갔다. 그리로 남들이 보면 좀 웃기겠지만 우리만의 계곡을 연출했다. 물이 얕아서 겨우 무릅까지나 잠기지만 그래도 물이 흐르는 곳이라 공기가 시원하고 그늘도 져서 요즘 같은 더위엔 너무 좋은 곳이었다.

 

오후에 한참 더울 때 그곳에서 있다가 집으로 돌아와 마당의 호수를 가지고 또 한참 물놀이를 했다. 사람이 없으니 둘이 놀기 참 좋다.

 

시간은 참 빠르게 갔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 순간순간 무엇을 했었는지가 흐릿하다. 역시 매일 기록을 했어야 했다.

 

저녁은 갈릭피자를 만들었다. 도우를 만들어야 해서 좀 일찍 시작했는데도 불구하고 결국 두시간 가량 걸려서 약간 늦게 완성을 했다. 뭐 결론은 먹을만 했지만 역시나 재료부족과 도우로 만든 빵의 문제로 인해서 원하던 피자는 아니었다. 그래도 둘이 맛나게 먹긴 했다.

 

밤시간이 오고 나는 하늘을 약간 기대했다. 그리고 한 두시간 정도 맑은 순간을 건져서 테스트 촬영을 했다. 하지만 조정값을 적용했는데도 불구하고 결과물에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좀 실망을 했다. 그래도 이 현상을 내가 자주가는 별하늘지기 카페에 문의를 했더니 아주 괜찮은 답변이 달렸다. 그것에 관련해서 정보를 좀 보니 내가 지금까지 한 이미지 작업은 정말 아이들 수준에 불과한 것이었다. CCD 카메라로 담은 이미지는 정말 많은 보정 가능한 정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간이 되면 지난 이미지들도 다 꺼내서 작업을 해봐야겠다.

 

* 촬영을 하러 옥상에 올라갔다가 거미가 탁자와 망원경 보관 창고 사이에 거미줄을 친 것을 보고는 '너 오늘 영업은 그만해야겠다' 라고 혼자서 중얼거리고 탁자를 옮겼다. 그러자 재빨리 거미가 창고쪽으로 움직여서 숨었다. 그 후 다시 밑에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니, 놀랍게도 창고에 개구리가 한마리 붙어 있었다. 그리고 그 개구리로 부터 한 10cm 거리에 아까 피한 거미가 숨어 있었다. 나는 갑자기 이 개구리가 이 거미를 잡아 먹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유진이를 불렀지만 들리지 않는지 반응이 없었다. 그래서 내려가서 데리고 올라오니.. 그사이에 거미가 없어졌다. 그리고 자세히 보니 개구리 입안에 거미 다리가 삐쭉 튀어 나와 있었다. 나는 개구리가 거미를 잡아 먹는 그 멋진 광경을 놓친것이다. 아무튼 어둑해진 밤에 오랫동안 기억을 잃어버릴 것 같지 않는 경험을 했다. 아쉽긴 하지만.

 

이렇게 하루가 가고 금요일이 되었다. 이 날은 혁성이와 종운이 오기로 했어서 저녁에 삽겹살을 먹기로 했다. 낮에는 등갈비 김치찜을 해서 먹었는데, 역시나 유진이가 무척 좋아한다. 밥을 두그릇은 뚝딱 먹어치울 기세이다.

 

오후엔 집에 있던 작은 유아용 풀장을 설치해보려고 했는데 전동식 공기 주입기가 없어서 수동으로 하다가 포기했다. 너무 방대한 공기가 필요해서 그거 넣다가는 내가 더위에 쓰러질 지경이었다. 그래서 긴급하게 서울에 연락해서 종운에게 펌프를 가지고 오라고 했다.

 

날씨가 더워지니 영월 역시 낮에는 거의 30도까지 올라갔다. 그래서 오후엔 더워서 허덕이면서 지냈다. 그리고 밤이 오고 8시가 안되어 둘이 도착했다. 그 후 고기를 구워먹는 것은 좋았으나 이 더위에 불을 피우고 고기를 굽는 것은 정말로 힘든 고역이긴 했다. 여름에 더운날 고기 구워 먹는것은 가능하면 안하도록 해야겠다.

 

밤 시간엔 날씨가 괜찮아서 별사진 찍기를 했는데, 그런 후 방에서 술을 먹고 있는 동안 소나기가 내려서 망원경이 비를 맞아 버렸다. 결국 나중에 보니 렌즈에 습기가 낀.. 불상사가 발생했다. 아무튼 그때는 그것까지는 모르고 장비를 비닐로 덮어서 비를 안맞도록 해주었다.

 

밤 늦은 시간엔 혁성이랑 간만에 오랜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시간 동안 알아왔던 것임에도 불구하고 또다른 면을 볼 수도 있었다. 생각보다 참 나하고 비슷한 면이 있는 동생이다. 물론 성격적인 부분은 나와는 거의 반대이지만.

 

새벽이 되어서 잠이 들어서 토요일이 되었다. 아침부터 종운이 펌프로 바람을 넣어서 그소리 때문에 일찍 깼다. 그리고 아침으로 남은 피자 재료를 가지고 피자를 만들고 점심은 남은 등갈비찜을 먹었다. 애들이 오늘 서울 광장 집회에 가겠다고 오후 1시쯤 출발해서 떠났다.

 

잠시간 두사람이 있었던 번잡함이 사라지자.. 집은 다시 참 기분좋은 고요함이 찾아왔다. 거기다가 비까지 계속 내려서 어제와는 달리 너무 시원했다. 그렇게 마지막 남은 날의 오후를 보내고 저녁 무렵 장비 점검을 해보니.. 아까 말했던 불상사를 발견했다. 현재 망원경은 서울에 와 있다.

 

아무튼 그렇게 잠들어서 일요일 아침 빠른 준비를 마치고 10시쯤 출발해서 서울에 왔다. 그리고 이렇게 올 여름 휴가가 마무리 되었다. 서울에 와서는 너무 더워서 송파 도서관에 피서를 하러 갔다. 자리가 좀 불편해서 그렇지 책 읽고 시원하고 참 좋은 곳이다.

 

오늘은 아침부터 해가 너무 심해서 걷기를 포기하고 글을 마친 후 버스를 타고 회사로 갈 생각이다.

 

* 집 베란다에서 발견된 '대벌레' 이다. 확실한 이름은 모르지만.. 아무튼 그렇게 알기로 했다. 특이한 곤충이었는데 유진이가 신기하다며 잡아서 들고 다녔다. 그러니 죽은척을 한다. 아무튼 곤충들은 위기가 닥치면 죽은 척하는 애들이 너무 많다. ㅎㅎ 

 

* 별사진을 찍기 위해 일주일이나 가 있었건만.. 이 사진이 이번 방문 중 건진 유일한 사진이다. 원래는 천문카테고리에 올려야 하는데 그냥 여기에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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