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이야기들

건강에 대한 짧은 생각

아이루다 2013. 5. 22. 09:12

 

오늘은 평소와 다르게 5시쯤 눈을 떴다. 아니 실제로는 4시 반쯤 눈을 뜬듯 하다. 왜냐면.. 아침에 일찍 해야할 일이 하나 생겨서 그렇다. 그리고 그 일은 둘째 누나를 병원까지 태워다 주는 일이었다.

 

실은 누나가 아픈게 아니고 매형이 아프다. 매형은 원래 신장이 좋지 못해서 누나가 10여년 쯤에 자신의 신장을 매형에게 이식해줬는데 (그때 열녀 났다고 했었다 ㅎㅎ) 자가 면역반응 때문에 그 후로도 쭉 면역 억제제를 복용해 왔는데 요즘 그것이 쌓여서 혹이 발생한 모양이다. 암일지도 모른다고 하는데.. 내 생각엔 반반이다.

 

아무튼 매형이 몸이 오랫동안 아파와서 꾸준히 건강관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터진 상황은 누나를 많이 힘들게 한 모양이다. 지난 주 소식을 듣고 누나가 놀래 발을 헛딛어 발목을 삐어 지금 깁스를 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래서 내가 오늘 매형 수술에 가야하는 누나를 태우고 병원까지 갔다왔다. 7시까지 가야한데서 일찍 시작한 아침이 되었다.

 

가는 차 안에서 누나의 모습은 생각보다 차분했다. 그리고 가벼운 집안 얘기를 하다가 누나가 갑자기 부모님 돌아가셨을때 장지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그리고 곧 매형이 유서를 써놨다는 이야기를 했다. 잠시 그냥 마음 한구석이 먹먹해졌다.

 

매형은 성격이 참 세밀하다. 남한테 피해주는것을 좀 심하게 싫어하는 성격도 있어서 어떤 면에서는 친해지기가 좀 힘든 사람이다. 물론 자기 앞가림을 참 잘하는 사람이라서 또 거의 문제를 일으키는 일도 없다. 건강 말고는 참 많이 괜찮은 사람인데.. 이 건강이 사람의 삶을 너무 쥐락펴락 한다.

 

유서의 내용을 잠시 들었는데.. 참 매형 성격다운 내용을 적어 두었다. 화장 후 바다에 뿌려달라는 것과 장례식장에서 부조금 받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나는 솔직히 이번 매형 수술을 그냥 단순한 혹 떼기 정도로만 여겼다. 아니 설령 그것이 암이라도 그냥 치유될 것으로만 생각했나보다. 그냥 유서 얘기를 들으니 생각보다 사람의 삶과 죽음이 무겁게 다가온다.

 

나 역시 언젠가 죽을 것이고 나 역시 유서를 써 두었다. 물론 내가 당장 죽을 것은 아니지만 내가 죽은 후 내가 아끼는 이들에게 뭔가를 남겨주고 싶어서 그랬다. 하지만 이것도 생각해보면 어쩌면 장난 같은 일이지도 모른다. 내가 어느날 암수술을 앞두고 수술실에 들어가는 날이 올때 그 전날 적은 내 유서의 무게는 이미 써둔 내 것과 많이 차이가 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딸 하나 두고 살아온 누나네 부부.. 이제 그 딸이 올해 대학에 들어갔고 매형이 원하던 의과에 합격했다. 그리고 이제 1학년으로 대학생활을 시작했다. 매형은 딸을 참 많이 사랑한다. 주변에서 딸 시집보내기 힘들겠다는 말도 자주 한다. 모르겠다.. 내가 매형 입장이라면 차마 지금 가족과 이별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든다. 그리고 그러기엔 매형의 나이가 너무 젊다. 아직도 40대인데..

 

내가 관여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수술이 8시부터라고 하니 지금 한참 수술이 진행중일 것이다. 운이 좋다면 혹으로 판단되어 떼내고 끝나겠지만.. 만약 전이가 된 암이라면.. 솔직히 많이 힘들어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아무도 모르겠지만 이왕이면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한다.

 

매형은 이것 말고도 이제 이식받은 신장이 거의 수명을 다해가서 얼마후부터는 투석을 해야한다. 오래 살아야 20년을 간다고 하는데.. 그럼 60대이다. 60대까지 삶 밖에 계획하지 못하는 마음을 생각을 해보니 그 또한 마음 한구석이 아련하다. 정해진 기간만 살아야 하며 또 그 안에 1박 이상의 여행은 불가능해지는 삶.

 

뭐 다르게 생각하면 그 어떤 것이 심각한 문제겠는가. 삶이란 원래 이런 것인 것을.

 

그냥.. 수요일 아침 매형의 수술때문에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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