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이야기들

장마속의 도시

아이루다 2013. 7. 22. 10:59

 

오늘 아침 새벽 5시쯤 커다란 빗소리에 나도 모르게 잠이 깨었다. 지금 사는 집에 외부 베란다에 설치된 칸막이 벽이 철로 된 샤시로 되어 있어서 비가 오면 유난히 커다랗게 울림을 일으키는 덕분이기도 하고 거기에 더해 요즘은 더워서 문을 모두 열고 있는 덕분에 빗소리는 그대로 내가 자고 있는 거실로 전달이 된다.

 

가끔 이런 빗소리는 참 듣기가 좋다. 물론 오늘 같은 월요일 아침에 내리는 폭우 수준의 빗소리는 그리 썩 기분이 좋은 것만은 아니지만 아무튼 마음이 편한 어떤 날 들려오는 빗소리와 작은 음악소리의 궁합은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 중 하나이다.

 

오늘은 새벽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너무 강하게 내려서 걸어서 출근하는 것을 포기하고는 평소보다 좀 많이 늦게 집에서 나왔다. 어차피 대중교통을 이용할 생각이면 길어봐야 한시간 남짓 걸리는 출근시간이기에 평소보다 한시간 정도 늦게 나와도 상관이 없다. 그런 상황에 비까지 너무 심하게 내려 오늘은 아예 한시간 정도 늦게 나올 생각으로 9시가 다되어 집에서 출발했다.

 

역시나 비는 세차게 내렸고 나는 총총거리며 버스 정류장을 향했다. 그리고 잠시 기다린 후 내가 타야 할 노선의 버스가 도착했다. 나는 버스를 타기 위해 이동했으나 앞쪽에 모두 우산을 쓰고 줄을 서는 바람에 우산을 접은 나는 순간 뒤로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 원래 버스 정류장에는 사람들이 기다릴 때 있으라고 만들어 놓은 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이 있기에 나는 우산을 접고 거기에 서 있었는데 사람들은 그곳과 버스 사이의 공간, 내 생각으로 한 1.5m 정도 되는 사이를 도저히 비를 용납할 수 없었나보다. 모두들 그 짧은 거리를 이동 하면서 우산을 펴고 버스에 타면서 접는 동작을 반복했다. 결국 난 모든 사람이 다 탄 후에 버스안에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다행이 시간이 늦어서 그런지 마지막으로 버스에 탔음에도 불구하고 빈자리가 있었다. 나는 운좋게 한자리를 차지하고는 귓가에 들리는 음악소리와 버스 지붕을 두둘기는 빗소리 그리고 오랜만에 출근길에 느끼는 에어컨의 상쾌함을 동시에 누리면서 만족스러운 버스 출근을 시작했다. 지긋이 눈을 감고 음악소리와 빗소리를 듣는 기분이란.. 그리고 피부로 느껴지는 차가운 공기의 상쾌함도 정말 좋았다.

 

버스 여행은 30분정도 지난 후 끝이 났는데 내릴 때도 또 간단한 사고가 하나 생겼다. 원래 버스는 두군데로 두명이 동시에 내릴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내가 내리는 중 옆에 아주머니가 안에서 우산을 펴는 바람에(자동 우산) 그 뾰족한 우산살이 내 얼굴로 향한 것이다. 다행이 뾰족한 부분이 아닌 천이 얼굴에 다았기 마련이지 잘못하면 눈에 찔릴뻔 했다. 사람들은 정말 비를 싫어하는 모양이다. 단 한방울의 비도 안맞으려고 참 많은 노력을 한다.

 

잠실역에서 지하철을 갈아타기 위해 지하로 내려가 잠시 열차를 기다리다가 곧 도착한 열차에 몸을 실었다. 또 운좋게 사람이 거의 없어서 누구나 좋아하는 제일 끝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다. 물론 기껏해야 두 정거장이지만 나는 오늘 운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리를 정한 후 앉아서 시선을 돌리다보니 조금 놀라운 공익광고가 하나 보인다. 우리나라 산업현장에서 매일 250명이 다치고 5명이 죽는다고 한다. 나는 솔직히 좀 놀랬다. 하루 5명이 죽는다면.. 정말로 꽤 위험한 것이 아닌가?

 

생각보다 외부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목숨을 많이 잃으시는 모양이다. 얼마전 노량진 사고현장에서 일곱분이 그 삶을 잃으셨는데, 솔직히 나는 이런 뉴스에 '안전 불감증' 같은 기사를 볼 때마다 그것을 쓴 기자놈이 싫다고 느낀다. 정말 우리나라에 안전이란 단어가 어울리는가? 우린 한시간에 오천원의 인건비도 주는 것을 아까워하는데 사람의 안전을 위해 추가비용을 쓰는것을 참 좋아라 하겠다는 마음이 들어서이다.

 

이것은 돈의 문제가 아닌 그냥 인식의 문제이다. 우리가 인간 개개인의 생명과 그 삶을 얼마나 존중하느냐에 대한 문제인데도 우린 이것을 오직 경제성의 문제로만 모두 몰아간다. 돈이 되느냐, 이익이 되느냐, 돈이 많이 드느냐 에 대한 문제는 안전하냐, 무리가 없느냐, 할 수 있느냐의 문제보다 백배는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안전 불감증은 너무도 당연히 따라오는 증상이다. 하루 종일 비맞고서 감기 안걸리길 바라는 심보란.. 정말 기자라면 평소에 이런 것을 취재하고 고발해야 하는 것이다. 어떤 연예인이 어디에서 누구를 만났는지 그런것만 써대지 말고.

 

7월 들어서 시작된 장마는 20일이 넘은 지금도 그 위세가 등등하다. 도시는 물속에 빠져들고 있고 나는 오늘 오랜만에 대중교통을 이용한 출근을 했다.

 

오늘 비가 올해 장마의 마지막 비였으면 좋겠다. 이젠 좀 별사진을 찍을 수 있게 날씨가 맑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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