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탈출 프로젝트

일년을 위한 장작 구입

아이루다 2013. 4. 7. 10:07

 

이번주 영월방문이 빅이슈는 참나무 장작 구매와 적재였다. 지난 11월쯤 구입한 장작을 태워 겨우내 집안의 온기를 지켜왔는데 지난주에 정리하면서 보니 이제 겨우 세네개 남았을 뿐이어서 추가 구매를 하게 되었다. 그때 내가 산 분량이 1톤, 20kg당 오천원에 판매하는 제천산림조합에서 구매한 참나무를 가지고 꼬박 겨울을 난 것이다.

 

아무튼 지금 계산으로는 2톤 분량이면 일년을 보낼 수 있겠다 싶다. 아니 실제로는 남을 것 같다. 이제 4월인데 조금만 더 지나면 집안에서 장작태울일은 거의 없을 듯 하고 그렇게 가을을 지나 겨울까지 갈 것이다.

 

이번에도 제천산림조합에 연락을 해서 나무를 구매했다. 지난번과 차이점이라면 그땐 쪼갬목을 샀었고 이번엔 통나무로 샀다. 쪼갬목이 없다고 해서 선택을 했는데 그쪽에서 추천하고 또 내가 생각해도 나무가 두꺼워야 오래 탄다는 단순한 사실도 고려해서 결정한 내용이다. 물론 실제로 나무를 받아보니.. 대부분의 나무는 괜찮은 수준의 두께인데 한 10%는 너무 굵어서 아무래도 도끼를 사다가 나중에 쪼개야 할 것으로 보인다 ㅎㅎ

 

어찌되었건 나무를 4월 5일날 받기로 모두 처리를 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나무 2톤을 적재할 공간이었다. 물론 나의 머리속엔 그 공간이 이미 계단 밑으로 고정되어 있었지만.. 비닐하우스가 많이 아쉬운 상황이었다. 왜냐하면 거기에는 비를 막을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아서 이번에 완전히 뭔가 방수공사를 했어야 했기 때문이다.

 

거기에다가 이번 방문은 혼자 가야했기에 더욱 힘들었다. (결과적이다.. 나도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 ㅎㅎ)

 

서울을 출발한 것이 금요일 오후 한시쯤. 중간에 장을 보고 4시 조금 안되서 영월집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바로 작업을 시작했다. 도구는 청테이프, 포장 테이프, 칼, 가위, 그리고 인터넷으로 산 비닐하우스용 비닐 15미터(폭은 4미터) 였다.

 

가장 먼저 한 일은 비닐을 벽면에 박아서 고정시키는 일이었는데.. 나는 압정이면 될 줄 알고 샀는데 아뿔사.. 우리집 외벽으로 쓰인 자재가 압정으로는 절대 박히지 않았다. 결국 이로인해 비닐을 고정시키는 문제가 매우 고달파졌다. 나는 포장테이프로 얼기설기 붙여야만 했다. 거기다가 혼자하니 이쪽을 붙으면 저쪽이 떨어지고.. 아주 난리가 났다.

 

한참 고생끝에 비닐을 대충 고정하고 지붕을 위한 삼각형의 장치를 설치했다. 폐목을 이용해서 삼각 받침대 세개를 만들어서 벽에 못으로 고정시키고는 그위로 비닐을 치고 작년에 샀던 천막을 덮었다. 아무튼 겨우겨우 높이 2미터 폭 2미터짜리 공간을 만들었다.

 

어제인 토요일 비소식이 있어서 난 꼭 금요일 당일에 모든 일을 끝내야만 했는데.. 늦게 시작한 일이라서 벌써 어둑어둑해지려 하고 있었다. 나는 급한 마음에 나무를 쌓기 시작했는데.. 여기에서 또 실수가 있었다. 나무가 개별적으로 통나무란 것이다.

 

지난번 쪼갬목은 나무 한단씩 끈으로 묶여 있어서 그냥 쌓아도 서로 잘 물려서 잘 쌓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 개별 통나무는 벽면으로 고정된 곳이 아닌 다른 면이 쌓다가 몇차례 무너져내렸다. 그때마다 내 마음도 무너졌다. 어둠이 내리고.. 나는 점점 지쳐갔다.

 

고생끝에 겨우 마무리해 갈 무렵에 나는 또다른 난관에 봉착하고 말았다. 그것은 바로 내가 만든 공간이 2톤의 나무를 넣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1/3쯤 남은 나무를 위한 추가 공간을 마련했야 했지만.. 이미 어두워지고 공간을 잡아줄 나무도 없어서 그냥 벽면 한쪽에 비닐도 대충 방수처리를 하고 나무를 쌓은 후 다시 비닐도 덮고 돌로 사방을 고정시켜 두었다. 마치 무덤처럼 공간이 마련되었다.

 

- 계단 밑으로 쌓은 장작무더기이다. 원래 이렇게까지 허접하진 않았는데 일주일 지나고 보니 바람에 날려 다 반쯤 벗겨져 있어서;; 결국 임시처방을 했다. 다음에 방문에 좀 더 튼튼하게 고칠 생각이다.

 

 

 

 

 

- 남은 장작 무더기이다.  

 

 

 

4시에 시작한 일이 꼬박 4시간이 걸려 8시에 끝이났다. 나는 거의 체력이 바닥나고 있었다. 하지만 유진이가 버스를 타고 영월에 10시쯤 도착 예정이라서 나는 저녁을 만들고 유진이를 마중나가야 했다.

 

저녁은 된장찌게, 돼지불고기, 계란말이였다.

 

쌀을 씻고 불리고, 된장찌게 끓이고, 재료를 다듬고, 상추 씻고.. 9시쯤 되어 밥을 올리고.. 시간은 금새 흘렀고 나는 9시반쯤 되어 차를 몰고 영월 시외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그리고 10시에 도착한 유진이를 데리고 다시 영월집으로 와 저녁을 같이 먹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은 정말 꿀맞같은 잠에 빠져들었다. 아마 영월집에 간 이래 내가 가장 오래 잔 잠으로 생각된다.

 

토요일 아침엔 비가 촉촉히 왔다. 빗소리를 들으면서 일어난 영월집의 아침이란.. 정말 가끔이 이곳이 세상이 아닌듯 여겨진다.

 

아침엔 카페라떼 제작을 해보기로 했다. 계획한 것은 아니고 정말 갑자기 생각났다. 생각해보니 집에 거품기가 있고 금요일 장을 볼때 우유를 샀기 때문이다.

 

에스프레소는 아니지만 아무튼 드립커피 원액과 불에 데우고 거품을 낸 자작 카페라떼. 전문가인 유진이의 평가는 진함은 약하지만 나름 먹을만 하다는 평가이다. 생각해보니 가끔 이런 커피를 만들어 먹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물론 거품이가 있어야 겠지만 말이다.

 

자고 있는 유진이에게 커피와 간단한 먹을것을 쟁반에 담아다 주니 여자들의 로망을 이루었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영화 속 한장면 같기도 하다 ㅎㅎ

 

토요일 하루는 어떻게 지났는지 정신없이 가버렸다. 조미료함을 벽에 달았어야 했으며, 커피보관함에 추가로 보강을 해서 작은 수납공간을 만들었다. 시계를 벽에 달고, 새로산 조명 중 하나가 불량이라서 그거 고친다고 한참 시간을 소모했다. 집 청소를 하고 카메라 청소를 했다. 필터박스와 CCD, 플랫트너까지 다 분리해서 털고 닦았다. 지난번 이상하게 찍힌 사진의 원인으로 보이는 얼룩 제거과정이었다. 그리고 다음 촬영을 위해 추가적으로 몇개를 더 준비할 계획이다.

 

11시쯤 어제 유진이가 사온 딸기파이를 먹고 2시쯤 먹고 남은 된장국과 불고기를 데워 늦은 점심을 했다. 거기에 구어놓은 고구마도 있었고 오렌지도 있었다.

 

하루종일 일하고 먹고, 먹고 일하고 하다가 5시쯤 침대에 누었는데 한 두시간을 또 잠들어버렸다. 원래 비가 와서 날이 밝을때 출발하려고 했는데 결국 8시가 되어 서울로 출발했다. 비오는 밤 운전.. 운전을 해본 사람들을 잘 알겠지만 참 위험하다. 차선도 잘 안보이고 가끔 옆차에서 튀는 물보라가 시야를 순식간에 가려버리기도 한다. 아무튼 조심조심 해서 서울까지 올라왔다. 10시쯤 도착해서 미드 좀 보다가 지쳐 쓰러져 잠들었다.

 

장작마련이 되어서 이제 겨울직전에 보일러 가득 채우는 일 말고는 크게 할일이 없다. 물론 4월말쯤 고구마 심기기 남아있긴 한데, 큰 일은 아니다.

 

상추는 이제 거의 모든 이랑에서 그 모습이 나타나고 있고 옆에는 역시나 잡초가 자라고 있다. 이번엔 잡초도 좀 제거해줬다.

 

이렇게 봄비가 촉축히 내리는 식목일 날 영월 방문이 마무리 되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도 온몸이 노근노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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