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이야기들

요즘 일어난 작은 변화들

아이루다 2013. 10. 24. 11:12

 

성내천을 따라 걸어 다닌지가 벌써 1년이 훌쩍 넘었다. 물론 그 전에도 자전거를 타고 1년 정도 다녔으니 이 길을 따라 회사를 다닌지가 만 2년을 넘기고도 몇 달이 지났다. 물론 긴 시간은 아니지만 그래도 꾸준히 이 길을 다니다보니 익숙해진 것들이 대부분이고 이젠 생소한 것이 거의 없는 상태이다.

 

그런 성내천에 한 두 달 전부터 새끼 오리 두마리가 갑자기 나타났다. 성내천에는 원래 이 천둥오리들이 꽤나 많이 살고 있어서 오리에 대한 느낌은 익숙한데 이 새롭게 나타난 오리들이 눈길을 끈 것은 역시나 털 색깔 때문이었다. 그것은 하얀색, 즉 집오리 색이었다.

 

거기에 겨우 주먹 두개 정도의 작은 크기라서 두 마리가 열심히 헤엄치면서 먹이를 먹는 모습이 많은 사람들에게 눈에 띄었는지 관심을 많이 받고 먹이도 곧잘 얻어 먹기도 했다.

 

 

나와 유진이도 이 오리에 대해 관심을 갖고 보고 있었는데 지난 주 일요일에는 큰 맘을 먹고 먹이를 사서 먹이를 주러 갔다. 겨울이 오기 전에 지금보다는 좀 더 몸이 불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칼로리가 높은 먹이를 사서 가서 주고 돌아왔다.

 

그 두 달 사이에도 꽤나 자라서 이젠 제법 몸 크기가 된다. 아무튼 이 두 마리가 이번 겨울을 잘 났으면 좋겠다. 그런데 어제부터 갑자기 늘 있던 자리에서 안보여서 약간 걱정도 된다. 이젠 꽤나 커서 자리를 옮겨 다니고 있는지.. 아니면 무슨 일이 생긴건지. 아무튼 안 좋은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이 오리들 말고 또 하나의 새로운 얼굴이 있는데 바로 토끼다. 이 토끼는 내가 이틀전 퇴근하는 길에 우연히 발견한 아이인데 누가 버린 듯 하다. 밤에 이 녀석을 발견하고는 약간 놀라 사진을 찍었는데 도망가지 않고 내 발 밑으로 온다. 주변을 돌아보니 사람도 안보이고.. 누군가 버리고 간 녀석인듯.

 

 

결국 집으로 데리고 오고 말았다. 겨울을 나기엔 너무 작고 연약해 보이는 녀석이라서 그냥 가방에 넣어서 왔다. 돌아오면서 여라가지 생각을 했는데 아무튼 지금으로서는 이 녀석이 추워지는 겨울을 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많아서 올 겨울이라도 집에서 키워줘야겠다. 

 

 

집으로 오면서 토끼풀을 좀 뜯어다 줬더니 잘 먹었다. 그리고 사과 껍질도 줬더니 잘 먹었다. 그리고 어제는 마트에서 토끼 사료를 좀 사다가 줬는데 이건 잘 먹지 않는다. 역시나 같이 뜯어간 토끼풀을 좋아라 한다.

 

어떻게 키울지에 대해 걱정도 됐는데 아직은 잘 모르겠다. 박스로 집을 만들어줬는데 무시하고 딴데서 자는 이 녀석에게 유진이는 '나루'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그래서 나루토이다;;

 

이번 주말에 영월에 가는데 나루를 데라고 갈 생각이다. 영월의 깨끗한 풀을 먹게 해줘야지. ㅎㅎ

 

성내천엔 이렇게 가끔 누군가 버린 동물들이 나타난다. 오리들도 누군가 키우다 버린 듯 하고 꼬리가 잘린 새끼 고양이들도 있다. 어떤 생명들은 또 거기에 적응해서 살아가고 그러다가 새로운 주인을 만나기도 한다. 나루의 전 주인은 아마도 아이들일 것이다. 어떤 사정이 있어서 버렸을 것이다. 아무튼 나에겐 이 토끼를 잘 키워주는 작은 의무가 생겼다.

 

어떤 생명이든.. 그 자체로도 충분히 값어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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