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탈출 프로젝트

7월 13일 영월 방문

아이루다 2013. 7. 13. 10:19

 

지난 한 주를 건너뛰고 어제 영월에 왔다. 역시나 동행은 유진이였고 금요일 밤에 와 일요일 오후에 돌아가는 2박 3일 일정이다. 요즘은 거의 오면 2박은 기본으로 하는 것 같다. 처음에 영월에 왔을땐 금/토로 왔다 가기 바빴는데 요즘은 여기서 많이 편해진 듯 일요일날 가도 큰 부담도 없고 솔직히 주말에 서울에 있으면 많이 답답하기도 해서 이게 더 좋다.

 

거기에 더해서 단촐하게 둘이 오니 조용하고 신경쓸 꺼리가 없어서 더 좋다. 사람이 많으면 즐겁긴 하나 뭐하나 할때마다 부피가 크다. 먹을 것도 훨씬 많이 사야하고 요리도 한번 할 때 마다 규모가 크다. 그리고 개인별 스케쥴 때문에 2박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는데 요즘은 이것으로부터 좀 자유로워진 듯 보인다.

 

오늘은 이 일정 중 토요일 아침이다. 보통 이런 글은 지금껏 서울에 다시 돌아간 일요일 아침에 쓰곤 했는데 인터넷이 된 후로는 여기에서도 또한 2박의 일정인 탓에 토요일이 너무 여유로와서 마음이 한결 가볍다. 그래서 이런 글을 쓰는 것도 심적으로 많이 좋다.

 

장마철이라서 그런지 비가 꾸준히 오고 있다. 아침에 7시쯤 일어나 한시간 반 정도를 잡초제거를 했다. 집주변과 오이밭, 얼떨결에 난 수박밭 주변을 정리해줬다. 이 잡초제거는 꽤나 고된 일이다. 처음엔 큰 부담없이 봤던 잡초가 제대로 자라는 것을 보니 손쓰기가 힘들다. 예전에 농사짓던 우리 조상들은 참 힘들었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 지금은 제초제라도 나와 있어서 그것을 쓰면 그나마 좀 더 힘들 것이다. 물론 나는 제초제를 쓰고 싶지는 않다.

 

이번 방문에는 반가운 소식이 두개 있었다. 하나는 오이가 열매를 맺어서 네개씩이나 통통한 수확을 거두었고 열매를 맺었던 블루베이가 까맣게 익어서 아침에 식사와 함께 먹었다. 많이 열리지 않아서 이 열매의 50% 권한을 가진 동석이에게는 못 가져다 줄 듯 하다. 그냥 사진이나 보내줘야지 ㅎㅎ

 

오이가 딸 때가 좀 지났는지 참 많이 통통했다. 그래도 그 안에 가득한 수준과 방금 딴 오이가 주는 상쾌함은 아침에 그것을 먹은 나에게 많은 행복감을 주었다. 아침에 조용히 내리는 비와 맑은 공기, 조용한 환경, 인적이라고는 보기 힘든 이곳의 풍경은 참으로 느낄 때 마다 새롭다.

 

점심은 '빠네'에 도전해볼 생각이다. 빵도 구워야하고 스파게티도 만들어야 한다. 뭐 남는 것이 시간인 이곳에서 또 시간이 멈춘 듯 한 느낌을 한껏 느껴볼 생각이다.

 

 1. 수확한 오이이다. 총 네개였는데 하나는 먹었다.

 

2. 역시나 수확한 블루베리. 많지는 않지만 보고 있으면 입가에 미소가 걸린다.

 

3. 오늘 아침 식사. 프렌치 토스트와 블루베리 그리고 사진에는 빠졌지만 라떼 한잔이다.

 

4. 토마토가 설마설마 했는데 잘하면 올해 맛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2주전 보다 훨씬 많이 자랐다.

 

5. 옥수수의 급성장. 좀 빽빽한게 마음에 걸리지만 기대가 많이 되는 녀석들이다.

 

6. 자라고 있는 오이이다. 참 실하게 자라고 있다.

 

7. 상추를 제때 안따서 이젠 나무가 되어 버렸다. 꽃이 피고 열매가 맺으려고 한다.

 

8. 생각보다 자라지 않은 고구마. 땅이 안맞는 건지, 온도인지.. 아무튼 그래도 꾸준하다.

 

9. 블루베리를 맛보게 해준 여섯 그루 중 유일하게 열매를 맺은 녀석이다.

 

10. 열매가 이뻐서 거기만 찍어봤다.

 

11. 의도하긴 했지만 씨에서 자라고 있는 수박. 음식 쓰레기를 묻어놓은 곳에서 크고 있다.

 

12. 엄청난 규모의 호박. 문제는 열매를 찾기가 너무 힘들다.

 

7월 14일 수정

 

예정대로 점심은 빠네를 해먹었다. 물론 나의 입장에서 보면 실패한 요리였다. 그래도 잘먹어 주는 유진이가 고맙다. 문제는 역시나 또 빵이었다. 발효를 위해 2시간 이상 열심히 공을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빵은 늘 그렇듯 뭔가 문제가 있다. 그나마 빠네는 빵 내부를 파내고 먹는 요리라서 내부의 애매하게 구워진 부위는 먹지 않아서 좋았다. 단지 껍질이 너무 딱딱해서 좋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양이 너무 많아서 점심을 먹고  둘 모두 배가 불러 뒹굴거렸다. 그리고는 다큐멘터리 한 두편 보다가 낮잠을 잠시 자는데 갑자기 비가 어마어마하게 쏟아졌다. 이곳 영월에서 내리는 비소리는 정말 환상적이다. 특히 풀잎에 떨어지는 툭툭 하는 소리는 참 사람을 기분좋게 해준다.

 

이렇듯 오후가 흘러가고 나는 예전에 봤던 호박을 찾을 수 있을까 해서 호박덩굴로 갔다. 너무 무성해서 도저히 찾기가 힘들어 보였지만 결국 단호박 하나를 찾아냈고 그것은 꽤나 커져 있었다. 나와 유진이는 그 호박에 환호하면서 바로 자르고 구워서 먹었다. 우린 가끔 보면  참 잔인한 면이 있다.

 

저녁은 등갈비찜을 했다. 지난번 산본에  계신 어머니가 주신 돼지갈비살을 가지고 왔기에 김치와 함께 폭 끓여서 먹었다. 덕분에 점심에 먹은 빠네의 느끼함이 사라지는 듯 했다. 이후 하루가 피곤했는지 영화한편 보다가 얼마 안되어 골아 떨어져 아침이 되었다.

 

오늘은 이제 서울로 올라가야 한다. 점심을 먹고 출발할 예정이다.

 

13. 빠네 내부를 위한 크림 스파게티 만들기 과정.

 

14. 완성된 빠네. 사진에 발꼬락이 찍힌;;

 

15. 갑자기 폭우가 내리자 집 근처에 도마뱀 한마리가 나타났다. 귀여운 녀석.

 

16. 호박밭에서 방금 따온 단호박. 사진찍고 바로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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