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탈출 프로젝트

여름휴가 - 둘쨋날 이야기

아이루다 2013. 8. 6. 20:23

 

여름 휴가 이틀째 날이다. 어제 밤에 좀 늦게 잤더니 오늘 7시가 넘어서 깼다. 그것도 유진이가 평생 안하던 모닝콜을 해서. 내가 이곳에서 혼자 쉬는 것이 영 배가 아픈듯 연락이 될 때마다 나에게 좋겠다는 소리를 해댄다. 물론 어제도 오늘도 바쁜 서울에서의 회사생활을 하는 유진이가 이해는 간다. 하지만 어쩌겠느냐. 모두 개인 팔자인 것을 ㅎㅎ

 

눈은 7시에 떴지만 닝기적거린다고 8시가 넘어서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뭐 딱히 할 일이 있는것도 아닌데 이런때 또 늦은 아침을 시작해보는 것도 좋다. 아무튼 일어나 거실에 펼쳐놓은 이부자리를 개고 나서 작은 방을 보니 어제 찻상 만든다고 난리가 된 모습이 보였다. 솔직히 치울 엄두가 잘 안났지만 그래도 치워야 하니 하나씩 둘씩 조심해서 치웠다. 톱밥이 워낙 많아서 조금만 크게 움직여도 먼지가 사방으로 퍼졌다.

 

한시간 정도 걸려 청소를 끝내고 난 후 어제 하다만 방 정리를 더 마무리 했다. 아무리해도 잘 자세가 안나오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최대한 수납공간에 짱박아서 방의 잡스런 물건들을 안보이도록 했다. 그래도 좀 치우니 방이 한결 나아 보인다.

 

어제는 오자마자 방치우고 쉬었다가 바로 또 찻상 만들기를 하는 바람에 주변  돌아보기를 못했는데 오늘은 아침에 주변을 찬찬히 돌아보았다. 지난 주에 왔다간 종운과 그의 부모님이 집 주변 잡초를 싹 제거해 놓은 것을 보고는 깜짝  놀랬다. 그리고 가스렌지도 닦여있고 현관 입구 바닥도 다 치워져 있었다. 쉬러 오셔서 일만 하시고  간듯 보였다.

 

아무튼 덕분에 내가 해야 할 일이 많이 줄었다. 원래 나 역시 이번주에 영월집 치우기가 주된 목표  중 하나였으니 결국 다 내가 해야 할 일이었다.

 

점심은 밖에서 좀 자란 애호박을 따다가 된장찌게를 끓였다. 요리를 하다보니 내가 예전 본 산속에 혼자 사는 사람 다큐가 생각났다. 그때도 거기 나오던 사람이 혼자서 된장찌게를 끓여 먹었던 것 같다. 아무튼 나도 그런 수준은 아니지만 내가 심은 호박을 수확해서 끓인 된장을 맛볼 수 있었다. 애호박이라서 부드럽고 맛있었다. 원래 나는 호박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는데 영월집 덕분에 호박에 대한 호감도가 많이 생겼다. 웃기는 일이긴 하다.

 

점심 메뉴는 자반고등어과 된장찌게 그리고 김치가 다였다. 그래도 어찌나 맛있는지.. 참 모를 일이다. 점심을 먹고서는 남은 방 정리를 마저하고 빨래도 하고 영화를 한편 보았다. 그냥 저냥 구한 영화인데 백악관이 북한 애들한테 점령되는 좀 황당한 영화였다. 미국 헐리우드가 소련의 해체로 인해 주적이 없어지니 한참 아랍을 우려먹다가 안되니 요즘은 북한을 자꾸 끌어드린다. 참 영화 찍을 상상력이 부족해 보인다. 거기다가 그 어눌한 한국말이란 ㅎㅎ 거기 나오는 한국말은 번역이 필요한 수준이다. 도대체 액센트를 알아들을 수가 없을 지경이다. 아무튼 영화 속 북한 애들은 참 대단하다. 미국의 심장부를 점령하다니.

 

영화를 보고 난 후 CCD 카메라 테스트를 했다. 이번에 마음먹고 GAIN / OFFSET 값 조정을 해보려는 마음으로 했는데 대충 하긴 했지만 실제로  테스트 샷을 찍어봐야 정확하게 알 것 같다. 그런데 오늘도 날씨가 영 구려서 포기해야 할 듯 하다.

 

오후엔 계속 비가 왔다. 장마비도 아니고 소나기도 아닌 비가 몇시간이나 내렸다. 그래도 그 덕분에 그리 덥지는 않았다. 여기는 한낮에도 집안의 온도가 28도를 안 넘는다. 그리고 밤이 되면 빠르게 25도  정도로 내려가 습한 것을 제외하고는 너무 좋다. 지금 찬물로 샤워를 하고 나와서 선풍기를 쐬면서 글을 쓰는 이 시간이 여러가지로 좋다. 몸은 개운하고 벌레소리만 들려온다.

 

저녁은 그냥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었다. 원래 소세지 볶음과 남은 된장 찌게를 먹으려고 했으나 그냥 갑자기 샌드위치가 땡겨서 해 먹었다. 그런 후 잠시 있다가 줄넘기를 들고 나가 운동을 좀 했는데;; 너무 힘들었다. 그동안 걷기 운동만 해서 그런지 뛰는 운동을 하니 생각보다 많이 힘들다. 평소에 하던 운동기구 말고 단순한 팔굽혀펴기를 하는데도 그것도 30개를 하기가 힘들었다. 정말 몸이 점점 나이를 먹어가나보다.

 

운동을 삼십분도 안했는데 땀 투성이가 되어서 샤워를 하고 나와서 커피 한잔 탄 후 글을 쓰는 중이다. 오늘 남은 시간은 그냥 미드나 보려고 한다. 아니면 다큐나. 어차피 사진을 힘들어보이고 맘편히 혼자 있는 이 밤을 즐겨야겠다.

 

1. 옥수수다. 키가 작은데도 꽃피고 옥수수가 생겼다. 좀 걱정은 되는데 아무튼 먹을 수 있길. 

 

2. 토마토에서 꽃이 폈다. 열매가 맺힐지 모르지만 아무튼 기대가 된다.

 

3. 애호박이 커다랗게 커버렸다. 이 놈은 따서 저녁꺼리로 먹었다.

 

4. 죽을 줄 알았던 수박이 살아나서 꽃까지 폈다. 이 덩굴 식물들은 꽃이 비슷비슷하다. 수박꽃은 오이와 비슷한 느낌이다. 올해 이 꽃에서 자란 수박을 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물론 기대는 별로 안한다.

 

5. 비가 내리는 영월집이다. 어제도 오늘도 이렇게 비가 내렸다. 그리고 고요함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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