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이야기들

산다는 것은

아이루다 2013. 9. 18. 08:42

 

산다는 것은 태어났기에 그런 것이겠지요. 누군가는 살아 가겠지만 누군가는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이 순간에도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고 죽지 못해서 살아 있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렇듯 삶의 무게가 다르다고 해서 누군가는 살아갈 이유가 있고 누군가는 없을 수 없습니다. 그저 우린 이 정해진 시간과 공간에서 주어진 과정을 진행하고 있는 처지일 뿐이죠.

 

산다는 것은 여기가 어딘지도 모를 광야에서 발견하는 희망이지요. 내가 오늘 힘들게 보낸 하루를 정리하면서 따뜻하게 잠들 수 있는 그런 곳을 찾아 매일 매일을 헤매이고 있는 것일 겁니다. 그런데 막상 또 그런 좋은 곳을 발견하고 또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그 편안함에 지쳐 다시 광야로 나오려고 하죠. 뭐 그것도 젊은 시절 잠깐이지만 말이죠.

 

우리는 그 평온한 잠자리가 결국 자신이 죽음을 맞이 할 장소란 것은 애써 생각하지 않고 살아간답니다. 그리고 이것은 참으로 현명한 선택입니다. 그것은 죽음에 대한 공포를 잊어서가 아니고 우리가 살아갈 이유를 모르 듯 죽는 이유도 모르기 때문이죠. 이유를 모르는 것에 대해 우린 불필요하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답니다. 마치 이 우주 어딘가에 있을 우리와 또 다른 지적 생명체의 멸망에 관심이 없듯이요.

 

운이 좋게 태어난 이 지구상의 위치는 사계절을 가지고 있답니다. 그것도 참 적절한 시간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봄도 여름도 가을도 겨울도 모두 각자 반에 반만을 차지하고 있지요. 그런데 요즘은 욕심이 많은 여름과 겨울이 자꾸 약한 봄과 가을의 시간을 뺏으려 해서 문제가 되고 있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오랜 잠에서 깨어나는 싱그러운 봄과 그 봄이 여름을 거쳐 결실을 맺고 다시 잠에 빠져드는 가을을 참 좋아합니다.

 

그리고 요즘은 그 가을이 점점 깊어가고 있어요.

 

산다는 것은 계절의 변화가 쌓이고 쌓이는 일이지요. 지구는 그것을 위해 오늘도 변함없이 거의 정확하게 태양의 주변을 돌고 있고 보름을 코 앞에 둔 달은 거의 원형의 형태로 밤 하늘에 그야말로 '두둥~' 하고 떠 있습니다. 그리고 내일 대한민국은 가을의 결실을 맺는 가장 좋은 시절의 명절을 앞두고 있습니다.

 

약간 쌀쌀함이 느껴지는 어느 휴일날 아침에 내린 커피 한잔처럼 산다는 것은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우리에게 여름의 뜨거움이 따뜻한 커피의 매력을 뺏어가는 것처럼 이 쌀쌀한 느낌은 따뜻한 커피를 더욱 돋보이게 해주죠. 그렇다면 이 매력의 본질은 계절일까요? 커피일까요?

 

산다는 것은 이 커피와 같아요. 우린 누구나 커피를 마시면서 약간의 쓴맛과 함께 느껴지는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지요. 물론 그 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들도 있어요. 하지만 무슨 상관이겠어요. 그것도 하나의 선택인 것을. 우린 누구나 자신만의 커피를 만들죠. 누군가는 진하게 누군가는 연하게. 누군가는 많은 양을 누군가는 적은 양을. 누군가는 자신을 위해, 누군가는 남을 위해. 누군가는 커피를 누군가는 녹차를.

 

손톱 근처에 삐져나온 피부 껍질은 뜯기엔 아프고 그냥 보기엔 자꾸 신경이 쓰여요. 그래서 누군가는 피가 나도록 뜯어내고, 누군가는 그냥 무시하고, 누군가는 손톱깍기로 잘라내죠. 아무튼 어떻게든 해결을 하고나면 우린 또다른 걱정꺼리를 생각해야 한답니다. 차라리 그래서 그 피부껍질을 보고 고민하던 시간이 더 나았는지도 몰라요.

 

산다는 것은 무한한 고민의 연장이지요. 영 할 고민이 없다치면 우린 그땐 왜 나는 고민이 없을까 라고 고민하기 시작해요. 그런데 그런 사람은 참 드물죠. 누구나 고민이 많이 있답니다. 단지 그 고민을 잠시 잠시 잊을 수 있을 뿐이죠. 그래도 이런 망각 능력은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데 있어서 최고의 선물이예요. 우린 자신의 건망증과 외운 영어 단어를 잘 까먹는 자신의 능력을 탓할지 모르지만 '모든 것을 기억' 하는 사람은 결코 행복하기가 힘들어요.

 

특히 고통의 기억을 잊지 못하면 우린 정말로 힘들 수 밖에 없답니다. 육체의 고통이야 시간이 지나면 그 모습이 흉하더라도 모두 회복이 되는 반면 정신의 고통에 대해 새살이 돋아나는 회복은 불가능 하지요. 뭐 그렇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이 불가능 한 것은 아니랍니다. 연인과 헤어져서 고통스럽다면.. 다른 인연을 만나면 금방 회복이 되요. 그땐 아마도 전 연인과 헤어져서 정말 다행이란 생각이 들걸요?

 

산다는 것은 고민과 고민사이의 틈을 비집고 가끔 찾아오는 행복을 만끽하는 과정이죠. 물론 그런 행복들은 우리가 가진 고민과 고통을 지나와야만 오기 때문에 늘 우리 곁에 있지 않아서 불만족스럽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답니다. 그저 우린 이렇게 오랜 시간을 생존해 왔기 때문이죠. 행복하는 것은 생각보다 연습이 필요한 일이예요. 우린 행복이 그냥 찾아오는 것이라고 믿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아요. 행복은 그것을 느낄 수 있는 사람에게만 찾아와요. 아니, 실제는 누구나에게 찾아가지만 많은 이들은 그것이 왔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는 것이죠.

 

좋은 음악은 우리를 평온하고 차분하게 해준답니다. 물론 우리를 흥분시키는 음악이라고 해서 좋은 음악이 아니란 말은 아니예요. 계절에도 그 뜨거운 여름과 그 추운 겨울이 있듯 음악도 각자의 쓰임새가 있죠. 그런데 이런 날은 빠른 리듬보다는 부드러운 리듬이 좀 더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음 하나하나가 마음에 와닫는 멋진 악기에서 나오는 선율은 참 듣기 좋습니다.

 

나에게 산다는 것은 이런 휴일 날 아침에 갓 내린 따뜻한 커피 한잔과 좋은 음악이 함께 하면서 느끼는 이 행복한 순간을 글로 기록하고 있는 이 순간을 위해 살아온 많은 날들의 더함이지요.

 

행복은 늘 우리곁에 있음에도 우리가 발견하지 못하고 있을 뿐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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