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이야기들

토요일, 소소한 일상.

아이루다 2013. 8. 4. 08:45

 

바야흐로 휴가철이다. 예로부터 대한민국은 여름철 장마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기온현상을 가진 지역이라서 요즘은 지구 온난화 현상 덕분에 달라지긴 했지만 아무튼 6월 말부터 7월 말까지 약 한달 정도의 기간은 일종의 우기이다. 그리고 올해는 또 유난히 이 기간이 더 길어졌다.

 

그러다보니 우리나라 여름 휴가는 7월 말에서 8월 초반에 거의 다 몰려있다. 특히 단체 휴가를 가는 문화를 가진 제조업에서 보통 8월 초반에 휴가를 많이 가는 탓에 특히 휴가 편중현상이 심해진다.아무튼 이번주간은 우리나라에서 거의 공식적인 휴가철이다. 심지어 도심에 사람도 적어지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조차 한적하다.

 

나 역시 다음주간에 휴가를 가기로 했다. 뭐 좀 애매하지만 영월집으로 가서 일주일 정도 쉬다 올 예정이고 그중 월/화/수는 재택근무식으로 일을 할 계획이다. 실제로 휴가는 목/금 이틀이 되겠다. 원래 사람들 많이 움직일 때 잘 안움직이는 편인데, 다음주가 그믐이라서 그렇게 되어 버렸다. 문제는 날씨가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는 것인데 어차피 정해진 것,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간다.

 

그 휴가를 앞두고 이번 주말엔 영월 방문을 하지 않았다. 어차피 다음주 월요일 출발을 할 생각이므로. 그래서 어제 토요일에는 소소한 일들로 일상을 채우기로 했다. 첫번째는 서점에 가서 책 사기.

 

일정은 12시가 넘어서 시작되었다. 오전에 유진이가 병원에 갔다와야 한다고 해서 기다리다가 1시쯤에 잠실 교보문고에서 만났다. 몇달만에 간 서점인데.. 한시간 넘게 책을 찾았지만 마음에 드는 책을 못찾고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이번 여름 휴가동안 읽어 볼 생각이었는데, 아쉽다.

 

아무튼 독서에 대해 좀 다른 방향을 찾아야 할 것 같다. 너무 읽고 싶은 책만 고수하려다 보니 정말로 책을 고르기가 힘들다. 그런데 책을 찾는 중 재미난 사건이 하나 있었다.

 

나는 주로 책을 철학/심리학 쪽이나 자연과학쪽에서 찾는다. 내가 관심있어 하는 영역이 그쪽이다 보니 늘 그렇게 된다. 아무튼 책을 찾다가 우연히 아버지가 이번에 증보판을 새로 낸 책이 기억이 났다. 그러면서 도대체 아버지 책은 어느 분야에 있어야 정상일까? 하는 생각이었다. 증보판을 내면서 제목까지 바꿨는데 좀 많이 촌스럽다. 

 

그런데 딱 철학책을 진열해 놓은 책꽂이 상단에 이 책이 있는 것이 아닌가? 제목은 바로 '우주에 촛불 켜서 진실을 벗긴다' 이다. 지난번 부모님 댁에 방문 했을때 광고 좀 해달라고 하셔서 굵은 글씨로 신경썼다. 나는 이 제목 때문에라도 사람들이 이 책을 안살것 같다. 우주에서 촛불을 켜면 산소가 없어서 불이 안 붙는다.

 

그냥 내 의견이라면 '세상속에 숨겨진 진실' 이나 '우주, 인간 그리고 진실' 뭐 이런식으로 좀 짧고 평이한 단어를 썼을 텐데, 아버지 당신의 생각으로는 이 책에 담긴 내용에 너무 자신이 있으신 듯 하다. 아무튼 이미 결정되어서 나왔는데 실제로 이 책을 교보문고 한켠에서 보니 참 느낌이 달랐다.

 

* 이 사진은 교보문고 잠실점에서 찍어 온 것이다. 역시나 홍보목적으로 빨간 선을 그었다.

 

* 이것은 집에 있는, 아버지가 읽어보라고 무상으로 주신 책이다.

 

 

책의 내용은 좀 바뀌었지만 지난번 책과 그리 많이 다르지 않으니 내용 설명은 생략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 책의 내용에 어느정도 공감은 하지만 솔직히 아버지가 느끼시는 정도 수준의 감탄은 못하겠다. 아마도 나 역시 이미 어느정도 알고 있는 것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은데, 보통 사람들은 아마도 이런 종류의 지식을 접해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아버지 책 내용에 대해 놀라움을 표시하는 분들이 꽤 있나보다.

 

아무래도 그러다보니 아버지의 책에 대한 자부심은 하늘을 뚫고 우주로 나가서 촛불까지 켜게 되신듯 하다. 아무튼 나이가 있으신 분이니 그 정도까지는 이해한다. 그래도 자식이 된 입장에서 가능하면 이 책이 좀 팔려서 아버지 용돈이나 좀 하실 수 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아버지에게 좀 아쉬운 점은, 주변 사람들이 조금만 더 수준이 있었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솔직히 세상엔 아버지 수준의 지식을 가진 이들이 꽤나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사람들을 접해 볼 기회가 없어서 당신 자신을 너무 높게 평가하시는 경향이 있다. 물론 아버지는 꽤나 똑똑하신 분이란 점은 인정하지만, 정말로 천재들 혹은 아버지 수준을 넘어서는 사람들도 정말로 많다. 나 역시 아버지 피를 이어받아서 머리가 나쁜 편은 아니지만 살아오면서 나보다 똑똑한 이들을 무수히 많이 봐왔다.

 

하지만 이젠 이런 삶에 대한 통찰있는 대화를 나누기엔 아버지의 연세가 너무 많다. 너무도 견고하고 굳어진 아버지의 생각에 나의 이야기는 그냥 잠시 스쳐가는 바람에 불과할 것이다. 이점이 나는 좀 안타깝다. 내가 좀 더 젊은 아버지 시절에 삶에 대해, 사람에 대해, 세상에 대해, 철학과 자연과 우주에 대해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면 나 역시 좋은 말벗이 한분 생기는 것이었을 텐데 말이다.

 

교보문고에서 거의 한시간 반 정도 책을 보다가 결국 유진이가 읽을 유시민님의 책 한권이랑 소설책 하나만 사서 나왔다.

 

사설인데, 보통 유진이도 그렇지만 서점에서 책만 보고 따로 집에와서 인터넷 주문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면 최소 10%가 싸기 때문에 그렇다. 물론 어떤 물건을 싸게 사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그런데 나는 이 오프라인 서점에서 책을 보고 집에와서 따로 온라인 주문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리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 적어도 그곳에서도 매출이 일어나 줘야 내가 주기적으로 가서 책을 보고 살 수 있는 장소가 유지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어서 그렇다. 물론 나 혼자 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지만 그냥 그런 마음이다. 요즘은 유진이도 내 생각을 이해한 듯 그렇게 하고 있다. 다행이다 싶다.

 

오후엔 이번에 새로 찾은 커피가게를 가기 위해 차를 몰고 양평쪽으로 향했다. 그런데.. 휴가철은 휴가철인지 정말 주요도로마다 차들로 꽉꽉 막혀 원래 5시쯤에는 충분히 도착할 그곳에 돌고 돌아 결국 6시에 도착했다. 시간도 늦고 해서 결국 외관 사진 하나 못찍었는데 궁금하신 분들은 검색을 해보면 아마도 잘 정리된 블로그들이 있을 것이다.

 

가게 이름은 '화니핀 야생화 찻집' 이었는데 요즘은 화덕피자를 해서 앞에 화덕피자 어쩌고 그렇게 이름이 붙은 듯 보였다. 원래 팥빙수를 먹으려고 간 곳인데 피자도 해서 피자까지 먹었다.

 

가격은 좀 쎘다. 팥빙수가 만원, 고르곤졸라 피자가 만오천원. 피자 가격이야 뭐 서울 수준이었는데 계절메뉴인 팥빙수는 조금 부담이 되는 금액이었다. 그런데 좀 다른 것은 일단 팥이 평소에 먹던 것과 달랐다. 뭐랄까? 물론 맛은 더 좋았다. 그리고 아무튼 느낌이 좋았다. 그냥 장소가 주는 느낌만은 아니고, 둔한 내 혀에도 차이를 느끼게 해줬으니까. 설명하기 힘드니 직접 맛을 보시는게 좋으리라. 그리고 얼음도 눈꽃빙수라서 매우 부드럽고 맛있었다. 뭐 눈꽃빙수야 서울에서도 먹을 수 있으니 자세한 설명은 패스.

 

그리고 피자도 상당히 맛이 좋았다. 역시 나는 혀가 둔해서 잘 모르지만 오감이 민감한 유진이의 혀에는 이곳에서 쓰는 피자용 치즈가 매우 좋은 것이라고 한다. 그동안 경험으로 봐서 꽤나 신뢰가 있는 평가니까 믿기로 했다.(유진이의 오감은 거의 리트머스 시험지 수준이다) 실제로 이 고르곤졸라 피자는 나에게 좀 많이 맛났다.  거기에 손님이 많이 없어서 우린 일행이 둘뿐이었는데 불구하고 룸으로 된 공간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해주었다. 8명이 앉을 자리에 들어가 있으니 좀 미안하기도 했다. 아무튼 거기 들어가 문을 닫고 있으니 거의 아무런 소음도 들리지 않고 완전히 유진이와 나만의 공간이 되어 주었다. 이래저래 참 마음에 드는 가게였다.

 

가는 동안 차가 막혀서 좀 힘들긴 했지만 참 괜찮은 장소를 찾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거기에서 한 두시간 가까이 있다가 다시 서울로 오는데 역시나 또 차가 막힌다. 결국 내가 쓰고 있는 T맵은 양평에서 곤지암IC로 가서 중부를 타오 올라오는 아주 멀게 돌아오는 경로를 추천해줬다. 처음엔 무시하고 가려다가 그냥 시키는데로 따라서 왔다. 그리고 서울에 도착하니 밤 9시 반이다. 거의 한시간 반이 걸린 셈이다.

 

왔다갔다 한다고 운전을 4시간 정도 하니 몸이 많이 피곤했다. 그래서 집에 들어와 샤워를 하고 다큐 한편 보다가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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