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탈출 프로젝트

4월 26일 영월방문

아이루다 2013. 4. 28. 09:37

 

이런저런 사정에 의해 오랜만에 한주를 건너띄고 이번 금/토일에 영월에 갔다 왔다. 간만에 모임 멤버도 5명이 모두 모였다. 지난번 이런저런 생각 끝에 별모임을 주기적으로 갖는 것을 없애고 상시 모임으로 전환하였기에 5명 다 모이기가 힘들 듯 했지만 한 주를 쉬어서인지 우연히 그렇게 되었다. 거기다 더 웃긴건 이번 영월의 날씨는 별을 위해서는 최악의 상태였고 달 또한 보름달 주간이었다. 말 그대로 별하고는 아무 상관없는 모임이 되어 버린 것이다.

 

개인적으로 지난 일요일부터 앓기 시작한 감기가 일주일이 지난 오늘까지 그 증상이 남아 있을만큼 감기를 좀 심하게 앓았는데 그래도 그럭저럭 운전을 해서 갈 만은 했다. 단지 이번 방문에서 해야 할 일이 좀 많았던 것이 문제는 문제였다.

 

나는 원래 감기를 참 잘 안걸리는 체질이다. 이번 감기도 근래 3년 정도만에 걸린 것인데 또 이렇게 쉽게 안걸리는 만큼 한번 걸리면 무지 심하게 앓는다. 보통 하루이틀 정도는 아예 앓아 눕지만 이번 감기는 또 증상이 달라서 힘들긴 해도 자리에 누울 정도는 아니고 또 그래서 그런지 잘 치유가 안되는 경향이 있다. 나이가 들어서 체질이 바뀐건지, 요즘 운동을 열심히 해서 몸이 버텨내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지금은 약간의 두통과 다량의 콧물, 살짝 아픈 목이 남은 증상이다. 물론 몸에서 미열이 나고 좀 쑤시는 경향이 있는데 이건 영월에서 한 노동의 증거인 듯 하다.

 

이번 영월 방문에는 몇가지 미션이 있었다. 첫번째는 블루베리 심기. 2주전에 사서 집에 두고 있다가 이제서야 심게 되었다. 아마 동석이가 없었다면 하지 못했을 일. 이번에 6그루의 4년생 블루베리와 피트모스라고 불리는 전용 흙을 샀다. 비용도 꽤 들어서 총 12만원이 소요되었다. 그래서 이것을 내가 6만원, 동석이가 3, 유진이가 3만원 내어 공동으로 사고 명목상으로 블루베리 열매 소유권의 50%를 동석이에게 주었다. ㅎㅎ

 

이것 말고 또하나는 이것 역시 동석이가 사온 것인데 호박, 애호박 줄기 심기, 오이줄기 심기였다. 이건 나무에 비하면 쉬운 작업이었는데 오이가 좀 문제였다. 내가 아는 오이는 뭔가 타고 올라갈 시설물이 필요한 식물이다. 그래서 그 구조물에 대한 상식이 없었다. 일단 이번엔 대충 만들어주고 왔다.

 

다른 작업은 작장 보관소를 다시 만들어 주는 것이다. 역시나 이번에 가보니 테이프로 덕지덕지 해 놓은 곳이 다 벌어지고 비가 스며들이 나무 일부분이 젖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나무 심는 것은 원래 금요일 오후에 하려고 좀 일찍 출발했으나.. 가서 작업 중 비가 내려 중간에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그래서 주로 작업은 모두 토요일 아침에 이루어졌다. 종운과 혁성이 일찍 출발해야 했기에 둘고 함께 좀 서둘러서 작업을 했다. 그리고 우리 역시 출발 전까지 꾸준히 일을 하다가 돌아왔다.

 

이번엔 종운이 차를 한대 사서 차편도 좀 여유가 있었다. 당분간 영월 방문에 도움이 될 것이다.

 

1. 블루베리 나무를 심어 놓은 구덩이다. 동석이가 해 놓아서 왜 흙을 완전히 덥지 않았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구덩이 파기 + 피트모스 깔고 옆으로 붙여주기 + 나무 심기 + 물 주기 이런식으로 이루어 졌다.

 

2. 총 6그루를 심었다.

 

3. 지난번 심은 상추가 아주 느리지만 자라고는 있다. 그 옆에 잡초님도 열심히 자라신다. 상추가 종에 따라 그 색이 다르다.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든다.

 

4. 이건 좀 다른 종이다. 이것을 솎아내기를 해야한다고 하는데 좀 엄두가 안난다. 그냥 두고 키워바야겠다.

 

5. 이것도 종이 다른 상추다. 이번에 총 3종류의 상추를 심었다. 고르기는 유진이가 골라서 나는 잘 모르겠다.

 

6. 오이를 심고 타고 올라갈 임시 대를 만들어 준 사진이다.

 

7. 이번에 새로 만든 나무 보관용 장소이다. 비닐로 완전히 둘러쌓고 고정을 쫄대를 이용해서 견고하게 했다. 아마도 태풍만 조심하면 큰 문제 없을 것이다.

 

8. 호박이다. 단호박이 될 녀석들인데 한 두개는 늙은 호박으로 만들어 줄 생각이다. 물론 잘 자라야겠지만.

 

9. 애호박 줄기이다. 뭐 아는게 없으니 일단 그냥 심어 두었다.

 

영월집에 뭔가 심는 것은 힘들면서도 약간의 기대와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많은 수확량을 얻기 위해 너무 최적화 경로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도 든다. 모든 작물에 대한 적절한 파종이나 가꾸기 등이 인터넷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특히 블루베리와 같은 작물을 심는데 들어간 피트모스란 흙은 참 생소하고도 우숩기도 하다. 나무를 심는데 특정 흙으로 장치를 해줘야 과실을 잘 맺는다니..

 

내가 생각하는 자연은 여리지만 그 끈질기고 살고자하는 열정은 누구도 못말리는 힘을 가진 존재들의 모임이다. 비록 뿌리를 땅에 박고 움직이지는 못하는 식물들이지만 나는 그 누구보다도 그들의 처절하고 아름다운 생존경쟁에 대해서 안다. 우리가 그리 없애지 못해서 안달인 잡초 역시 단지 우리 인간에게 유익하지 않는다는 상대적 평가에서 잡초라고 분류되고 마구잡이로 뽑힌다.

 

물론 농사를 업으로 사는 사람에게 이런 말은 웃기고 또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라고 할 것이다. 물론 나 역시 잡초를 뽑을 것이고 인터넷을 뒤져가면서 최적화 루틴을 밟아 갈 것이다. 그럼에도 내 마음 한 구석에는 늘 그냥 있는 그대로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혹시나 방법을 찾더라도 그냥 내가 경험적으로 찾아가고픈 것은 내 똥고집일까? 아무튼 첫해 농사를 해보면서 (뭐 거의 동석이가 다 하지만) 이런저런 상념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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