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탈출 프로젝트

2박 3일의 여행

아이루다 2013. 5. 19. 08:42

 

웃기는 말로 '부처님의 공덕' 이라고 불리던 3일 연휴가 시작되었다. 부처님오신날 부터 시작된 금/토/일 오랜만에 연속된 삼일간의 휴일은 나에게 2박 3일의 짧은 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물론 장소가 딴곳은 아니고 바로 영월인데 여행이란 표현을 꼭 쓴 이유는 갔다 온 후 나의 마음에서 그렇게 이름지었기 때문이다.

 

살아오면서 지금껏 여행을 통해 내가 진정으로 쉬었다고 느꼈던 기회가 과연 몇번이나 있었을까? 물론 많은 여행을 해왔고 그속에서 많은 즐거움을 얻었고 또 많은 것을 봐왔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여행을 통해 '아 정말 편하게 쉬었다' 라고 느낀 여행은 솔직히 거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막히는 도로, 사람이 북적거리는 어느 유명한 장소, 기대하고 갔지만 초라하고 볼품없었던 어떤 곳들이 그저 나에게 밤에 숯불을 피워 삼겹살을 구우먹는 재미만 안겨준 기억만 존재하는 곳으로 남아있다.

 

 

출발하는 길은 좀 힘들었다. 목요일 저녁에 서둘러 유진이와 시간을 맞춰 집에서 밤 8시가 다되어 출발할 수 있었다. 거기에 연휴의 시작이라서 고속도로는 이미 어느정도 막히고 있었고 결국 영월 집에 도착한 시간이 10시쯤이었다.

 

저녁도 안먹고 출발한 여행이였지만 또 늦은 시간 탓에 사가지고 간 많은 먹거리는 시간상 손도 못대고 그냥 라면을 끓여 먹었다. 그리고 유진이는 설거지를 나는 천문장비 설치를 위해 2층으로 올라갔다. 이제 많이 익숙해진 손놀림으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설치를 끝내고는 내려와 커피를 한잔 마셨다. 요즘 유진이와 내가 한참 즐겨 마시는 카페라떼를 만들어서 먹었다.

 

날씨는 너무 좋았다. 별빛은 초롱초롱했고 공기는 맑고 시원했다. 내가 장비를 맞추는 중에 유진이는 아예 돗자리와 얇은 이불 하나를 들고 올라와 펴고 누워서 본격적으로 하늘 보기를 한다. 나보다 한 두배는 좋아 보이는 그 눈은 아마도 나보다 훨씬 많은 별을 보고 감동을 느끼리라. 부러웠다.

 

장비설치를 대충 끝내고 나는 그녀에게 토성을 보여주었다. 띠가 예쁜 토성, 90미리 망원경이 한계로 인해 4mm 아이피스를 꽂아도 확대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도 작지만 귀여운 모습에 보기가 좋았다.

 

유진이는 일찍 잠이 들고 나는 한시쯤 대상을 맞추고 잠이 들었다.

 

다음날은 아침부터 부산했다. 사간 고구마를 심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해가 너무 강해서 금방 포기하고는 들어와서 가져간 거울 설치를 시작했다. 설치는 어느정도 했는데.. 사가져 간 아크릴 거울이 너무 상태가 안좋다. 일단 왜곡이 심하고 표면을 살짝 닦았더니 바로 흠이 생긴다. 이건.. 뭐 쓸 수 없는 상황이다. 나중에 유리로 다시 바꿔야 할 것 같다.

 

 

 

 

 

사진 촬영을 위해 DSLR을 빌려가서 찍었더니.. 사진이 좀 폼이 나긴 한다. 그래도 거울에 대한 실망은 가시지 않았다. 이 작업과 점심 준비를 한다고 오전 시간이 훌쩍 가버렸다. 이상하게 영월에 가면 시간이 너무 훌쩍 지나간다. 오후엔 그냥 가끔부는 선선한 바람과 풍경소리를 들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유진이는 새로 만들어준 열선커버에 찍찍이를 달아준다고 바느질 하고 나는 잠시 모자란 물과 우유를 사러 마을에 다녀왔다. 그리고 해가 진 후 우린 고구마를 심었다. 하지만.. 영 결과가 신통치 않다. 애들이 시들시들한게 곧 죽을 것 같다. 그래도 상추가 많이 자란게 위안이다.

 

 

 

 

 

또 밤이 왔는데 날씨가 너무 흐려서 별사진은 포기하고 나 역시 돗자리를 펴고 누워 본격적으로 하늘 보기를 했다. 아이어니하게도 별사진을 찍다보면 하늘을 그냥 볼 기회가 별로 없다. 그래서 기회다 싶어서 마음껏 하늘을 봤다. 늘 그렇지만 뭔가 열심히 하면 그것을 한 이유를 까먹는다. 난 별을 보길 원했는데 난 별을 찍고만 있었다.

 

그렇게 금요일 밤이 저물고 또 밤이 찾아왔다.

 

토요일 아침엔 촬영이 있었다. 이번에 유진이 야외촬영. 눈이 부셔하는 그녀때문에 표정이 그리 좋지 않아 좀 그랬지만 그래도 한두장은 건진듯 싶다. 그리고 아침에 영월집 주변을 찍었다. 그리고 비가 온다는 예보를 보고 7시쯤 출발해 막히는 도로를 뚫고 서울에 왔다. 3시간이 걸린 시간이었다.

 

1. 풍경 사진이다. 바람이 제법 불어 가끔 소리를 내어 주었다.

 

 

2. 민들레꽃과 씨앗.

 

3. 이름모를 야생화이다. 색이 예뻐서 담았다.

 

4. 내 짧은 지식으로는 알 수 없는 야생화들.

 

5. 앙증맞은 꽃이다. 어쩌면 저리 귀엽게 피었는지 ㅎㅎ

 

6. 밝은 단렌즈로 찍어서 사진이 늘 주변부가 흐려진다. 그래서 대충 찍어도 뭔가 멋지다.

 

7. 집. 지붕에 설치된 망원경이 살짝 보인다.

 

8. 이번엔 피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라일락. 아직도 꽃봉우리만 보인다.

 

9. 블루베리 꽃. 이젠 많이 졌다.

 

10. 또다른 나무에 핀 꽃이다. 두개만 피었지만 아무튼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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