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탈출 프로젝트

3박 4일의 여정

아이루다 2013. 6. 9. 07:00

 

6월 6일은 현충일이었다. 그리고 목요일이기도 했다. 그래서 간만에 금요일까지 휴가를 내고는 연짱 4일간의 휴식시간을 만들어내고는 영월에 다녀왔다. 수요일 저녁에 출발해서 토요일 오후에 돌아 온 3박 4일간의 지난 영월 방문 중 가장 장기 체류 여행을 다녀왔다.

 

원래 이 여행은 유진이와 단 둘이 가고 싶었다. 그런데 동석이가 합류하고 거기에 종운과 혁성이 금요일 하루 다녀가는 상황이 되고 장이사네 부부 역시 올지도 모르다고 해서 미리 맘을 비우고 다같이 함께 하는 여행으로 계획을 했다. 거기에 더해 이번 연휴 기간이 그믐이었다. 날씨만 좋다면 3일을 연짱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아무튼 이래저래 나는 마음이 많이 좋았고 떠나기 전까지 꽤나 기다렸다.

 

나는 개인적으로 운명을 믿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는 늘 세상은 늘 좋은 일만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산다. 그래서 아무리 좋은 일이 있어도 완전히 그 기분에 빠지지 않고 나에게 닥칠 예상치 못한 불행에 대해 생각해 보곤 한다. 이건 나의 오래된 버릇 중 하나인데 장점으로는 실제로 그런 불행을 예방하는 노력을 하게 된다는 것이고 단점은 좋은 행복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번 여행은 좋기만 한 여정이었다. 하지만 나는 혹시나 가는 도중 교통사고가 나지 않을까 싶어 더욱 조심히 운전을 하는 것과 같은 행동이 따른다. 그리고 혹시 집에 어떤 문제가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되었다.

 

다행이 가고,오는 동안 길에서 문제는 없었다. 집도 역시 아무런 문제없이 나를 기다려주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아주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그리고 이건 너무도 치명적인 문제였다.

 

내가 땅을 사고, 터를 잡고, 집을 짓고, 준공을 한지가 이제 겨우 일년 남짓. 특히 집을 완공 신고한지는 겨우 몇달이 지났는데 내가 자리를 잡은 지역에 군부대가 들어오겠다고 통보를 했다고 한다. 물론 내가 이야기를 나누어 본 마을 주민분들은 반대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 땅말고 뒤쪽으로 있는 땅 주인분들이 두분인데 한분은 약간 어정쩡한 반대, 다른 한분은 팔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이해는 한다. 누가 이 시골땅을 사겠는가? 나처럼 이렇게 시골에 살고자 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도 않을 것이고 누가 이런 산골에 와서 살겠는가 말이다.

 

하지만 나에게 이건 좀 심각한 문제이다. 물론 내가 현재 서울에서 생활을 모두 접고 시골로 내려간 상황이 아니기에 그나마 괜찮지만.. 아무튼 보상문제부터 해서 또다른 장소에 터를 마련하고 또 집을 지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면.. 정말로 이건 도대체 답이 없는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물론 거꾸로 생각해보면 장점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아무래도 내가 첫번째로 지은 집이다 보니 참 이거저거 많이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많다. 특히 설계쪽은 확실히 뭔가 답은 못해도 많이 아쉽다. 그래서 만약 다시 집을 지을 수 있는 상황이 주어진다면.. 좀 다른 느낌의 집을 짓고 싶다. 또한 거리도 지금보다는 좀 더 가까운 지역으로 정하고 싶다. 서울에서 한시간 거리정도.

 

처음 영월에 집을 지을 땐 내려가서 살 생각만 했기에 거리를 그리 신경쓰지 않고, 별 사진 잘찍을 수 있는 어두운 곳만 원했는데 실제로 살아보기도 하고, 그 사이에 상황도 변하다 보니.. 생각이 좀 바뀌긴 했다.

 

아무튼 지금 군부대가 들어오는 계획은 일단 계획일 뿐이다. 하지만 나는 이 평화로운 곳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을 해야만 했다. 그래서 모처럼 3박 4일간의 여행을 온전히 쉬지 못하고 왔다.

 

오이와 호박은 잘 자라고 있었고 호박은 두개가 열매가 맺어졌다. 오이들은 처음엔 좀 비실비실했으나 이젠 좀 제대로 자라는 듯 보였다. 그래서 추가로 타고 올라갈 수 있는 오이대를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이번 여행에서 가장 큰 일은 역시 처음으로 상추를 뜯어 먹은 것이다. 잘 자라 준 상추들을 도토리묵에 섞어서 먹고, 밤에는 삼겹살을 먹을 때 싸서 먹었다. 부르럽고 싱싱하고 농약 한번 안친 깨끗한 상추들. 진정한 유기농 상추를 먹을 수 있었다.

 

이번엔 그리고 옥수수를 심었다. 아주 작게. 이건 좀 충동적으로 이루어졌다.

 

내가 이번에 정신적인 여유가 너무 없어서 사진을 거의 못찍었는데 동석이에게 부탁해서 받아서 올려야겠다. 아무튼 지금은 이래저래 마음이 복잡스럽다.

 

 

1. 정신없는 내 마음과는 아무 상관없이 잘 자라고 있는 오이들.

 

2. 다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고구마가 반 이상 살아났다. 마음이 참 좋다.

 

3. 호박군이 그사이 꽃을 피우고 작은 애기호박까지 달고 있다.

 

4. 요즘 관심을 듬뿍받은 블루베리

 

5. 옥수수를 엉겹결에 심었다.

 

6. 상추캐는 유진이와 나

 

7. 떠나기 마지막 점심은 비빔면으로 대충했다.

 

8. 집과 나와 유진이. 새롭게 설치한 스카이 안테나가 보인다.

 

9. 풍경. 이번에도 어김없이 그 아름다운 소리를 들려주었다.

 

10. 집근처에 가득 핀 야생화.

 

11. 예쁜 야생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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